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1932년 ‘황성옛터’를 부른 이애리수는 그 시절 국민 가수였다. 나라 잃은 울분을 노래할 때마다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이 한 곡으로 ‘민족의 연인’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2년 뒤 조선일보가 향토 노래 가사 공모전을 열었다. 일제에 억눌린 민족 고유의 정서를 되살리자는 호소가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응모작 가운데 문일석의 ‘목포의 노래’가 1등을 차지했다. 이 노랫말에 손목인이 곡을 붙이고 이난영이 부른 게 ‘목포의 눈물’이다. 발표 즉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민족의 노래가 됐고 이난영은 국민 가수 계보를 이었다.
▶국민적 사랑을 받는 노래엔 시대의 좌절과 성취, 슬픔과 희망이 녹아 있다. 광복 후 전쟁의 고통과 이산의 아픔은 ‘가거라 삼팔선’,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로 우리 입에 올랐다. ‘서울 가서 잘살아보겠다’며 시작된 이촌향도(離村向都) 물결, 경제 부흥과 민주화 역사는 추석 귀성객의 애창곡인 ‘고향역’과 근대화된 도시 서울을 찬미한 ‘서울의 찬가’, 민주화 염원을 녹여낸 ‘아침이슬’로 우리 곁에 남았다.

▶TV조선의 새 오디션 ‘내일은 국민가수’가 목요일인 7일 밤 첫선을 보였다. ‘K팝 오디션’으로 새단장하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 열기에 맞춰 글로벌 스타 발굴의 대장정에 나선다. 첫선을 보이자마자 동 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유튜브엔 관련 영상이 쏟아졌다. “이런 보물들이 여태껏 어디에 숨어 있었나” 등 댓글도 줄을 잇는다.
▶천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유튜브 스타 최진솔, ‘노래를 듣고 전율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를 실감케 한 소울의 숨은 진주 김희석, 김광석 노래 ‘그날들’을 불러 마스터 박선주의 눈물을 쏟게 한 박창근 등이 무대를 휘어잡았다. ‘아, 옛날이여’를 부른 김유하가 작은 몸에서 뿜어낸 폭풍 성량은 이 아이가 정녕 7세 유치원생인지 듣고도 의심하게 했다. 무대 공포증을 이겨내고 돌아온 박장현, “나를 알리고 싶었다”는 CM송 가수 김도하에겐 따뜻한 박수가 쏟아졌다.
▶영국 팝페라 가수 폴 포츠와 수전 보일은 오디션 프로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우승하며 영국을 넘어 세계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휴대전화 판매원이었던 폴 포츠 노래를 들은 심사위원들은 “다이아몬드로 바뀔 석탄의 발견”이란 찬사를 보냈다. 우리 가수가 노래하면 유튜브에 영어·일어·아랍어 댓글이 달리는 시대다. 전 세계가 한류를 주목하는 지금, 한국 국민 가수는 세계의 국민 가수다. ‘내일은 국민가수’에서 새로운 폴 포츠와 수전 보일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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