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이끌겠다는 대선 후보들, ‘미래 비전’이 안 보인다]
[장소 따라 말이 달라져 종잡을 수 없는 李 후보 발언]
[윤석열, 검찰주의자-검찰공화국 우려 씻어야]
나라 이끌겠다는 대선 후보들, ‘미래 비전’이 안 보인다
[朝鮮칼럼]
약 팔듯 공약 뿌리는 李, 아직도 ‘反文’뿐인 尹
큰 그림 제시 못하고 진정성없는 퍼포먼스뿐
“무조건 나만 믿고 타라”는 ‘묻지마 버스’ 기사 같아
낡은 이념 독선 벗어날지 새로운 보수 변신 이룰지
국민 불안·의구심 풀어줘야
대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대다수 유권자들은 여전히 그 분위기에 빠져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말은 화려하고 많지만, 이들이 당선되면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지 그 방향은 모르겠다는 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후보는 가는 곳마다 ‘속 시원한’ 공약을 던지고 있다. 또한 고객의 취향에 따른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둔 백화점처럼,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입맛에 맞는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그렇게도 쉬운 해결책을 두고 역대 정부는 도대체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만병통치약을 파는 것 같다는 인상도 받는다. 개별 맞춤형 공약이다 보니 일관성도 없고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것도 적지 않다. 윤석열 후보 역시 많은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의 공약의 주된 시제는 어제나 오늘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그의 선거운동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무능에 대한 불만, 즉 반(反)문재인 정서에 여전히 기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행사이지만 동시에 향후 5년간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는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각 후보는 국정 운영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유권자의 공감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이나 윤석열 모두에게서 국가 비전이나 국정 운영의 큰 그림은 찾아보기 어렵다. 후보자들이 쏟아내는 말은 풍성하지만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들이 도대체 어디로 데리고 가려고 하는지 목적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행선지가 어디인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자기가 운전하는 버스에 올라타라는 식이다.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일단 이 버스를 타면 일자리도 생기고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지역 살림살이도 나아진다는 것이다. 그 말이 진정성 있게 들릴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심각한 것은 이재명이나 윤석열 두 후보 모두 중앙 정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평생 검찰에 있었던 윤석열은 말할 것도 없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경험이 전부인 이재명 역시 제대로 된 정치의 경험이 없다. 그래서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시선 속에는 ‘대통령이 되면 과연 잘할까’라고 하는 불안감과 의구심이 깔려 있다. 더욱이 미⋅중 대립은 심각해져 가고, 경제 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기후변화는 시급한 위기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가오는 변화와 도전을 미리 읽고 대응하려는 지도자의 비전은 보이지 않고, 눈앞의 문제에 집중한 단기적이고 인기 영합적인 각론만 무성하다. 유권자가 마음을 정하기 어려운 것은, 선거 캠프나 당에서 만들어 준 공약을 상황에 맞게 전달하는 퍼포먼스만 눈에 뜨일 뿐, 후보자 자신의 진지한 고민과 진정성 있는 접근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의 정치적 의미를 생각해도 미래에 대한 후보자의 비전은 중요하다. 이재명이나 윤석열 모두 정치적 아웃사이더이다. 이들이 주요 정당의 후보가 된 것은 역설적으로 기존 정치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보수나 진보 세력 모두가 시대에 뒤진 낡음을 버리고 자기 변신을 이뤄낼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탄핵으로 폐기된 과거의 보수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보수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지 이 질문에 윤석열은 대답해야 한다. 효율과 성장 중심의 불균형 발전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권위주의 정치의 잔재를 넘어서서,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내재화하는 보수 정치의 자기 변신이 있어야만 기득권을 위한 정치 세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념과 독선의 80년대 운동권식 진보를 답습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이재명은 대답해야 한다. 낡은 이념에 맞춰 현실을 재단하고 독선과 편견을 동원하여 사회를 분열시킨 80년대 운동권 진보주의는, 지난 5년의 경험이 보여주듯,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읽어낼 수 있는 실용적 접근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만 무능한 진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선은 항상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당면한 어려움과 고통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대로 수많은 난제를 하루아침에 일거에 해결할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달콤하고 인기 영합적인 공약에 휘둘리기보다 큰 틀에서 국가 발전의 미래 방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조선일보(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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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따라 말이 달라져 종잡을 수 없는 李 후보 발언

[칠곡=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2021.12.11.
이재명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친 행위는 중대 범죄”라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는다”고 했다. 지난 주말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한 말이다. 그는 지난 10월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을 땐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는 학살 반란범”이라고 했다. 카메라 앞에서 묘지 입구에 깔린 ‘전두환 비석’을 밟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그가 두 달도 안 지나 공(功)을 인정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 후보는 국립현충원을 참배할 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찾은 적이 없다. 그런데 경북 칠곡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대구·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세운 구미 금오공대를 찾아가 “국가의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 것처럼 강력한 경제 부흥 정책을 하겠다”고 했다.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이 후보의 문제는 득표 전략에 따라 광주에서 하는 말과 대구 경북에서 하는 말이 너무 딴판이라는 점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민주주의의 역사적 가치마저 매표를 위해 내팽개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했다.
