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마약 천국 된 네덜란드와 마약 배달] ....

뚝섬 2023. 4. 12. 09:14

[마약 천국 된 네덜란드와 마약 배달]

[피자처럼 배달되는 마약, 청정국 되돌릴 전면전 벌여야]

[마약은 어떻게 우리의 자유의지를 철저히 말살하는가]

[“美 마약 전쟁은 실패”… 콜롬비아는 왜 ‘마약 합법화’ 부르짖나]

[보디 패커] 

[조폭 통치 국가]

 

 

 

마약 천국 된 네덜란드와 마약 배달

 

1800년까지 미국의 수도였던 필라델피아는 19세기 내내 미국 산업화의 중추였다. 1876 유럽 밖에서 처음으로 세계박람회가 열린 곳도 필라델피아였다. 그때 전화기가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의 어둠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도심은 점점 황폐해져갔다. 도시를 빠져나간 백인 중산층의 자리를 남부에서 올라온 흑인들이 채웠다. 흑인 대이동의 중심지였던 셈이다.

 

쇠락한 도심을 파고든 마약이었다. 지금도 필라델피아 켄싱턴가(街) 풍경은 영락없는 ‘좀비 영화’다. 마약에 취한 노숙인들이 허리, 팔다리를 심하게 꺾은 채 약 3㎞에 달하는 거리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좀비 랜드’란 오명까지 붙었다. 경찰도 사실상 마약 거래 단속은 포기하고, 범죄가 일어나야 개입할 정도라고 한다. 이곳을 좀먹은 마약은 펜타닐. 말기암 환자를 위한 진통제로 개발됐는데 2~3달러만 주면 약국에서 구할 있어악마의 마약으로 불린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급속도로 번진 것이다.

 

네덜란드는 1976 이래 마약에 대해 이른바관용 정책 펴왔다. 헤로인·코카인 중독성 강한 마약 유통은 금지하되, 대마 연성 마약을 제한적으로 합법화한 것이다. 마약 가격을 대폭 낮춰 마약 조직의 수익률을 낮추고 마약 중독자들이 위험한 약물에 손대는 막겠다는 독창적인 발상이었다. 하지만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2년 전 이 정책이 네덜란드를 ‘마약에 찌든 국가’로 만들었다고 했다.

 

▶실제 세계 마약 조직들이 네덜란드로 모여들었고, 북아프리카에서 생산된 마약을 네덜란드를 거쳐 유럽에 유통시키는 것에 주력하던 마약 조직은 2010년대부터 코카인 제조까지 시작했다. 유럽의 마약 범죄 전문가는 “마약 유통이 허용되면 유통업자들은 결국 제조에도 손을 댄다”고 했다. 2017 기준 네덜란드의 합법적 마약 시장 규모만 259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10대 청소년으로 가장한 본지 기자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운반책을 모집하는 마약상들에게 연락했다가 충격적인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교복 입고 운반하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테니 오히려 더 낫다”고 했다는 것이다. 마약상들은 “적어도 월 1000만원 이상을 보장한다”며 운반책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마약 유통이 쉬워지니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까지 학생을 상대로 ‘마약 시음회’를 벌이는 세상이다. 여기에 마약 배달로 큰돈 벌 수 있다는 인식까지 생기면 정말 큰일이다. 마약은 유통이 쉬워지면 막기 어렵다. 미국과 네덜란드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최원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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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처럼 배달되는 마약, 청정국 되돌릴 전면전 벌여야

 

마약 중독과 도박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10대, 20대 환자 수가 최근 5년간 급증했다. photo 게티이미지코리아

 

