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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새 4배 급증한 노인 상대 ‘사이버 사기’] [노후자금 노리는.. ]

뚝섬 2024. 5. 6. 06:02

[4년 새 4배 급증한 노인 상대 ‘사이버 사기’]

[노후자금 노리는 코인 사기] 

[‘잡코인’ 무더기 퇴출, 현실로 나타난 ‘코인 재앙’]

 

 

 

4년 새 4배 급증한 노인 상대 ‘사이버 사기’

 

사기 범죄의 악랄함은 상대의 가장 아픈 약점을 공략한다는 데 있다. 투자 사기를 당해 은퇴 자금을 날린 노인들의 사연에는 그들이 헤쳐 가려 했던 힘겨운 현실이 녹아 있다. “안 그래도 먹고살기 바쁜 자식들에게 손 벌리기 싫어서” “병원비 생활비 부담은 계속 커지는데 연금처럼 매달 배당금을 준다기에” “혼자 살아 외로웠는데 살갑게 대해 주는 게 고마워서”…. 사기범들은 노인들의 이런 마음을 피해자의 금고를 여는 열쇠로 이용했다.

고령자 상대 범죄 중 최근 급증하는 분야가 사이버 금융사기다. ‘주식리딩방(주식 종목 추천 채팅방)’으로 초대해 투자를 유도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가상화폐나 다단계 투자를 하게 한 뒤 돈을 들고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 통계에 잡힌 사이버 사기 피해자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2019년과 비교해 4년 새 4배로 급증했다. 지난해 개인파산자 중에서도 60대 이상이 47.5%로 가장 많았고, 이들이 주식 코인 등 투자 실패로 파산한 비율은 최근 3년 새 4.5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삶의 경륜을 쌓아온 노인들이지만 디지털 세계에선 약자다. 요즘 금융투자는 온라인에서 많이 이뤄지는데 고령일수록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력과 금융지식이 부족하다. 젊은층보다 정보를 얻는 매체도 제한적이고, 치매 증상 등으로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다. 여생은 길어지고 고물가 장기화로 어떻게든 자산소득을 올려야 하는 노인들로선 경제 활동의 중심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게 큰 도전이다. 여기에 퇴직금이나 상속 재산 등 쌓아둔 목돈은 많으니 사기꾼들에겐 손쉬운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피해 노인들 중에는 대기업이나 금융사 임원 출신도 있다고 한다. 투자 기법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어 과거 경험만으론 따라잡기 어려운 데다, 유명 금융전문가나 연예인들이 투자했다는 허위 광고에 속아 넘어간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한 주식리딩방 업체 직원들이 시골 노인들을 찾아가 주식거래 앱을 깔아주며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손실 위험이 큰 관리종목 주식을 사들이게 한 사건도 있었다. 일부 피해자들은 낯선 사람이 휴대전화를 조작하는 게 꺼림칙했지만 평소 연락이 뜸한 자식들이 귀찮아할까 봐 물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노인들이 평생 일군 재산을 투자 사기로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건 고령화 시대에 중요한 복지다. 노후 파산이 많아지면 가족이 무너지는 건 물론이고, 국가의 복지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 고령층이 주요 타깃이었던 보이스피싱이 꾸준한 예방 교육과 제도 정비로 피해가 줄고 있듯 디지털 약자에게 특화된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 요즘 시중은행들이 운영하는 ‘노인 금융학교’에 수강생이 몰려 관광버스까지 대절한다고 하는데 민간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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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 노리는 코인 사기

 

올 들어 잡코인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된 게 ‘월드코인’이다. 은색 구슬처럼 생긴 홍채 인식 기구에 자신의 홍채를 등록하기만 하면 코인 수십 개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어 세계 곳곳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 문을 연 월드코인 행사장들도 공짜 코인을 받겠다며 대기표를 받아든 이들로 북적였다. 그런데 행사장마다 눈에 띈 건 20, 30대보다 지인들과 삼삼오오 온 장노년층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줄 선 노인들도 많아 코인이 뭔지 제대로 알고 온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요즘 우후죽순 열리는 잡코인 투자 설명회도 젊은 세대보다 장노년층이 훨씬 많이 목격된다. 이쯤 되면 젊을 땐 공격적인 투자를, 나이 들면 수비적 투자를 한다는 말이 옛말이 된 듯하다. 하지만 잡코인 중에 정체를 알 수 없거나 시세 조종의 표적이 되는 게 상당수다. 월드코인도 “민간 기업이 개인의 생체정보를 마구잡이로 수집한다”, “실체 없는 폰지 사기다”라는 논란 속에 일부 국가가 사업을 중단시키면서 보름 만에 가격이 반 토막 났다.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을 오르내리며 불장을 이어가자 덩달아 기승을 부리는 것이 가상자산 사기 범죄다.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코인 범죄자는 1000명에 육박하며 1년 새 3배 넘게 급증했다. 카카오톡 등으로 특정 코인의 매매를 부추기는 ‘코인 리딩방’은 흔한 일이 됐고, 코인을 발행하겠다며 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앞세워 투자를 받은 뒤 잠적하는 ‘스캠 코인’이 성행하고 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종목과 이름만 같은 가짜 코인을 싸게 준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사기도 잦다.

