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한 대행 거취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됐다] ....

뚝섬 2025. 4. 18. 08:46

[한 대행 거취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됐다]

[‘안정적 관리자’ 소임 잊고 ‘불안의 축’이 된 韓 대행]

[중도 확장 가능성 주자들 잇단 국힘 경선 불출마]

[한덕수 출마론…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

[“다 이기고 돌아왔다” “5년 하나 3년 하나”… 기이한 ‘정신승리’]

 

 

 

한 대행 거취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됐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25.4.17/뉴스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문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권한대행으로서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행이 다음 달 선출되는 국민의힘 후보를 포함해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설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빅텐트’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논란에 한 대행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주변에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한다.

 

지금은 대통령이 파면된 국가 비상 시국이다. 거기에 트럼프의 관세, 안보 위협까지 겹쳐 있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 대행은 국정에 빈틈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통상 전문가인 한 대행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포함해 최대 현안인 관세 협상을 이끌고 있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의무도 있다.

 

그런데 한 대행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런 중대한 역할과 책무가 모두 정치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과 관세 협상, 그리고 경제 현장 방문까지 모두 대선 출마를 위한 사전 선거운동으로 규정해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도 “한 대행이 부전승으로 대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대선을 관리할 관료의 출마 자체가 비상식”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 상황이 조금 더 이어지면 한 총리의 대통령 대행 입지 자체의 정당성이 문제 될 수 있다.

 

17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은 66%,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24%였다. 한 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을 굳혔다면 이제는 대통령 대행으로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

 

-조선일보(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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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관리자’ 소임 잊고 ‘불안의 축’이 된 韓 대행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서 안경을 벗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재 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을 계기로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를 둘러싼 ‘안개 행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대행은 17일에도 헌재 결정에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모호한 침묵’을 유지했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체 뭘 어쩌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한 대행의 그간 모습에서 대선까지 채 50일도 남지 않은 정부 교체기에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대행은 탄핵 기각 뒤 복귀 일성으로 “이제 좌우는 없다” “헌법과 법률에 따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공언과는 반대로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 인사를 대통령 몫 헌재 재판관으로 지명하는 ‘권한 밖’ 인사권 행사로 거센 논란을 자초했다. 대선출마론,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론 등이 번지고 있는데도 열흘 가까이 가타부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애매한 화법과 선택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15일은 광주, 16일은 울산’ 식으로 이목을 끄는 행보를 하다 보니 “대선 주자 일정 같다”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한 대행의 행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당장 발등의 불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 주로 다가온 관세 협상은 경제·통상 구조는 물론이고 국가안보 틀까지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정파와 이념을 뛰어넘는 국민적 신뢰의 뒷받침 없이는 해내기 어려운 국가적 과제다. 자칫 과도기 정부의 한계를 외면한 채 협상을 서둘다간 국익에 큰 손상이 올 수도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한 대행 자신이 대선출마설에 휩싸여 있으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게 돼 협상에 필요한 내부적 단합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어제 한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이 66%나 나온 것도 이런 국내 안팎의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한 대행은 더 이상의 정치적 모호함은 가뜩이나 혼란한 정국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만약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속히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그게 아니라면 공정한 선거 관리자, 국정의 안정적 운영자로서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정 안정의 중심축이 돼도 모자랄 터에 ‘불안과 혼란의 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동아일보(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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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확장 가능성 주자들 잇단 국힘 경선 불출마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두 사람은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국힘이 이대로 가면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 시장은 “지금 보수 정치는 국민에게 짐이자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며 “낡은 보수와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힘이 다수 국민의 여론보다는 특정 지지층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도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지만,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은 당내 주자 중 중도 확장 가능성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가상 대결에서 경쟁력을 평가받아 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힘든 한계에 부딪혔고 그것이 불출마를 결심한 배경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독주라는 불리한 상황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비상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의 마음을 다시 얻지 못하면 대선 후보를 선출하더라도 본선에서 민주당과 의미 있는 경쟁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 경선을 통해 보수 지지층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힘 내부는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대립 구도만 형성되고 어떻게 보수를 혁신하고 개혁할 것인지 비전 경쟁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더구나 계엄과 탄핵에 대한 일반 대중의 여론과는 반대편에 선 쪽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오 시장이나 유 전 의원 같이 중도층 유권자에게 호소력을 가지는 주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좁혀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잇따른 불출마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국힘 대선 후보로 내세우자는 ‘한덕수 차출론’도 영향을 미쳤다. 많은 국힘 의원이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지도부의 자제 요청으로 취소했다. 지금 한 대행은 대통령 부재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지휘하고 있다. 이런 한 대행을 대선에 참여시키는 것이 국정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국힘 경선도 의미 없게 된다. 경선이 시작되려는 마당에 외부에서 대안을 찾는 것은 당내 주자들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조선일보(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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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차출론’에 오세훈·유승민 불출마, 視界 제로의 국힘. ‘이재명 추대’ 선명한 민주. 결국 누가 웃을까.

