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퍼파워’ 추구하는 러의 ‘우크라이나 모델’… 中도 따라하나]
[우크라이나 위기가 김정은에게 주는 교훈]
[中, 韓국보 혼천의도 “우리가 발명”… 도 넘은 “문화속국” 주장]
‘글로벌 수퍼파워’ 추구하는 러의 ‘우크라이나 모델’… 中도 따라하나
[정철환 유럽특파원의 Special Report]
푸틴의 전략과 국제 정치
전면적 무력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의 외교 협상 지속 선언과 일부 병력 철수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과연 이번 사태는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일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아닌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러시아의 이른바 ‘안보 보장’ 요구의 핵심인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문제를 “하루빨리 (협상으로)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15일(현지 시각) 러시아 국경과 약 50㎞ 거리에 있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에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한 탱크들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상황만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으로 촉발된 위기가 해결 국면으로 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서방 지도자들은 “러시아가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불명확하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3면에서 포위한 13만~15만 대군의 철수가 본격화하지 않았고, 이들이 철수한다 해도 언제든 다시 돌아와 침공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서방이 긴장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이번 사태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큰 그림’이 구체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유럽 외교가에선 “러시아의 ‘글로벌 수퍼 파워 복귀’라는 대전략의 구체적 수단과 방법들이 정체를 드러냈다”는 말이 나온다.
푸틴의 ‘단계적 수퍼 파워 복귀’ 전략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의 대규모 군사 활동 이유로 ‘NATO 확장에 따른 러시아의 안보 불안’을 들면서 서방에 ‘문서화된 안보 보장’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애초에 세계 최고의 핵전력과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재래식 군사력을 보유한 러시아가 안보 불안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은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이 유럽 전체의 안보 불안을 야기, 도리어 나토의 결속을 강화하고 군비 증강을 초래한다는 것을 푸틴이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종주권(宗主權)을 절대 포기 못 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본래 의도고, 그 배경에는 푸틴의 ‘단계적 세계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①동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구(舊) 소련 지역의 패권을 복원하고 ②이를 기반으로 영향력의 외연을 타 지역으로 확대하며 ③종국에는 과거 구 소련에 버금가는 ‘수퍼 파워(초강대국)’로 복귀하겠다는 3단계 계획이다.

/사진=AP연합뉴스, 그래픽=양진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압박과 동시에 올해 초 카자흐스탄의 반정부 시위 사태에 적극 개입해 영향력을 과시한 것은 지역 패권의 복원 시도로 여겨지고 있다. 러시아는 더 나아가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면서 자국 병력과 전투기까지 보내 중동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러시아 영향력의 외연을 더욱 넓혀가는 행보다.
푸틴 대통령은 또 지난 3일 모스크바에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16일에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만났다. 지난달엔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정상과 잇따라 전화 회담을 하며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지구 반대편 중남미까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신호탄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 모든 과정의 첫 단추가 되는 출발점이다. 우크라이나 경제가 러시아의 굴기(崛起)에 상당한 전략적 이점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프랑스에 이어 유럽 2위의 농업 생산국이다. 또 소련 시절부터 우수한 항공·우주·군수 산업을 갖추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친러 국가로 남아야 자국 경제·산업 역량을 키우기에 유리하다.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의 공업 시설이 집중된 지역이다.
미국 방치 속에 ‘힘든 상대’로 큰 러시아
미국과 서방 입장에선 러시아의 ‘큰 그림’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쉽게 우크라이나를 넘겨줄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딜레마다. 러시아는 자국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군사력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원이라는 ‘무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2014년의 크림반도 점령과 2008년의 조지아 침공 같은 전격전뿐만 아니라, 수개월에 걸친 점진적 병력 증강만으로도 충분히 서방을 압박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 미국과 유럽의 ‘초강력 경제 제재’ 위협에 끈질기게 버티면서,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라는 강력한 보복 수단이 있음을 보였다. 소련 시절에 비해 더 다양하고 효율적인 대외 압박 수단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전쟁이 아닌 협상 테이블에서도 러시아가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럽에서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를 30여 년간 방치해 온 미국의 전략적 실책이 지금의 상황을 낳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일간 더텔레그래프는 “동유럽부터 코카서스 지방, 중앙아시아까지 러시아의 패권이 성공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동안, 미국과 서방의 대응은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며 “푸틴에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파란불을 켜준 셈이었다”고 분석했다.
