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100년을 살지만 1000년을 생각하라] .... [한국은 끝났다?… ] ....

뚝섬 2025. 6. 9. 06:42

[100년을 살지만 1000년을 생각하라]

[광복 80주년, 대한민국이 선 자리]

[한국은 끝났다?… 답은 대통령 아닌 한국인에게 있다]

 

 

 

100년을 살지만 1000년을 생각하라

 

[경제포커스]

내일의 꿈 위해 오늘을 참자는 용기의 리더십이 안 보인다
그러고도 우리가 도약한다면 그게 노벨경제학상감이다

 

1인당 국민소득 400달러이던 1974년 3월 30일, 경남 마산시 양덕동 한일합섬 방직2부 건물 옥상에서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다. 하루 3교대 근무의 여공(女工) 1600여 명은 “일하면서 배우는 학생으로~’라고 시작된 축사에 오열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창업주 김한수는 중학교를 마치고 돈 벌러 온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겠다며 한일여자실업고를 세웠다.

 

“오전 근무일 때는 오후에 공부하고, 야간 근무 땐 오전이든 오후든 알아서 나왔다. 배움에 대한 의지는 상상을 초월했고, 최고 학력 수준도 많았다.”

 

이 학교 50주년 동영상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공장 일로 파김치가 된 여공들은 왜 쏟아지던 잠을 이겨가며 공부에 매달렸을까. 그들에게 공부는 미래였다. 후일 누군가의 아내와 어머니가 된 이들이 가졌던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자’는 정신이 지금 누리는 풍요의 원천임을 확신한다.

 

‘어떠한 시련과 곤궁도 극복할 수 있는 소녀 이외에는 이 교문을 들어올 수 없다.’

 

한일여실고 교문에 붙어 있던 문구다. 첫해 28학급, 1680명인 학생은 1980년 120학급, 7200명으로 눈덩이처럼 불었다. 이 학교 최대 명물은 운동장의 ‘팔도 잔디’. 명절에 고향 내려가 학교서 배운 대로 큰절을 올리다 눈물을 쏟아낸 어린 여공들이 고향을 그리며 파 온 잔디가 운동장을 파랗게 뒤덮었다. 주경야독을 이겨낸 ‘빛나는 졸업장’이란 여기에 가장 잘 어울릴 단어다.

 

한일여실고 출신의 이 학교 교장은 “공부하고 싶어, 고등학생이 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공장에 왔다”고 했다.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한다는 말로, “오히려 학생들에게 많이 배웠다”는 교사들이 많았던 학교다.

 

“교육에 대한 투자 효과는 당장 나타난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투자보다도 효과가 큰 것임을 믿습니다.”

 

이 학교 설립자가 한 연설의 한 대목이다. 학생도, 교사도, 설립자도 미래를 위해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생각으로 만든 학교였다.

 

‘인간백회 천세우(人間百懷 千歲憂)‘.

 

대관령 삼양목장의 청연암에 새겨진 글귀다. 사람은 100세를 살지만 1000년 후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불닭면 신화’로 주가 100만원을 돌파한 삼양식품의 창업자 전중윤의 말이다. 연 매출 100억원 시절에 50억원을 투자해 목장을 만든 것은 라면으로 ‘허기’는 달랬지만 유제품 섭취를 늘려 선진 국민이 돼야 한다는 꿈 때문이었다. 황병산과 매봉 사이 원시림을 개간해 만든 605만평 규모의 목장은 지금도 아시아 최대 규모이다.

 

요즘은 ‘내일보다 오늘을 위해 사는 게 낫다’고 하고, 내가 더 받는 대신 후세들이 더 내게 한 연금 개혁도 용인된다. 심지어 더 일하고 싶다는 사람도 함께 쉬도록 강제하는 법까지 만들었다. 과연 미래를 위해 지금의 고통을 참자고 하면 ‘꼰대’라고 불려야 하는 것일까.

 

예전의 혹독한 노동의 시대로 가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경쟁자를 보라.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미래를 결정할 AI(인공지능) 산업 등에 사활을 걸면서 ‘월화수목금금금’의 개발자들이 넘친다. 나라마다 고령화를 대비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무섭게 진행 중이다. 오늘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없이 우리 산업의 내일은 불가능하지만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는다. 막 치러진 대선에서도 가장 아쉬웠던 것은 “앞으로 10년을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용기 있는 리더십의 부재였다. 오늘의 땀 없이 내일의 풍요가 어떻게 가능하겠나. 그게 가능하다면 진짜 노벨 경제학상 감일 것이다.

