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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기와 방랑기] ['여행 위험 지역'에 간 책임]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 오토바이 운행 금지 가능할까?]

뚝섬 2019. 5. 13. 06:38

답사기와 방랑기


여행에도 두 종류가 있다. 공중 폭격과 땅개 작전이 그것이다. 공중 폭격에 해당하는 여행기는 유홍준이 최근에 펴낸 '중국 문화 답사기(나의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이다. 이에 대비되는 땅개 작전 유형의 여행기는 노동효라는 작가가 쓴 '남미 히피로드'이다. 800일 동안 남미의 히피들과 어울리며 떠돌아다닌 방랑기이다. 답사기와 방랑기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유홍준은 당대의 안목이다. 거의 50년 동안 유적지를 직접 발로 밟아보고 방대한 영역의 문사철을 공부하고 거기에다 미학까지 섭렵하였다. 여기에서 발효되어 나온 게 '당대안목(當代眼目)'이다. 1권 서문을 읽어보니까 문화재청장 시절 중국의 주요 도시 시장이나 인민위원장의 만찬 초대를 받은 대목이 나와 있다. 유 청장이 북경시에 가서 대접받을 때에는 북경시중국(北京是中國)이라는 덕담을 방명록에 썼다. 서안에서는 서안재중국재(西安在中國在), 남경에 가서는 남경흥중국흥(南京興中國興)을 남겼고, 중국 수행원들에게는 상해요중국요(上海擾中國擾), 부지제남부지중국(不知濟南不知中國)을 써 줬다고 나온다.

 

필자는 본문 내용보다 서문의 이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안목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관대작을 한번 해봐야 되는 거구나. 그래야만 문화 귀족의 아우라가 생기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직 고관대작과 문화 귀족의 여행기가 답사기라 한다면 노동효의 '남미 히피로드' 800일 동안 겪은 밑바닥 따라지들의 방랑기이다.

 

남미 대륙이 히피들의 천국인 줄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히피는 무협지적으로 해석하면 개방파(幇派) 아닌가. 미국의 히피, 중국의 개방파는 본토에서 사라졌지만 그 전통은 살아남아 남미로 옮겨갔던 것이다. 히피들은 돈 없이 여행하는 부류이다. 숙식에 필요한 최소 경비는 여행 중에 자체 조달한다. 품팔이도 하고, 길거리에서 수공예품도 만들어 팔고, 광장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모자 속에 동전을 받기도 한다. 공중으로 공을 여러 개 던져서 주고받는 놀이인 저글링이나 외발 자전거 타는 서커스 묘기도 익혀야 한다. 하룻밤 자는 숙박비도 3000원 정도. 여행 중에 히피들끼리 만나면 먹을 것도 서로 나누어 먹는다.

 

글쓴이 노동효도 여행 중 강도를 만나 카메라, 노트북, 돈을 다 털린 적이 있다. 빈털터리 상태에서 서커스 주특기의 히피들과 합류한다. 한 달간 같이 장마당마다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면서 숙식을 해결한 대목도 나온다. 내가 20대라면 취직하지 않고 남미로 갔을 것이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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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위험 지역'에 간 책임

 

서아프리카 국가 부르키나파소에서 인질 4명을 구해낸 후 프랑스 외무장관이 자국민 인질들을 향해 "왜 그런 위험한 곳에 갔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책임을 묻는 발언을 했다. 이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특수부대 대원 2명이 전사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내 여론도 좋질 않다.

▶프랑스인, 미국인과 함께 한국인이 억류돼 있던 부르키나파소는 학교 2869개 중 1111개가 몇 달 새 문을 닫았다. 이슬람 무장 세력의 본거지인 말리와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이 특히 심각하다. 이슬람 무장 세력들이 서구식 교육을 증오해 학교를 집중 공격하는 바람에 폐허가 되고 교사들도 살해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치안 불안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각국은 해외로 떠나는 자국민을 위해 여행 경보 시스템을 가동한다. 우리나라는 한 해 출국자 수가 2800만명을 넘는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갈구하면서 오지로 떠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만큼 위험도 비례해 커진다. 외교부 여행 경보는 안전을 위해 국민 스스로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다. 우리나라는 흑색(여행 금지)-적색(철수 권고)-황색(여행 자제)-남색(여행 유의) 4단계 여행 경보를 갖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의 경우, 북부 지역에는 철수 권고를 뜻하는 적색 경보가, 나머지 지역에는 여행 자제를 뜻하는 황색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이슬람 무장 단체 등이 선진국 국민을 납치해 몸값이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인질 비즈니스'가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위험 지역에 갔다 억류된 사람들을 바라보는 여론도 예전 같질 않다. 일본 여론은 특히 싸늘하다. 2015년 일본인 2명이 이슬람 무장 세력에 납치돼 그중 한 명이 참수됐다. 아들이 죽었는데도 칠순의 아버지가 "자식 일로 정부와 국민에게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지난해 시리아 무장 단체에 억류됐다 풀려난 일본 언론인에 대해 일본 내에선 "몸값은 우리 세금이다" "나라에 폐를 끼쳤다"는 비난이 나왔다
.

