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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이간질에 동원된 ‘재갈’과 ‘공갈’] [與 대선 주자들도 .. ‘언론징벌법’]

뚝섬 2021. 8. 24. 06:37

[언론 이간질에 동원된 ‘재갈’과 ‘공갈’]

[與 대선 주자들도 “독소 조항” “비판 견제 기능 손실” 우려한 ‘언론징벌법’]

 

 

 

언론 이간질에 동원된 ‘재갈’과 ‘공갈’

 

[김대중 칼럼]

나는 기자로 일하면서 험한 세상 살아왔다 여겼다
막장의 언론 탄압 견디면서 ‘민주 국가’를 후배들에게 인계한 양 거들먹거렸다
그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안다

 

기자(記者)는 무엇으로 기사를 쓰는가? 교과서적(的)으로 말하면 기자는 ‘사실’을 쓰는 직업이다. 사실이 진실이 아닐 때도 있고 진실이 다 옳은 것이 아닐 때도 있다. 그래도 기자는 사실에 집착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기자는 ‘사실’만을 적시하는 기계인가?

 

자유언론실천재단이 23일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한 원로언론인들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8.23/연합뉴스

 

일생을 기자로 일해 온 경험에 비추어 기자에게는 ‘사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초년에는 정의감에 충만했다. 약한 사람, 핍박받는 사람, 가난한 사람을 옹호하고 대변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일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자유·민주·평등·법질서 이런 개념이 끼어들면서 기자는 신념으로 일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팩트라는 결과만 보도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 모든 ‘결과’에 ‘과정’이 있듯이 사실이 반드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기자는 오히려 결과로서의 사실보다 과정으로서의 진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탈원전 보도에 있어 탈원전이 옳으냐 그르냐와는 별개로 누구에 의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강행됐느냐를 캐내야 하는 것이 기자의 책무다. 그것이 권력에 의한 것일 때 탈원전의 폐해는 배가(倍加)되기 때문이다.

 

기자는 육감(肉感)으로 기사 쓸 때도 많다. 육감은 논리적이지 않다. 좋은 기사, 옳은 기사는 경험 많은 기자들의 소산이다. 그것은 인맥(이른바 취재 소스)으로 이루어진다. 그 인맥은 신뢰로 지켜지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기사는 정의감과 신념을 바탕으로 연륜에 따른 인맥과 경험과 육감에 의해 탄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험과 관점에서 지금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이고 있는 언론중재법안을 들여다보면 나의 기자 인생은 전면 부정될 수밖에 없다. 고의가 있느냐, 없더라도 중과실이 있느냐에 따라 천문학적 엄청난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는 징벌 제도는 한마디로 사실이건 아니건 기사 자체를 쓰지 말라는 것이며 언론사는 문 닫고 기자들에게는 이직(移職)하라는 통첩이나 다름없다.

 

이 법안대로라면 기자는 진실이건 아니건 ‘결과’만 보도해야 한다. 재판도 판결문만 보도해야 한다. 검찰의 기소 내용도 사실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도 대통령이 ‘언제 중단되느냐’고 물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 기사 쓴 기자와 언론사는 패가(敗家) 할 수 있다.

 

언론사라고, 기자라고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을 아무것이나 만들어서 기사 써도 된다는 법은 없다. 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않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권리는 없다. 현행법 체계에서도 그것은 처벌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옥상옥(屋上屋)의 징벌법을 만드는 것이기에 재갈법이며 공갈법이라고 불린다.

