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구두
오랜만에 입김 불며
아빠 구두를 닦았어요
펑퍼짐히 넓어진 볼
삐뚜름히 닳은 굽
툭하면
바쁘다던 아빠
구두 속에 있었네요.
―김종헌(1964~ )
아빠가 살아온 모습이 어디 있나 했더니, 구두 속에 숨어 있었네. 구두를 닦다가 본 아버지의 모습이란! 펑퍼짐히 넓어진 구두 볼에, 삐뚜름히 닳은 굽에, 아빠 삶의 자취가 화석처럼 새겨져 있네. 온전한 몸매를 갖고 있지 못한 구두, 네가 말해 주는구나.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바삐 살아온 아빠, 얼마나 힘들었을까. 놀러 가자 해도 바쁘다고만 한 까닭을 알겠구나.
어린이들이여, 아빠 구두를 한 번쯤 닦아 드리고 구두에 어려 있는 아빠 모습이 어떤지 한번 엿보자. 어려운 일 혼자 묵묵히 해내느라 외로울 아빠와 다정히 눈길 맞추며 위로를 건네 보자. 아빠 눈에 고마움의 눈빛이 샘물처럼 고이게. 동시조 한 수가 아버지의 수고를 우리 앞에 새삼스레 비춰 주네.
-박두순 동시작가, 조선일보(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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