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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배’.. ] [고립된 한강서도.. "짜장면 시키신 분 맞죠?"] ....

뚝섬 2023. 4. 1. 06:46

[‘딸배’라 불리는 사나이] 

[고립된 한강서도… "짜장면 시키신 분 맞죠?"] 

[무서운 장맛비]

 [가을 장마]

 

 

 

딸배’라 불리는 사나이

 

도로의 무법자딸배확산.. 몰래 신고하는딸배헌터
시민 돕는 정의의 기사처럼 이제는 지키며 달립시다

 

한 오토바이 배달 기사가 헬맷 미착용 상태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 남성은 곧 경찰에 신고 당해 범칙금을 부과받게 된다. /유튜브 캡처

 

우리나라 국조(國鳥)는 무엇인가. 치킨이다. 우리의 소원은 무엇인가. 빨리빨리. 우리는 어떤 민족인가.

 

배달의민족을 도로에서 자주 마주치곤 한다. 적색등이 들어왔고, 여느 때처럼 나는 정차 중이었다. 오토바이 한 대가 앞에 끼어들었다. 이윽고 한 대, 또 한 대. 하나같이 뒤에 큼지막한 배달 가방이 달려 있었다. 도합 세 대의 오토바이는 잠시 좌우를 살피더니, 한날한시에 죽기를 맹세한 유비·관우·장비처럼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빨간불 따위가 어찌 장부의 앞길을 막겠는가. 자못 비장하기까지 한 장관이었다. 범칙금 신고 대신, 나는 그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신호 위반은 애교 수준이고, 엽기에 가까운 곡예 운전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배달’을 뒤집은 속칭 ‘딸배’가 이들의 별명이 된 이유다. 얼마 전 대전에서는 오토바이 안장 위에 곧추서 서커스하듯 도로를 달린 50대 배달원이 검거됐다. 캄캄한 밤이었다. 21일 시민들이 촬영해 올린 영상을 봤더니, 마상 무예의 한 장면 같았다. 경찰 조사에서 이 남성은 “운전하다 몸이 피곤해 스트레칭하려고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달리는 말 위에서 먹고 잤다는 기마민족처럼, 과연 차원이 다른 노련함이다. 그러나 사고 안 난 게 다행이다. 다른 사람 인생을 나락으로 직송할 뻔했다.

 

배달 오토바이가 서울 시내에 주차돼있다.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는 배달 기사들의 시위가 최근 벌어지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

 

그러자 ‘딸배 헌터’가 등장했다. 교통법규를 우습게 아는 전국의 불량 ‘딸배’를 참교육하는 유튜버인데, 헬멧도 번호판도 없이 인도 주행과 역주행까지 불사하는 배달 기사들을 신고해 금융 치료를 선사하며 유명해졌다. 영상 제목만 봐도 내용을 대략 유추할 수 있다. 미성년자 딸배의 최후, 경찰 따돌리는 딸배의 최후…. 지난 2 부산에서는 범칙금 2억원어치인 5000 신고라는 기염을 토했다. “당신이 진정한 애국자” 같은 댓글이 민심을 보여준다. “당장은 밉겠지만 결과적으로 딸배 목숨을 구하는 선행이라는 반응도 많다. 약간의 정화 효과도 생겼다. 횡단보도에서 내려 오토바이를 끌고 걸어가는 배달 기사들이 속속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폭주에도 사정은 있다. 더 뛰어야 더 버니까. 악천후에도 달려야 한다. 지난해 여름 80년 만의 폭우로 시간당 100㎜ 이상의 물 폭탄이 쏟아질 때에도, 침수된 도로 위를 그들은 달렸다. 월드컵과 올림픽과 온갖 환희 속에서 그들은 대한민국을 부르짖는 대신 길 위에서 콜(주문)을 접수한다. 그들의 직업 윤리에는 결코딸배 비하할 없는 숭고함이 있다. 신체적 위험도 위험이거니와, 인성 교육이 덜 된 일부 진상의 하대(下待)도 견뎌야 한다. “나가는 김에 쓰레기 좀 버려주세요” 같은. 2019년에는 국내 배달 기사 노동조합(라이더 유니온) 생겼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다.