[러 下院, 우크라이나 분리 결의안 채택]
친러 우크라 동부지역 편입 유도
러시아 하원은 15일(현지 시각) 친러 반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자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후 러시아에 편입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서방과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저지 후, 우크라이나를 연방제 형태로 유도할 것이란 의혹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포함해 연방 국가를 이루게 하는 것이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에 더 부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방제가 되면 나토 가입 같은 군사·외교적 결정을 연방 구성원인 크림과 2개 자치주(州)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주들을 독립시키는 것보다 우크라이나 연방에 편입시켜 놓고, 중앙정부의 군사·외교적 결정에 계속 거부권을 행사토록 하는 것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좌지우지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이 같은 전략은 중국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부터 러시아가 서방을 압박해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과정에 주목해 왔다. 러시아가 전략적 성과를 거두는 것이 확인되면, 중국도 직접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터 더턴 호주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위기 사태 진전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리의 한 서방 외교관은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전략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 급변 사태 등을 이유로 압록강 접경 지역에 중국군을 배치, 침공 위기를 조장해 한반도에 중국에 더 유리한 체제가 들어서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활용, 한반도 전체를 친중화(親中化)하는 모델을 바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조선일보(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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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위기가 김정은에게 주는 교훈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7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북한 회중리 미사일기지 위성사진 중 일부. 집 앞에 밭고랑이 몇 개인지도 셀 수 있다. 사진 출처 Beyond Parallel 홈페이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 위기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점이 많은데, 특히 군사작전의 은밀성이 사라진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위성사진을 통해 언제, 어디에, 어떤 병력이 주둔해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전 세계가 매일 생중계처럼 지켜볼 수 있다. 위성사진의 화질이 너무 깨끗해 벌판에 늘어선 기갑 장비의 종류까지 판별될 정도이다.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이나 정찰병을 굳이 보내지 않아도 맞은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미래의 전쟁에선 이런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다.
모든 것을 위성사진으로 손금 보듯 볼 수 있는 세상에선 선제공격을 하는 쪽이 크게 불리하다. 기습의 은밀성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수백만 명의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7일 북한 자강도 회중리에 건설된 연대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 기지는 여의도의 두 배가 넘는 약 6km² 면적에 자리 잡고 있고, 비무장지대 북쪽으로 383km, 중국 국경과는 불과 25km 떨어진 곳에 있다.
그런데 위성사진 화질이 정말 깨끗해서 기지가 운용본부와 보안시설, 지하시설, 거주 및 농업 지원시설 등 6개 공간으로 나뉘어 있으며 이동식발사차량과 이동식거치대 등을 어디에 수용하는지가 한눈에 드러난다. 골짜기를 따라 6m 폭의 도로와 그 옆에 위치한 갱도 입구 12개도 보인다. 각 갱도의 입구는 너비가 8m 또는 15m 등으로 사이즈까지 분간이 된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 기지 공사를 시작했고 최근 완공했다.
김정은의 처지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민간인도 접근 못 하게 하면서 막대한 물자와 숱한 군인들을 동원해 팠는데 위성사진 한 장에 탈탈 털렸다. 대를 이어 20년 넘게 들인 김씨 일가의 수고가 위성 때문에 순식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갱도 입구까지 또렷하게 보이면 더 이상 비밀기지가 아니다. 유사시 한국의 순항미사일이 입구를 타격하고, 지하 100m 이상을 관통하면서도 정확도까지 뛰어난 현무4 미사일이 떨어지면 지하에 지진이 발생해 숨겨 놓은 ICBM은 모두 매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 미사일 기지가 어디 회중리뿐일까. 회중리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있는 영저리 미사일 기지도 마찬가지로 한눈에 보인다. 외진 산골로 이어진 북한의 도로를 따라가면 미사일 기지뿐만 아니라 각종 군 기지 등이 일반 보급용 구글어스에서도 다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갱도를 계속 만들 마음이 생길까. 한국이 최근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관통력을 가진 현무4 미사일은 북한의 최고 장점인 ‘전국의 갱도화’를 최악의 단점으로 바꾸어버렸다. 미사일이 떨어지는 갱도는 그냥 무덤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북한을 지켜보는 것이 어디 위성뿐일까. 최첨단 정찰기들과 레이더들도 북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은닉 방법은 수십 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북한을 지켜보는 감시자산은 비약적인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다. 미국은 북한에서 운행되는 차량 숫자까지 다 파악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쪽에 바퀴를 11개나 단 크고 굼뜬 ICBM 발사차량 정도는 어느 갱도에 몇 대나 들어가 있는지 이미 파악했을 것이다.
