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로 해결 못 할 ‘외교 위기’]
[피, 땀 그리고 눈물… 처칠과 BTS]
[日 고노 “종전선언, 미군 철수론 부를수도… 北 핵포기 전제돼야”]
[핵무장에 헌법적 장애 요인 없다]
TF로 해결 못 할 ‘외교 위기’
[특파원 리포트]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중국발 요소수 대란이 가시화된 지난달 1일, 외교부는 부랴부랴 양자경제외교국 산하에 ‘경제안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좀처럼 사태가 수습되지 않자 지난달 19일 이 TF를 차관보급으로 ‘격상·확대’했다는 것을 무슨 대책인 양 발표했다. 지난달 26일엔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산업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경제안보 핵심품목 TF’도 출범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분주한 정부를 보며 2년 전 이맘때쯤 함께 점심을 들었던 중견 여성 외교관이 떠올랐다. 당시 그는 “외교부가 정책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것 같다”며 걱정했다. “외교부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잘 읽고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예상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청와대나 국내 다른 부처에 ‘경고’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청와대가 외교부 말을 듣지도 않고, 장관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윗사람들이 묻지 않으니 아래에서도 챙기지 않는다. 이러다 무슨 일이 터질까 두렵다”고 했다. 그 걱정이 2년여 만에 현실이 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요소수 품귀 현상은 예상하기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코로나 초기인 작년 3월 이미 백악관은 “미국 항생제의 97%가 중국에서 온다”며 의약품 공급망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다른 분야에 대한 점검도 이어졌다. 작년 7월 미 국방부는 “외국의 단일 공급자에 의존하는 핵심 품목을 많이 확인했다”고 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은 작년 11월 “단일 공급자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 “코로나의 교훈”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 2월 국가안보회의, 국가경제위와 상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등이 협력해 각 산업 분야의 공급망 취약성을 확인하라는 ‘미국 공급망 행정명령’을 내렸다.
‘핵심 품목 공급을 한 나라, 특히 중국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코로나 이후 국제사회가 다 알게 된 사실이었다. 우리 외교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면 미국이 저 법석을 떠는 동안 남 일처럼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동향을 읽고 공급망 선제 점검을 건의했어야 할 주미 대사관의 수장은 “이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국가” 같은 발언이나 하고 있었다. 미국을 찾는 다른 고위 당국자들도 대개 ‘종전 선언’ 타령이 먼저였다.
‘윗사람들’이 국제사회 흐름에 무관심한데 ‘아래’에서 경고음을 낼 수 있을 리 없다. ‘북·중’만 보고 있는데 세계가 보일 리도 없다. 그렇게 망가진 외교는 ‘무슨 무슨 TF’로도 고칠 수 없다. 또 무슨 위기가 올까 조마조마할 뿐이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조선일보(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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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땀 그리고 눈물… 처칠과 BTS
[김도연 칼럼]
전쟁 공포에서 국민 단결시킨 처칠.. 생명 거는 지도자 희생이 승전 이끌어
평화는 힘 있을 경우에만 누리는 특권.. 국방부터 문화까지 진력하는 지도자 필요
人和 위해 다른 의견에 적대감 갖지 말아야
윈스턴 처칠은 20세기 세계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정치인이다. 그는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세계대전이 본격화되던 1940년 5월에 영국 총리로 취임했다. 그리고 연합군 승리 두 달 후인 1945년 7월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참혹했던 전쟁을 오롯이 감당하며 인류사의 큰 물줄기를 바꾼 셈이다. 국민들께 드릴 수 있는 것은 “피, 땀 그리고 눈물”뿐이라는 그의 취임 후 첫 하원 연설은 전쟁 공포에 휩싸였던 모두를 단결시키며 사기를 높였다. 정치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전쟁은 국민 모두가 생명을 걸고 직접 피를 흘려야 하는 가장 처절한 게임이다. 처칠의 연설은 국민을 위해 군 통수권자 스스로가 피를 흘리겠다는 다짐이었는데, 실제로 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직접 참가하겠다고 고집했다. 그러나 당시 국왕인 조지 6세는 오히려 본인이 참전하겠다며 처칠을 만류했다. “왕이 전사하면 대신할 사람이 있지만, 처칠이 전사하면 그렇지 못하다”는 설득에 처칠이 뒤로 물러섰다고 전해진다. 승리는 지도자들의 이러한 자기희생이 가져온 결과다.
벌어진 전쟁이라면 국가지도자의 책무는 당연히 승리하는 것이지만, 그 전에 이를 막고 평화를 향유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불편한 역사적 진실은 오히려 전쟁에 철저히 대비하는 사회만이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는 힘이 있는 경우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국가지도자는 이 냉혹한 진실을 명심해야 한다. 처칠은 “전쟁에서 이긴 지도자는 가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도 했지만,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한 지도자가 전쟁에서 이긴 경우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핵으로 위협받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우리 지도자는 국방력 강화에 땀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제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열강의 이해가 직접 맞닿아 있기에 그들 간의 갈등으로 불꽃이 튀면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우리 것이다. 이 역시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외교력은 대한민국에 각별히 중요한 힘이다. 국내 정치 환경이 어려우면 이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 관계를 이용해 외교를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소위 캠프 출신 외교 무경험 인사들을 보답의 목적으로 해외 공관에 보내는 일만은 부디 삼가길 기원한다.