대검이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지검 등 전국 4대 검찰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사이 마약이 급속히 번지면서 가정집 등 시민들의 일상 공간까지 침투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은밀하게 거래하고 투약한 과거와 달리, 어린이 놀이터, 운동경기장, 관광지 등에서 마약을 거래하거나 투약한 채 돌아다니다 붙잡히는 일이 다반사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환자가 필로폰을 과자 상자에 넣어 반입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말대로 “집에서 마약을 소셜미디어로 피자 한 판 값에 직접 구매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다크웹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상화폐로 마약을 사고파는 구조여서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접근하기 쉽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마약청정국은 인구 10만명당 연간 마약사범이 20명 이하인 국가다. 한국은 이미 2016년 이 기준을 넘었고, 올해 1~7월 적발된 마약사범만 1만575명(10만명당 21.2명)이어서 이미 기준을 넘었다. 적발된 마약의 양도 2017년 69.1kg에서 2021년에는 1272.5kg으로 18.4배 폭증했다. 국내 마약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국제 마약조직이 우리나라를 주요 시장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수요가 늘고 일상화되면서 마약 1회 투약분 가격이 2만원대로 떨어져 더 빠르게 퍼지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범정부적으로 마약과 전면전을 벌여 마약 확산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검찰과 경찰, 항만·공항을 담당하는 관세청 등 관계 기관의 협력 체계가 중요하다. 그런데 검찰은 이번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하면서 경찰을 참여시키지 않았다. 마약사범은 현장에서 단서를 잡아 위로 올라가면서 일망타진하는 수사가 효율적이기 때문에 경찰과 공조 수사가 필수적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 담배나 술처럼 중독 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약 투약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치료와 재활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데 우리나라 마약 중독 치료 병상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한 번 실수로 마약의 늪에 빠진 이들을 치료해 다시는 마약 근처에 가지 않게 하는 시스템도 단속과 처벌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선일보(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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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은 어떻게 우리의 자유의지를 철저히 말살하는가

 

[노정태의 시사哲]
마약중독의 파멸 그린레퀴엠
인간의 자유의지에 관한 담론 

 

뉴욕의 가난한 동네 브루클린. 늦은 나이에 해리(자레드 레토)를 낳고 남편과 사별한 사라(엘렌 버스틴)가 낡은 아파트에서 복닥거리며 사는 곳이다. 어머니와 아들은 애증의 관계이지만 뜻밖의 공통점이 있다. 약으로 꿈을 이루려 하는 것이다. 

 

영화 ‘레퀴엠’의 한 장면. 엄마 사라의 유일한 위안거리인 TV를 전당포에 맡기려고 끌고 가는 마약 중독자 해리(오른쪽)와 그의 친구 타이론. /CJ엔터테인먼트 

 

해리는 엄마의 유일한 위안거리인 TV를 전당포에 맡기고 그 돈으로 마약을 하며 시간을 죽이는 날건달이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아예 마약 딜러가 되어서 한몫 잡아보자는 절친 타이론(마론 웨이런스)의 제안을 받았다. 그건 좀 위험한 일 같다고 생각했지만, 중산층 가정 출신 여자친구 마리온(제니퍼 코넬리)에게 옷가게를 차려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사라는 단 음식을 좋아하는 TV 중독자다. 그 죄책감 때문인지 가장 즐겨 보는 프로그램은 다이어트 강의인 ‘태피 티본스 쇼’. 그런데 어느 날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진다. 바로 그 쇼에서 사라에게 출연해 달라는 연락이 온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를 그날을 기다리며 사라는 머리에 염색을 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해리의 고등학교 졸업식, 그 아득한 옛날 입었던 빨간 드레스가 맞는 몸매를 되찾는 것이 목표. 굶어서 못 빼니 병원에서 약을 받아왔다. “아침엔 보라색, 오후엔 파란색, 저녁엔 주황색, 밤엔 녹색.”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2000년 영화 <레퀴엠>의 내용이다. 마약 사용자의 경험을 담아낸 감각적인 연출로 전 세계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영화를 직접 본 적 없더라도 이 작품의 몇몇 특징적인 컷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여기는 영상이 아니라 서사와 철학을 논하는 자리. 20년도 더 된 영화 <레퀴엠>을 새삼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마약과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것이 우리의 자유의지를 어떻게 철저히 말살하는지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의 담론과 철학계의 담론이 서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자유의지에 대한 논의도 그렇다. 분석철학이 주류를 이루는 영미 철학계에서 자유의지를 둘러싼 논쟁은 이런 식이다. 슈퍼마켓에서 사과 대신 오렌지를 산 나의 행위는 자유의지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나의 뇌와 호르몬 등의 신경 작용에 따른 결정론적 행위인가? 인간의 모든 사고가 결국 뇌의 작용일 뿐이라면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 독자적 자유의지 역시 불가능하거나 일종의 ‘착각’ 아닌가?

