[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한동훈 압승, 윤 대통령이 받은 세 번째 경고다] ....

뚝섬 2024. 7. 25. 07:41

[한동훈 압승, 윤 대통령이 받은 세 번째 경고다]

[이젠 尹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나라를 차지하는 다섯 가지 어려움(五難)]

 

 

 

한동훈 압승, 윤 대통령이 받은 세 번째 경고다

 

[김순덕 칼럼]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등장한 김 여사
‘개 사과’ 정무감각으로 한동훈 당선 기여
이젠 윤 대통령 부부가 한계 인정해야
제2부속실 설치해 국민 신뢰 회복하길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훈구 기자

한동훈 압승의 팔 할은 김건희 여사의 힘이라고 본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초반, 김 여사는 디올백 수수 사과에 관해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선수로 등장했다. 경선 막판인 20일엔 검찰총장 패싱 ‘여왕 조사’를 받은 것이 드러나 무더운 여름 다수 국민을 더 열받게 했다.

당 대표를 뽑는 ARS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가 21∼22일 진행되는 걸 김 여사가 알고도 그 전날 나선 것이라면, 대선 캠프 시절 ‘개 사과’를 연상케 하는 정무감각이다. 이 나라가 ‘검사 위에 여사’의 나라란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들고나왔던 공정과 상식은 정녕 개나 주라는 건가?

민심은 윤 대통령에게 이미 두 번의 경고를 보냈다. 작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4·10총선 때 회초리를 들었으면 대통령은 아픈 척이라도 해야 했다. 윤 대통령이 달라지기는커녕 이번엔 김 여사까지 한동훈의 당 대표 당선을 막으려 드니 마침내 당심마저 돌아선 것이다. 대통령도 아닌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실을, 대한민국을 지켜온 보수 집권당을, 심지어 국법과 국민을 우롱하는 것까지 봐줬다간 저 불안하고 불길한 거야 대표한테 나라가 넘어갈 듯싶었던 거다.

 

한동훈의 당 대표 당선은 윤 대통령이 받은 세 번째 경고장이다. 양남당(서울 강남·영남)에 꼰대정당이던 국힘의 당심(62.69%)도 민심(63.46%)과 동률이 됐다. 한동훈만이 국힘 내에선 유일하게 김 여사에게 “No” 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장 시절 김 여사가 보냈던 문자에 읽씹(읽고 답장 안 보냄)한 게 그 증거다. 검찰 출신 윤 대통령의 한계를 모르지 않으면서 또 검찰 출신 당 대표가 나온 것도 신군부 출신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처럼 서로가 외려 잘 알기에 획기적 변화로 정권 재창출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 믿고 싶다.

대통령 부부는 완패했다. 이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달라져야 한다.

당선 직후 한동훈은 김 여사의 비공개 검찰 조사를 놓고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렇게 민심과 동떨어진 채 V1, V2 심기만 챙기는 인사가 대통령실 고위직에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그러니 윤 대통령의 ‘격노’와 김 여사의 ‘개입’에 국가 에너지가 소모되고 민생은 도탄에 빠지는 것이다.

2년 10개월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 한동훈은 대표 수락 연설에서 국민이 명령한 변화로 민심에 대한 반응을 첫손에 꼽았다. 제2부속실과 특별감찰관 설치를 최우선 처리하기 바란다. 윤 대통령과의 면담도 좋고, 당정협의도 좋고, ‘약속 대련’이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도 좋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눈에는 사소한 문제일지 몰라도 국민의 눈에는 그렇지 않다. 입만 열면 ‘법치’를 강조하는 검찰 출신 대통령이 자기 부인은 ‘법 위’에 두어선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다. 제2부속실은 단순히 김 여사의 일정과 업무를 보좌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실 업무 계통을 명확히 함으로써 대통령 부인이 국정과 인사와 당무와 이해관계에 관여하는 일이 없음을 명명백백히 하는 조직이다. 김 여사 문제부터 처리해야 윤 대통령 지지율이 움직이고 그 힘으로 개혁과 정책을 성공시켜 정권 재창출의 희망도 살릴 수 있다.

1987년 전두환 각본-노태우 연출 6·29선언은 ‘나를 밟고 넘어가라’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통 큰 가슴과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차별화 전략이 있어 가능했다. 윤 대통령은 원팀과 운명공동체를 강조했지만 지금처럼 무능한 대통령실, ‘개 사과’ 수준의 정무감각에 국힘과 한동훈이 원팀 돼 운명을 같이하자고 요구한다면 민심도 민생도 되찾기 어렵다.

