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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가 남긴 부동산 대못 '토허제'] ....

뚝섬 2025. 4. 3. 09:19

[문 정부가 남긴 부동산 대못 '토허제']

[경쟁률 '294만 대 1′, 집 투기라는 한국병]

[김진표의 '부동산 반성문']

 

 

 

문 정부가 남긴 부동산 대못 '토허제'

 

집값 잡으려 꼼수 극약 처방
재산권, 거주 이전 자유 침해
吳 시장 풀었다가 거센 역풍
反시장 정책 비싼 대가 치러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을 해제했다가 한 달 만에 확대 재지정했다. 5년 전 문재인 정부가 박은 부동산 대못을 뽑았는데, 후폭풍이 너무 거세지자 더 큰 못으로 구멍을 틀어막은 꼴이다.

 

사실 토허제는 해서는 안 되는 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급등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자 2020년 아파트에 토지 지분이 몇 평 있다는 걸 근거로,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집을 사고팔려면 관청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으로, 사유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反)시장 정책이었다. 서울 반포, 용산 등 비(非)토허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풍선 효과를 낳았고, 정작 토허제 지역 집값 억제 효과도 미미해 정책 효과 면에서도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다.

 

토허제는 언젠가 해제할 수밖에 없는 시한부 정책이었다. 아쉬운 점은 해제 시점이다. 되짚어 보자면,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서울 집값이 고점 대비 20~30%씩 떨어지던 2022년이 해제 적기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경착륙을 두려워해 차일피일 시간을 끌었다.

 

법령에 토허제 설정 기한이 ‘5년 이내’로 되어 있다는 걸 근거로, 시장에는 올해 6월 말이 시한이라는 희망이 있었고, 오 시장의 토허제 해제는 시점만 몇 달 앞당긴 것뿐이라는 설명이 있다. 하지만 토허제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었다. 토허제 해제 방침이 섰다면 충격을 완화할 환경을 먼저 조성한 뒤 해야 했다.

 

문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의 취득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다주택자를 옥죄는 온갖 규제를 만들었다. 그 결과 시장에는 ‘똘똘한 한 채’가 정답이라는 새 흐름이 생겼다. 서울시가 토허제를 해제하자 ‘이번이 똘똘한 한 채를 살 마지막 기회’라는 매수 심리가 튀어 올랐다. 강남권 곳곳에서 ‘신고가’ 행렬이 이어졌다.

 

오 시장의 오판은 시장의 역동성을 경시한 데서 나왔다. 얼마 전 암호 화폐 거래소 기업들이 서울 강남 오피스 빌딩을 싹쓸이 매수하고 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코인 광풍 덕에 번 돈을 안전 자산인 강남 부동산에 묻어두려 한 것이다. 개인 투자자라고 다를까. 오 시장은 토허제 재지정 기한을 6개월로 잡았지만, 똘똘한 한 채 흐름을 잡지 못하면 토허제를 해제하는 즉시 눌렸던 가격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것이다.

 

똘똘한 한 채가 상징하는 집값 초양극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쾌도난마식 해법은 없다. 다만 문제의 근원이 다주택자 악마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이중 삼중 규제를 풀어 임대주택 공급자 역할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문제를 푸는 원칙으로 ‘서생의 문제 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을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한미 FTA 체결,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반면 균형 감각도, 용기도 없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면서 국민연금 개혁을 걷어차 버렸다.

 

문 정부가 세입자를 위한다고 만든 ‘임대차 보호법’은 전세 대란을 낳아 주거 취약 계층을 곤경에 빠트렸다. 전기료 인상을 막아 한전을 부실기업으로 만들고, 일률적 주 52시간제로 기업 연구 개발(R&D) 역량을 갉아먹고,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참사를 낳는 등 민주당 정부는 반시장 정책을 남발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온갖 부작용을 세금 살포로 틀어막느라 국가 부채를 400조원이나 불렸다. 조기 대선으로 재집권을 노리는 민주당은 반성은커녕 전세 10년 계약제 같은 ‘부동산 대못 시즌2’를 예고하고 있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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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294만 대 1′, 집 투기라는 한국병 

 

최소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청약'으로 청약 홈페이지 접속이 마비된 가운데 한국부동산원 청약 홈이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난 29일 청약 접수 중인 단지의 청약 홈 접수 마감 시간을 기존 17시 30분에서 23시까지 연장 운영했다. 또한 청약 접수 단지 중 동탄역 롯데캐슬(무순위) 청약 접수는 청약 접수일을 기존 29일에서 29~30일까지로 변경했다. 사진은 지난 30일 오전 청약 접수 중인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아파트의 모습. 2024.7.30/뉴스1