 

그러나 쉽지가 않다. 경기 침체로 배달량은 현저히 줄었다. 배달비 폭등과 코로나 끝물의 여파로 배달 이용자가 1 전보다 600만명 넘게 감소했다고 한다. 이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밤에 배달 나간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된 불을 목격하곤 소화기로 진압한 뒤 유유히 사라진 배달 기사, 한강에 뛰어들어 익사 위기의 시민을 구해낸 정의의 기사들을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은 기사(騎士) 불려야 마땅하다. 지난 3·1절, 한 만취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 화물차를 들이받고는 차에서 내려 달아났다. 당시 주문 대기 중이던 배달 기사 네 명이 합동 추격에 나섰고, 검거에 성공했다. 모두 저마다 달린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그래도 법은 지키며 달리자.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정상혁 기자, 조선일보(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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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한강서도… "짜장면 시키신 분 맞죠?"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 한강공원에서 중국 음식점 배달원(앞쪽)이 배달 음식을 밧줄에 달린 통에 담아 다리 너머 수상 건물에 있던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흘째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한강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서울 한강공원 곳곳이 침수됐다. 수상 건물과 육지를 잇는 다리가 물에 잠기자 건물 직원들이 미리 주문한 음식을 밧줄에 매달아 전달받는 일도 있었다.

지난 2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 서초구 잠원 한강공원의 수상 건물과 육지를 잇는 다리(3m)가 물에 잠겼다. 배 위에 지어 올린 이 수상 건물은 평소 레스토랑과 카페로 운영되며 요트 선착장도 자리 잡고 있다. 업체 측에 따르면, 굵은 비가 내리던 지난 2일 오후 4시 30분쯤 수상 건물 내부에는 관계자 3명이 있었다. 앞서 업체 측은 이날 오후 4시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서 "팔당댐 방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안내를 받고 한강 수위 상승에 대비해 안에 있던 손님과 직원들을 내보냈다. 업체 대표와 요트 조종사 2명은 물이 불어날 경우 건물 내부와 요트 정비를 하기 위해 남았다.

셋만 남게 된 이들은 허기를 채우려고 인근 중국 음식점에 짜장면 등 중화요리를 주문했다. 이때만 해도 다리는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음식점 배달원이 짜장면을 담은 철가방을 들고 도착한 오후 4시 30분쯤엔 갑자기 불어난 강물이 다리를 삼켜버렸다.

다리 입구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배달원에게 업체 직원이 미리 육지와 연결해둔 비상용 밧줄에 플라스틱 통을 고리로 매달아 던졌다. 업체 대표는 3일 본지 통화에서 "다행히 다리가 완전히 잠기진 않아 사람이 건널 수도 있을 정도였지만,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해 밧줄을 이용해 음식을 건네받았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조선일보(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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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장맛비

 

어제(3일) 새벽 3시 30분쯤 장대비 소리에 깼다. 심상치 않아 둘러보니 부엌 창호 위쪽 틈에서 비가 새고 있었다. 수도꼭지를 약하게 틀어놓은 것처럼 줄줄 흘렀다. 급한 대로 조치를 했지만 어수선한 아침을 보냈다. 외벽을 나무로 붙인 집인데 나무벽이 속으로 삭은 것 같았다. 지붕엔 처마를 설치해 비를 막아야 하는데 처마 없는 지붕으로 지은 구조적 취약점 때문이었다.

▶한옥 지붕의 추녀는 멋을 내려 한 게 아니라 비에 젖은 기둥이 햇볕을 쉽게 받게 하려고 하늘로 고개를 들어 올린 것이라는 설명을 건축가 유현준 교수 책(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읽었다. 장마철엔 땅이 쉽게 물러버린다. 기둥이 물에 닿아 썩지 않게 주춧돌을 놨고, 기둥이 비에 젖지 않도록 서까래를 늘려 처마를 만들었다. 그런데 지붕 코너 부분은 서까래가 대각선 형태여서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대로 두면 나무 기둥에 그늘이 생겼고, 이걸 해결하려 처마를 들어 올렸다는 것이다. 건물이 기후 조건에 맞춰 진화한 것이다. 