현대의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경제, 문화, 교육, 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치열한 경쟁은 피를 쏟던 지난날 군사적 전투와 다름없다. 모든 분야 경쟁력의 총화인 국력 증진을 위해 지도자는 진력해야 한다. 땀을 흘려야 한다. 초일류 산업을 키우면서 동시에 약진하고 있는 한류 문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미래를 발목 잡고 있는 교육의 문제점도 풀어야 한다.
우리가 선출한 지도자가 모두와 공감하면서 기쁜 일에도 그리고 슬픈 일에도 함께 눈물 흘린다면 국민은 행복할 것이다. 인화(人和)는 지도자의 최고 덕목이다. 모두를 아우르기 위해 지도자는 자기와 다른 의견에도 적대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 처칠 재임 당시, 낸시 애스터는 영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원이었는데 정치적 의견을 달리하면서 처칠과 갈등이 심했다. 사소한 문제로 의회에서 논쟁하다가 애스터가 처칠에게 “내가 당신의 아내였다면, 당신이 마시는 찻잔에 독을 탔을 겁니다”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에 처칠은 “애스터 의원님, 당신이 내 아내였다면 그렇게 살기보다 차라리 주시는 찻잔을 마셨을 거요”라고 대답했다. 우리 정치지도자들도 이런 정도의 여유와 관용을 지니면 좋겠다.
사실 ‘피, 땀 그리고 눈물’에서 처칠의 모습을 상기하는 사람은 이미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요즘 대통령 후보들이 큰 관심을 쏟고 있는 2030세대들은 여기에서 오히려 방탄소년단(BTS)의 ‘피 땀 눈물’을 떠올릴 것으로 믿는다. 유튜브에서 10억 회 가까운 조회를 기록한 세계 젊은이들 모두가 열광하는 노래다. 같은 ‘피, 땀 그리고 눈물’이지만, 처칠은 국민에게 그러나 BTS는 달콤한 사랑에게 바친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 대통령 후보들은 처칠과 BTS를 모두 이해해야 하겠지만, 그러나 지도자로서 처칠에게 더 관심 갖길 바란다. 피는 자기희생이다. 땀은 헌신적 노력이다. 그리고 눈물은 국민 모두와의 공감이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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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고노 “종전선언, 미군 철수론 부를수도… 北 핵포기 전제돼야”
日 자민당 홍보본부장 인터뷰

고노 다로 일본 자민당 홍보본부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지금의 한일 관계를 ‘냉동고 속 얼음’에 비유하면서 “하루빨리 해동시켜 여러 협력 사업을 하자”고 말했다. 고노 본부장은 기자와의 사이에 놓인 투명 아크릴판을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옮기려 하자 “코로나19 방지 원칙상 안 된다”고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고노 다로(河野太郞·58) 일본 자민당 홍보본부장은 11월 25일 도쿄 중의원 회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며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사실상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악화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정치와 미디어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노 본부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에서 외상과 방위상, 행정개혁담당상 등 요직을 거쳤고 현재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힌다. 그의 아버지는 일본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河野洋平·84) 전 관방장관이다.
고노 본부장은 한국에선 ‘강경 매파’로 인식되고 있다. 외상이던 2019년 7월 남관표 당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남 대사의 말을 끊고 “무례하다”며 화를 낸 일도 그런 인식을 고착시켰다. 하지만 고노 본부장은 그 직후 남 대사를 비공개로 초대해 저녁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대사의 업무 파트너는 외무성 차관이지만 외상이 직접 나서 자리를 만든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한국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외상 시절(2017년 8월∼2019년 9월) 강경화 당시 한국 외교부 장관과 1998년 ‘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여러 사업을 준비했다.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이 나오면서 일한(한일) 관계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마치 냉동고 안의 얼음이 된 것 같다. 한국 정부가 냉동고에서 꺼내 해동시키지 않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됐다.”
―일본도 해동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나.
“1965년 일한 청구권 협정을 기초로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했다. 한국 사법부의 판결은 그 협정을 뒤엎는 것이다. 먼저 그것부터 정상화돼야 한다. 한국 국내 문제이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한국 정부가 해결해 주길 기다리고 있다.”
―한반도 종전선언을 어떻게 보나.
“실제 북한이라는, ‘적의(敵意)’를 가진 국가가 존재하고, 북한이 군사적으로 여러 도발을 하고 있다. 상황이 바뀌지 않았는데 종전선언을 하면 ‘적의가 없어졌으니 미군은 한반도에서 나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기상조라는 의미인가.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미사일 계획도 멈추겠다고 명확히 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그때라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도 일북(북일) 외교관계를 앞으로 전진시켜 나가자고 할 것이다.”
―한국은 일본에 어떤 존재인가.