▶이번 기회에 외교부도 여행 경보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인들이 처음 납치된 곳은 부르키나파소와 접경 지대인 베냉 북부의 국립공원이었다. 프랑스 정부 사이트를 보니 베냉 북부 지역에도 적색 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우리나라 외교부 사이트를 보니 부르키나파소에만 여행 경보를 내렸고 프랑스와 달리 베냉에는 경보가 없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베냉은 안심하고 여행해도 되는 나라라는 뜻이다. 결코 안전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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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천국' 베트남, 오토바이 운행 금지 가능할까?

 

지난 2일 오전 7시 호찌민시() 도심. 출근길 러시아워가 시작되자 모든 도로에 거대한 오토바이 물결이 휘몰아쳤다. 출근하는 부모와 등교하는 아이들까지 네 명이 탄 오토바이, 20L짜리 생수통 6개를 주렁주렁 매달고 달리는 오토바이, 족히 5m는 넘어 보이는 철근을 싣고 달리는 오토바이, 핸들과 운전자 몸 사이에 쌀 포대 5개를 끼고 뒷좌석에 또 커다란 쌀 포대 2개를 얹은 오토바이….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오토바이가 넷째로 많다.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다음인데 이 나라들 인구가 베트남(9742만명) 2.7~14.5배인 점을 감안하면, '오토바이 천국' 명칭은 베트남에 가장 어울린다. 작년 말 기준 등록 오토바이는 5817만대로 자동차(388만대)와 비교를 불허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다
.

이런 오토바이 천국에서 오토바이 운행 금지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브이엔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들은 최근 "하노이와 호찌민시가 2030년까지 도심 내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 올해 말 시의회에 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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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가 오토바이 운행 금지를 추진하는 것은 '미세 먼지' 때문이다. 세계 대기오염 조사·분석 업체 에어비주얼의 '세계 공기 질 2018' 보고서에 따르면 하노이의 초미세 먼지 농도(40.8/)는 전 세계 도시 62곳 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경제 수도 호찌민도 26.9/㎥으로 열다섯째였다. 오토바이는 소형차보다 6배 이상 많은 매연을 내뿜는다.


 

하지만 실제 이 정책이 실행 가능한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베트남인들이 과연 오토바이 없이 살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중교통이 많지 않아 오토바이가 없으면 다닐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서민들에겐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일터이자 온 가족의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토바이 노점상은 가스레인지와 식료품을 잔뜩 싣고 다닌다. 곳곳에 좌판을 펼친 이들은 오토바이 안장에 식료품과 식기구를 늘어놓고 장사한다.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나 쌀국수, 볶음밥 등을 판다.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식사하는 것도 모두 두 바퀴 위에서 이뤄진다. 브이엔익스프레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2587달러에 불과한 나라에서 오토바이를 금지하는 것은 빈부 격차를 더 크게 만들 뿐"이라고 했다. 차량 제조 업체 빈패스트가 내놓은 소형차 가격은 35900만동( 15438달러)으로 1인당 국민소득의 6배였다.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 수준이다.

오토바이를 대체할 다른 대중교통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최근 하노이에서 경전철이 개통했지만 아직 한 개 노선에 불과하다. 버스 노선도 도시 전체를 감당하기엔 태부족이다. 현지 언론들은 "교통 전문가들은 오토바이 운행 금지 정책은 '성급하고'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회사원 깐 링(24)씨는 "내 주변 친구들은 모두 '그 정책 어차피 안 될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호찌민 특파원, 조선일보(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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