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문재인 보유국’의 “죽을래” 주인들] [나는 정권이 핑계대는 ‘일부 언론’ 기자다]

뚝섬 2021. 2. 5. 06:50

문재인 보유국’의 “죽을래” 주인들 

5년 시한부 대리인이 대한민국의 진로를 영원히 바꾸려 한다
지금도 국정 어딘가에선 주인 행세하는 선출 권력의 “너 죽을래” 협박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북한 원전 의혹 제기에 대해 "구시대적 정치 유물"이라고 반박했다. /TV조선

 

민주당 정권은 민주적이지 않다. 북한 원전 의혹에 저렇게 고압적일 수 있는 것도 이 정권의 골수에 박힌 ‘비(非)민주 DNA’ 때문이다. 남북 정상이 만난 며칠 뒤,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보고서가 작성됐다. 탈원전에 토를 달면 “너 죽을래” 소리를 듣던 때였다. 그 서슬 퍼런 분위기에서 산업부 말단 간부가 자기 판단으로 탈원전에 역행하는 보고서를 썼다니 누가 믿겠나. 윗선이 개입됐다는 추론이 합리적이고, 의혹을 품는 게 당연하다. 그런 당연한 의문 제기를 향해 “구시대적 유물”이라 몰아붙이고 “책임지라”며 법적 대응 운운한다. 의심 갈 짓을 해놓고 이렇게 큰소리치는 정권은 보다 보다 처음이다.

 

문재인 국정은 힘으로 찍어 누르는 스타일이다. 소통과 타협의 민주적 절차 대신 완력과 세몰이로 권력 의지를 관철하고 있다. 말 안 듣는 공직자를 내쫓고 저항하는 관료 집단을 난타해 제압했다. 검찰이 정권 비리를 수사하자 수사팀을 해체하고 총장의 손발을 잘라냈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감사원장에겐 정치 프레임을 덮어 고립시켰다. 급기야 법관 탄핵이라는 폭압적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판사들을 향해 수틀리면 가만 안 놔둔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조폭식 협박과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 뻔하고도 당연한 질문에 대한 문정권의 ‘당연하지 않은’ 생각을 드러낸 것이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었다. 감사원이 탈원전의 절차적 위법성을 감사하자 임종석은 “집 지키라 했더니 안방 차지하려 한다”고 일갈했다. 감사원을 향해 “주인 행세를 한다”고 몰아세웠다. 이게 뭔 소리인가. 감사원은 국가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라고 국민이 위임해준 헌법 기관이다. 정책 결함을 감사하지 않으면 그것이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이 당연한 책무를 수행하려는 감사원에게 “주인 행세 말라”고 한다. 자기들이 주인이라는 소리다. 감사원은 권력의 개인데, 왜 주인을 무냐는 것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민주적 통제론’이다. ‘선출된 권력’이 상위에 군림하면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제어해야 한다고 한다. 그 꼭대기엔 물론 문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 한마디에 국가 노선이 뒤집히고 국정 방향이 뒤틀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반핵 영화에 눈물 흘렸다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수십 년 쌓아 올린 원전 생태계가 무너졌다. 제대로 된 검토도, 토론도 없었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국가부채 비율 40%의 마지노선도 무너트렸다. 문 대통령이 “40%의 근거가 뭐냐”고 따져 묻자 혼비백산한 기재부가 재정 건전성의 댐을 열어젖혔다. 대통령의 대일 강경 발언에 죽창가를 불러대던 사람들이, 대통령의 정반대 발언이 나오자 갑자기 일본과 화해하자고 돌변한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도,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 52시간제도, 세금 퍼붓는 가짜 일자리 정책도 대통령 지시가 출발점이었다.

 

대통령이 원하면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기도 한다. 문 대통령이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언급하자 경제 부처들은 이를 뒷받침하려 사실 왜곡을 서슴지 않았다. 앞 정권 탓, 인구구조 탓, 날씨 탓으로 물타기 하며 통계 수치를 입맛대로 짜깁기했다. 집값이 급등하는데 뜬금없게도 문 대통령이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국토부는 서울 집값 상승률이 3년간 11%에 불과하다느니 엉뚱한 수치를 들이대며 집값이 “안정세”라고 우겼다. 선출된 권력의 서슬 퍼런 호통 앞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관료 집단의 ‘영혼’마저 탈탈 털려버렸다.

 

저항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경제부총리는 여당의 포퓰리즘에 8번 대들었지만 번번이 굴복했다. 여당이 “개혁 저항 세력”이라며 난타하자 매번 백기 들며 8전8패 했다. 고용 정책을 비판했던 경총 부회장은 청와대에서 “반성하라”는 질타를 받고 수사까지 받았다. 정권 비위를 거스르면 보복과 협박이 가해진다. 감사원의 탈원전 감사를 통해 이 정권이 대드는 공직자를 어떻게 군기 잡는지 약간의 실상이 드러났다. 산업부 원전 과장이 월성 1호기를 더 가동하겠다고 하자 청와대 지침을 받은 장관이 “너 죽을래”라고 윽박질렀다고 한다. 조폭 집단에서나 나올 소리다. 그러면서도 ‘민주적 통제’라고 한다.