 

▶미국 환경저널리스트 신시아 바넷이 '비(Rain)'라는 책에서 목욕이나 수영 후 물속에 오래 있다 나오면 손가락이 물에 불어 대추처럼 쪼글쪼글해지는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얼핏 피부가 물을 흡수해 부풀어오르면서 주름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사실은 수백만년 전 열대우림에 살던 인류 조상이 빗속에서 뭔가를 붙잡을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빗물에 젖으면 자율신경계가 작동해 손가락에 주름이 생기게끔 진화했다는 것이다. 신체 역시 비에 적응해 진화한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환경부 작성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보면 한국 도시들은 최근 30년간 여름철 강수량이 뚜렷하게 증가해왔다. 앞으로도 같은 추세로 갈 것이다. 한 번에 내릴 수 있는 가능최대강수량이 전엔 915㎜였는데 2100년엔 1030㎜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1998년에 이어 올해도 양쯔강 대홍수와 한반도 폭우가 함께 찾아왔다. 1998년 8월 양쯔강에선 100군데 넘는 제방을 일부러 폭파해 본류 홍수를 막아야 했고 수백만명이 '인간 제방'으로 나섰다. 거의 같은 시기에 지리산 기습 폭우로 80명 넘게 숨졌고 수도권에선 하루 330㎜ 폭우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상이변을 기후변화 탓으로 본다. 기후변화는 강력한 관성(慣性)을 갖는다. 앞으로 어떤 대책을 취해도 일정 수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미리미리 건물 구조나 도시 인프라 배치 등에서부터 난폭해질 날씨에 대비한 설계를 해야 한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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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장마

 

누런 흙탕물이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것 같은 착시를 경험한 적이 있다. 거센 장맛비로 수위가 한껏 올라간 한강 하구 풍경은 강물이 강바닥을 흐르는 게 아니라 하늘에 물길을 낸 듯했다. 2011년 7월 하순 인천공항에서 올라탄 버스 안에서 '이대로 살아 서울로 갈 수 있을까' 걱정했을 정도다. 서울 관악구엔 한 시간 만에 110.5㎜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가까운 우면산에 산사태가 생기면서 주민 18명이 숨졌다. 광화문과 청계천, 강남 포스코 사거리도 곳곳이 침수되거나 범람하고 정전 사태가 잇따랐다.

 

▶여름장마 뺨치게 더 드센 게 '가을장마'다. 여름철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완전히 물러간 7월 말~9월 사이에 생긴다. 기상학 용어는 아니지만 '2차 장마'라고도 한다. 경쟁자 없이 한여름을 지배하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바람에 맞서는 시기다. 슬슬 가을 기운을 몰고 오는 북 세력과 서로 밀고 밀리는 전투라도 치른 듯 한바탕 '유혈' 상처를 남긴다. 8월 말부터 나흘간 중부에 물 폭탄을 터뜨린 '1984년 대홍수'가 그랬다. 인명 피해만 186명에 이재민이 부지기수였다.

 

▶그때 군 기상 장교로 근무했던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북한이 우리한테 쌀이며 옷이며 구호품을 주겠다고 제안했는데 북한 구호품이 전달된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기억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관계를 개선한다며 정부가 북측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일산 제방이 무너지고 사망 163명, 이재민 18만명에 5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낸 '1990년 대홍수' 땐 유언비어마저 난무했다. "서울 강남 주민들을 살리려고 제방을 일부러 무너뜨린 것 아니냐"고 했다. 난폭한 가을장마로 민심까지 흉흉했다.

 

▶그제 기상청은 서울에 내린 기습 폭우를 제때 예보하지 못했다. 호우주의보 수준을 넘는 비가 이미 쏟아졌는데도 한 시간 넘게 주의보 발령을 안 해서 퇴근길 시민들이 골탕을 먹었다. "예보 아닌 실황 중계하는 기상청"이란 비판이 또 나왔다. 기상청 예보국장은 기자들에게 하소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당황스러움을 넘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상상하지 못한 현상'인지라 '(우리가 알던) 지식과 상식에 대해 다시 생각 중'이라 했다.

 

▶1초에 5800조(兆) 번 연산 능력을 갖춘 수퍼컴퓨터도, 천리안 인공위성도 무용지물일 만큼 예보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다행인 건 이번 가을장마가 아직은 과거보다 피해가 덜하다는 점이다. 기상청 예보관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박은호 논설위원, 조선일보(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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