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속도 50㎞, 통제는 왜 자꾸 늘어나는가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앨런 라이트맨
“시간이 지역에 따라 다른 이 세계에서는, 서로 따로따로 떨어져 사는 이 세계에서는 살아가는 모습이 아주 다양하다. 도시끼리 서로 오고 가지 않으므로 세상살이가 수천 가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어떤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가까이 모여 함께 살아갈 수도 있고 다른 곳에서는 뚝 떨어져 살 수도 있다. 산 하나만 넘어도, 강 하나만 건너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앨런 라이트맨 ‘아인슈타인의 꿈’ 중에서-
‘시간이 쏜살같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나 빠르다고 느끼는 건 아니다. 시간은 그야말로 상대적이어서 지루한 일을 하거나 보고 싶은 사람을 기다릴 때는 한없이 느리다. 재미있는 일에 몰두하거나 좋은 사람을 만날 때는 눈 깜짝할 사이 흐른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은 더 빨리 간다. 지구는 일정한 속도로 도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물리학자이자 소설가인 앨런 라이트맨이 1993년에 출간한 ‘아인슈타인의 꿈’은 시간을 연구하던 물리학도가 상상한 세상의 기록이다. 시간이 반복되는 세상, 순간만 존재하는 세상, 종말이 닥친 세상 등 천차만별의 세계가 펼쳐진다. 엉뚱한 상상 같지만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각기 다른 모습이다.
지난 17일부터 일반 도로의 주행 속도가 50㎞로 제한되었다. 학교 앞과 주택가에서는 30㎞ 이상 달릴 수 없다. 출퇴근과 등·하교, 약속 시간을 더 넉넉히 계산해야 한다. 하루 24시간도, 거리도 변한 게 없지만 체감 시간은 더 느려지고 체감 거리도 더 멀어졌다. 연료비와 범칙금 부담 가능성도 커졌다.
과거엔 언덕 하나만 넘어도, 시냇물 하나만 건너도 사는 방식이 달랐지만, 이제 지구는 산을 넘어도 바다를 건너도 동일한 법을 따라야 하는 하나의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 대중교통을 장려하고 자율 주행 시대를 준비하며 OECD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다는 명분 아래, 개인이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자유의 범위와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는 건 우려할 만한 일이다.
정부는 정말 안전을 택한 것일까? 통제는 왜 자꾸 늘어나는가? 진보가 아닌 퇴보를 향한 결정만 거듭하고 있는 게 아닌가? 묻고 답할 시간이다.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1-04-2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갈 길 먼 ‘자율주행차’

1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 우들랜즈에서 교통사고를 낸 테슬라 자율주행 자동차가 크게 찌그러진 채 트럭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이 차량은 주행 중 빠른 속도로 회전하다가 나무를 들이박고 불이 났다. 차량에서는 동승자석에서 1명, 뒤쪽 좌석에서 1명이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99% 확신한다"고 밝혔다./로이터 연합뉴스
1980년대 초 미국 드라마 ‘전격Z작전’이 인기몰이를 했다. 경찰 출신 주인공이 ‘키트(KITT)’로 불리는 최첨단 자동차를 활용해 악당들을 응징하는 스토리다. 키트는 인공지능을 가진 자율주행차였다. 주인공이 애플워치처럼 생긴 손목시계를 통해 지시하면 알아서 주행해 목적지를 찾아간다. 장애물이 나오면 터보 부스터(고속 점프) 기능을 알아서 쓰기도 한다.
▶현실 세계에서 자율주행차 기술은 2000년대 초 미국 국방부가 주최한 자율차 주행 대회(DARPA 챌린지)가 산파역을 했다. 일정 구간 사막 도로를 자율차가 완주하게 하는 대회였다. 명문 공대, 자동차 업체, 스타트업 기업들이 도전에 나섰지만 처음 몇 년간은 결승선에 도착한 차가 한 대도 없었다. 그러다 2007년 스탠퍼드대학 팀이 만든 자율차가 처음으로 결승선에 도착했다.

▶현재 자율차 기술 선두 주자는 구글과 테슬라다. 둘의 기술 구현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구글 자율차는 차량 주변에 레이저 빔을 초당 수백만 번 쏜 뒤 반사각, 거리를 토대로 입체 지도(HD map)를 만들고, 이를 나침반 삼아 차량이 나아간다. 반면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이미 판매돼 운행 중인 테슬라 차량들이 보내주는 도로, 환경 데이터를 딥러닝(자동 학습) 기술로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주행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자율차 기술 수준은 고속도로같이 교차로 없는 도로에서 차선과 차량 간격을 유지하는 정도다. 제2단계다. 운전자가 운전에 거의 개입하지 않는 3단계나 운전석을 비울 수 있는 4~5단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머스크는 “테슬라에 탑재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2020년까지 완전 자율차를 선보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허언으로 끝났다. 맞수 기업 웨이모(구글 자회사)의 CEO 존 그래프칙은 얼마 전 갑자기 사임했다. 성과 없이 매년 엄청난 적자를 계속 내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 CNBC 방송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희망이 과장됐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라고 했다.
▶테슬라 차량 매뉴얼에는 “자율주행 모드 사용 시 운전석에 운전자가 앉아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큰소리 탓인지 이 기능을 과신하는 운전자가 많다. 지난 17일 미국에서 운전석을 비운 채 주행하다 나무를 들이받고 화재가 난 차량에 갇힌 남자 2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테슬라 차량이 1만8000대를 넘어섰다. 언젠가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겠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1-04-21)-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國內-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딴지일보 동창인 우리… 어쩌다 文정부 까는 ‘수퍼 관종’이 됐나] (0) | 2021.04.24 |
|---|---|
| [가장 큰 죄] (0) | 2021.04.23 |
| [“그래도 올림픽 나가고 싶다”] (0) | 2021.04.18 |
| [임금에 아첨해 돈 탐하는 폐행] (0) | 2021.04.14 |
| [TV형에서 휴대폰형으로… 전광판도 ‘세로 본능’ 시대] (0) | 2021.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