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의 비율
중세 시대 문서 아래쪽 여백 크기가 위쪽보다 두 배 큰 이유는?

흔히 수학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이라고 하죠. 그것은 수학에서 등장하는 여러 가지 비율이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할 때가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TV 화면의 경우 가로·세로 길이가 4:3 또는 16:9의 비율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것은 이 비율일 때 사람들이 화면을 보며 편안해지고 균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문서 제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A4 용지의 경우 가로와 세로는 각각 210㎜와 297㎜로 약 1:1.4의 비율인데요. 또 한글 프로그램에서 기본적으로 제시하는 문서의 양식은 A4를 기준으로 위쪽 여백 35㎜, 왼쪽과 오른쪽 여백 각각 30㎜, 아래쪽 여백 30㎜입니다.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어떤 미적 감각을 가졌을까요? 그들이 만든 책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서양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가장 오래된 문서는 독일의 금 세공업자였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1398~1468)가 자신의 고향인 마인츠에서 성경 42줄을 인쇄한 '구텐베르크 성서'입니다. 구텐베르크는 1450년쯤 인쇄기를 발명했는데요. 이 성서는 인쇄기를 이용한 첫 출판물이랍니다. 1452년부터 3년에 걸쳐 인쇄됐지요.
중세 시대 인쇄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당시 문서를 미적으로 보기 좋게 만들려는 열망이 확산했다고 해요. 그 결과 인쇄업자들은 한 면에서 글자가 차지하는 넓이의 비율이나 네 가장자리 여백 크기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문서의 가로·세로 비율은 주로 1: 1.5였다고 해요. 오늘날 A4 용지의 비율(1:1.4)과 크게 다르지 않죠.
그런데 여백의 크기는 요즘 문서와 많이 다릅니다. 위쪽 여백이 1이라면 아래쪽 여백은 곱절 크기로 문서를 제작했어요. 왜냐하면 당시에는 아래쪽 여백에 페이지 수뿐만 아니라 책의 제목이나 챕터의 제목 등을 적어 넣었기 때문이에요.
이 비율은 중세 인쇄업자들 사이에선 '업계의 비밀'로 통했다고 해요. 왜냐하면 당시에는 인쇄술이 막 발전하던 시기여서 가로·세로와 여백의 비율을 정하는 것이 지금으로 치면 특허를 내는 것과 비슷한 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에요.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조선일보(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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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화면 비율
텔레비전 화면 비율
영화관처럼 실감나게 볼 수 있어

텔레비전 화면의 가로·세로 비율은 과거엔 4:3이 표준이었지만, 요즘은 16:9가 대부분입니다. 최근에는 21:9 화면도 나왔어요. /위키피디아
코로나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시간도 길어졌어요. 텔레비전 화면 크기는 집집마다 다를 거예요. 하지만 가로와 세로 비율(화면 비율)은 대부분 16:9예요. 가로가 16㎝면 세로는 9㎝로, 가로 길이가 세로 길이의 두 배에 가까워요. 이 화면 비율은 어떻게 정해진 걸까요?
과거 텔레비전 화면 비율은 대부분 4:3이었어요. 여기에 영향을 준 사람은 미국의 윌리엄 케네디 딕슨이에요. 그는 19세기 말 토머스 에디슨과 함께 폭이 35㎜인 영화 필름을 사용할 수 있는 영사기 '키네토스코프'를 최초로 만들어냈어요. 키네토스코프에서 필름을 돌렸을 때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 화면 비율이 4대3이었죠.
1940년대 후반 텔레비전이 등장했어요. 이때 텔레비전 화면은 영화관에서 많이 사용하던 화면 비율 4:3을 자연스레 채택하게 됐습니다. 미국 영화사들은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줄어들자 큰 고민에 빠졌어요. 타개책을 찾아야 했죠. 그래서 기존의 화면보다 좌우를 넓혀 가로의 비가 훨씬 큰 2.35:1짜리 영화 제작 방식 '시네마스코프'를 도입했어요. 기존 극장 화면보다 가로가 훨씬 길어지면서 영화가 더 화려하고 웅장하게 느껴졌고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벤허', '아라비아의 로런스' 등 대작 영화들이 시네마스코프 화면으로 상영됐어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텔레비전의 16:9 화면 비율은 언제 탄생했을까요? 1980년대 후반 고화질 텔레비전(HDTV)이 나왔는데, 미국 영화 텔레비전 기술자 협회에서 이 비율을 표준으로 제시했어요. 기존 텔레비전의 표준 화면이었던 4:3보다 화질이 좋아지고 원가가 절감되기 때문이래요. 또 집에서도 영화관처럼 실감 나는 영상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의견도 반영했어요. 16:9는 기존 텔레비전의 표준 비율인 4:3과 극장 시네마스코프 2.35:1의 평균 정도에 해당해요. 16:9 화면은 4:3 화면보다 가로로 넓어졌다고 해서 '와이드(wide·넓은) 스크린'이라고도 불러요. 16:9 화면은 2010년 정도부터 전 세계적으로 고화질 텔레비전 화면의 표준 비율이 됐어요. 현재 우리가 보는 텔레비전뿐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 역시 상당수가 16:9예요. 최근에는 16:9보다 가로가 더 긴 21:9 비율의 텔레비전과 컴퓨터도 나와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조선일보(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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