“북한, 중국 등과 관련한 안보 차원에서 일한, 일미한(한미일)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경제 분야에서도 일한 협력은 중요하다. 정치와 미디어가 양국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다행히 일한 민간 교류는 활발하다. 한국 드라마, K팝은 일본에서 인기다. ‘사랑의 불시착’이나 BTS(방탄소년단)가 떠오른다. 나도 여러 한국 영화를 봤다.”
―정치와 미디어가 한일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일부 미디어가 눈길 끄는 부분만 부각시켜 보도한다. 양국에 극소수 배외(排外·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태도)주의자가 있는데, 정치가들이 그들에게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 ‘한국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은 예전부터 일본에 있었지만 그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일본인들은 대부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일한 관계가 나빠지자 그런 혐한 목소리가 커지고, 점차 ‘그런가’ 하며 동조하는 일본인들이 늘어난다. 안타깝다.”
―일본 내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부정하지 않으면서) 한국 대법원 판결 외에도 해상자위대 함정의 욱일기, 후쿠시마 처리수(오염수), 도쿄 올림픽의 후쿠시마산 식재료 등과 관련한 갈등 요소가 있었다. 모두 소모적인 이슈다. 하지만 미디어가 그 이슈들을 보도하고, 그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진다. 일본에 가고 싶다는 한국인, 한국에 가고 싶다는 일본인도 많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미디어에 잘 보도되지 않는다.”
―외상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2018년 10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다. 모처럼 강 전 장관과 여러 사업을 하려 했는데 그 판결로 다 무산됐다. 그 판결이 아니었다면 아마 일한 관계는 좀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둘기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근린 외교는 어떻게 될까.
“이제 비둘기파, 매파 구별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군사 확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매우 나빠지고 있어 일한, 일미한은 서로 협력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고노 다로 자민당 의원
△ 1963년 가나가와현 히라쓰카시 출생
△ 1985년 미국 조지타운대 졸업
△ 1996년 중의원 의원 첫 당선 이후 9선(選)
△ 2009년 자민당 총재선거에 처음 출마해 낙선
△ 2015년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장으로 처음 입각
△ 2017년 외상
△ 2019년 방위상
△ 2020년 행정개혁담당상
△ 2021년 자민당 총재선거 두 번째 출마해 낙선. 현재 자민당 홍보본부장
-도쿄=김범석 특파원/도쿄=박형준 특파원, 동아이보(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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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에 헌법적 장애 요인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 목표로서 평화통일을 추구하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즉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 질서에 입각한 것이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헌법 제4조). 우리가 어떤 통일인가를 묻지 않는 몰(沒)체제적 통일 지상주의를 수용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우리 헌법의 확고한 의지로서 헌법 개정의 한계다.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는 물 건너갔다. 북한의 핵 보유는 기정사실화되었다. 북한이 절대 무기인 핵으로 무장하고 있는 한 이미 한반도에서의 힘의 균형은 깨진 상태다. 이제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우산 하에 덧씌워진 현실이 됐다. 그렇게 되면 통일은 대한민국 체제를 부인하는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현행 헌법에 의한 대한민국 체제가 종언을 고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북한 체제에 흡수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다. 그럼에도 핵 보유에 관하여 평화통일 운운하며 원론적⋅이상론적 주장만을 되풀이할 것인가!
혹자는 우리가 핵 보유 선언을 하는 순간 국제사회의 왕따가 되고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판에 박힌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체제가 북한 체제로 흡수되는 상황이 와도 괜찮은지 묻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CNN과 가진 회견에서 “핵 개발에 반대한다. 우리도 핵으로 맞서겠다는 자세로 대응하면 남북 간에 평화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만약 지금도 이러한 견해라면 이는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헌법 제66조 2항)를 저버리는 것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평화통일을 위한 북한과의 접촉(대화)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어야지, 이를 도외시하거나 포기한 통일 논의는 그 자체로 위헌적이다. 통일이 자유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어야지 자유민주주의가 통일의 희생물이 될 수는 없다.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 헌법 수호 의무는 대통령의 최우선 헌법적 책무다. 따라서 헌법의 자기 방어적 성격상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핵 보유는 국민적 결단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밖에 없다. 핵 보유는 헌법상 평화통일 조항과 상충되지 않는다. 오히려 헌법은 핵 보유에 대하여 개방적 성격을 띠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된 이상 북한 체제로의 종속(흡수 통일)을 막기 위해서 대통령은 헌법 제72조에 따라 핵 보유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그 결과에 따라 핵 개발을 위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차기 대선 후보들도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국제 정치 공학상 당장 핵 보유는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국제사회, 특히 북한에 대하여 우리도 언제든지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굳은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한국이 그런 의지를 표출하는 순간 핵 억지 효과도 있다고 본다. 북한 핵 문제는 바로 우리의 문제다. 언제까지나 미국만 바라볼 수는 없다. 북한과 중국의 핵 보복 위협을 무릅쓰고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하와이나 LA를 포기할 것으로 보는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전문가들은 늦어도 6개월이면 핵실험 없이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기술의 유출과 전문가들의 사기 저하로 핵 개발 능력이 현저히 약화되었다면 헌법적 체제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나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힘을 배경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이석연 변호사·전 법제처장, 조선일보(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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