안타깝지만 이젠 윤 대통령이 한계를 인정할 때다. 어쩌면 한동훈은 노태우의 길을 갈지 모른다. 물론 그는 총선 때 제2의 6·29선언을 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가슴통과 한동훈의 전략은 그때 그 사람들만 못했고 국힘은 정권 재창출은커녕 당의 화합도 불안한 상태다. 그럼에도 지금으로선 윤 대통령의 ‘검찰 통치’ ‘여사 정치’를 제어하고 거야 대표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검찰과 대통령을 잘 아는 한동훈뿐이라는 기대가 있다.

영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연초 “노태우 대통령은 (전두환을) 백담사까지만 보냈기 때문에 본인도 나중에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역사 바로 세우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민심을 먼저 생각하라는 일침이었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동아일보(24-07-25)-

______________

 

 

이젠 尹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한동훈 후보의 압승은 윤 대통령의 패배이기도 하다. 한 신임 대표는 국민여론조사와 당원투표에서 모두 60% 이상의 지지율을 얻었다. 친윤 진영의 거센 반대 움직임에도 ‘당심’에서마저 ‘윤심’이 힘을 쓰지 못했다.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는 오만을 심판하고 지금의 국정 운영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중간 평가를 내린 것이다.

윤 대통령은 4월 총선 참패 후 “국정 쇄신”을 약속했지만 말뿐이었다. 검찰 출신과 과거 보수 정부의 인물에 한정된 돌려막기 인사,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 발표처럼 혼란을 자초하는 만기친람식 국정 운영, 채 상병 사건과 김건희 여사 의혹을 특검 요구로 키운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에서 변화를 느끼긴 어려웠다. 그 결과 대통령의 지지율은 총선 후 줄곧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한국갤럽 기준).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 바로 다음 날인 24일 한 대표를 포함한 대회 출마자들과 만찬을 가진 것은 동요하는 당심과 민심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일회성 만남으로 끝낼 게 아니라 지속적 협의로 당정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

192석 범야권과도 소통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후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선거 직후 딱 한 차례 만났을 뿐 정치 실종 상태는 그대로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야당도 문제이나 대통령이 거부권만으로 대응한다면 되는 일 없이 꽉 막힌 정국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반도체지원법처럼 여야 간 공감대를 이룬 의제부터 시작해 협치의 성과물을 늘려 나가야 한다.

 

국민의힘은 4월 총선에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참패했는데 두 선거 모두 패인은 대통령이었고 돌아선 민심을 되찾으려면 대통령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이 쇄도했다. 하지만 취임 초기나 지금이나 여론조사 때마다 ‘소통 미흡’과 ‘독단적 일방적’ 국정 운영이 큰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개는 숙이고 귀는 더 열어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성찰과 변화의 기회를 날려 버린다면 대통령과 여당, 국가 모두를 위해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이어야 한다.

 

-동아일보(24-07-25)-

______________

 

 

나라를 차지하는 다섯 가지 어려움(五難)

 

사마천 ‘사기’ 초나라 세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진(晉)나라에 머물던 초나라 공자 비(比)가 임금이 되려고 진나라를 떠날 때 진나라 관리 한선자(韓宣子)가 군자 숙향(叔向)에게 물었다.

 

“공자 비는 성공하겠지요?”

 

숙향이 말했다.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선자가 말했다.

 

“초나라 사람들이 지금 임금을 모두 싫어하여 새 임금을 세우려 하는 것이 마치 시장의 장사치와 같건만 어찌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숙향이 말했다.

 

“나라를 차지하는 데는 다섯 가지 어려움[五難]이 있습니다. 사사로이 총애하는 자는 있는데 뛰어난 사람이 없는 것[有寵無人]이 첫째요, 뛰어난 사람은 있는데 안에서 주도하는 사람이 없는 것[有人無主]이 둘째요, 안에서 주도하는 사람은 있는데 모책이 없는 것[有主無謀]이 셋째요, 모책은 있는데 따르는 백성이 없는 것[有謀無民]이 넷째요, 따르는 백성은 있으나 임금다움이 없는 것[有民無德]이 다섯째입니다.”

 

이어 공자 비에 대한 진단이 이어진다.

 

“자비는 진나라에 13년 동안 있었는데 진나라와 초나라에서 그를 따른 자들 중에서 두루 통달한 자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니 뛰어난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족은 없고 친척들은 배반했으니 안에서 주도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틈이 보이지 않는데도 난을 일으키려 하니 모책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평생을 나라 밖에서 떠돌았으니 따르는 백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라 밖에서 망명하고 있는데 아무도 그의 자취를 안타깝게 여기지 않으니 다움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숙향의 이 말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성공(成功)의 시금석이다. 당장은 국민의힘 당대표가 된 한동훈 대표가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곧 사법 처리라는 허들을 만나게 될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도 혹시 뛰어넘거든 잘 점검해 보길 바란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4-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