이 후보는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대통령을 하시다가 힘들 때 서문시장을 갔다”고 했다가 지지자의 비판을 받자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했다. 이제 이 후보는 “전두환을 인정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라고 할 것인가.
이 후보는 역사의식은 물론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나라 경제를 흔들 공약에 대해서도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조변석개(朝變夕改)에 가깝다. 대장동 사업의 최종 책임자인 이 후보가 “대장동 몸통을 놔두고 자꾸 엉뚱한 데를 건드린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일부에선 이 후보에 대해 “언변의 귀재”라고 한다. “사이다 화법”이라며 통쾌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잘해도 진실성이 없으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 후보의 요즘 발언이 그렇다.
-조선일보(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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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주의자-검찰공화국 우려 씻어야
[박제균 칼럼]
‘사람’보다 ‘조직’에 충성했던 尹, 주변·조언자 검사 출신 너무 많아
‘검사 대통령’의 검찰공화국 안 돼.. ‘검찰과의 거리 두기’부터 실천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일 것이다.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주도한 소위 ‘적폐청산’ 수사 과정에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을 비롯해 4명이 비극적 선택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 대개는 진실이 드러나는 법. 이제 우리는 안다. 적폐청산 수사가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무리한 수사였음을. ‘칼은 찌르되 비틀지 말라’고 했는데, 칼을 비트는 무리한 수사 기법도 동원됐음을.
당시 윤 지검장이 적폐청산이라 쓰고 ‘보수 정권 죽이기’로 읽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를 몰랐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 정권의 ‘잘 드는 칼’ 노릇을 한 것이다. 그 칼이 조국이라는 ‘산 권력’ 앞에서 무뎌지거나 칼끝이 휘었다면 오늘의 윤석열은 없었다.
그랬다면 또 다른 김오수(검찰총장)나 김진욱(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 끝났을 것이다. 현 검찰이나 공수처는 여권(與圈)에는 장난감 칼이나 다름없다. 차이가 있다면 검찰은 수사 능력은 있는데 의지가 없고, 공수처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점.
‘잠자는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자는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청와대나 여당 대선 후보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하는 척만 하는 검찰과 공수처를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진짜 수사를 할 리 없다. 이들과의 차이가 윤석열을 대권 후보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검사 윤석열이 아무리 산 권력에 칼을 겨눴다고 해도 그가 주도한 무리한 적폐청산 수사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는 검찰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던 검사. 사법고시 9수를 해서라도 검사가 될 정도로 ‘대한민국 검사’에 대한 자긍심이 남달랐다.
윤 검사를 유명하게 만든 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2013년 여주지청장이던 그가 이 말을 하면서 덧붙인 언급이 있다.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결국 윤석열 검사의 충성 대상은 사람은 아니지만, 검찰 조직이 아니었던가.
그런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검찰공화국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 사회는 조직에 충성하며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검사들이 빚은 무서운 결과들을 너무 많이 봐 왔다. 이런 마당에 조직에 충성하던 검찰주의자,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검사 윤석열에게 과연 검찰권보다 더 큰 권력을 맡겨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윤 후보는 아직도 이런 우려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본인부터 ‘검사스러운’ 티를 벗지 못한 데다 무엇보다 주변에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을 비롯해 검사 출신들이 너무 많다. 뒤에서 윤 후보를 돕거나 조언하는 그룹들도 검사 출신이 다수다. 그가 평생을 검사로 살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쉬운 길로만 가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은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 중 하나다. 검사 개개인이 대체로 유능하고 조직도 효율적이다. 하지만 유능하고 효율적인 이 집단의 실패가 결국 검찰개혁을 불렀다. 사회의 갖은 목소리를 담아야 할 정치의 세계에서 똑똑한 집단이 꼭 성공을 거두는 것도 아니다. 서울대 법대 출신들이 주류였던 이회창 대선 후보의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만약 윤 후보가 집권해 검사 출신들이 사회 요직을 꿰찬다면 말 그대로 검찰공화국이다. 벌써부터 항간에는 그가 집권하면 특정 인사가 검찰총장이 될 거란 얘기가 돈다. 유능하지만 거칠게 수사한다는 이 인사가 총장이 돼 문 정권에 ‘복수혈전’을 펼쳐 주기를 바라는 시각도 보수 일각에 엄존한다. 하지만 그런 길은 과거보다 미래로 나아가야 할 21세기 대한민국이 갈 길은 아니다.
그렇기에 윤 후보가 문 정권류의 가짜 아닌 진짜 검찰개혁을 원한다면 ‘검찰과의 거리 두기’부터 실천해야 마땅하다. 정치인 윤석열의 충성 대상이 ‘조직’이 아니라 ‘국민’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검사 대통령’의 탄생에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윤 후보의 공식 슬로건(잠정)은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러낸 건 맞지만, 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 감으로 적합해서가 아니다. 무도한 정권을 끝낼 다른 대안이 안 보였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를 겸허히 새기고, 정권교체의 대의(大義)에 걸리적거린다면 검사복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박제균 논설주간, 동아일보(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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