 

철학 전공자로서 필자는 이런 논의가 재미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 아무튼 우리는 무언가를 계속 선택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유의지에 대한 현실의 담론은 대체로 이렇게 전개된다. 시급 1만원에 편의점 알바를 하는 갑돌이는 과연 자유로운 것인가, 아니면 경제적 상황에 몰려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된 것인가? 그 알바에게 줄 돈을 아끼기 위해 손수 야간 타임을 맡는 편의점 점장의 선택은 자유로운 것인가, 아니면 상황에 쫓긴 불가항력인가?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어느 한쪽의 입장이 전적으로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자유의지를 둘러싼 입장 차이보다는 양쪽의 주장이 지니고 있는 공통의 전제를 더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정치적 박해, 주변의 과도한 압력, 따돌림, 괴롭힘, 폭행, 더 나아가 극심한 경제적 곤궁은 우리가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병들어 있다면 자유의지를 발휘하기 어렵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우리는 자유의지의 당연한 전제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오늘의 질문. 마약의 사용은 자유의지의 결과인가? 다른 사람이 몰래, 혹은 강제로 투약하지 않는 한, 첫 번째는 자유의지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마약은 동물의 뇌와 신경 보상회로와 쾌락중추를 망가뜨린다. 한번 마약의 맛을 들이면 식음을 전폐하고 마약만 원한다. 이렇게 뇌가 망가진 상태에서 계속 약을 찾는 사람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있을까?

 

<레퀴엠>으로 돌아가 보자. 해리는 타이론과 마약 딜러 노릇을 하기 위해 떼어온 물건을 직접 주사하며 점점 더 심한 중독자가 되고 있다. 여자친구 마리온 역시 중독이 더 심해져, 결국 마약을 얻기 위해 몸을 파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사라의 경우는 실로 처참하다. ‘살 빼는 약’이라고 처방받은 마약 성분의 각성제와 진정제에 중독된 나머지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며 거리를 쏘다니다가 정신병원에 감금당한 것이다. 이들의 자유의지는 어디 있단 말인가?

 

2022년 10월, 마약 문제는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이 되고 말았다. UN 정한 마약청정국 지위는 잃어버린지 오래.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부터 마약이 우리의 일상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단속을 통해 적발된 마약의 양이 2017년에는 69.1kg이었던 반면 2021년에는 1272.5kg으로 무려 18.4배 폭증한 것이다. 마약범죄자 역시 같은 기간 719명에서 4998명으로 늘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마약 유통 경로가 온라인으로 음성화된 탓이 없지 않겠으나, 마약 단속과 수사의 노하우를 지닌 검찰의 손발을 꽁꽁 묶은 이른바 검수완박 무관한 현상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민주주의란 주권자인 국민들이 온전한 자유의지를 발휘하여 스스로의 대표자를 뽑고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나라가 마약천국이 되건 말건 검찰의 칼만 부러뜨리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지닌 이들을 민주주의자라고 부를 없는 이유다. 스스로 ‘자유주의자’라 칭하는 이들 중 일부는 마약의 제조나 판매와 달리 혼자 즐기는 것을 탓할 수 있느냐는 태도를 취하곤 하지만, 그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마약은 뇌를 망가뜨리고 사용자를 노예로 만든다. 자유의지의 토대를 파괴하는 마약을 자유의지의 이름으로 옹호할 수는 없다.

