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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乙)들의 전쟁] 을을 위한 정책이 다른 을들에게 눈물을..

뚝섬 2017. 7. 24. 08:28

지난 19일 기간제 교사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공공 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자신들도 끼워넣어 달라는 요구였다. 이들은 "학교 현장에서 차별받으며 정규직 교사들이 하는 수업·업무를 대신해 왔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다음 날 정부가 발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이들은 제외됐다.

▶기간제 교사는 교사자격증은 있지만 임용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다. 전국적으로 46000명이다. 보통 1년 단위로 개별 학교와 계약한다. 정규 교사와 같은 일을 하지만 보수가 적고 신분도 불안하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에 당장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예비 교사들부터 반발했다.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면 신규 교사 자리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 교사들 상당수도 "우리는 어렵게 시험 봐 교사됐는데…"라는 반응이라고 한다



▶내년 최저임금 16.4% 인상이 결정됐다. 그러자 편의점·음식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걱정거리가 생겼다. 형편이 어려워진 점주들이 자신들을 해고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실제 고용주 80%가 내년엔 알바 고용을 줄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직장 은퇴 후 다만 몇푼이라도 벌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그들 역시 우리 사회의 을()이다. 차라리 자기들이 알바 하겠다고 하고 있다. 정부가 한쪽 을을 구제하려고 하자 다른 쪽 을이 한숨을 쉬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 기관 지역 인재 30% 채용 할당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 인재 기준이 모호하다. 해당 지역 대학을 나온 학생만 지역 인재에 포함되고 그 지역 고교를 나와 다른 지역 대학에 진학하면 아니라고 하는데, 그게 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다. "지방고에서 힘들게 공부해 서울 지역 대학 진학했다. 왜 나는 지역 인재 아닌가?" "수도권 고교 나와 지방대 입학하면 지역 인재라고 봐야 하나?" "열심히 노력해 명문대 들어간 것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가?". 안 그래도 취업 때문에 기죽은 청년들이 새 제도를 놓고 갑론을박을 편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최저임금 올려주고, 지방대 우대하는 정책은 모두 을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정책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GDP 5만달러, 10만달러가 아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을을 위한다는 정책이 다른 을들에게 눈물이 되고, 이쪽 을과 저쪽 을이 맞부딪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한쪽만 쳐다보고 밀고 나가면 '을끼리의 전쟁'은 쉬는 날이 없을 것이다.

 

-안석배 논설위원, 조선일보(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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