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안심소득제’ “근로 의욕 높였다”는 결과 주목할 만]
[이준석 대표에게 ‘공정’을 묻는다]
[이재명 지사, 기본소득 이쯤에서 접는 게 옳다]
오세훈표 ‘안심소득제’ “근로 의욕 높였다”는 결과 주목할 만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소득 보장 정책 실험인 ‘안심소득’ 시범 사업을 1년간 시행해본 결과, 상당수 가구의 근로소득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477가구를 대상으로 중위 소득의 85%보다 소득이 낮을 경우 그 차액의 절반을 현금으로 지원한 결과, 104가구(21.8%)의 근로소득도 함께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에게 현금을 지원하면 일하지 않는 부작용이 일반적인데, 안심소득제는 근로 의욕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다. 앞으로 복지 시스템 설계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하는 안심소득 제도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음의 소득세’ 개념을 활용한 것이다. 이는 중위 소득 3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부족분을 채워주는 현행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방식과 다른 것이다. 무차별로 모든 사람에게 현금을 나눠주자는 기본소득제와도 완전히 다르다. 예컨대 우리 사회 중위 소득이 100만원이라면 기준 소득은 85만원이 되고, 어느 가정의 소득이 50만원이면 차액인 35만원의 절반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방식은 일을 해 기준 소득을 넘어서면 지원이 없어지지만 안심소득제는 일을 하면 그만큼 이익이기 때문에 근로 의욕을 유도할 것이라고 예상됐는데 시범 사업에서 실제로 그렇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특히 지원 가구 중 23가구(4.8%)는 1년여 만에 가구 소득이 중위 소득의 85% 이상으로 늘어나 안심소득 지원 대상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대상 가구가 많지 않고 1년 실시 결과여서 보편화하긴 이르지만 지원 대상에서 벗어난 비율이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0.07%)의 69배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대선 공약대로 모든 서울 시민에게 1년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10조원이 들지만 안심소득제는 7조5000억원이 든다. 이 역시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저소득층을 보호하면서 근로 의욕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입증됐다. 당장 실행이 어렵더라도 어떤 복지 시스템이 사회 양극화와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는 데 효율적인지 확인하는 실증적 연구와 시범 사업은 계속 진행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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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에게 ‘공정’을 묻는다
이 대표, 노인 기초연금 소득 하위 70%에만 주고
상위 30%에는 안 준다며 불공정한 제도라고 지적
없는자의 몫 줄여서라도 모두에게 줘야 공정인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변인 공개오디션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덕담부터 건네자.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의 당선과 취임을 축하한다. 이전에도 30대 당대표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신생 군소 정당이 아니다. 원내 102석을 지닌 제1 야당이다. 36세 당대표는 실로 이례적 사건이며 탁월한 성취다.
그러나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명대사처럼, 위대한 힘에는 위대한 책임이 따르는 법. ‘이준석 현상’이 종전 정치 문법에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정치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갈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이준석의 정치적 관점, 특히 ‘공정’에 대한 입장을 철저히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노인 빈곤 문제를 생각해보자. 최근 들어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며 축포를 터뜨리고 ‘국뽕’을 즐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노인 빈곤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다른 OECD 가입국과 같은 층위에서 논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가 펴낸 ’2019 자살 예방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2015년 기준 10만명당 58.6명이었다. OECD 평균인 18.8명을 훌쩍 뛰어넘고, 38.7명으로 2위인 슬로베니아와도 격차가 크다.
왜 그럴까?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27.7%가 생활비 문제를 꼽았다. 가난은 사람을 병들게 하고 움츠러들게 만든다. 말 그대로 돈이 없어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이 OECD 평균의 약 세 배에 가까운 나라인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노년층 내 빈부 격차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위 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소득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상대적 빈곤’이라 한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 빈곤율은 48.8%에 달한다. 절반에 가까운 노인들이 통계적으로 빈곤층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개인주의와 경쟁의 나라인 미국조차 노인 상대 빈곤율은 같은 해 기준 21%에 불과하다. 12.1%인 OECD 평균과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령연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명박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고,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이라 이름을 바꾼 후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렸다.
이쯤에서 이준석 대표가 2019년 펴낸 ‘공정한 경쟁’을 펼쳐 볼 필요가 있다. 이준석 대표는 현재 기초연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소득 하위 70%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책을 직접 인용해본다.
“그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노령연금의 경우 소득 상위 30퍼센트는 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불만을 토로합니다. 저는 그들의 불만이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령연금의 경우 지급하는 금액을 낮추더라도 노인 인구 전체에 지급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원래 연금의 취지에도 맞습니다.”