 

-팔면봉, 조선일보(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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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출마론…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

 

[정용관 칼럼]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 노리는 듯
韓 ‘경륜’ 장점이나 ‘尹과 한묶음’ 본질적 한계
‘대선 경기장’ 바로 옆까지 온 듯 보이지만
직접 선수로 뛰기엔 ‘상식’이란 장애물 만만찮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전후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소재로 한 칼럼을 연이어 쓰게 될 줄은 몰랐다. 필자는 탄핵 선고 닷새 전 “이러다 韓 대행이 尹 임기 다 채우겠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의 법의 잣대에 따른 ‘지혜로운 결정’이 속히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헌재의 만장일치 파면 결정은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의 확인이었다.

한 대행은 대통령 파면 직후 잘 준비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굳건한 안보태세 유지” “통상전쟁 등 당면한 현안 대처에 만전”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 정치권과 국회를 향해 국가 미래를 위해 차이를 접어두고 힘과 지혜를 모아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건조하지만 50년 공직 생활의 내공이 담긴 담화문이었다. 그런데…. 며칠도 안 돼 ‘한덕수발(發)’ 파문이 일었다. ‘대통령 몫’ 헌재 재판관 후보자 2명 지명에 이어 대선 후보 출마설이 급부상한 것이다.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은 필자의 정치적 상상력을 뛰어넘은 것이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를 넘었느니 안 넘었느니 하는 법적 논란을 떠나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통치권을 상실한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그 대통령을 대신해 고유의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6년 임기’의 재판관을 ‘60일 권한대행’이 정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 것이고, 이는 누가 당선이 되든 후임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명 중 1명인 이완규 법제처장은 계엄 사태 전부터 윤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헌재 소장으로 염두에 뒀다는 소문이 법조계에 파다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평소 무리하지 않는 스타일의 한 대행이 왜 이런 정치색 짙은 인사를 했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다만 장님 코끼리 만지듯 취재를 해보니 한 대행도 처음엔 이 처장 등의 재판관 지명을 내켜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정권이 넘어가면 입법 행정 사법에다 헌재까지 진보가 다 장악한다”는 ‘누군가’의 강력한 설득이 있었다는 얘기 등이 들리지만 결국 실행 여부는 본인의 몫이다. 한 대행은 무슨 의도였을까.

공교롭게도 재판관 지명 사고(?)를 친 8일은 ‘한덕수의 날’이었다. 그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8분 통화가 이뤄졌고, 곧이어 미국 CNN과의 ‘영어’ 인터뷰 내용이 공개됐다. 그리고 이틀 뒤 국내 한 언론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 대행에게 대선 출마 의사를 물었고 한 대행이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서 고민 중”이라고 했다는 단독 보도가 나오더니 이에 맞춰 국민의힘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게 우연인지, 뭔가 잘 짜인 기획하에 큰 그림이 하나둘 그려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 대행의 긴 침묵은 예사롭지 않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2002년 ‘반(反)이회창’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을 언급했다. ‘반이재명’ 연대의 한 축으로 한 대행을 활용하려는 흐름이 있고, 한 대행도 이 흐름에 발을 살짝 담갔다는 것이다. 즉, 한 대행을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국민 후보로 나서게 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컨벤션 효과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2002년엔 정 후보가 결과적으로 불쏘시개 역할을 한 셈이 됐지만 이번엔 한 대행이 최종 후보가 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시나리오 같지만 얼마나 현실성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 대행이 거대 야당에 각을 세우며 맷집이 세진 듯하지만 위험한 도박에 다걸기를 할 정치적 뱃심을 갖고 있을지엔 “글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가 자존심이 아주 강하고 권력 야심(野心)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공직 경험, 안정감, 통상 전문성, 출신 지역 등은 장점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3년 가까이 한배를 탔던 탄핵 정부의 2인자라는 점은 ‘본질적’ 한계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권력을 유지하려는 친윤 주류의 도구로 이용되고 말 것이란 관측도 부담이다.

