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트와이스가 놓은 韓日 가교도 허무나] [도쿄돔의 방탄소년단] [우리가 손 내밀어야 할 일본도 있다] 두 일본 중 어떤 일본과 손잡아야..

뚝섬 2019. 5. 11. 06:17

트와이스가 놓은 韓日 가교도 허무나 


트와이스에 매료된 日 청년들, K팝 배우려 대한해협 건너와

과거사로 냉랭해진 韓·日 관계… 젊은이들 교류 본받아 풀어야 


K팝 걸 그룹 트와이스 소속 일본인 가수 사나가 "헤이세이(平成) 고마워, 레이와(令和) 잘 부탁해"라고 소셜미디어에 썼다가 한국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전범 국가 출신으로, 한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군국주의 상징인 일본 연호 언급은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란 비난에 시달렸다. 사나는 아키히토 일본 천황의 퇴위로 연호가 바뀐 지난달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헤이세이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헤이세이 시대가 끝난다는 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지만 헤이세이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썼다. 이게 욕먹을 일인가.

일본 쪽 반응도 험악했다. "반일 근본주의 미치광이들" "나치와 같은 수준의 조선 파시즘" 같은 극언이 쏟아졌다.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된 반목이 양국에 드리운 음영이다. 한·일 두 나라엔 서로를 향한 공격을 애국이라 믿는 이들이 있다. 정작 하는 일은 양국 관계 훼손이다. 그들은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할 소재를 찾아 혐한(嫌韓)의 칼을 휘두르고 친일(親日)의 낙인을 찍는다.카카오PC방배틀 신청하기


하지만 이게 한·일 관계의 전부는 아니다. 지금 두 나라 젊은이들은 대한해협을 넘나들며 뜨겁게 교류하고 있다. 트와이스는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일본 내 한류 붐을 이끄는 투톱이다. 지난 3, K팝 걸 그룹으론 최초로 도쿄·오사카·나고야 돔 투어에 나섰다. 일본의 돔 공연은 좌석이 4~5만석에 이르는 초대형 이벤트다. 그걸 다섯 번 해 전 석 매진을 기록했다. 트와이스가 최근 일본에서 발매한 한국어 앨범 FANCY(팬시)는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 1위에 올랐다. 마돈나도 세 번밖에 못 한 이 부문 1위를 네 번이나 했다.

일본 청년들은 자국 출신 사나·미나·모모가 트와이스 멤버라는 사실에 가슴이 뛴다. K팝 아이돌이 펼치는 '칼 군무(群舞)'에 매료돼 "나도 한류 스타가 되겠다"며 대한해협을 건너온다. akb48 등 일본 현역 가수들까지 K팝 연습생이 되겠다며 한국 기획사 문을 두드릴 정도다. 작년 10월 한국에서, 그리고 올 2월 일본에서 데뷔한 아이즈원이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J팝이 한국 가요를 압도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광경이 지금 두 나라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웹툰도 가세했다. 망가(일본 만화)의 나라에 진출한 한국 웹툰이 최근 6개월간 일본 만화 앱 1, 2위를 휩쓸었다.

한류 열풍을 거슬러 올라가면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알려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1998)이 있다. 이 취지에 따라 한국은 일본 문화 개방을 단행했고 일본엔 한류 바람이 시작됐다. 그 후 일본에 출장 가면 어린이들까지 필자에게 다가와 "안녕하세요"라고 우리말로 인사했다. 가까워진 두 나라 관계를 실감하던 시절이었다. 그게 지금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양국에서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 탓이 크다.

3
년 전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인들에게 시달렸을 때, 한국에선 "중국의 촌스러운 민족주의"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랬던 우리가 이번에 사나를 공격했다. 다행히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싸움 거는 반일(反日)로는 이룰 수 없는 진짜 극일(克日)이고 서로에게 도움 되는 윈윈(win-win) "개인적 감정까지 문제 삼는가" "우리도 혐한 세력과 비슷해지는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공감을 얻으며 사나를 향한 비난은 수그러들었다.

일본은 한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를 앞섰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일본을 앞지르는 분야가 나오고, 박수까지 받고 있다. 이다. 과거사 문제도 이런 정신으로 풀어야 한다.


-김태훈 출판전문기자·논설위원, 조선일보(1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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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의 방탄소년단

 

2007 5월 가수 비가 도쿄돔에 섰다. 폭우가 쏟아졌다. 여닫을 수 있게 돼 있는 거대 지붕을 닫았다. 관객 43000여 명이 들어찼다. 인기 그룹 SMAP 멤버, 축구 선수 미우라 가즈요시 같은 일본 스타들이 객석에 앉아 있었다. 비는 힘찬 몸짓과 노래로 도쿄돔을 들썩이게 했다. 한국 가수의 첫 도쿄돔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도쿄돔은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홈구장이다. 세계적 스타나 일본 최고 가수만 서는 초대형 공연장으로도 쓰인다. 마이클 잭슨, 비욘세, 이글스가 여기에 섰다. 일본 가수도 X재팬, SMAP, 아무로 나미에 정도 돼야 이 무대에 오른다. 무엇보다 55000 객석을 채울 만한 인기와 관객 동원력이 필수다. '겨울연가' 이후 불붙은 한류 붐을 타고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JYJ, 카라, 소녀시대, 2PM 역시 도쿄돔에 섰다. K팝 스타가 줄을 잇던 때다



▶방탄소년단이 어제 그제 이틀 연속 도쿄돔 밤을 밝혔다. '원폭 티셔츠' 논란으로 일본 방송사들이 출연을 취소하고 혐한(嫌韓) 보도와 우익의 비판이 쏟아지던 와중이었다. 공연장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밤마다 5만명 넘는 관객이 몰려 "BTS 사랑해요"를 외쳤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ARMY)'가 주축이었다. 다음 주 오사카 교세라돔 사흘 공연과 내년 1·2월 나고야, 후쿠오카돔 이틀씩 공연도 벌써 매진이다.

