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 70세, 막내아들 5세, 아빠 누굴까]
['70세 인턴']
큰딸 70세, 막내아들 5세, 아빠 누굴까
70세 여성이 5세 남자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 한 장이 화제다(go viral). 할머니와 손자 사이 아니다. 큰누나와 막내 남동생이다. 나이 차이(age gap)가 무려 65년.
올해 95세인 자동차 경주 대회 포뮬러원(F1) 최고경영자 출신 억만장자 버니 에클스톤의 큰딸과 막내아들이다. 막내가 증손자뻘이다(be roughly in his great-grandchild’s generation).

에클스톤은 2012년 46세 연하인 파비아나 플로시(49)와 결혼해 2020년에 막내아들을 얻었다(father his youngest son). 당시 나이 89세. 큰딸은 자기 손주들을 둔 할머니가 됐고, 막내아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그 중간엔 둘째 아내와 사이에 태어난 41세와 36세 두 딸이 있다.
미국 연예 잡지 ‘People’에 따르면, 올해 81세인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는 2023년 79세 나이에 일곱 번째 아이를 얻었다. 딸이다. 1976년에 낳은 장남과 나이 차이는 47년.
영화배우 켈시 그래머(70)는 최근 여덟 번째 아이를 얻었다. 장남은 42세. 네 번째 결혼에서만 네 자녀를 낳았다. 앞서 일곱 아이들에게 잘해주지 못한 걸 늦둥이에게 채워주고(make it up to his last child) 싶단다.
록밴드 ‘롤링 스톤스’의 보컬 믹 재거(82)도 여덟 자녀를 두고 있다. 발레리나 출신 38세 약혼녀와 사이에 8세 아들이 있다. 장녀(54)와 막내는 46년 차이. 막내의 동생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롤링 스톤스’의 기타리스트 로니 우드(78) 역시 31세 연하 아내와 사이에 51세 장남부터 9세 쌍둥이 딸들(twin daughters)까지 42년 터울이 나는(span an age gap of 42 years) 여섯 자녀를 두고 있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 로드 스튜어트는 올해 80세가 될 때까지 다섯 여성과 사이에 여덟 자녀를 뒀다. 맏딸은 61세, 막내아들은 13세. 여덟 자녀 모두를 데리고 가족 휴가 다니는(take them all on a family vacation) 걸 자랑스레 홍보한다.
올해 95세 배우 겸 감독(actor and director)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공식 자녀만 여덟이다. 71세 큰딸부터 28세 막내딸까지 43년 격차다. 85세 배우 알 파치노는 2023년 83세 나이로 31세 여자 친구와 사이에 네 번째 아이를 낳았다. 지금의 여자 친구보다 세 살 많은 36세 장녀와 막내딸 나이 차이는 34년.
배우 겸 감독 멜 깁슨(69)은 세 여성과 사이에 아홉 자녀를 뒀다(have nine children with three women). 45세 장녀부터 7세 막내까지 터울은 38년. 지금은 58세 때였던 2014년 만난 당시 23세 여자 친구와 살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남성의 고령 출산에 신중한 입장이다(take a cautious stance on advanced paternal age). 정자의 질(quality of sperm)은 나이가 들수록 저하되어(deteriorate with age), 자녀의 자폐증 또는 정신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have a higher risk of autism and mental health disorders) 연구도 있다.
95세 에클스톤은 70세 딸에게는 삶의 조언자(life advisor), 5세 아들에게는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동화책 읽어주는 ‘늦둥이 아빠’ 역할을 하고 있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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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인턴'
방송인 전현무씨가 워낙 추신수 선수를 좋아한다니 다행이지만, 요즘 '전무후추'(前茂後秋)라는 사자성어가 유행이다. 미 프로야구 9월의 선수로 선정될 만큼 놀라운 활약을 펼친 추 선수의 후반기 성적이 만들어낸 조어(造語)인데, 1할 타율도 안 될 정도로 부진했던 4월에는 외모가 비슷한 전씨가 텍사스에서 대신 뛴 것 아니냐는 농담이다.
국내 극장가에서도 지난주 말 '전무후추'라 할 만한 역전극이 있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한 영화 '인턴'이 화제작 '사도'를 누르고 10월 첫 주말 관객 수 1위를 기록한 것이다. 개봉 이후 총관객 수는 '사도'가 앞서지만, 이번 주에는 스크린별 관객 점유율도, 실제 관객 수도 '인턴'이 더 높고 많다.

숫자만의 역전과 반전을 넘어 영화 '인턴'에는 인생 후반으로 갈수록 기품과 경륜을 더하는 노년이 등장한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하는 70세 인턴, 벤이다. 30세 젊은 여성 CEO가 운영하는 온라인 패션 스타트업(신생 벤처)이 정부 시책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채용한 시니어 인턴. 하지만 로버트 드 니로는 여기서 더 이상 심술궂은 영감님이나 은퇴한 마피아가 아니다. 현란하지만 허술한 젊은 친구들에게 삶의 숙련(熟鍊)이 무엇인지를 윽박지르지 않고 알려주는 노년이다. 40년을 한 직장에서 근무하고 은퇴한 할아버지. 그는 어린 상사에게 깍듯한 예의를 갖추고, 상사가 결정 장애를 일으킬 때마다 인생의 지혜를 들려주며, 딸 같은 상사가 삶의 안팎에서 눈물 흘릴 때 다림질한 손수건을 건넨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대목이 있다. 벤은 살 때는 최고 제품이었지만 40년 된 낡은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닌다. 비싼 가방을 사는 건 돈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같은 가방을 40년 동안 들고 다니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아날로그는 이제 뒤떨어진 삶의 방식이라 믿는 후배들에게 '70세 인턴'은 그 자체로 경이(驚異)였다.
IT와 인터넷이 과점(寡占)해버린 세상. 선배는 자신들의 숙련을 무의미하게 여기는 듯한 세상을 원망하고, 후배는 술 마시고 놀아도 취직하고, 학생운동 한다고 학점 바닥에 깔아도 취직했던 선배들의 젊은 시절을 판타지로 여긴다.
서로 책임을 먼저 묻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서로에게 화산처럼 분노를 터뜨려야 할 때가 아니라 어깨를 보듬고 함께 걸어가야 할 시점 아닐까. 시스템 문제는 그것대로 당연히 개선해야겠지만, 결국 가장 가깝고 손쉬운 것은 나 스스로의 마음이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를 보고 젊은 후배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인류를 본 느낌"이라고 평하는 걸 들었다. 부디 우리 기성세대가, 선배들이 먼저 손을 내밀었으면 한다. 쓰지도 않으면서 뭐하려고 매일 아침 손수건을 챙기느냐는 젊은 후배의 질문에 로버트 드 니로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손수건을 안 가지고 다니지. 근데 자네, 손수건의 진짜 용도가 뭔지 아나. 바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거라네."
-어수웅 문화부 차장, 조선일보(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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