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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의 진실] 30만 淸軍? 전쟁대비 안한 仁祖? 모두 허위다

뚝섬 2019. 2. 23. 05:44

'삼전도(三田渡)의 치욕'은 민족사의 트라우마다. 임금이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 고개를 조아리는 '삼궤구고두(三跪九叩頭)'의 치욕을 당한 건 한국사에서 유례가 없었다. 집권층의 무능에 비판이 쏠린 건 당연하다. 그런데 위정자 책임으로만 돌리고 분노하면 그만일까.

청대사 전공인 구범진(50) 서울대 교수는 단죄에 치우친 병자호란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는 게 먼저라고 본다. 통설에 '허위 사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번 주 나온 저서 '병자호란, 훙타이지의 전쟁'(까치)은 조선과 청의 양쪽 기록, 특히 만주어 사료를 활용해 우리가 몰랐던 병자호란의 진실에 접근한다
.

①청 군대 30만은 허위, 실제론 34000


가장 기초적인 숫자부터 틀렸다. 청의 군사 숫자를 놓고 주화파 최명길은 '십수만', 인조실록은 '30'이라고 했다. 가장 널리 통용되는 숫자는 128000. 1980년대 국방부가 펴낸 '병자호란사'. 만주어 기록을 분석한 구 교수는 병자호란에 참전한 청군 정규군을 34000명으로 본다. 만주족 인구 구성을 분석하면 동원 가능한 병력 최대치는 32000명이었다. 이 중 70% 22000명을 투입하고 동맹 세력인 몽골병 12000명을 더해 34000명을 채웠다는 것이다. 호란 당시 조선인 50, 60만이 포로로 끌려갔다는 통설도 과장이라고 했다. 당시 청나라 인구가 240만에 못 미치는데 어떻게 포로 60만을 데려가 먹여 살릴 수 있냐는 등의 이유에서다.


병자호란 당시 만주 기병과 조선군의 전투 장면을 재현한 영화 ‘남한산성’. 만주 기병은 압도적 전투력으로 조선군을 몰아붙였다. /CJ엔터테인먼트

 

②인조와 집권층이 전쟁 대비 안 했다?

병자호란은 1636 12 8일에 시작해 이듬해 1 30일 삼전도 항복으로 끝났다. 청 선발대가 압록강을 넘어 한양에 도착한 게 엿새 만인 12 14일이었다. 예상보다 빠른 습격 탓에 인조는 강화도에 피신하려다 남한산성에 갇혔다. 하지만 구 교수는 조선군이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어 전략을 세우고 대비했다고 본다. 평지 성곽을 버리고 산성에 들어가 지구전을 편다는 전략을 썼다는 것이다. 이 전술로 적을 격퇴한 정묘호란의 경험이 한몫했다.

하지만 훙타이지는 조선의 방어 전략을 꿰뚫어봤다. 공성전을 펴지 않고 단숨에 한양으로 진격했다. 청군 기병의 전투력은 뛰어났다. 정묘호란 때 평안도에서 조선군 기병 300명이 만주 기병 10명을 추격했으나 역습당해 50여명이 죽고 말 100마리를 뺏겼을 정도다. 병자호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훙타이지의 전략과 군사력은 압도적이었다. 프랑스가 2차대전 당시 독일 침략에 대비해 마지노선을 구축했지만 독일의 전격전에 무너진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

③천연두 발생으로 종전 서두른 훙타이지


병자호란 최대 미스터리는 남한산성을 포위한 청이 1637 1월 중순 갑자기 협상을 서두른 것이다. 훙타이지는 1 16일 본국에 보낸 만주어 서신에서 2월 말까지 포위전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 갑자기 협상을 제의했다. 인조도 "그들이 바쁘게 쫓기고 있는 것은 반드시 까닭이 있을 것"(승정원일기 1637 1 18)이라고 궁금해했다. 구 교수는 천연두 발생을 작전 변경 이유로 꼽는다. 종래 들어보지 못한 해석이다. 훙타이지를 비롯한 만주 지휘관에겐 천연두가 낯설면서도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다. 대부분의 청 사료는 은폐했지만 훙타이지 스스로 몇 달 뒤 지나가듯 '마마를 피해 먼저 귀국했다"(청태종실록)고 말했다. 훙타이지는 삼전도 의례 직후 2000여명만 이끌고 서둘러 돌아갔다. 한양 도성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다.

이 책의 미덕은 청과 만주 사료를 조선의 기록과 대조해 과장된 숫자를 바로잡고 천연두를 종전 이유로 꼽는 등 병자호란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는 데 있다. 구범진 교수는 "병자호란은 조선 정복을 통해 전년의 황제 즉위식을 완성하려 한 훙타이지의 전쟁"이라고 했다.


-김기철 학술전문기자, 조선일보(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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