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씨의 행위 예술
[기자의 시각]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가 지난해 전시에서 자신의 그림자 작품을 시연하고 있다. 지원금 3000만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연합뉴스
대통령 아들이자 예술가인 문준용(39)씨가 현재 본인에게 쏟아지는 국민적 야유를 일거에 역전할 카드가 하나 있다. 이 모든 소동이 ‘염치란 무엇인가’를 되묻는 계획된 행위 예술이었다고 페이스북에 발표하는 것이다.
미디어아트 작가로 활동하는 준용씨가 정부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금 6900만원 수령 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염치가 있으면 대통령 아들이 그 돈을 받아선 안 된다”는 반발 여론이 거세다. 준용씨는 지난해 12월에도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 지원’ 사업에 지원해 서울시에서 1400만원을 받았다. 당시에도 그는 작가가 창작 지원금 받는 게 뭐가 문제냐는 태도로 일관했다.
얼마 전 네덜란드 왕위 서열 1위인 아말리아 공주가 왕실 수당 약 22억원을 거부해 화제였다. 관례에 따라 성인이 되면 매년 지급하는 돈이기에, 받는다고 손가락질할 사람도 없다. 그저 “다른 학생들이 코로나 사태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상황”에서 이를 반려한 것이다. 공주가 머리가 부족하거나 하자가 있어서 거액을 포기했을리 없다. 그저 염치를 알았기 때문이다.
대신 준용씨는 자신의 ‘실력’을 피력하고 있다. “제 작품은 대통령 아들이 아니더라도 예전부터 인정받고 있음” 같은 글에서는 어떤 콤플렉스마저 느껴진다. 작가보다는 ‘대통령 아들’로 더 자주 호명되는 처지가 짜증 날 법도 하다. 21일에도 준용씨는 지원금 선발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대통령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를 뽑겠습니까? 실력이 없는데도요?”라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 아들이면 예술인도 5년 동안 쉬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같은 두둔도 나온다. 그러나 비판의 요지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대통령 아들로서 공무(公務)와 관련된 이해 충돌과 구설 소지를 없애라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다분히 지능에 관련된 문제다. 지능도 실력이다.
물론 ‘퍼스트 칠드런’으로 사는 건 피곤한 일이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아들 케네디 주니어는 변호사 시험에 두 번 떨어졌는데, 그때마다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두 번째 낙방한 1990년 AP통신은 “합격선보다 11점 낮았다”고 보도할 만큼 집요했다. 대중의 관심은 일거수일투족이 입방아에 오르는 1인자와 가족이 견뎌야 할 천형(天刑)에 가깝고, 그렇기에 스스로 몸가짐을 삼가야 한다. 이건 상식이다.
준용씨는 예술가라는 직함으로 소개된다. 예술가는 인간성에 대해 질문하는 직업이다. “절차에 문제없다”는 식의 주장은 예술가로서 창피한 변명이다. 준용씨는 ‘그림자’를 작품에 활용해 환시(幻視)를 야기하는 작가다. 지금 그를 둘러싼 잡음이, 높은 산이 드리운 그늘에 파묻혀 자신의 그림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자의 비극을 드러내는 하나의 퍼포먼스이기를 바랄 뿐이다.
-정상혁 기자, 조선일보(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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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찬스’와 창작지원금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빈센트 반 고흐, ‘편지들’.
너무 오랫동안 끼니를 때우지 못한 탓에 네가 보내준 돈을 받았을 때는 어떤 음식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상상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돈을 받자마자 내가 간절히 원한 것은 먹는 게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동안 비록 밥도 못 먹고 지냈지만, 아니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더더욱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빈센트 반 고흐 ‘편지들’ 중에서
미디어아트 작가 문준용이 창작지원금 6900만원을 받는다. 가난한 작가들에겐 꿈같은 금액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니고 왜 또 그인가, 많은 사람이 의문을 품는 것은 그가 연봉 2억3800만원을 받는 최고 권력자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가 받을 지원금도 국민 세금에서 나간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살았던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생전에 판 그림은 단 한 점뿐이었다. 그는 동생이 보내주는 돈에 의지해 살아야 했는데 그를 정말 고통스럽게 한 것은 배고픔이 아니었다. 물감을 사지 못해 그림을 그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을 책임지고 있는 동생에 대한 한없는 미안함이었다.
천재적인 재능을 펼치며 당대의 부와 명성을 누린 예술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돈을 벌어 굴리고 불리는 재주까진 갖지 못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귀족들이 후원했고 현대에 와서는 국가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그러나 심사도 사람이 하는 일, 청탁하지 않았고 특혜를 바라지 않았다 해도 권력자의 자식이 지원한 걸 알았다면 자유로울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작년 말에 받은 1400만원을 더해 몇 달 만에 총 8300만원을 벌었다면 ‘아빠 찬스’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남의 흉내를 내서라도 팔리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을 텐데 자기만의 그림을 추구하다 쓸쓸히 세상을 떠난 고흐는 ‘사자는 원숭이 짓을 하지 않는 법’이라고 편지에 쓴 적 있다. 지원금 수혜로 실력을 평가받았다고 자부하는 권력자의 아들은, 평생을 화가로 인정받지 못해 외로웠지만 별처럼 빛나는 영혼을 지키고 살았던 예술가의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으려나.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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