 

이 법의 사실상의 목적은 기자와 경영인을 이간(離間)시키는 데 있다. 자기 기사가 이 법에 걸려 경영인 또는 사주(社主)에게 회사가 거덜 날 만큼의 엄청난 손해배상이 취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느 간 큰 기자가 기사를 쓰겠느냐는 것이다. 기자는 경영 측에 책임 떠넘기고 경영 측은 기자 못 믿고 내치는 사태가 분명 올 것이다. 조국(전 법무부장관) 사건 보도만 해도 그렇다. 재판 결과만 보도하면 됐지, 공연히 특종이니 단독이니 하면서 중뿔나게 나서다가 자칫 회사 망하고 나도 망하는 일에 왜 나서겠는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니, 그렇게 했으면 애당초 조국 사건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 유신 또는 권위주의 권력은 주로 기자들 겁주는 데 그쳤다. 정부에 불리한 기사를 쓴 기자를 ‘남산’(당시 안기부)에 연행해 지하에 감금하고 겁주고 그리고 “북괴를 이롭게 했다”는 반성문 쓰게 하고 내보냈다. 신문 경영 쪽에는 신문 용지 배분 또는 대기업 신문 광고 끊기 등으로 위협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지금 문 정권과 여당은 기자의 밥줄을 끊는 것으로는 안 되겠는지 아예 언론사의 목줄을 끊으려고 나선 꼴이다. 기자를 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데가 바로 인사권자라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애초 이 법안에 손해배상의 처벌을 받은 경영 측이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가 최종 단계에서 뺀 것을 보면 이 법안의 의도를 알 수 있다.

 

나는 기자로 일하면서 ‘험한 세상’ 살았다고 여겨왔다. 그러면서 후배 기자들에게 ‘당신들은 이만하면 좋은 세상 살고 있는 거야’라고 말해왔다. 정보부 얘기, 남산 얘기 등을 무훈담처럼 얘기하며 마치 우리 세대가 막장의 언론 탄압을 견디면서 오늘의 ‘민주 국가’를 후배들에게 인계한 양 거들먹거렸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사 안다.

 

-김대중 컬럼니스트, 조선일보(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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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선 주자들도 “독소 조항” “비판 견제 기능 손실” 우려한 ‘언론징벌법’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대선 경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3대 기득권 타파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언론징벌법’에 대해 같은 당 대선 주자 김두관 의원이 23일 “살펴보니 독소 조항이 많이 있고 문제가 되는 소지들이 있는데 (법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한발 후퇴했지만 그가 본 ‘독소 조항’은 그대로 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개혁의 부메랑 효과가 나타나 언론의 비판과 견제 기능에서 사회적 손실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언론징벌법은 친문 강성 지지자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다. 조국씨의 비리와 내로남불이 드러난 것이 언론 때문이라는 심리라고 한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이들의 눈치를 본다. 유력 주자들이 이 법에 적극 찬성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몇몇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이 법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 말대로 ‘법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이 언론징벌법도 이름은 ‘언론중재법’이다. ‘가짜 조작 보도를 징벌한다’고 하면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항을 이용해 현실 권력의 비리 부정을 취재 보도하는 언론을 얼마든지 옭아맬 수 있다. 그럴 수 없으면 강성 친문들이 이 법을 요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문제가 된 것은 유튜브에서 난무하는 가짜 뉴스였는데 민주당은 정작 이 문제는 빼고 주로 정상적 언론만 겨냥하고 있다. 결국 숨은 의도는 ‘가짜 뉴스 엄벌’이 아니라 ‘진짜 뉴스 엄벌’ 아닌가.

 

이 법은 보도에 ‘고의·중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책임을 사실상 언론이 지게 하고 있다. 허위·조작을 주장하는 쪽이 입증을 해야 하는 게 법적 상식이지만 정반대로 규정한 것이다. 언론만을 특정한 징벌적 배상제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들었다. 이 법이 있었다면 조국·윤미향·이상직·유재수 비리, 울산 선거 공작, 월성 1호 조작 사건 등은 드러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최순실 사건도 제대로 보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무너지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민주당은 25일 이 법을 통과시킨다고 한다. 법이 발효되면 이 정권의 문제들이 보도되는 것을 상당히 막을 수 있다고 계산할 것이다. 법을 만들어 언론을 틀어막고 선거를 치르겠다는 발상이 민주화 운동권에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야당 대선 주자들은 “국민과 함께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대선의 중요 이슈로 삼아 국민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 “25일 국회에 대선 주자 전원이 나가 싸우자”고 했다. 25일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오점이 찍히는 날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일보(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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