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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4위’ 영웅들] [올림픽 포상]

뚝섬 2021. 8. 9. 06:07

올림픽 4위’ 영웅들

 

영국은 올림픽 대회에서 금·은·동을 골고루 획득하는 나라다. 종합 전적 4위에 오른 이번 도쿄 대회에서도 금과 동 각각 22개, 은 21개를 획득했다. 그런 영국조차 ‘가장 안타까운 노메달’이라 불리는 4등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BBC가 4위를 16개나 했던 지난 리우 대회를 거론하면서 ‘4위는 최악의 순위’ ‘황홀과 침통의 갈림길’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높이뛰기 우상혁, 다이빙 우하람, 배구 김연경/조선일보DB

 

▶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이번 대회 12개 종목에서 ‘안타까운 4위’를 했다. 그리고 4위를 한 선수와 팀에 많은 국민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금메달 숫자로 국가 순위를 정하는 기준에 집착해 은·동메달마저 푸대접했던 과거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여자 배구는 준결승, 3·4위전에서 거듭 3대0으로 완패했는데도 국민이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세계 랭킹에서 한참 앞서는 강호들을 잇달아 물리치고 4강에 오른 데다 확연한 실력 차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분전하는 모습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노메달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메달”이란 댓글이 달렸다.

 

▶세계의 높은 벽에 막혔던 종목에서도 ‘4위의 영웅’들이 잇달아 탄생했다. 높이뛰기 우상혁의 4등은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운 눈부신 성취다. 마지막 도전에 실패한 뒤 올린 거수경례는 메달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했다. 우하람이 등장하기 전 다이빙은 본선도 못 가던 불모지였다. 그런데 우하람이 리우에서 11위로 본선에 진출하더니 이번엔 메달 목전까지 도약했다. 감탄하고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노메달이다.

 

▶감동적인 드라마도 선보였다. 도미니카와의 경기 중 김연경이 외친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는 이번 대회 최고의 올림픽 어록으로 떠올랐다. 우리 선수끼리 벌인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배한 배드민턴 여자복식의 이소희·신승찬 조와, 근대5종에서 전웅태에 이어 4위를 한 정진화는 메달을 획득한 동료들과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우리 선수들끼리 축하하고 위로하는 현장을 지켜보던 많은 국민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여자 역도 이선미와 기계체조 류성현의 4위는 좌절이 아닌 다음 대회를 향한 디딤돌이었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군 면제 기준을 바꾸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한 것도 4위들의 활약 덕분이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란 기준으론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 국민에게 선사한 감동을 보상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회 기간 내내 더위·코로나와 싸우며 메달보다 더한 감동을 국민에게 선사한 영웅들에게 수고했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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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포상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는다는 말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다. 도쿄 올림픽에서 인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육상 종목에서 우승한 투창 선수는 무려 12억 원의 포상금을 쥐게 됐다. 금 2, 은 4, 동메달 6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내고 귀국한 대만 대표팀도 금메달리스트가 8억2000만 원을 받는 등 돈방석에 올랐다. 이들의 귀국행에 대만 정부는 전투기 4대를 발진시켜 에스코트하는 최고의 영예를 제공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포상금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와 싱가포르로 약 8억5000만 원이었다. 대만 다음으로 홍콩(약 7억4000만 원), 인도네시아(약 4억 원)가 뒤를 이었다. 반면 미국(약 4300만 원) 독일(약 2500만 원) 등은 상대적으로 적다. 올림픽에서 50∼100개가량의 메달을 휩쓰는 스포츠 강국일수록 억대 포상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국가가 지급하는 포상금만 따지면 금메달 6300만 원으로 특별히 많은 금액은 아니다. 매달 주는 연금도 2000년에 금메달 기준(연금 점수 90점)으로 100만 원으로 오른 뒤 21년째 묶여 있다. 연금은 1975년부터 지급됐는데 당시 금메달리스트에게 2급 공무원인 이사관급 월급인 10만 원을 준 게 시작이었다. 1970년대 당시 서울 시내버스 요금이 10원이었고, 현재 1300원으로 130배 오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림픽 연금은 삭감돼 왔던 셈이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주는 것이 종목별 협회가 지급하는 억대 포상금이다. 양궁협회는 리우 때 개인전 2억 원, 단체전 1억5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를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배구협회는 4위를 차지한 여자배구팀에 1억 원 이상의 보상금을 약속했고, 금메달을 획득한 체조, 펜싱 협회도 억대 포상금을 내줄 예정이다. 반면 남자 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4위에 오른 우상혁은 2000만 원, 수영에서 아시아와 한국 신기록을 세웠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한 황선우는 1000만 원의 포상금에 그친다고 한다. 협회의 예산 상황이 다른 데다 신기록 달성보다는 메달 획득 여부에 포상금 기준이 우선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흘린 땀에 대한 보상 기준을 메달 여부로 정하면 간편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이나 단체, 기록이나 격투 경기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또 프로 스포츠가 발전한 인기 종목과 올림픽만을 바라보며 4년을 달려온 비인기 종목에 대한 보상을 천편일률적으로 하는 게 맞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무엇보다 몇몇 종목에 치우친 우리 올림픽 메달의 저변을 넓히려면 보상 체계를 시대 변화에 맞춰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황인찬 논설위원, 동아일보(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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