 

-이인열 산업부장, 조선일보(2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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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 도심 저녁 상권 붕괴, 저녁 밥값이 점심보다 싸져. 이런 게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

 

-팔면봉, 조선일보(2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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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대한민국이 선 자리

 

[강경희 칼럼]

세계의 찬사 속에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약체 민주주의 드러낸 정당 정치의 파산
좌도, 우도 아닌 엔진 꺼지느냐, 되살리냐 갈림길

 

광복 80주년. 한 사람의 생애보다 짧은 그 세월에 대한민국은 참 많은 걸 이뤘다. 기적의 역사라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세계지도를 펴면 한국이 딛고 선 지정학적 숙명이 비장하게 다가온다. 세계에서 제일 광활한 나라 러시아, 세계에서 둘째로 인구 많은 나라 중국, 그리고 세계에서 제일 폐쇄된 북한이 체제를 달리한 채 맞닿아 있다. 그에 둘러싸여 아시아 대륙 끝에 매달린 듯 크지 않은 영토에 5100만 인구가 모여 산다.

 

딱 80년 전인 1945년 6월 4일엔 국제 질서에서 존재도 미미했다. 두 달 뒤 찾아온 광복도 희미한 새벽녘 여명이었다. 3년 뒤 민주공화국으로 겨우 나라 틀을 갖췄는데 그로부터 2년도 안 돼 침략을 당했다. 지지리 가난하고 변변한 군사력도 없으니 북·중·러 호전적 동맹이 냉큼 집어삼키려고 했다. 유엔군과 수많은 국민의 희생으로 지켜냈고 그 잿더미에서 일군 70년이 오늘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다.

 

이렇게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게 한반도 유사 이래 있었나 싶을 정도다. 경제 규모(GDP)는 세계 12~13위 수준이고 수출은 그보다 높아 세계 6위다. 바다 넘어 드넓은 세계 시장을 개척한 덕분이다. GDP는 일본의 절반 좀 안 되지만 인구 감안한 1인당 GDP는 일본을 넘어섰다. 경제적 극일(克日)을 이뤘다. 문화적 매력도도 한껏 높아졌다. 세계 시장에서 K팝, K드라마가 사랑받고 우리가 평소 먹는 라면, 김치, 만두까지 잘 팔린다.

 

널리 알려진 미국 매체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 10위’를 꼽으며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러시아에 이어 대한민국을 6위에 올렸다. 우리 바로 앞이 영국(4위), 독일(5위)이고, 바로 뒤가 프랑스(7위), 일본(8위), 사우디아라비아(9위)다. 잘 믿기지 않지만 정치적 힘, 경제적 영향력, 군사력, 국제 동맹, 리더십, 이 다섯 가지를 종합한 결과라고 한다. 군사력이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위로 매겨졌다. 영국, 프랑스, 일본보다 앞이다.

 

세계 속 성적표는 이리 높은데, 정작 우리 스스로는 후한 점수를 못 주고 있다. 사는 게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심리적 안전감’이 극도로 낮아졌다. 치열한 경쟁 속에 쉽게 좌절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나라가 됐다. 과열 사교육에 돈 쓰느라 부모는 허리 휘고 아이들은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낸다. 일자리 없고 집 없어 청년들은 결혼 못 하겠다고 하고, 아기가 안 태어나 외국 유명인까지 국가 소멸을 걱정해 주는 지경이다. 세계적 수준의 의료 덕에 수명이 초고속으로 늘어 세계 3위 장수국이 됐는데 돈 없어 재앙 같은 노후도 적지 않다. 나라 전체가 6000조원(가계·기업·정부) 빚더미에 앉아 있다. 그러는 새 성장 엔진이 점점 꺼져 간다. 해법이 없는 건 아니다. 신산업이 쑥쑥 자라도록 부지런히 경제 규모를 키우고 미래 세대에게 일자리와 기회를 열어주면서 사회적 약자를 보듬을 여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규제가 가시 덤불처럼 경제를 옭아매고, 백해무익한 갈등과 반목이 서로를 공격하며 공동체를 질식시킨다.

 

이럴 때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정치다. 공적 마인드를 갖춘 인재들이 모여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국가 미래에 더 나은 정책 해법을 제시하려고 두뇌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자기 이익에만 집착한 부도덕한 정치꾼들이 자리 경쟁을 벌이면서 나랏빚으로 돈 풀 손쉬운 궁리만 한다. 명색이 ‘진보 정당’은 국제 정세에 눈감고 역사를 왜곡하고 사회를 갈라치기하면서 불만을 동력 삼아 정치 근육을 키우는 ‘수구 퇴보 정당’이 됐다. 보수 정당은 보수 리더십이 쌓은 역사적 자산을 다 까먹도록 분열해서 차세대 리더도 키우지 못한 채 대통령 탄핵을 두 번 당한 ‘무능 보신 정당’이 됐다. 민주주의의 꽃인 정당 정치가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80년 대한민국의 성취는 가장 높은 망루에서 고독하게 국제정치 지형을 꿰뚫어 보면서 국가를 지켜내고, 나라 미래를 위해 통찰력 있는 성장 해법을 제시한 리더들이 초석을 닦았기에 가능했다. 그런 탁월한 리더십까지는 아니어도, 신뢰할 만한 리더를 배출하면서 나라를 꾸준히 전진시켰어야 할 정당들이 ‘4류’ 그 이하로 전락해 나라를 지체시켰다.