 

<레퀴엠>은 스포일링이 불가능한 영화다. 그 어떤 의외의 사건이나 반전도 없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을 빼앗긴 채 환각과 환청에 사로잡히거나 금단현상으로 몸을 떨며 고통 받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독버섯처럼 퍼진 마약,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사회 역시 수렁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정치권의 초당파적 협력이 절실하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조선일보(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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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약 전쟁은 실패”… 콜롬비아는 왜 ‘마약 합법화’ 부르짖나

 

마약사범 급증하는 한국
미국의 실패에서 배워야

 

콜롬비아의 마약 단속 경찰대가 콜롬비아 과비아레주의 정글에 있는 불법 코카인 제조소를 급습해 불을 질러 제거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약과의 전쟁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에 마약 사범이 급증하면서 정부와 치안 당국이 마약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마약 사범에 대한 사법처리도 중요하지만 중독자 재활도 중요하다”며 종합적인 마약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마약 사범의 ‘재활’을 강조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콜롬비아를 두고 벌어지는 마약 논쟁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무슨 얘기일까.

 

지난 8월 콜롬비아 대통령으로 취임한 구스타보 페트로가 취임 직후 “미국이 벌인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다”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할 아이디어를 내놨다. 바로 ‘마약 거래 합법화’.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에서 코카인 거래를 합법적으로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 같지만, 국내외 마약 전문가들 사이에선 “웃고 넘길 얘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1430조원 쏟아부은 마약 전쟁의 실패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 / 위키피디아

 

외신들은 “페트로 대통령의 마약 합법화 주장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1 선포한마약과의 전쟁 50년이나 지속했음에도 상황은 오히려 악화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50년간 미국이 마약과의 전쟁에 투입한 예산은 약 1조달러(약 1430조원). 이 중 수십억 달러는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과 코카인 농장을 제거하기 위해 콜롬비아 군과 특수부대를 지원하는데도 들어갔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코카인 생산은 도리어 늘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소비되는 코카인의 90% 여전히 콜롬비아에서 공급되고, 지난 10년간 코카인 생산량은 3 가까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페트로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이 자국 내 마약 수요를 줄이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중남미 전체가 마약 거래 합법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중남미 전체가 코카인 생산과 공급을 합법화하고 정부와 국제 기구가 이를 관리하게 되면 현재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된 코카인 거래 가격을 낮출 있고, 중남미 농부들이 코카인을 몰래 생산할 유인을 줄일 있다는 것이다.

 

당장 미국은 “마약 거래 합법화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페트로의 주장은 결국 미국부터 마약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중남미에 개입해 마약 공급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미국 내 마약 수요를 줄이는 것을 더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주도한 마약 전쟁은 미국 마약 가격을 폭등시키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르면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면서 수요도 줄어야 하는데, 마약은 강한 중독성 탓에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는 비탄력적 특징이 있다. 결국 마약 거래에 성공만 하면 막대한 돈을 있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미국과 자국 정부의 단속 제거 작전에 대응하는 마약 갱단, 카르텔이 중남미에서 번성하게 됐다. 콜롬비아의 전설적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한때 세계 10대 부자에 꼽힐 정도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콜롬비아 대법원을 무장 공격할 정도의 군사력과 거대한 카르텔을 갖출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막대한 마약 수요가 카르텔 수익을 뒷받침한 덕분이기도 하다.

 

◇”한국의 마약 수요 억제 정책은 전무

 