 

급기야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용비어천가’를 불렀다. 아부도 이쯤 되면 조선 왕조 수준이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이들에겐 선출된 권력이 나라의 주인이고, 그 정점은 문 대통령이니까.

 

국민으로선 선출 권력의 폭주에 공포심을 느낄 지경이 됐다. 곧 퇴임할 월급 사장이 마치 오너라도 되는 양 전횡하고 있다. 5년간 위임해준 시한부 대리인이 제 맘대로 국가 진로를 바꾸려 하고 있다. 지금도 국정 한구석 어딘가에선 주인 행세하는 선출 권력자들의 “죽을래” 협박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1-02-05)-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는 정권이 핑계대는 ‘일부 언론’ 기자다 

일부 언론이 과장·왜곡 보도” 비판 언론에 ‘일부’ 프레임 씌워
집권 세력 비리 밝히는 특종은 항상 우리 ‘일부 언론’이 한다
 

 

작년 이맘때 문 대통령은 기재부·산업부·중기부·금융위 업무 보고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돌아보면 ‘일부 언론’을 통해 지나치게 공포나 불안이 부풀려지면서 우리 경제 심리나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아쉬움도 남습니다.” 묻고 싶다. ‘일부 언론’이란 어딘가. 자영업 70%가 죽음의 문턱에 와있는 지금도 당시 ‘일부 언론’이 불안을 부추겼다고 보는가.

 

작년 연말 백신 확보가 늦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말했다. “일부 언론은 과장됐거나 왜곡된 보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한국이 ‘백신 지각생’이란 팩트는 이제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데, 지금도 그게 일부 왜곡인가. 지난 25일 홍남기 부총리가 신문 인터뷰를 했는데 제목이 “부동산, 정책 실패로 안 봐 일부 언론이 시장에 불안감 줘”라고 했다. 긴말 않겠다.

 

국회의원도, 유명 방송인도 지적을 받으면 ‘일부 언론’ 탓을 한다. 어떤 교수는 “일부 언론이 부동산 세금 폭탄이라고 하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했다. 참나. 그래서 오늘부터 나는 그냥 언론인이 아니라 ‘일부 언론인’이다. 저들의 ‘일부 언론’은 “팩트를 왜곡한다, 무책임하다, 우파 쪽 정파성이 강하다” 이런 속뜻을 담아 지지자를 선동한다. 때론 대놓고 “일부 보수 언론”이라고, “조중동”이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정부 비판적 언론을 일부 언론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실을 말한다면 친정부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그것은 기관지(機關紙)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는 기관지가 없으므로 기관지 하면 으레 공산당 기관지를 뜻했던 시절도 있었다. 기관지는 선전 매체다.

 

저들은 ‘일부 언론’이란 말을 ‘대부분 언론들’과 대칭적인 개념으로 쓴다. 그런 생각을 은연중에 국민들 머릿속에 심으려 한다.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 정부와 각을 세우는 언론, 쓴소리를 하는 언론, 정권 귀에는 듣기 싫겠으나 국민들에게는 좋은 약이 되는 소리를 하는 언론, 그게 ‘일부 언론’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만든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문건 특종도 일부 언론이 했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도 일부 언론이 밝혔다. 살아 있는 권력의 뒤를 파고드는 기자가 일부 언론이다.

구글 검색으로 ‘일부 언론’을 찾아보면 대부분 집권 세력, 친정부 인사들의 전용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언론’이라고 말하는 순간 국민들에게 마취 주사를 놓는다. 부동산 문제도, 세금 문제도, 백신 문제도 항상 일부 언론이 문제였다는 식이다.

 

집권 세력은 ‘일부 언론’을 ‘일부 국민’이라고 보는 것 같다. 60~70% 국민 여론을 차마 ‘일부 국민’이라고 부를 수 없으니 저들은 ‘일부 언론’이라고 핑계대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당국은 여당 정치인이 말하는 ‘일부 언론’에 대해 정확한 근거를 밝히도록 규정을 만들면 좋겠다. 언론사 숫자, 신문 독자 수, 시청자 수, 청취자 수,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같은 제3언론 구독자 수 등을 종합한 지표를 만들어서 ‘일부 언론’이란 말을 쓸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주기 바란다.

 

‘일부 언론이 과장했다’는 표현은 광산 지하 갱도와 잠수함 내부의 산소 부족을 맨 처음 알리는 카나리아에게 “너의 울음이 과장됐다”는 것이나 같다. 부풀렸다고? 우리는 제빵사가 아니다. 일부 언론 기자로서 묻는다. 당신들이야말로 일부 정치 세력 아닌가. 집권당이 이번 달 언론개혁법을 밀어붙여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겠다는 것도 카나리아의 목을 조르겠다는 패악이다.

 

집권 세력의 비리를 밝히는 특종은 단 하나의 언론이 한다. 진실도 항상 일부 언론이 주장한다. 그래서 우린 때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쓰겠나.”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21-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