한 대행은 자의든 타의든 ‘대선 경기장’ 옆까지는 온 듯 보인다. 실제 선수로 뛸지는 본인의 판단이다. 아직 본격 무대에 오르지 않은 만큼 어느 정도 잠재력이 있는지 예측하긴 쉽지 않다. 다만 그의 출마 여부는 한 개인이나 특정 정파의 정치적 성패나 득실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본질적 책무를 중립적 대선 관리와 국정 위기관리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 대행 앞에 놓인 가장 높은 장애물은 돌고 돌아 민주공화정의 ‘상식’일 터이다.

 

-정용관 논설실장, 동아일보(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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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기고 돌아왔다” “5년 하나 3년 하나”… 기이한 ‘정신승리’ 

 

13일 오후 7시경 윤석열 전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경호원들과 함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지하상가를 걸어가고 있다. 11일 사저 복귀 이후 처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윤 전 대통령은 지하상가의 한 갤러리로 들어갔다. 경호원들은 취재진의 사진 촬영을 제지하기도 했다. 소설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한남동 관저를 비우고 서초동 사저로 돌아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 파면된 지 1주일 만인데,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마치 개선장군이 금의환향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기다리던 주민들과 악수하며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했고, 파면돼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어차피 뭐 5년 하나 3년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윤 전 대통령의 기괴한 현실 인식에 국민은 이미 이골이 날 지경인데, 파면 후에도 여전한 비현실적 억지 주장은 또다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윤 전 대통령은 관저 퇴거 메시지에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며 사실상 정치 행보를 이어갈 뜻을 내비치면서도 국민에 대한 사과나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의 뜻을 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언사에선 지난 4개월간 나라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과 고통에 대한 일말의 반성은커녕 한때 국가 최고지도자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책임을 회피한 채 자기 위안을 통해 합리화하려는 이른바 ‘정신승리’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오로지 싸워서 이기는 것 외에 어떤 양보도 타협도 몰랐던 검사 출신 대통령은 우리 정치를 황량하게 만들었다. 한데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딛고 바로잡아야 할 자신의 실패마저 부인하며 승리라고 우기는 심산은 과연 무엇인지 씁쓸할 따름이다.

 

윤 전 대통령을 이처럼 부끄러움조차 모르게 만드는 것은 향후에도 그가 행사할지 모를 정치적 영향력의 곁불을 쬐겠다는 주변 측근이나 정치인들 때문이기도 하다. 윤 전 대통령이 관저를 떠나면서 ‘과잠’(대학교 학과 점퍼)을 입은 청년들과 포옹하는 장면이 연출됐는데, 이들은 대통령실의 요청을 받고 나왔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 주변에 여전히 이런 기획자들이 남아 있고,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그에게 지지 메시지를 애걸하는 현실에선 서초동의 ‘사저 정치’가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윤 전 대통령은 14일 내란 혐의 피고인으로 형사재판에 출석한다. 법원은 그의 지하 주차장 이용을 허가하고 언론의 법정 안 촬영을 불허했다. 사법 심판의 대상이 됐던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공개 출석하고 법정 촬영도 이뤄졌던 것과는 딴판이다. 구속 기간을 날(日)이 아닌 시간으로 따져야 한다며 구속 취소된 데 이어 윤 전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잇단 예외 조치에 “특혜 아니냐”는 논란이 이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허언만 남은 전직 대통령에게 이제 남은 것은 사법 절차에 따른 엄정한 단죄다.

 

-동아일보(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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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 번의 기적으론 부족하다

 

[강천석 칼럼]

대구·경북 후보 경선
黨 변화 烽火불 올릴 수 있을까
前任 대통령,
어떤 관심도 응원도 보내지 않아야
희망 불씨 안 꺼뜨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를 떠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태운 차량 행렬이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드는 한남대로를 지나고 있다./김지호 기자

 

1987년 헌법 아래 치러진 8차례 대통령 선거 중 결과를 받고 허둥댄 것은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꺾은 2002년 선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3주 전 민주당 노 후보와 ‘국민통합 21’ 측 정몽준 후보는 단일화에 성공했다. 단일화 효과로 노무현이 이회창을 앞지른 순간, 그것도 투표 하루 전 밤 10시 정씨가 돌연 지지 철회를 발표했다. 정치적 ‘싱크홀’이었다. 노 후보는 정대철 선대 위원장과 함께 자정 무렵까지 정씨 집 앞을 지켰으나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 선거에서 노 후보는 48.9%를 득표해 46.6%를 얻은 이회창 후보를 57만 표 차이로 눌렀다.