 

경기도 동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계약 취소된 전용면적 84㎡ 1가구의 무순위 청약에 294만여 명이 신청했다. 역대 최고의 경쟁률이다. 현재 시세보다 10억원 저렴한 2017년 분양가로 공급돼 이른바 ‘로또 아파트’로 불리면서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빚어지고 청약 마감을 하루 늘리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 시장도 과열 기미가 뚜렷하다. 서초구 반포동의 84㎡ 아파트가 50억원에 중개 거래돼 ‘국민 평형’으로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토지거래 허가 구역에서 빠진 규제의 허점을 틈타 ‘국민 평형 50억원’이라는 가공할 집값이 등장했다. 올 상반기 거래된 서울 아파트 5채 중 한 채꼴로 매매가가 15억원을 넘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서울 집값만 놓고 보면 문재인 정부의 ‘미친 집값’이 되돌아온 것 같다.

 

로또 청약’은 집 구매에 관심 없던 사람까지 투기 심리를 부추겨 주택 매수에 뛰어들게 만든다. 분양가 상한제, 무순위 청약제 등 무주택자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각종 제도들이 지금은 오히려 투기 심리를 조장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고물가에 공사비가 급등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분양가 상한 규제가 신규 공급을 줄이고 이로 인한 공급 부족 우려로 집값이 오르는 악순한이 벌어진다. 동탄의 청약 광풍을 낳은 무순위 청약 제도는 전국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제도로 느슨하게 운영되는데, 손보지도 않고 내버려두니 로또가 됐다. 그런데도 규제의 허점을 손보고 투기 심리 차단에 총력전을 벌여야 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 상승세가 “지엽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안이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전국에서 무주택자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 집값이 공급 부족 우려로 치솟고, 그로 인해 확대되는 자산 격차에 서울의 무주택자도 지방 거주자도 절망하는 현실은 결코 ‘지엽적’ 현상이 아니다. 경쟁률 ‘294만대1′이 상징하는 투기 심리는 정권이 사활을 걸고 잡아야 할 심각한 ‘한국병’이다.

 

-조선일보(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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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의 '부동산 반성문'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서점에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이 진열돼 있다. /뉴스1

 

한 달여 전 출간된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은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성향 유튜브 방송을 본다’는 의혹으로 뉴스가 됐다. 그걸 부각한 보도가 나왔고, 야당 의원들이 이를 받아 키웠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김 전 의장이 왜곡했다”며 발끈했고, 여당은 그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이 책 때문에 여럿이 목에 핏대를 세웠는데, 그때마다 인용되는 내용은 책 264쪽에 있는 열 줄 분량의 ‘극우 유튜브’ 에피소드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기자가 읽어봤더니 이 책의 핵심은 180~182쪽에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전 의장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대목이다. 마흔 두 줄에 이른다. “부동산 문제는 근본적으로 수급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한데 참여정부는 세금으로 단박에 풀려다 보니 실패를 거듭했다. (중략) 20년이 지난 지금도 부동산 정책을 막지 못한 일은 사무치게 후회된다.”

 

당시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같은 세금 폭탄으로 집값을 때려 잡으려 했지만, 부작용을 낳으며 집값을 오히려 급등시킨 데 대한 자기 반성이다. 경제 관료 출신인 그가 계속해서 말한다. “(내가) 욕을 먹더라도 그때 강하게 주장하고 시정시켰어야 했다. 그랬다면 참여정부는 최소한 경제 영역에서는 훌륭하게 성공한 정부로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핵심은 책 247~250쪽에서 예순네 줄에 걸쳐 반복된다. 문재인 정부를 다룬 대목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세금을 강화해 주택 수요를 억제하려 한 것에 대해 “부동산에 이념적으로 접근해 노무현 정권과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했다. 이어 “집값을 잡으려는 노력이 집값을 폭등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부동산으로 정권을 두 번 뺏긴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을 못 한 이유가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었다고 결론 낸 것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때려잡자”는 말이 거의 나오지 않는 이유는, 김 의장이 고백한 교훈을 민주당이 어느 정도 학습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종부세를 완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중산층 표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치인이 민심을 신경 쓰는 건 사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김 전 의장의 회고록 출간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이 노무현·문재인 정부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지, 혹은 바뀌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야권에 장기적으로 득이 되고, 현재 집값 대응책을 고심 중인 정부와 여당도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본질을 벗어난 신경전 때문에 이에 대한 생산적 논의는 설 자리가 없었다. 정치가 ‘말싸움’이 아닌 ‘정책 싸움’이기를 원하는 바람은 언제쯤 이뤄질까.

 

-권순완 기자, 조선일보(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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