▶지난주 일본서 나온 방탄소년단 싱글 앨범 '페이크 러브/에어플레인 파트2'는 오리콘 주간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걸그룹 트와이스는 음반 '예스 오어 예스'로 주간 앨범 차트 1위를 했다. 한국 남녀 아이돌 그룹이 나란히 일본 가요계를 휩쓴 셈이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한국에 대한 비판 분위기가 일본에서 커지던 중에 나온 소식이다. K팝 경쟁력이 정치나 역사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 만큼 커진 것 같다.

▶올해는 우리가 일본 대중문화에 문을 연 지 20년이다. "일본 문화에 종속돼 우리 문화 산업이 말라 죽는다"는 불안은 오래전 깨졌다. 영화·드라마·대중음악·게임·애니메이션 같은 문화콘텐츠의 대일(對日) 수출은 137605만달러(2016)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15099만달러보다 10배 가까이 된다. 문화는 개방하고 섞이면 강해진다. K팝의 약진이 대표적이다. K팝은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 춤과 노래의 '메이저리그' 주역을 넘볼 만큼 훌쩍 컸다. 그 선두에 방탄소년단이 있다.

 

-김기철 논설위원, 조선일보(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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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손 내밀어야 할 일본도 있다


日 혐한류는 中 한한령과 달라 여러 목소리 중 하나에 불과해
BTS 공연엔 全席 매진으로 환영… 그런 일본과 함께 미래 열어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한 멤버가 입은 버섯구름 티셔츠 사진을 보며 여러 사람이 통쾌함을 느꼈나 보다. 관련 뉴스의 댓글을 보니 "일본은 한 방 더 맞아야 한다" "침략자에게 그 정도도 못하느냐" "애국한 건데 뭐가 문제냐"고 한다. 그런 댓글을 쓰는 이들은 원자폭탄엔 눈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원자탄은 조준이 필요 없는 무기다. 1945 8 6일 오전 B-29가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탄은 8000m를 하강하다가 지상 550m 상공에서 터졌다. 그 폭탄 한 방에 히로시마 주민 16만명이 몰살당했다. 나가사키에서 7만명이 더 죽었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아시아 여러 나라에도 극심한 피해를 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전쟁과 무관한 이들까지 무차별하게 죽여도 되는 것은 아니다
.

히로시마에서 죽은 이 중엔 고종의 손자 이우(李鍝·1912~1945)도 있었다. 조선 왕족 가운데 유일한 희생자다. 그는 강요에 의해 일본 장교가 됐지만 히로시마에서 근무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전역을 요구하다 끌려가 한 달도 안 돼 피폭당했다. 얼굴과 가슴에 화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돼 밤새도록 신음하다가 다음 날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서울로 운구돼 자신의 장례식이 치러지던 날 조국의 광복을 맞았다. 이런 기막힌 사연을 갖고 죽은 이가 한둘이었겠는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목숨을 잃은 조선인이 약 4만명이다. 2400명은 피폭의 상처를 지닌 채 살아 있다. BTS 멤버인 그 청년은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고 그 옷을 입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

한·일 양국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와 온갖 혐오의 말을 쏟아내고 증오를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등장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온 뒤여서 더 극렬했다. 혐한(嫌韓)이란 표현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혐한', '()혐한'이라 쓴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한국과 단교하라!"고 외쳤다. 상처에 약을 바르지 않고 손톱으로 긁어 기어이 덧내고야 말겠다는 이들이다. 일본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도 기다렸다는 듯 발끈하는 대응이 잇따랐다. BTS 멤버가 입었던 티셔츠를 보란 듯 완판시키며 일본을 자극했다. 애국심이 맹목적인 민족주의의 옷을 입으면 핏줄 갖고 목숨을 차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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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파리 개선문 앞에서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전날 독일이 항복한 종전기념관을 찾아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로 끌어안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민족주의와 애국을 혼동하지 말자고 했다. 그는 잘못된 민족주의를 과거의 악령으로 규정하고, 그 악령이 원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공포'라고 말했다. 과거사에 포박당한 한·일 양국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 수 없다
.

일본은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민주국가다. 사드 배치 후 시작된 중국 한한령(限韓令)엔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반면 혐한류(嫌韓流)는 일본이 내는 여러 목소리 중 하나일 뿐이다. 그 목소리에 벌컥 하면 양국 관계 악화를 바라는 이들이 친 덫에 걸리게 된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가 서 있다. 원래는 공원 밖에 있었다. 그 위령비를 공원 안에 들여놓지 못하게 막은 이도 일본인이고, 그들과 맞서 싸워 위령비를 공원 안에 들여놓고 함께 추모한 이들도 일본인이다. BTS가 어제부터 도쿄돔을 시작으로 오사카·나고야·후쿠오카를 돌며 공연을 펼친다. 전석 매진이라고 한다. 양국의 불화를 노리고 1년 전 동영상을 찾아내 훼방 놓는 이도 일본인이지만, BTS를 전석 매진으로 환대한 이들 또한 일본인이다. 두 일본 중 어떤 일본과 손잡아야 과거의 아픔을 딛고 미래의 문을 열 수 있는지 분명하지 않나.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조선일보(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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