국내 마약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마약 사범이 급증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도 공급 차단에만 집중하고 마약 수요 억제에 실패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마약 사범은 최근 3년 새 해마다 1만6000명 이상이 검거되고 있는 데다 올해 상반기에 적발된 마약 사범만 8575명으로 전년 대비 13.4% 증가했다. 지난 6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27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검사한 결과에서는 모든 곳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다. 마약 범죄 전문가인 박진실 변호사는 “통상 마약류 범죄의 암수범죄(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했거나 해결되지 않아 범죄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율이 검거율의 약 28배라는 추산에 따르면 국내에서 마약에 연루된 사람은 30만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마약 수요 억제 정책이 턱없이 빈약하다는 데 있다. 마약 수요를 억제하려면 그 위험성을 교육해 예방하는 정책과 마약 사범들이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철저한 재활 치료와 관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우리나라엔 상설된 컨트롤 타워도 없고 예산과 정책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마약 전문가는 “최근 10~20 마약 사범이 폭증한 것은 예방 정책이 무너진 것을 보여주는 ”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에 2331명이던 10~20대 마약 사범은 지난해 5527명으로 5년 새 2.5배가 늘었다. 박진실 변호사는 “이들에게 필로폰은 마약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신종 마약류인 합성대마, MDMA(일명 엑스터시), 케타민 등에 대해서는 ‘클럽 갈 때 재밌게 놀려고 먹는 것’ 정도의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재활 치료는 더 열악한 상황이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은 매년 35~40%에 달하고 마약 사범의 재복역률은 45.8%로 국내 범죄자 평균 재복역률(26.6%)의 2배에 이른다. 김영호 한국중독전문가협회 회장은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마약은 범죄뿐만 아니라 중독이라는 질병의 측면이 있는데 이런 인식이 부족하다”며 “마약 중독의 주무 부처가 식약처인지 보건복지부인지 없을 정도로 컨트롤 타워가 없고 전문가도 너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마약 중독자 재활 및 치료를 맡는 주체도 비정부단체 재단법인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거의 유일하다.

 

마약 사범을 약물중독재활센터에 수용해 치료를 받게 하는 치료 감호 제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마약 사범 1만6153명 가운데 6205명이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 중 약물중독재활센터에서 치료받은 수형자는 18명에 그쳤다. 법조계 인사들은 “현행법상 치료 감호를 검사가 청구해야만 법원이 허용할 수 있는 데다 검사 대부분이 마약 사범에게 징역형만 구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마약 사범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수요를 억제할 있다 주장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현실적이지 않다 지적한다. 미국도 마약 투약자들을 대거 교도소에 수감했지만, 수요는 억제하지 못하고 교도소 수감자만 폭증시켰다. 박진실 변호사는 무거운 처벌 이전에 제대로 재활·치료로 마약 수요를 억제하는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준용 기자, 조선일보(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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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 패커 

 

미국에서 하늘길은 물론 바다 밑으로, 땅 밑으로 은밀하게 운반되는 물건이 있다. 바로 마약이다. 미국 정부가 아무리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해도 중남미 마약 조직들은 새 운반 루트를 개발한다. 그 대표적 인물이 ‘멕시코 마약왕’으로 불린 호아킨 구스만이다. 2015년 미국 법원에 제출된 문건엔 그가 마약 밀반입을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에 땅굴을 파고, 잠수함·항공기까지 이용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실제 적발된 내용도 대담하기 그지없다. 2011년 미국 경찰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멕시코 티후아나 사이에서 길이 600m 마약 운반용 땅굴을 찾아냈는데 여기엔 환기 시설은 물론 운반용 전동 수레가 달릴 수 있는 레일, 수압식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돼 있었다. 특히 이 땅굴의 멕시코 쪽 입구는 경찰서와 세관 건물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한다. 2년 전엔 역대 최장인 1313m 땅굴도 발견됐다.

 

▶3년 전엔 남미 콜롬비아에서 코카인 3t을 싣고 19일 만에 스페인에 도착한 잠수함이 스페인 경찰에 적발됐다. 유럽에서 ‘마약 잠수함’이 적발된 건 처음이었다. 20m 크기로 2m까지 물속에 들어갈 수 있게 설계된 잠수함이었다. 경로를 조사해보니 총 9000㎞를 항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 7월엔 바다 건너 마약을 운반할 수 있는 잠수정 드론을 제작한 일당이 스페인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위성항법 장치가 탑재돼 인터넷을 이용해 조종할 수 있는 신형 기기였다고 한다. 마약 밀수도 진화한다.?

