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國內-이런저런..]

[네이버 실검 폐지] [‘실검’의 퇴장]

뚝섬 2021. 2. 6. 08:09

네이버 실검 폐지 

‘진용진레전드로가겠습니다.’ 외계어 같은 이 문장이 지난해 2월 뜬금없이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1위에 올랐다. 알고 보니 당시 구독자가 140만 명이던 유튜버 진용진 씨가 “몇 명이 검색해야 1위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지금 당장 띄어쓰기 없이 ‘진용진…’을 검색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현상이었다. 실검 순위가 소수의 동원력에 따라 좌우됨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네이버가 16년간 운영해온 실검 서비스를 25일 폐지하기로 했다. “실검이 대중의 관심사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여론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중단한 적이 있는데 4월 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아예 없애기로 한 것이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다음은 지난해 총선 무렵 실검 서비스를 먼저 접었다. “실검이 사회 현상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버렸다”는 반성과 함께였다.

포털 뉴스 이용자 10명 중 7명은 실검 순위를 확인한 후 뉴스를 본다. 그만큼 실검이 영향력을 발휘하자 순위에 오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먼저 아이돌 팬들이 ‘오후 3시 ○○그룹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키워드로 ‘실검 총공’에 나서면서 세를 과시했다. 정치 팬덤도 뒤따랐다. ‘조국구속’이 1위에 오르면 ‘조국수호’가 치고 올라오고, ‘문재인탄핵’이 1위를 하면 ‘문재인지지’가 역전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기업들도 할인 이벤트를 미끼로 상품명을 실검에 띄우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1000만 원을 내면 실검 순위에 한 시간 떠 있게 해주는 업체가 있다는 뒷말도 있다. 2018년엔 네이버 실검 순위를 조작하다 포털 업무방해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도 나왔다. 기업은 실검 조작으로 홍보 효과를 보고, 네이버는 검색어를 클릭하면 뜨는 검색 광고 수수료로 떼돈을 버는 사이 소비자들만 왜곡된 정보로 피해를 봤다.

 

▷이제 실검이 순수한 여론의 반영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포털 이용자 76%가 실검 조작을 의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특히 네이버가 지난해 10월 검색 알고리즘 조작으로 자사 쇼핑 상품이나 동영상을 경쟁사보다 우선 노출해 과징금 267억 원을 부과받으면서 실검에 대한 불신도 깊어졌다. ‘실검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다. 이용자 개개인의 관심사가 모여 의제를 설정한다는, 실검의 순기능을 기대한 표현이다. 하지만 현실은 소수의 ‘실검 사유화’로 인한 여론 왜곡이다. 연 매출 6조 원인 인터넷 기업이 실검 장사로 배를 불리며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서비스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1-02-06)-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실검의 퇴장'

로마 한복판 나보나 광장에는 얼굴이 뭉개진 파스퀴노 석상(石像)이 있다. 르네상스 시대 로마인들은 이 석상에 따끈따끈한 새 뉴스라든가 정치적 불만을 토로하는 메모지를 붙였다. 석상 온몸이 로마인의 입이었다. 생전에 사생아 16명을 뒀을 만큼 방탕했던 알렉산더 6세 교황이 1503년 사망하자 누군가 그를 조롱하는 풍자시를 석상에 써붙였다. ‘신이 보낸 독약으로 그가 죽었고 인간은 구원받았다.’ 교황의 죽음은 독살이라는 미확인 뉴스가 석상을 찾은 사람들 입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교황 독살‘은 오늘날로 따지면 ‘실시간 검색어'(실검) 1위다.

 

▶인터넷 포털 검색창의 실검 서비스는 사이버 공간에서 부활한 현대판 파스퀴노 석상이다. 속도와 강도만 다를 뿐,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파스퀴노는 진실만 전한 게 아니다. 남을 음해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릴 목적으로도 악용됐다. 18세기 교황 베네딕토 13세는 파스퀴노에 메모를 남긴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칙령을 발표했다. 관리들이 로마를 관통하는 테베레강에 석상을 던져 없애려다가 주민 반발로 포기한 적도 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클릭 수 증가를 유도하는 실검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나만 몰랐나?” 하고 묻는 인간 본성에서 찾는다. 경제학에서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로도 설명한다. 밴드왜건은 서커스나 퍼레이드 행렬 맨 앞에서 악기 연주단을 싣고 다니며 사람을 끌어모으는 마차다. 행렬 앞에선 마차를 보고 따라붙지만, 꽁무니에선 영문도 모르고 몰려든다. 다수에 속하고 싶은 마음, 유행에 뒤떨어지거나 소외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빚어낸 현상이라는 것이다.

 

▶2019년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을 두고 ‘조국 구속’‘조국 힘내세요’가 네이버 실검 창에서 순위 경쟁을 벌였다. 국민 편 가르기를 부채질했다. ‘실검에 뜨는 것'이 연예인들의 목표가 되기도 했다. 사고 친 사람들은 자기 이름이 실검에서 내려가기만 기다렸다. 일부 기업은 퀴즈 이벤트를 벌이는 수법으로 실검 창을 광고로 도배했다. 악성 코드로 실검을 조작하는 폐해도 속출했다. 순위의 신뢰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네이버가 실검 서비스를 오는 25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실검의 부작용이 컸다. 2005년 ‘실시간 인기 검색어’란 이름으로 등장한 지 16년 만의 퇴장이다. 실검보다는 해시태그(#)처럼 각자 관심사를 찾는 방식으로 검색 방식이 바뀌어가는 추세도 반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검으로 세상 돌아가는 사정 파악하던 사람들은 잠시 답답할 것도 같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1-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