▷그런데 코인 사기에 연루되는 장노년층이 늘고 있어 걱정스럽다. 최근 9개월 동안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가상자산 사기 피해 3건 중 1건이 50대 이상의 신고였다. 올 들어선 60대 이상에서 피해 신고가 60% 가까이 급증했다. 장노년층 ‘코인 개미’ 가운데 노후자금이나 퇴직금 같은 목돈을 투자하는 큰손이 많다 보니 사기범들의 주요 타깃이 되는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606만 명 중 1000만 원 이상의 코인을 보유한 사람이 20, 30대를 통틀어 10%도 안 되지만 50대와 60대 이상에선 각각 13%나 된다.

▷여기에다 장노년층이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등 신기술에 익숙지 않다 보니 사기에 쉽게 현혹되는 편이다. 경기 불황을 틈타 매달 연금처럼 배당금을 준다고 꼬드기는 코인 사기에 노인들이 넘어가기 십상이다. 소득 없는 고령층이 한번 금융사기를 당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사회적으로도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코인 범죄를 뿌리 뽑고 노인들에게 피 같은 노후자금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도 시급한 민생 과제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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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인’ 무더기 퇴출, 현실로 나타난 ‘코인 재앙’

 

국내 대형 가상 화폐 거래소들의 '잡코인 퇴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퇴출되는 코인 대부분은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김치 코인'이다. 하지만 코인 투자 생태계의 무질서와 혼란상은 세계 공통 현상이다. 김치 코인만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는 거래소들의 코인 무더기 상폐를 구경만 할 게 아니라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

 

국내 주요 가상 화폐 거래소들의 ‘잡(雜)코인 퇴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주말 1위 가상 화폐 거래소 빗썸이 가상 화폐 24개를 상장 폐지(상폐)했다. 다른 거래소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가상 화폐 40개 이상이 상폐됐거나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대부분 국내에서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코인’이다. 1주일 새 김치 코인 4분의 1가량(1, 2위 거래소 기준)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투자자들의 물적·정신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거래소들이 어떤 기준으로 특정 가상 화폐를 상폐하는지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아, 코인 투자자 대부분이 ‘깜깜이 상폐’ 위험에 노출돼 있다. 투자자들은 “수수료 장사하려고 마구잡이로 상장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뚜렷한 설명도 없이 거래를 중단하면 어쩌냐”고 항변한다. 금융 당국은 거래소들의 ‘마구잡이 상장’도 수수방관하더니, ‘벼락 상폐’도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팔짱 끼고 구경만 한다.

 

코인 광풍을 수수방관해 온 정부는 뒤늦게 은행에서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받는 등의 거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는 문을 닫게 하는 ‘거래소 신고 제도’를 9월 24일부터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200개 넘게 난립한 거래소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하고, 이 거래소들에 상장된 잡코인 대부분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대형 거래소들의 ‘잡코인 퇴출’은 9월 이전에 남보다 먼저 폭탄을 제거하려는 면피성 조치로도 해석된다.

 

코인 시장 불안은 글로벌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전 세계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 화폐 1만여종의 시가총액이 최근 한 달 새 2880조원에서 1780조원으로 무려 1000조원이나 증발했다. 엊그제는 투자자들의 패닉(공황) 매도 탓에 ‘타이탄’이라는 가상 화폐 가격이 하루 만에 65달러에서 0달러로 추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외신들은 뱅크런에 빗대 ‘코인런(coin run)’이란 신조어로 혼란상을 보도하고 있다.

 

세계에서 코인 광풍이 가장 거센 한국에선 부작용이 더 크게 불거질 것이다. 이제라도 피해를 줄이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깜깜이 상폐’ ‘기습 상폐’를 두고 볼 게 아니라, 주식시장처럼 표준화된 상장·상폐 기준을 마련해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 코인 가격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무분별한 투자자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계속 던져야 한다. 시한폭탄 초침이 돌아가고 거래소들의 폭탄 떠넘기기가 본격화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고 경고하는 사람이 없다. 2030세대가 다수인 코인 투자자 눈치만 보며 모두 입을 닫고 있다. 무능한 정부는 많았지만 이 정도로 무책임한 정부는 본 적이 없다.

 

-조선일보(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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