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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제국의 시민들] [“내 삶이 오징어게임”… 지친 현대인들 ‘생존게임’에 공감]

뚝섬 2021. 10. 24. 06:06

[규칙 없음, 불만 없음, 선악 없음… 넷플릭스 제국의 시민들] 

[“내 삶이 오징어게임”… 지친 현대인들 ‘생존게임’에 공감]

 

 

 

규칙 없음, 불만 없음, 선악 없음… 넷플릭스 제국의 시민들

 

[김지수의 서정시대]

세계가 ‘오징어 게임’ 합창… 규칙·제약 없는 넷플릭스, 창작자 몰려
창작자를 통제하지 않는 대신 설계자가 수익 전부 갖는 게임의 룰
‘불만 없음’ 뽑아낸 유능함·공평함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하나의 콘텐츠가 뜨면 지구촌의 매미가 동시에 울듯 반응의 ‘동기화’가 일어난다. 전 세계가 합창하듯 ‘오징어 게임’ 얘기다. 접속하는 순간 뜨는 특유의 강렬한 N자 로고를 볼 때마다, 나는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책 ‘규칙 없음’이 생각났다. 일명 ‘No rules rules’. ‘넷플릭스에 이익에 되어야 한다’는 규칙을 제외하고는 출근, 휴가, 예산, 계약, 절차, 승인 등 어떤 제약도 없다는 ‘규칙 없음’의 조직 문화. 자유와 책임 빼고 모든 통제는 다 없앴다는 넷플릭스 천국에 또 하나 없는 게 있다. 보너스다. 이미 보너스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연봉을 줬고, 먼저 확실한 보상을 받을 때 최고의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것이 이 회사 CEO의 판단이다. 그런데 그 룰을 넷플릭스 바깥에 적용하자 목마른 창작자들이 넷플릭스의 놀이판 안으로 몰려들었다.

 

/일러스트=이철원

 

2017년 넷플릭스에서 한국에 처음 투자한 영화 ‘옥자’가 생각난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560억원을 투자하고 브래드 피트가 세운 플랜B가 제작했다. 봉준호는 “’옥자’가 가진 모험적인 측면을 보면 내가 투자자라고 해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독으로서 100% 통제권을 받으면 책임감이 무서울 정도로 커진다”고 했다. 콘텐츠 최고 책임자 테드 서랜도스는 사랑에 빠진 표정으로 말을 보탰다. “봉준호와 함께 일하는 건 꿈꾸는 것 같았다”고. “창의력을 가진 사람에게 그것을 발휘하는 여지를 준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이 얼마나 우아한 파트너십인가! 넷플릭스가 ‘봉 잡은’ 효과는 놀라웠다. 수퍼 돼지와 산골 소녀의 러브스토리는 칸 영화제에서 스트리밍 영화의 정체성 논쟁을 끌어냈고, 이후 봉준호는 상업적으로 더욱 정교해진 ‘기생충’으로 영화계 챔피언스 리그에서 정점을 찍었다.

 

‘옥자’ 이후 영화는 더 이상 극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창작자들은 자국의 미디어, 자본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다. 플레이어를 통제하지 않는 대신, 수익은 전부 설계자가 갖는 넷플릭스의 게임의 룰은 어마어마한 자력으로 전 세계 최상위 콘텐츠를 빨아들였다. 로컬 문화를 이국적인 앵글로 흡수해온 디즈니 제국의 다양성 전략과 달리 넷플릭스 제국은 아예 로컬 그 자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로컬은 뜨거운 에너지와 새로움의 얼굴로 플랫폼을 달궜다. ‘길 위의 셰프들’ ‘종이 인형’ ‘킹덤’ ‘D.P.’…. 나 또한 호기심과 도파민이 범벅된 채 이 즐거운 개미지옥에 빠져 허우적댔으니. ‘경쟁 상대는 오직 수면 시간’이라는 그들의 공언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한 자유를 주는 대신 메가 히트와 ‘불만 없음’을 뽑아내는 이 플랫폼 제국의 유능함과 공평함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유년과 성년, 놀이와 노름, 현실과 판타지, 선과 악이 미묘하게 배합된 ‘오징어 게임’처럼, 우리 모두 ‘돈 많은’ 설계자가 디자인한 현란한 세트 속에서 영혼의 매스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엇보다 돈과 관심이 최고의 종교인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서 가장 손쉽게 도구화되는 것은 인간의 생명 감각이다. 창작자 입장에서 생명 훼손만큼 선명한 자극은 없기에, 신체는 자주 고깃덩이처럼 썰리고 뽑히며 전시된다. 시각과 촉각 자극이 셀수록, 타인의 생명을 느끼는 우리의 감각은 희미해진다.