 

▶마약 업자들은 소량 운반을 위해선 마약 운반책인 이른바 ‘지게꾼’을 활용한다. 이런 지게꾼은 국내에서도 숱하게 적발된다. 생리대, 초콜릿, 믹스커피 봉지에 숨기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이 중 가장 위험한 지게꾼이 마약을 신체 내부에 숨겨 운반하는 ‘보디 패커(body packer)’다. 보통 보디 패커로는 중남미나 동남아인들이 동원됐다. 2003년 페루에서 미국을 거쳐 한국 항공기를 타고 홍콩으로 향하던 페루인 보디 패커가 몸속에서 코카인 봉지 3개가 터져 숨지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돈을 위해 목숨을 건다.

 

▶최근 서울에서 한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부검 결과 위장에서 마약 엑스터시가 알씩 담긴 봉지 200개가 발견됐다. 그중 79개가 터져 사망한 것이다. 한국인 보디 패커로는 첫 발견이다. 마약 업자들은 “밀반입되는 마약 5% 적발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마약이 무섭게 번지고 있다. 더 많은 보디 패커가 우리 주변에 있을지 모른다.

 

-최원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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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통치 국가

 

콜롬비아 마약왕 에스코바르는 1980~90년대 미국 마약 시장의 코카인 공급을 독점했다. 세계 부자 7위에 오를 정도로 떼돈을 벌었다. 미국이 그를 잡아가려 노력했지만, 국가 채무 140억달러를 대신 갚아주는 조건으로 의회를 움직여 미국의 범죄인 송환 압력을 피해갔다. 학교, 병원을 지어 기증하고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며 환심을 사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정부를 마음대로 주무른 그의 스토리는 나르코스(마약상), 시카리오(암살자) 같은 드라마 소재가 됐다. 콜롬비아 국민 중엔 대통령 후보를 3명이나 암살한 그를 의적(義賊)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생이 도탄에 빠지면 의적과 해방구가 등장한다. 중국 수호지의 양산박, 홍길동의 율도국, 영국 로빈 후드의 셔우드 숲 같은 곳들이다. 하지만 이런 유토피아는 소설에서나 가능하다. 국민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는 대가로 세금을 걷는 국가와 해방구는 병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마피아 같은 범죄 조직은 뇌물을 매개로 정부와 공생하려 하지 통치권을 넘보진 않는다.

 

▶2014년 중동에서 등장한 이슬람국가(IS)는 특이한 사례다. 시리아가 내전으로 나라 구실을 못 하는 틈을 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가 국가 수립을 선포했다. 자원 입대 용병들로 군대를 만들고, 정부 조직을 갖추고 화폐까지 발행했다. 시리아 외 이라크 영토 상당 부분을 차지할 만큼 세력을 키웠지만 서방 연합군의 공격에 궤멸됐다.

 

마약왕의 모델과 IS의 모델을 합친 것 같은 새로운 유형의 국가가 베네수엘라에 등장했다. 좌파 포퓰리즘 22년 만에 경제가 완전히 망하면서 국민 10%가 해외로 탈출하고 남은 사람은 음식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 경찰 월급도 주지 못하게 되자 범죄 조직이 정부를 대체하고 있다. 1만8000개를 웃도는 범죄 조직이 지역 치안과 식량 공급, 주민 문화 생활까지 책임지며 ‘자치 정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정부보다 낫다”고 한다지만, 뒤로는 마약 거래, 밀수 같은 범죄로 검은돈을 챙기고 있을 게 뻔하다.

 

1950년대 국민소득 세계 4위였던 나라의 몰락을 이끈 사람이 차베스 전 대통령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반미, 반시장 노선으로 한때 한국 좌파 사이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노무현 시절 KBS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차베스의 도전’이란 특집 방송으로 차베스를 미화했다. 그 황당한 방송이 전파를 탈 때 KBS 사장이 문재인 정권 방송심의위원장으로 한때 거론됐다.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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