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 경제만큼은 동요나 빈틈 없어야 한다]
[혼돈의 시기, 그래도 경제시계는 돌려야 한다]
국방과 경제만큼은 동요나 빈틈 없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관련 긴급 회의를 마친 뒤 국무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계엄 선포 사태 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국무위원 전원도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국민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국무위원들이 사의를 밝혔더라도 국정은 한순간이라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계엄을 건의했다는 국방부 장관은 즉각 해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군을 지휘통솔하는 국방부 장관과 함께 대통령실 안보실장까지 사의를 표명한 전례 없는 상황이다. 안보 태세에 빈틈이 없도록 국방 컨트롤 타워부터 신속히 세워야 한다.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동돼 움직이는 금융시장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과 기민하게 소통하고 대응해야 한다. 계엄 여파로 4일 국내 증시는 장중 한때 2% 넘게 하락했지만 ‘패닉(공포) 장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환율도 빠르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 당국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고 10조원 규모 증시안정펀드가 언제든 가동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구두 개입 하면서 신속하게 시장 안정화에 나선 덕분이다. 계엄의 여파가 길지 않아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에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끝이 아니다. 민노총은 총파업을 선언하고 정치 투쟁에 나섰다. 가뜩이나 ‘트럼프 쇼크’로 전전긍긍하는 기업들이 극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또 다른 파고에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경제 발목을 잡아온 국회는 탄핵 정국으로 가고 있다. 정부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은 물론이고 한시가 급한 반도체 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폐장법 등 각종 산업 지원 법안들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 혼란의 후폭풍을 경제가 떠안지 않아야 한다.
-조선일보(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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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기, 그래도 경제시계는 돌려야 한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표현하는 말로 ‘혼돈’이나 ‘혼란’보다 더 적합한 말을 떠올릴 수 있을까.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나 배웠을 법한 ‘비상계엄’이 현실화하면서 서울 한복판에선 군인들과 시민들의 대치 상황까지 빚어졌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을 뜻하는 ‘X-이벤트’가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국민도, 소상공인도, 기업도 이미 힘들다
비상계엄 같은 초유의 사태가 없었더라도 국민은 이미 힘들다. 금리와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고, 질 좋은 일자리 구하기는 갈수록 어렵다. 주가 폭락은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소액 투자자들의 시름을 더 깊게 만든다. 소상공인들은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방법이 없다. 이러다 아르바이트생 월급이나 제때 챙겨줄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기업들도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시장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곳도 여럿이다. 산업별로 들여다봐도 잘나가던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는 ‘전기차 캐즘’이란 복병을 만났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석유화학, 철강처럼 한가락 하던 주요 수출 업종들도 동반 부진에 빠졌다. 건설에 경제 부양 책임을 맡기겠다는 기대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유통은 벌써 사업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반도체가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해 주곤 있다. ‘트럼프 스톰’의 불똥이 언제 튈지 몰라 불안하긴 매한가지지만.
기업들은 3일 밤 벌어진 때아닌 난리통에 4일 이른 아침부터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뾰족한 수가 나올 리 없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대기업 임원은 “하나같이 ‘이게 무슨 일이냐’는 장탄식만 내뱉었다”고 했다. 정치적 안정이 빨리 찾아오길 막연히 기대하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단다.
정치권과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경제마저 흔들려선 안 된다. 전 국민이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가 걸려 있어서다. 경제는 생물과 같다.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뛸 수 없는 것처럼 경제도 한번 멈추면 다시 시동을 걸기 힘들다.
철저한 계획에 따르더라도 용광로 가동을 한번 멈추면 재가동까지는 길면 반년이 걸린다고 한다. 만에 하나 사전 준비 없이 불을 꺼뜨리면 용광로 전체가 거대한 철강 덩어리로 굳어져 재가동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쇳물을 받아 철강제품을 만들던 압연공장, 냉연공장도 망가져 결국 제철소 문을 닫아야 한다. 나라 경제 역시 멈추면 굳어 버린다.
글로벌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싸워야 하는 기업들에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주는 게 국가가 할 일이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대만 등은 저마다 보조금이다 수입품 관세다 하며 자국 기업 살리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유독 한국 기업들만 상법 개정안 같은 새로운 위협에 시달려야 한다.
이런 위기에서야말로 경제가 우선이다
급기야 간밤에는 국가 브랜드마저 추락했다. 해외에선 ‘사우스 코리아’를 ‘노스 코리아’로부터 침공을 받을 수 있는 전쟁 위험 국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거나 해외 기업을 국내로 끌어들일 때 보이지 않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물며 ‘전쟁 없이도 계엄령 선포가 가능한 나라’가 됐으니 어떻게 믿고 투자하라고 하겠나.
지금의 혼돈이 언제 끝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정치 싸움에 경제를, 그리고 기업을 볼모로 잡는 일만 없었으면 한다. 경제가 무너지면 국회의원 300명이 받아가는 세비도, 대통령실을 포함한 행정부 공무원들이 받는 월급도 없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내수침체를 되살릴 방안을 마련하고 이런 위기에서도 기업들이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런 것들이야말로 스스로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해온 사람들이 당장 해야 할 일들이다.
-김창덕 산업2부장, 동아일보(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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