 

기자 경험으론 빠르면 6개월 전, 늦어도 2~3개월 전엔 대선 당락(當落)이 정해졌다. 그 후 변화는 표차가 벌어지느냐 좁혀지느냐에 그쳤다. 신문이 전하는 ‘중도(中道)·무당(無黨)층이 변수’라는 등등의 말은 대부분 선거의 김을 빼지 않으려는 언론의 인위적 균형 시도였다. 총선 예측에선 헛짚기로 온갖 망신을 사는 여론조사도 정당과 후보가 오름세냐 내림세냐만 읽어도 되는 대선에선 어긋난 일이 없었다.

 

우리가 마주한 정치 현실은 ‘비현실적 현실’이다. 작년 12월 3일 이전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법정에서 ‘대표’가 아니라 ‘피고인’으로 불렸다.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에 불려 다녔다. 전과(前科) 기록도 4개나 됐다. 완행열차 기어가듯 굼벵이 걸음이었지만 재판은 한 걸음씩 종점을 향해 나갔다. 그는 모래가 구멍을 빠져나가는 걸 애간장 끓이며 지켜보던 모래시계 주인공 신세였다.

 

작년 12월 3일 밤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 비상계엄 선포였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국회로 도피했던 그는 이걸 경계로 ‘여의도 대통령’에서 당선이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주한 미국 대사·일본 대사가 이 대표와 면담하며 한·미·일 공조(共助)를 역설하는 그의 말을 경청한다.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을 가리켜 ‘일본 자위대가 다시 한국에 진주할 날이 올 수 있다’던 그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엊그제 발표한 집권 플랜도 ‘실용 정부’를 표방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저리 가라 할 내용이다.

 

한국 정치는 파면당한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표의 합작품(合作品)이다. 전임 대통령은 어리석어서, 몰라서, 서툴러서, 잘못 알아서, 소견(所見)이 좁아서, 착각해서, 오만해서 여러 실책(失策)을 범했다. 그래도 실수로 불낸 실화범(失火犯)에 가깝다. 그가 불을 지른 것은 난데없이 비상계엄을 들고나온 작년 12월 3일 하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년 기업을 옥죄는 법안, 국민을 공짜에 절도록 하는 법안, 주(週) 52시간 근무 강요로 반도체 연구실의 불을 끄는 법안, 창고에서 쌀이 썩어가는데도 무한정 쌀을 쌓아 쟁이는 법안 등 수십 개를 강행 통과시켰다. 국가를 마비시켜서라도 본인을 지키려고 작심(作心)했다. 실화(失火)가 아니라 방화(放火)였다. 방화는 실화보다 몇 배 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법이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신상필벌(信賞必罰)과 인과응보(因果應報)는 두 공범(共犯) 중 ‘실화범’은 파면하고 ‘방화범’은 다음 대통령으로 점지하는 걸로 나타났다. 하늘[天]도 때론 이상한 소리를 낸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가리킬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6월 3일이다. 52일 남았다. 국민의힘 출마 예상자 8명의 지지도를 모두 합해도 이 전 대표 지지도에 미치지 못한다. 기적을 바라야 한다. 그것도 여러 번의 기적이 필요하다.

 

노무현은 ‘김영삼 정당’에서 튕겨 나간 돌이었고 ‘김대중 정당’에선 굴러들어 온 돌이었다. 굴러들어 온 돌이 16차례 지방 순회 국민 경선을 통해 ‘김대중 당’의 후보가 됐다. ‘부산갈매기’는 김대중 당 본거지 광주에서 ‘김대중의 박힌 돌’ 한화갑을 꺾고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국민의힘의 대구·경북은 김대중 당의 광주다. 대구·경북의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오로지 미래의 확장성(擴張性) 하나만 보고 굴러들어 온 돌을 뽑을 수 있을까.

 

노무현 오름세도 잠깐, 월드컵 붐을 탄 정몽준 돌풍에 휘청댔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정몽준이 노무현을 앞질렀다. 이 구도론 이회창에게 필패(必敗)였다. 노무현은 정몽준 요구대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받아들였다. 노무현은 예상을 뒤엎고 여론조사에서 46.8% 대 42.2%로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정말 기대하기 힘든 기적을 하나 더 바라야 한다. 전임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어떤 관심도 표시하지 않고 어떤 응원의 말도 보태주지 않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그러니까 기적이라는 것이다.

 

-강천석 고문, 조선일보(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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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전 대통령 私邸로 퇴거하며 “나라 위한 새로운 길 찾겠다.” 그 길이 무얼까, 대선 政局의 최대 관심사.

 

-팔면봉, 조선일보(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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