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아웃사이더들의 등장을 경계한다]
[‘뉴딜 낙하산’도 ‘개취’라는 청와대]
무능한 아웃사이더들의 등장을 경계한다
[朝鮮칼럼]

2017년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석보좌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장하성 정책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조국 민정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홍장표 경제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뒷줄 왼쪽부터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연합뉴스
행정학계 원로인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의 ‘3불(不)’ 사회 위기론은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것이 불안(不安)하고, 사회는 불공평해서 나만 손해 본다는 불만(不滿)이 가득한데, 이를 해결해야 할 정부는 무능하여 믿을 수 없다는 불신(不信)이 만연하면 사회에 위기가 온다. 국민들은 분노하고, 분열하면서 국정은 최악의 상황이 되는데 이때 비제도권에서 아웃사이더들이 등장하게 된다. 아웃사이더는 정치·행정 체제의 변두리에 머물면서 실제 정책을 해본 경험이 없는 시민단체·어용학자·정치인들을 일컫는다. 아웃사이더는 참신한 시각으로 나라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지만 대부분은 실패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국정에 대해 치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는 데다가, 자기 분야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복잡하게 얽힌 사회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외환 위기 때 아웃사이더들이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다. DJ 정부는 ‘과거 청산과 제2의 건국’을 주창하면서 종전 경제 사령탑이던 재정경제원을 4개 기관으로 분리 해체하고, 주요 정책은 학계, 시민단체 인사들에게 맡겼다. 그러나 이 체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성과가 별로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결국 경제수석을 관료 출신으로 바꾸면서 경제 구조 조정, 공공 부문 개혁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경제 위기도 조기에 극복했다.
곧이어 등장한 노무현 정부도 처음에는 아웃사이더들의 독무대였다. ‘특권을 폐지하고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기치하에 아웃사이더들이 대거 국정에 참여했다. 초기 청와대 비서실 구성만 보더라도 비서관급 이상 50명 가운데 관료 출신은 1명밖에 없을 정도였다. 주요 정책은 부처가 아닌 위원회에서 ‘로드맵’이란 이름으로 추진되었다. 역대 정부 중 위원회가 가장 많았던 시절이다. 그러나 위원회 체제는 말만 무성하고 성과는 신통치 않았기에 노 대통령 역시 제도권 중심의 국정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초기에 추진한 지역 개발 전략이 부동산 투기로 이어지면서 국정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보수 정권에서 잠잠했던 아웃사이더들이 현 정부 들어 전성기를 맞이했다. 정권 핵심들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관료들에 둘러싸여 제대로 개혁을 못 했다고 비판하면서 집권 내내 아웃사이더들을 중용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지만 임금 인상과 노조 편향 시책들로 인해 시장에서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고, 국가 부채는 치솟았으며,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환경 단체가 주도한 탈원전 정책은 최악이다. 본래 환경론자들은 천성산 도롱뇽 사태에서 보듯이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본다. 지난 2012년 태국에서 치수 사업 국제 입찰이 있었는데, 우리는 수자원공사가 참여하여 일본·중국과 경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환경 단체들이 태국을 방문하여 한국의 4대강 사업을 본받지 말라고 훼방을 놓으면서 우리 팀에 치명타를 가했다. 당시는 건설업계가 힘들어 해외 수주가 한 푼이라도 아쉬웠지만 환경 단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탈원전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환경 단체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에너지 정책까지 맡긴 것은 큰 잘못이다.
아웃사이더 정책의 난맥은 부동산 대책에서 극에 달했다. 집값은 주택 수급뿐만 아니라 거시 경제, 투기 심리, 심지어 교육까지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매우 복잡·다난해서 역대 부동산 대책은 정책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 주도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정치인, 시민단체 출신의 정책 책임자들이 세금과 공권력으로만 집값을 떨어뜨리려다가 사달이 났다. MB 정부 시절 부동산세를 낮추고도 집값을 안정시킨 것과 대비가 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또다시 아웃사이더들이 대거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내세우는 정책들을 보면 소득·주택·대출, 심지어 목돈 마련까지 정부가 보장하겠다는 허황된 것이 많다.
