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餘暇-City Life]

[스치듯 지나가는 가을이 사랑스러운 이유] ....

뚝섬 2025. 10. 21. 09:02

[스치듯 지나가는 가을이 사랑스러운 이유]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쉬운 순간]

 

 

 

스치듯 지나가는 가을이 사랑스러운 이유

 

“겨울이 목판화(woodcut), 봄은 수채화(watercolor), 여름은 유화(oil painting)라면, 가을은 그 모든 것의 모자이크다.” “인생은 가을(fall) 같다. 짧으면서도 형형색색이다.” – 작자 미상

 

어느덧 가을 한복판. 모두들 한껏 음미하고(savor it) 있다. 사계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시절(the most beloved time)인 듯하다.

 

단순한 감상(emotional impression)이 아니라, 생리적·심리적 반응(physiological and psychological response)에서 비롯된 과학적 현상이라고 한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임상심리학자(clinical psychologist) 수전 앨버스 박사는 건강 매체 ‘The Healthy’를 통해 “가을은 감각·뇌·생체리듬이 조화롭게 반응하는 계절”이라며 가을에 끌리는 이유를 다섯 가지 요인으로 정리했다(outline five factors).

 

첫째는 오감을 깨우는(awaken the five senses) 자극이다. 가을은 시각·청각·후각이 동시에 민감해지는(become heightened) 계절이다. 단풍(fall foliage), 낙엽(fallen leaves) 밟는 소리, 흙과 나무 냄새(scent)가 감각을 부추긴다(stimulate the senses). 앨버스 박사는 “이런 각성 반응(arousal reaction)이 뇌의 보상 중추 활성화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promote dopamine release) 포근한 행복감을 준다”고 말한다.

 

둘째는 짧아서 더 소중한 희소성이다. 여름과 겨울 사이에 잠시 스치듯 지나가는(pass in a flash) 가을은 인간 심리에 ‘희소성 효과’를 일으킨다(trigger a ‘scarcity effect’). 자주 오래 누릴 수 없는 한정된(be limited and fleeting) 것일수록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심리적 본능이 애착(attachment)을 만든다.

 

셋째, 일상의 리듬을 되찾는 안정감이다. 한여름의 어수선함(chaos of midsummer)이 지나가고 추석·추수감사절 명절까지 치른 뒤 원래의 규칙적인 생활 질서로 돌아가는 효과다. 예측 가능한 일정한 패턴의 일상(predictable and steady daily pattern)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완화시켜 불안감을 낮추고(reduce anxiety) 마음의 평온을 회복한다(restore emotional calm).

 

넷째, 신선한 공기가 주는 활력이다. 뜨거운 여름과 달리 야외 활동(outdoor activities)을 유도한다. 운동하기 좋고 체온(body temperature) 조절이 수월하다. 시원한 공기 속에서 걷거나 뛰면 뇌의 산소 농도(oxygen level)가 높아져 사고가 명확해지고 몸과 마음이 맑아진다.

 

다섯째는 숙면(sound sleep)을 돕는 최적의 기온이다. 체온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돕고 몸을 쾌적하게 이완시켜 생체 리듬을 안정시킨다(stabilize biological rhythms). 수면과 기분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충분한 수면은 정서적 안정감을 높인다고(enhance emotional stability)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꺼번에(all at once), 여름은 가을로 무너져 내렸다(collapse into fall),” – 오스카 와일드(아일랜드 작가).

 

“가을은 놓아주는(let things go)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 작자 미상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5-10-21)-

______________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쉬운 순간

16일 충북 괴산군 농업기술센터 일대에 핀 코스모스들이 가을 바람에 일렁이고 있다./뉴시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지만 맑고 높은 가을 하늘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10월 초부터 비 내리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 내린 비의 양은 161.9㎜로 평년의 6배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강수일수(0.1㎜ 이상 비가 내린 날)는 9.8일로 이미 10월 한 달 치 평균 기록(5.9일)을 넘어섰습니다. 보통 10월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는데 올해는 왜 이렇게 가을비가 자주 내릴까요. 높은 해수면 온도 등의 영향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고기압이 공급한 고온 다습한 수증기가 북쪽의 건조하고 찬 공기와 마주치면서 우리나라에 비를 뿌리는 것입니다.

 

천고마비는 ‘하늘이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입니다. 좋은 날씨에 풍요로운 가을 정취를 일컫는 사자성어입니다. 하지만 본래는 이런 의미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한서(漢書)’에는 전한의 장수 조충국이 황제에게 “가을이 돼 말이 살찌면(到秋馬肥) 북방의 흉노족이 쳐들어올 것”이라고 보고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송나라 장군 이강은 “가을이 깊어지고 말이 살찌면(秋高馬肥) 오랑캐들이 반드시 다시 쳐들어온다”고 경고했습니다. 과거 중국인에게 가을은 마냥 좋은 계절이 아니라 북방의 이민족이 침략해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는 시기였던 것입니다. 북방 민족으로서는 수확의 계절에 빼앗아갈 게 더 많았을 겁니다. 또 말이 초원의 풀을 마음껏 뜯어 먹어 힘을 비축한 상태에서 전쟁 준비를 마치고 더 추워지기 전 침략하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천고마비’라는 말은 이 ‘추고마비’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를 담았던 본래 뜻은 사라지고 세월이 흐르면서 글자 그대로 가을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쓰이게 된 거죠.

 

그런데 날씨도 날씨이지만, 요즘 우리 현실은 가을을 온전히 즐기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기 둔화와 정치·사회적 갈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온통 짜증 나고 우울한 뉴스뿐입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멈추지 않습니다. 미국 시인 브라이언트는 “가을은 한 해의 마지막이자, 가장 사랑스러운 미소”라고 했습니다. 그 짧고 풍요로운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나 아쉽습니다.

 

-김승범 기자, 조선일보(25-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