 

기이하게도 ‘옥자’와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나는 냄새를 맡은 기억이 없다. 동물 도살과 인간 학살의 시각적 폭격 속에서 단백질 타는 냄새, 피 냄새, 땀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게 신기했다. 냄새는 동류의 기억…. ‘한때 우리가 함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생명이었다’라는 감정의 뿌리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옥자’의 공장식 도살장, ‘오징어 게임’의 놀이터 같은 인간 도살장과 비교해 보면, 역설적으로 영화 ‘기생충’의 깊은 괴저택과 반지하, 영화 ‘미나리’의 아칸소 초원과 바퀴 달린 집은 얼마나 개별적인 생명의 냄새로 충만했던가. 가난의 냄새, 초원의 냄새, 피 냄새, 물 냄새, 하수구 냄새, 짜파구리 냄새, 할머니 냄새, 미나리 냄새….

 

때로는 분뇨가 역류하고(반지하) 물이 끊기는(트레일러) 험한 세상을 살아도, 우리가 사는 현실이 분홍빛 도살장은 아니다. 그래서 계속 질문해야 한다. 규칙 없음, 불만 없음, 선악 없음…. 넷플릭스 제국의 시민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그 자유와 오락의 윤리에 대해. 전 세계 학교들이 하나둘 핑크 솔저와 초록 트레이닝 병사들의 학살극에 주의보를 내리기 시작했다.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조선일보(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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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오징어게임”… 지친 현대인들 ‘생존게임’에 공감

 

생존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
“불공정 경쟁” 비판적 메시지
인간심리 적나라하게 드러내
지친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

 

웹 예능 프로그램 ‘파이트 클럽’에서 7번 참가자가 2번 참가자와 격투를 벌여 승리한 장면. 대결에서 KO패 당한 참가자는 즉각 퇴소 조치된다. 유튜브 ‘코리안 좀비’ 화면 캡처

 

《UFC 정찬성 선수의 유튜브 채널 ‘코리안 좀비’와 카카오TV는 ‘파이트 클럽’ 시리즈를 함께 내보내고 있다. ‘배틀 로얄 실사판’을 표방하는 이 콘텐츠는 4일 1화를 업로드한 뒤 일주일 만에 두 채널을 합쳐 조회수 280만 회를 기록했다. 11일 공개된 2화는 공개 10시간 만에 100만 회를 넘겼다. 파이트 클럽은 14명의 참가자가 일주일 동안 합숙하며 총 1억 원을 걸고 일대일 격투를 통해 생존 경쟁을 벌이는 콘텐츠다. 승리한 자는 한 단계 위로 승급하거나 상대의 상금을 빼앗을 수 있다. 최고 등급에 오른 참가자가 다른 최고 등급의 참가자와 싸워 이길 경우 지금껏 모은 상금을 챙겨 파이트 클럽을 떠날 수 있다. 간단한 규칙과 혈투만이 존재하는 이 콘텐츠에 시청자들은 “약육강식만이 존재하는 현실”이라며 열광하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 ‘머니게임’에서 생존을 위해 고뇌하는 참가자들. 유튜브 채널 ‘진용진’ 제공

 

극한으로 치닫는 생존 경쟁이 2021년 콘텐츠 업계를 휩쓸고 있다. 예능, 드라마, 유튜브 콘텐츠 등 장르와 플랫폼도 다양하다. 파이트 클럽을 비롯해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등 올해 시청자에게 ‘먹힌’ 콘텐츠는 공통적으로 ‘생존’이라는 코드를 갖고 있다. 특수부대 간 대결을 통해 우승자를 가린 채널A의 ‘강철부대’, 약 4억8000만 원의 상금을 두고 속고 속이는 심리전을 펼친 유튜브 콘텐츠 ‘머니게임’까지. 이 흐름을 타고 MBC와 웨이브는 생존 서바이벌 ‘피의 게임’ 10월 방송을 앞두고 있다. 2021년 우리는 왜 이토록 생존에 목매는가.

 

① 공정한 규칙? 기계적 평등, 보상, 자발성으로 포장…사회에 던지는 비판적 메시지

 

‘규칙만 따르고 우승하면 누구든지 상금과 영예를 얻는다.’

 

생존 게임 콘텐츠들은 공통적으로 이 전제 조건을 갖는다. 참가자들 모두가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전해 듣고, 주최 측이 마련한 판에서 승리하면 달콤한 보상이 따른다. 목숨까지 한번 걸어볼 만큼.

 

채널A 예능 프로그램 ‘강철부대’에서 40kg 군장 산악행군 미션을 수행 중인 UDT 대원들. 채널A 제공

 

