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낯선 미국]
[“타코”에 격분한 트럼프]
[“과거의 자유무역 시스템 다시 볼 생각 말라”]
정말 낯선 미국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40km쯤 떨어진 트럼프 골프 클럽에서 파티가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밈코인($TRUMP)을 가장 많이 사들인 220명을 만찬에 초청한 것이다. 트럼프 취임 전날 개당 75달러를 넘겼던 이 코인 가격은 지난달 7~8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런데 트럼프 측이 ‘대통령과의 저녁 식사’를 홍보하자 각국 부자들이 이 코인을 매입했다. 트럼프는 한국·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의 최고액 매입자 25명을 다음 날 백악관 투어에도 초청했다. 그런데 그들 중 17명은 초청만 받고 코인을 팔아치웠다. 트럼프를 만나려고 코인을 산 것이다.
▶트럼프 밈코인의 최대 보유자는 1860만달러(약 255억원)어치를 가진 중국 출신 저스틴 쑨(35)으로 알려져 있다. ‘트론’ 등의 코인을 만든 그는 매도·매수를 반복하며 거래량을 부풀리는 등의 사기 혐의로 2023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소됐다. 재판을 받던 쑨은 지난해 트럼프의 장남·차남이 만든 코인 회사에 7500만달러(약 1030억원)를 투자했다. 트럼프 취임 후 SEC는 그에 대한 기소를 취소했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일가가 대통령직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며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관 수장이 모두 ‘트럼프 사람들’로 채워져 조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연방 정부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국(OSC)과 고위 공직자의 코인 자산을 추적하는 정부윤리국(OGE) 국장을 해고했다. 그 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대행 국장’으로 지명했다. 자기 측근에게 관세·무역 협상과 정부 감시란 “양립할 수 없는 임무”(NBC방송)를 준 것이다.
▶한때 ‘코인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SEC 위원장에 트럼프는 컨설팅 회사 CEO였던 폴 앳킨스를 앉혔다. 그 회사 고객 중에는 코인 회사가 많았다. 앳킨스는 취임 후 “SEC의 규제가 가상 화폐의 혁신을 저해했다”고 말했다. ‘리플’ 등 가상 화폐 회사에 대한 소송도 취하했다.
▶트럼프 일가의 회사(TMTG)가 코인 매입을 위해 30억달러(약 4조1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고 한다. 이달 초엔 트럼프 일가가 코인 사업으로 29억달러(약 4조원)를 벌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트럼프 정부는 코인 띄우기에 열심이다. 트럼프는 억만장자 부동산 업자를 중동 특사로 임명했는데, 그의 아들이 트럼프 아들들과 코인 사업을 하며 중동 자금의 투자를 받았다. 이런 일들이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정말 낯선 미국이다.
-김진명 기자, 조선일보(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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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에 격분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고약한 별명을 붙인 뒤 반복 사용하면서 정치적 상대방을 조롱하곤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슬리피 조(Sleepy Joe·졸린 바이든)’라 불렀고, 공화당 경선 상대자에겐 ‘낮은 스태미나(low stamina·활기가 없다)’라면서 손가락질했다. 최근엔 연준 의장을 향해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결정이 늦은 남자)’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런 트럼프에게도 달갑잖은 별칭이 생겼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그의 관세 정책을 금융시장이 ‘타코(TACO)’라고 부르고 있다.
▷타코는 ‘트럼프는 늘 꽁무니 뺀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문장의 머리글자를 딴 것인데, 영국 기자가 몇 번 썼더니 미 증권가 리포트에 등장했다. 급기야 28일 취재기자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월가에서 ‘타코 거래’라는 말을 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타코 거래란 트럼프의 변덕 정책에 익숙해진 금융시장이 이제 급등락하지 않게 된 현상을 가리킨다.
▷트럼프 2기 4개월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좌불안석이었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 등을 상대로 엄청난 고율 관세를 때린다고 발표했다가 곧바로 유예하는 일이 일상처럼 돼 버렸다. 미 워싱턴포스트가 세어 보니 관세 부과와 취소 또는 유예가 50번이 넘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주식, 채권, 외환시장은 폭락했다가 한발 뺀 뒤 비로소 회복했다. 그러다 보니 ‘양치기 소년’ 우화처럼 주식시장이 무덤덤해졌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주 유럽연합(EU)에 50% 관세를 매겼다가 이틀 만에 “1개월 반쯤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미 증시는 50% 관세라는 대형 악재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트럼프는 “(타코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며 “다시는 그런 식으로 묻지 말아라. 고약한(nasty) 질문이다”라고 반응했다. 표정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불쾌감을 대놓고 드러냈다. 트럼프는 “말도 안 되는 높은 숫자를 제시한 뒤 살짝 낮춰주는 걸 협상이라 부른다”는 말로 자신을 방어하려 했다. 자신의 책 제목처럼 ‘거래의 기술’로 포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타코식 오락가락 정책은 관세뿐만이 아니다.
▷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도 침략국 러시아의 편을 들면서 지구촌을 경악시켰는데, 최근엔 “푸틴은 완전히 미쳤다”며 돌아서는 듯하다. 집권 1기 땐 “하나의 중국 정책이 꼭 필요하냐”는 미중관계를 뒤흔드는 발언을 꺼냈다가 “존중하겠다”며 물러선 적도 있다. 트럼프를 겪어온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즉흥성이 문제의 중심이란 걸 간파하게 됐다. 또 그의 관세 정책이 생각만큼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트럼프가 신조어 ‘타코’에 언짢아 했지만, 진짜 그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자신과 자신의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일지 모른다.
-김승련 논설위원, 동아일보(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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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자유무역 시스템 다시 볼 생각 말라”
올해 4월 2일(현지 시간) “오늘은 미국 해방의 날”이라며 전 세계를 상대로 국가별 상호 관세율을 발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은 28일(현지 시간) 관세 정책의 최종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있다며 “중지하라”고 판결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사실상 모든 교역국에 매긴 상호관세에 대해 미 법원이 ‘무효’라며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도 세계 무역 질서를 재편하려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1기 ‘관세 전쟁’의 설계자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29일 열린 ‘2025 동아국제금융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판결이 유지되더라도 관세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과거의 자유무역 시스템을 다시 볼 생각은 말라”고 단언했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은 28일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과세 권한을 부여했으며, 이는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비상 권한보다 우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행정명령을 통해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이 ‘권한 남용’이라며 관세 명령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을 거라고 낙관하기는 이르다. 백악관이 “사법 쿠데타”라며 즉각 항소에 나선 데다 모든 행정 권한을 동원해 대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 또한 “대통령은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법 301조 등을 언급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를 위해 새로운 수단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글로벌 무역시스템은 실패했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공정한 무역 구조로 미국의 부(富)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중산층이 몰락했다”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 인식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기조에 깊이 깔려 있는 이상, 미국의 관세·비관세 공세는 한국의 무역을 전방위적이고 지속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철강·알루미늄, 자동차·부품에 매겨진 품목별 관세만 하더라도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반도체, 의약품 등에 이어 스마트폰에도 최소 25%의 품목별 관세를 예고했다. 우리 주력 수출품이 품목별 관세에 막히는 것이 상호관세보다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무역 질서에 대한 ‘새판 짜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종합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수출 한국’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동아일보(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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