정치는 국민을 속여도, 경제는 속이지 않는다.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난다. 콩 심어놓고 비료 아무리 뿌려봐야 팥 안 된다. 정책이 잘못되면 아무리 재정 퍼부어도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시장 순리를 따르면 집값도, 일자리도 저절로 해결되는데 아웃사이더들이 어설프게 시장에 개입하다가 배가 산으로 갔다. 다음 정부에서마저 아웃사이더들이 국정을 주도하고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들을 쏟아내면 경제는 희망이 없다.
-김대기 단국대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조선일보(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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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 낙하산’도 ‘개취’라는 청와대
[오늘과 내일]
대통령이 국민과 성과공유 약속해놓고
비전문가에 20조 펀드 맡길 수 있나
‘대한민국 100년을 설계한다’는 20조 원 규모 뉴딜펀드를 금융투자 경험이 일천한 비전문가가 굴리겠다고 나선다면 말려야 정상 아닌가. 청와대에선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뉴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의 투자운용2본부장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있을 때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인사가 내정됐다. 금융권에선 “금융투자 경험도, 자격증도 일천한 부적격 인사”라고 난린데, 정작 청와대는 “청와대가 관여하는 인사가 아니다”라며 강 건너 불구경이다. 한술 더 떠 “전직 청와대 직원이 개인적으로 취업을 한 사안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낙하산, 이런 표현을 한 것은 유감”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게 개취(개인적 취업)의 문제인가. 뉴딜펀드를 뜬금없이 국민들 앞에 띄운 건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금융과 민간 자금이 참여하는 ‘뉴딜펀드’ 조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두 달 뒤 정부는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보고했다. 청와대가 관여하는 인사가 아니라고 해서 방관할 자리가 아니다.
뉴딜펀드에 국민을 끌어들인 것도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막대한 유동자금이 한국판 뉴딜사업으로 모이고 수익을 함께 향유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정부는 일반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모재간접공모펀드를 만들고 국민참여펀드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을 이해관계자로 끌어들였으니 누가 펀드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에게 상세히 설명할 책임이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당에서도 오래 일을 해서 전혀 (금융) 흐름을 모르는 분은 아니다”라고 논란의 당사자를 감쌌다. 당에서 오래 일하고 흐름을 이해한다고 해서 국내 최고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할 투자운용 업무를 맡길 수 있나. 김 총리는 “투자운용본부장이 1본부장, 2본부장이 있는데 그중 한 파트를 맡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원래 한국성장금융에 투자운용본부장은 1명이었다. 지난달 이 자리를 둘로 쪼개고 2본부장을 만들더니 16개 모(母)펀드 중 가장 덩치가 큰 뉴딜펀드 운용 업무를 갖다 놓고 공모 절차도 없이 본부장을 내정했다는 게 ‘위인설관 낙하산 인사’ 논란의 발단이다.
권력을 쥔 여당, 청와대 출신이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승자독식 세계관은 실력을 쌓기 위해 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일을 하고 자격증을 따느라 청춘을 보낸 전문가들의 땀과 노력을 배신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할 한국의 실력주의(Meritocracy)가 뿌리부터 흔들린다.
한국성장금융이 투자하는 자(子)펀드는 200개가 넘고 투자 기업만 약 3000곳이다. 뉴딜펀드 투자운용 책임자는 7조 원의 정책자금이 투입된 모펀드를 굴리며 자펀드나 투자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 감시가 허술하면 옵티머스·라임과 같은 사모펀드 사태나 총리와 측근이 국영투자사를 통해 45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말레이시아 ‘1MDB’ 사건과 같은 ‘약탈정치(Kleptocracy)’ 창구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그러니 투자운용 책임자는 공개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감시는 강화해야 한다. 이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전직 직원의 개취’라고 한 청와대의 ‘불공정 불감증’이야말로 유감천만이다.
-박용 경제부장, 동아일보(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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