그런데 판을 열어 보면 생존 경쟁은 결코 공정하다고 보기 힘들다. 동일한 시공간에서 같은 종목의 게임을 벌이는 수준의 기계적 평등에 가깝다. 파이트 클럽에서는 통상 격투기에서 따지는 체급 차이는 고려되지 않는다. 부상자는 오히려 더욱 집요하고 가혹하게 괴롭힘 당하는 환경에 노출된다. ‘강철부대‘는 부대별 다른 주특기를 보유하고 있기에 미션에 따라 임무 수행 능력에 큰 편차가 발생한다. 모든 게임이 공정하다 믿었던 오징어게임 안에서도 의사 출신의 참가자는 비밀스러운 거래를 통해 게임을 미리 파악하는 편법을 쓴다. 이 지점에서 시청자들은 “겉은 공정해도 속은 불평등한 현실 세계와 똑같다”며 분개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불합리, 불공정은 자발성에 의해 전부 정당화된다. 생존 게임에 참여한 모든 이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포기할 수 있다’는 룰에 동의했기 때문.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이 투표를 거쳐 과반수 의견을 따라 게임을 한 차례 중단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게임이 싫으면 스스로 포기하라”는 시청자의 반응도 많다. 실제 부상이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게임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언제든 ‘싫으면 그만해도 된다’는 게임 특성상 모든 과정에는 개인의 자발적 의지가 포함돼 있고, 게임은 정당한 듯 보인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생존을 다룬 콘텐츠는 ‘룰은 공정하다’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2030이 늘 공정을 외치듯 게임과 사회의 룰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② 극한 상황 속 적나라한 인간 심리 묘사

2009년 CJ ENM이 선보인 ‘슈퍼스타K’ 시리즈가 성공한 이후 한국 콘텐츠 업계는 10년 넘게 오디션에 골몰해왔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참가자를 ‘생존’ 아니면 ‘탈락(죽음)’이라는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는 프로그램이 현재 생존 코드의 콘텐츠다.

극한으로 내몰린 인간 군상은 천차만별이다. 위기를 마주했을 때 드러나는 인간 심리, 본성에 대한 묘사는 콘텐츠의 묘미로 꼽힌다. 선과 악을 명확히 가르기 힘든 입체적 캐릭터들은 몰입도를 높인다. 시청자들은 “승진 경쟁을 앞두고 처절하게 싸우는 우리 직장 상사들 같다”거나 “역시 사람은 믿을 수 없다”며 공감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최후의 3인을 연기한 배우 박해수, 이정재, 정호연.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게임에서 명문대 출신의 조상우(박해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차비를 건네는 아량을 베풀다가도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엔 그를 배신한다. 늘 팀을 먼저 생각하던 성기훈(이정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결국 상대 오일남(오영수)을 속인다. 머니게임은 인간의 ‘바닥’ ‘악’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양변기도 없고, 물도 나오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참가자들은 몸싸움하고 욕설을 마구 내뱉는다.

파이트 클럽 참가자들은 약한 상대를 택해 쉽게 돈을 챙기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파이터가 약자만 골라 싸운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고심한다. 주로 팀 대결로 진행된 강철부대 안에서는 승부보다 뒤처진 팀원을 챙기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동료를 거칠게 몰아세우며 “네가 계속 이러면 다 같이 망한다”며 나무라는 모습도 보였다.

 

③ 왜 이렇게까지? “바깥은 더 지옥”

‘오징어게임이 존재한다면 참가하겠습니까?’

근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런 설문조사 글이 다수 올라왔다. 여러 설문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456분의 1 확률에 베팅하는 건 미친 짓”이라는 의견이 다수지만, ‘참가하고 싶다’고 응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드라마처럼 극한으로 몰린 상황에 놓여 있다면 한번 걸어볼 만하다”는 의견이다. 오징어게임 속 어떤 캐릭터와 내가 닮았는지 측정하는 ‘성격 테스트’ 콘텐츠까지 나왔다.

가상의 생존 게임이 시청자를 고민에 빠지게 할 만큼 몰입감이 높은 이유는 각 인물에게 현실적이면서도 충분한 서사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과거 ‘배틀 로얄’ 등 데스 게임 부류의 콘텐츠에서 참가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게임을 하며 서로 죽이고 죽는 내용과도 차이가 있다.

생존 게임에 참여하는 주된 현실적 이유는 돈이다. 생존 위협, 빚, 도박, 주식 손실, 생활고 등 각자의 이유로 나락으로 몰린 오징어게임 참가자들이 한 방에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은 게임이 유일해 보인다. 강철부대, 파이트 클럽에서는 돈뿐만 아니라 명예와 자존감도 이들이 게임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참가자들은 “상대를 눌러야 내가 산다”며 승리를 정당화한다.

 

고된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캐릭터의 서사에 열광하고 있다. 이들이 고난을 극복했을 때 카타르시스도 느낀다. 생존 게임 콘텐츠를 즐겨 본다는 자영업자 이한준 씨(34)는 “목숨을 건 게임을 하다 끝내 난관을 극복한 우승자를 보고 울컥했다”고 했다. 오징어게임을 시청한 직장인 이성민 씨(32)는 “현실을 매력적으로 그린 ‘계급 우화’ 같다”고 평했다.

결국 생존 게임 콘텐츠가 이토록 각광받는 건 처절한 경쟁에 처한 우리 현실을 빼다 박은 듯 치밀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영미 평론가는 삶은 지옥이고 삐끗하면 다 죽는다. 살얼음판 걷듯이 조심조심 가는 우리의 모습이 콘텐츠에 녹아들었다고 분석했다. 오징어게임 속 오일남의 대사는 이를 한마디로 여실히 보여 준다. “여기(현실)가 더 지옥이야.”

-김기윤 문화부 기자, 동아일보(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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