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暴走의 핸들 빼앗아야" 본회퍼 심정이라면] 욱하는 심정에 내뱉는 거친 언사들은 한 번밖에 없는 심판의 기회를 밀쳐낸다

뚝섬 2019. 6. 20. 07:42

소주성, 탈원전, 4대강 보 해체… 번영 기틀 해체하는 난폭 국정 멈춰 세울 길은 총선 심판뿐
욱하며 내뱉은 거친 표현들로 국민 공감할 메시지 증발하고 10개월 뒤 심판 기회도 밀쳐내

 

자유한국당 주변에서 터져 나오는 '막말'속엔 상당수 국민이 공감할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통령이 '김원봉은 국군의 뿌리'라는 현충일 기념사로 불을 질러놓고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순방길에 오를 때 "뜬금없이 웬 북유럽"이냐는 입방아가 요란했다. "부엌 아궁이 달궈 놓고 천렵질"이라는 한국당 대변인 논평은 그런 분위기에 올라탄 것이다. 작년 말 이후 대통령 부부 방문지들이 시급한 국익보다는 관광 명소로 한데 묶이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신문 칼럼처럼 "김정숙 여사의 버킷 리스트 아니냐"고 물었으면 딱 좋았을 것을 '천렵'이라는 생경한 단어에 얕잡는 접미어 ''을 덧붙이면서 대통령 비하 논쟁으로 흘러버렸다.

그동안 몇 차례였는지 헤아리기도 힘든 세월호 진상 규명에 다시 착수한다는 소식, 더구나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겨눈 맞춤형 구도에 '아이들의 희생을 두고두고 정치에 이용한다'고 느낀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한국당 전 의원도 그래서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세월호 유족'을 향하면서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천박한 표현을 썼다. '과도한 세월호 재활용'이라는 내용물은 막말 겉포장에 갇힌 채 폐기됐다. 메신저 화법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메시지 자체는 증발되는 사태가 반복된다. 정권과 뜻이 맞는 언론들은 현미경을 들이대고 막말 감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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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은 "본회퍼의 심정"이라며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본회퍼는 히틀러 암살 계획에 가담했다가 처형된 독일 신학자다. 그의 옥중 서신에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 있다. '만일 미친 사람이 자동차를 몰고 간다면 나는 목사이기 때문에 그 차에 희생된 사람들의 장례식이나 치러주는 것으로 만족하겠는가. 달려가는 자동차에 뛰어올라 핸들을 빼앗아 버려야 하지 않겠는가.' '본회퍼의 심정'은 이 대목을 가리킨다.

한기총 회장이 정통 기독교 진영이 부끄럽게 여기는 인물인 데다 대통령을 히틀러에 빗댄다는 연상 작용 때문에 그의 발언 역시 막말 표적이 돼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런 겉 포장을 벗겨 내면 요즘 나라 돌아가는 사정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폭주 자동차를 막아서려던 본회퍼의 심정이 겹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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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부' 깃발로 집권해놓고 일자리 참사가 거듭된다. 입만 열면 "외부 요인" 타령인데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차원의 '엄청난 일자리 호황(The great jobs boom)'을 커버 스토리로 다뤘다. "(작년과 올해) 수십년 만의 일자리 신기록을 세웠다"는 미국 대통령, 일본·호주·영국 총리의 업적 자랑이 줄을 이었다. 한국형 원자로 APR 1400 "미국에서 원전을 지어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는 인증을 외국 원전 중 최초로 획득했는데 한국 대통령은 "원전은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며 수백조 단위로 커지는 원전 시장을 걷어찼다. 조 단위 예산으로 건설된 4대강 보를 수천억원 예산을 들여 해체하려 한다. 여론조사서 국민 82%가 보 해체를 찬성한다는데 공주보 인근 주민들의 의견서를 받아보니 제출자 770명 중 754(98%)이 보 해체 반대였다.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마저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 미국 환경 전문가가 "사이비 과학과 미신에 근거한 이념 운동"이라는 탈원전, 적폐 정권 유산은 먼지까지 털어내려는 4대강 보복이 국가 번영의 기틀을 해체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능숙한 국정 운전자는 아니었다. 속도를 내야 할 때 주춤거리고 엉뚱한 길로 우회해서 나라를 뒤처지게 만들거나 장애물이 닥쳐오는 걸 모르고 충돌해서 나라가 멈춰 서기도 했다. 그러나 차가 갈 수 없는 길로 내달리면서 국가를 자해 충동의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경우는 없었다. 폭주 운전자로부터 핸들을 뺏어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미국의 가치를 짓밟는 트럼프 대통령을 당장 운전석에서 끌어내자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소속 하원의장은 "트럼프를 탄핵하기보다 감옥에 보내고 싶다"며 지지자들을 달래고 있다. 진짜 감옥에 보내자는 뜻이 아니다. 사법 처리 수순을 밟으려면 현직 대통령 보호막부터 제거해야 하니 2020년 대선에서 이기자는 것이다. 설익은 탄핵론이 선거 민심만 흩트린다는 우려에서 하는 말이다
.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는 길도 총선 심판뿐이다. 아무리 막가는 정권도 표심의 옐로 카드에 맞서지 못한다.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10개월도 남지 않았다. 욱하는 심정에 내뱉는 거친 언사들은 한 번밖에 없는 심판의 기회를 밀쳐낸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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