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쿄의 미나토구에 있는 레인보우 브리지와 도쿄 타워에 14일 '도쿄올림픽 D-100'을 축하하기 위해 올림픽 색상의 조명이 투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을 취재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백이면 백 이런 답이 돌아온다. “근데 올림픽, 하긴 하는 건가요?”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도 끊이질 않는다. 일본 현지도 예외가 아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15일 방송에서 “도저히 무리라고 한다면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런 회의론을 들을 때마다 누구보다도 가슴이 철렁하는 이들이 있다. 올림픽 출전을 앞둔 ‘팀 코리아’ 선수들이다. 체조 선수 양학선은 “선수들끼리는 ‘올림픽이 또 연기되진 않겠지?’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드라마를 썼던 그는 6개월 전 결혼한 아내 얼굴을 결혼 후 지금까지 10번 정도밖에 못 봤을 정도로 이번 올림픽에 ‘올인’했다고 한다.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펜싱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 오상욱은 지난달 헝가리 월드컵에 참가했다가 코로나에 걸렸다. 구본길을 비롯한 동료들은 그가 병원에서 한 달 내내 앓은 이야기를 듣고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올림픽을 향한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저희도 ‘올림픽을 꼭 해야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근데 그분들은 저희 입장이 돼보지 않아서 모를 거예요. 우린 인생이 걸린 문제입니다.”
도쿄올림픽 개막 100일을 앞둔 14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선수 중 코로나가 두려워 올림픽 출전을 고민했다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선수도 찾기 어려웠다. 그 대신 ‘올림픽 무대에 설 수만 있다면 무조건 맞겠다’ ‘빨리 맞고 싶다’는 말만 들었다. 선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올림픽 무대를 꿈꾸며 아침저녁으로 땀 흘리고 있다. 외출·외박·면회가 금지된 격리 생활도 감수한다. 그들의 피나는 노력 앞에서 “이 시국에 올림픽을 뭐 하러 하느냐”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다.
작년 3월 선수촌이 코로나로 문을 닫은 뒤 많은 선수가 훈련할 곳을 찾지 못해 떠돌이 생활을 했다. 수영 유망주 황선우는 “작년에는 수영할 수 있는 수영장이 없었다. 지금은 수영할 수 있는 곳이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훈련장 앞에 집을 얻어 “코로나에 걸릴 일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집과 훈련장만 오갔다. 이들은 올림픽 하나만 바라보고 지난 1년을 버텼다. 올림픽은 누군가에겐 사치이자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겠지만, 누군가에겐 말 그대로 인생이 걸려 있으며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다.
올림픽의 정상 개최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더라도 ‘올림픽 왜 하느냐’는 말은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본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난 5년간 모든 걸 올림픽에 맞춰 살아온 선수들의 피땀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오는 7월 도쿄 땅을 밟기까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모든 난관을 뚫고 선수단이 도쿄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코로나로 겪었던 설움을 떨쳐낼 순간을 기대한다.
-김상윤 기자, 조선일보(21-04-17)-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國內-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장 큰 죄] (0) | 2021.04.23 |
|---|---|
| [제한속도 50㎞, 통제는 왜 자꾸 늘어나는가] [갈 길 먼 ‘자율주행차’] (0) | 2021.04.21 |
| [임금에 아첨해 돈 탐하는 폐행] (0) | 2021.04.14 |
| [TV형에서 휴대폰형으로… 전광판도 ‘세로 본능’ 시대] (0) | 2021.04.11 |
| [‘의인’ 열전] [“그렇게 하고도 무너짐이 없겠는가”] (0) | 2021.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