‘공정’한 논의를 위해 밝히자면, 기초연금 제도에는 결함이 있다. 기초연금 수급액을 소득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 노인 40만명은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생계 급여가 깎인다. 생계 급여를 산정하는 가구의 소득 인정액에서 기초연금액을 빼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지만, 그 경우 연 1조6000억원가량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기초연금을 ‘불공정’하다 말하는 것은 하위 70%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이에게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기초연금이 없어도 생활과 생존에 지장을 받으리라 보기 어려운 상위 30%가 돈을 못 받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노인 인구 10만명당 58.6명이 자살하는 나라에서, 하위 70%에게 돌아갈 몫을 깎아서라도, 상위 30%의 불만을 달래야 한다는 소리다.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공정’은 누구를 위한 어떤 공정일까.
나는 이준석 대표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의 일원이다. 위 세대가 하듯이 ‘이준석 현상’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그런 시각이야말로 그를 한 사람의 ‘청년’이나 ‘유망주’로 묶어두고 무시하는 처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진지한 태도로 토론을 시작해보자. 없는 자의 몫을 빼앗아 있는 자에게 주는 것을 ‘공정’이라고 할 수 있는가?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조선일보(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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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光速 진화하는 모바일·온라인 시대에 더 서러운 노인들. 젊은이들 다 챙기는 혜택은커녕 ‘노인稅’까지 내야 하는 신세.
-팔면봉, 조선일보(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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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 기본소득 이쯤에서 접는 게 옳다
맞는 방향인지 논의도 않고 알박기부터 하자는 건 곤란
먼 미래 일로 난타전 벌이면 다른 국가적 현안 묻힐 수밖에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18 민주화운동 41주년인 18일 오후 광주 동구청에서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소속 광주 5개 구청장과 간담회를 갖기에 앞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1.5.18.
최근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하나의 정책을 향해 집중 포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좌표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구상이다.
야당의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 지사 기본소득 구상에 대해 각각 “사기성 포퓰리즘” “청년·서민 좌절을 먹고사는 기생충” 등과 같이 거친 용어로 비판했다. 윤희숙 의원은 이 지사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책을 근거로 기본소득 필요성을 주장하자 “책 내용과 정반대”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공격 강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낙연 전 대표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돈을 나눠주면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될 리 없다”고 했고, 정세균 전 총리는 “기본소득은 용돈 수준으로 가성비가 낮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위험천만한 이야기”라고 했다.
복지 분야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복지학자들은 보수·진보를 떠나 기본적으로 많이 주자는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런 복지학자 대다수가 기본소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복지국가 실현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기본소득 주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 쌓아온 사회 보장 방향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기존 사회 보장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보장성을 높이는 데 노력해야 할 정치인들이 기본소득을 따지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했다.
기본소득이 가능할지는 조금만 계산하면 짐작할 수 있다. 5000만 국민에게 매월 10만원씩 주려면 매년 60조원이 필요하다. 이 지사 주장대로 중장기적으로 50만원까지 가려면 300조원이 필요하다. 이 돈은 올해 정부 예산 556조원의 54%여서 조달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우선 연 25조원을 마련해 1인당 한 해 50만원(월 4만2000원)으로 시작하자는 것이 이 지사 주장의 핵심이다. 월 4만2000원 받으면 생활이 좀 나아질까. 대전 대덕구가 주겠다는 어린이 용돈 수당의 2배쯤이긴 하다. 기본소득은 예산이 가능한 범위에서 주자니 푼돈이고 쓸 만하게 주기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제를 하는 나라가 없다. 미국 알래스카주가 석유 판매 수익 중 일부를 연말에 주민에게 지급(2020년의 경우 주민당 992달러, 약 110만원)하고 있지만 아주 특수한 사례에 불과하다. 어느 복지 선진국도 가지 않는 길을 이 지사 표현대로 하면 ‘복지 후진국’인 우리가 제일 먼저 가봐야 할 이유는 없다.
기본소득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방향이 맞는 정책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관련 논의를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의 핵심 주장은 미래 기술 변화로 일자리가 사라져 소득 기회가 감소할 수 있으므로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미래 기술 변화로 소득 기회가 감소한다는 것부터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명제”라며 “설령 인정하더라도 이를 대비하는 방법이 꼭 기본소득이어야 한다는 논리도 부족하다”(지난해 6월 한국경제학회 경제 토론)고 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너무 불확실한 먼 미래의 이야기”라며 “기다리는 지혜를 발휘해 먼 훗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먼 미래에는 상황이 변해 기본소득이 필요하고 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알박기부터 하자는 주장은 아닌 것 같다. 이재명 지사는 이쯤에서 기본소득 구상을 접어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것이 본인 레이스에도 유리할 것 같고, 무엇보다 기본소득을 놓고 계속 난타전을 벌이느라 국민연금 개편, 인구 문제, 주택 정책 등 이번 대선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주요 국가적인 현안들이 다 묻히는 것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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