 

광복 80주년에 국제 정세는 요동치는데 계엄과 탄핵의 정치적 혼란 끝에 조기 대선까지 치러져 새삼 지난 역사와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 80년의 성취가 앞으로도 굳건히 이어지리라는 기대가 무너져 가는 지금, 새 대통령의 임무는 자명하다. 대한민국은 이대로 정체되느냐, 나아갈 동력을 새로 찾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화끈한 묘약은 없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마주 선 현실을 무겁게 느끼고, 더뎌도 제대로 된 해법으로 국민에게 호소하는 신뢰의 리더십이어야 전진으로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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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끝났다?… 답은 대통령 아닌 한국인에게 있다

 

6·3 대선을 앞두고 나는 후보자나 정책을 넘어 한국의 종말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4월에 인기가 많은 독일 유튜브 채널 ‘쿠어츠게자크트(Kurzgesagt)’가 ‘한국은 끝났다(South Korea Is Over)’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알록달록하고 유머러스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통계를 자세히 소개하는 이 영상은, 한국의 저출산율이 2060년까지 인구, 경제, 문화, 심지어 군사력까지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끔찍한 분석 영상은 두 달 만에 12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작년 초 한국의 높은 자살률을 다뤄 화제를 모았던 미국 유튜버 마크 맨슨의 영상보다 조회수가 1000만이나 더 많았다.

내가 ‘한국은 끝났다’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영상의 내용보다 영상 아래 한국인들의 댓글이었다. 한국 사회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영상 속 묘사가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고 동의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소득은 너무 낮고, 직장 문화는 지나치게 힘들며, 경쟁이 과열됐다고 불평했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이 상황을 해결하려는 진지한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도 인구 위기를 막기 위한 여러 정책안을 제시했지만, 정치 평론가들은 현실적인 해결책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나는 후보들의 미흡한 정책만큼이나 사람들의 반응에도 실망했다. 이는 내가 자주 인용하는 프랑스 사회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의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했다. 토크빌은 1830년대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기 위해 미국을 널리 여행했다. 그가 인상 깊게 본 미국인의 특징 중 하나는 문제가 생기면 워싱턴 정치인에게 기대기보다 지역 조직을 구성해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적극적인 태도였다. 토크빌은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당시 미국인과 달리 많은 유럽 국가 사람들은 일이 터지면 팔짱을 낀 채 정부의 개입만을 기다린다고 지적했다.

 

토크빌에 따르면, 이런 수동적인 상태에 빠진 나라는 관습과 법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소멸한다고 했다. 2025년의 한국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인지 모른다. 많은 한국인은 국가가 실제 위기에 봉착해도 정부를 탓하며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치인들이 저출산 문제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은 정당하지만, 어쩌면 이 문제는 애초에 정치인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닐 수도 있다. 1980년대 인구 과잉을 걱정했던 한국 정부의 출산율 억제 운동과 같은 극단적인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듯,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했던 말도 떠오른다. “나는 정부 기관에서 왔고, 도와주러 왔소”가 영어에서 가장 무서운 문장이라는 농담이었다.

최근 한국에서는 가정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평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10개 국가는 정부 지원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들이라는 사실이다. 집을 살 수 없고,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조차 어렵다는 한국 누리꾼들의 댓글을 보면, 과연 그들이 소말리아 사람들보다 더 가난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선진국인 한국이 아프리카 국가보다 생활비가 낮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이 저출산 문제를 완전히 피해 간 선진국은 없다는 점도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인인 나는 21세기 한국이 미국보다 여러 면에서 더 앞서나가고 있다고 느낀다. 반면 맨슨은 바로 이 급격한 발전 의식이 한국 사회의 만연한 우울증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런 동영상을 보는 이유는 한국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넘어 현재의 한국이 자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맨슨이나 쿠어츠게자크트가 그리는 한국의 모습이 아무리 암울해도 한국이 반드시 불행해질 운명은 아니라고 믿는다. 올해 아이를 맞이하게 될 나는 만약 한국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면 이곳에서 가정을 꾸릴 마음조차 먹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낸 한국인들은 인구 위기도 반드시 돌파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그것이 대통령 한 사람 바뀐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동아일보(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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