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기적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 날 한 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1964~ )
내일은 우리의 새해, 설날이다. 설이란 새해의 첫머리, 설날은 첫날이라는 뜻을 품고 있단다. 누군가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했던가. 걷든, 달리든, 기든, 날던, 바위처럼 붙박여 있는 아픈 몸일지라도 한 해를 건너서 새해에 이르렀다면 기적이다. 첫날에 맞는 기적이겠다.
느리고 빠른 게 무슨 상관이랴. 첫날이라는
시점에 닿는 자체가 생명체로서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 서로 축하하고 축하받아 마땅하다. 어둠은 털어내고 웃음을 내걸자. 명절의 의의가 이런 데도 있다.
새해 출발점, 어린이나 어른이나 첫걸음부터 밝게 내디뎌야 하리. 앞길에 혹여나 웅크리고 있을 웅덩이를 건너뛰는 힘이 될 것이니.
-박두순 동시작가, 조선일보(18-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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