북한이 새로 개발했다고 자랑하는 미사일 열차도 너무 무거워 콘크리트 침목을 새로 깐 곳만 다닐 수 있는데 북한에는 그런 구간이 한정돼 있다. 미사일 열차가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가는지도 당연히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평화 시기이니 북한이 미사일 몇 발 시험하는 것까지 꼼꼼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만약 북한의 미사일 갱도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분주한 움직임이 벌어지면 한미일의 모든 감시자산이 북한을 들여다보며 대비한다. 김정은이 몇 발만 꺼내 선제공격할 수도 없다. 한 발이라도 한국에 날아오면 전쟁이다. 그 즉시 한국의 모든 미사일이 입력된 좌표로 날아가 갱도에 숨겨 놓은 나머지 미사일들을 묻어버린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미사일 수백 발을 몽땅 꺼내놓고 한국 등을 겨냥하면 자칫 먼저 선제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김정은은 이제 갱도도 믿을 수가 없게 됐다. 그렇다고 미사일들을 밖에 보관하면 패를 완전히 까는 셈이 된다. 이도 저도 못 하는 처지다. 강력한 감시자산과 일거에 북한의 미사일 기지들을 무덤으로 만들 수 있는 현무4의 등장은 북한에는 악몽의 서막이다. 상대를 손금 보듯 내려다본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힘이다.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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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韓국보 혼천의도 “우리가 발명”… 도 넘은 “문화속국” 주장
[글로벌 현장을 가다]

14일 중국 베이징의 한 편의점에서 중국 여성이 한국에서 수입된 포장 김치를 고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국 김치를 고유명사 ‘김치’로 부르지 않고 ‘파오차이’라고 한다. 둘은 완전히 다른 음식인데도 “김치는 파오차이의 한 종류”라는 왜곡된 주장이 널리 퍼져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11일 중국 베이징 도심 차오양먼역 근처의 찻집에서 조선족 전모 씨(58)를 만났다. 그에게 ‘한국에서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조선족이 한복을 입고 등장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높다’고 하자 “조선족을 대표해 국제 행사에 나간 사람이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입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전형적인 중국 측 논리를 댔다.》
그런 그에게 ‘단순히 이번 한복 착용만이 아니라 수차례 되풀이됐던 중국의 한국 문화 도용과 억지 주장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현상’이라고 하자 “어쨌든 문제가 더 이상 커지면 안 된다”며 말문을 닫았다. 짧은 대화에서도 갈수록 멀어지는 양국 관계를 실감할 수 있었다.
韓 문화 폄훼 심각
올해는 중국이 “중국 북동부에 존재했던 여러 국가는 원래부터 중국에 속해 있었다”고 주장하는 역사 왜곡 시도, 즉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주창한 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중국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이 사업을 통해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등 한국 고대 국가가 ‘중국의 지방정부’였다고 주장했다. 2007년 한 보고서에는 ‘백제와 신라도 중국사의 일부’라고 기술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고 말한 것은 이 왜곡된 역사관의 정점을 보여준다.
중국이 국가 주도로 치밀하게 진행한 동북공정을 통해 잘못된 역사관을 학습한 세대가 이른바 ‘중국판 MZ세대’로 불리는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자)’와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출생자)’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생생히 목격한 이들은 중국이 세계 유일의 패권국이 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중국 공산당의 모든 정책에 절대적 지지를 보낸다. 중화주의와 왜곡된 역사관이 결합한 탓에 이들은 ‘한국의 모든 문화는 중국에서 생겨났다’는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최근 중국 온라인을 달궜던 “김치, 갓은 중국이 기원”이란 억지 주장 또한 주링허우와 링링허우가 여론을 주도하면서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들이 웨이보, 더우인 등 소셜미디어에 잘못된 주장을 올리면 중국 매체들이 잇따라 보도하며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이다.
한글도 트집 잡아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아예 중국의 문화 속국으로 만들겠다는 ‘문화제국주의’를 노골적으로 주창하고 있다. 올림픽 개회식에서의 한복 논란 이후 중국 매체에서는 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없는데도 한국 문화에 대한 왜곡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인터넷 매체 텅쉰왕은 “한(漢)나라 때 만들어진 천체 관측기 혼천의가 한국의 1만 원권 지폐 뒷면에 그려져 있다. 한국인은 혼천의가 한국에서 발명된 기기인 줄 알고 있다”며 “한국 지폐에 혼천의가 등장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혼천의는 후한(後漢) 천문학자 장형(張衡)이 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 때까지는 이를 도입해 사용했으나 세종대왕 때부터 한국 실정에 맞게 독자적으로 제작했다. 조선 현종 때의 혼천의가 국보로 지정돼 있다.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 없어지고 1669년 다시 제작된 혼천의가 현재 1만 원권 뒷면에 있다. 즉, 한국 지폐에 있는 혼천의는 중국 혼천의와 무관한 한국 고유의 발명품이다. 한국이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천체 관측기를 발명했다’고 주장한 것도 아닌데 ‘중국 혼천의를 한국 지폐에 가져다 썼다’고 트집을 잡는 셈이다.
혼천의 논란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동북공정이 한창이던 2007년에도 중국 매체들은 1만 원권의 혼천의를 언급하며 “중국의 전통을 도둑질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당시 한국 측이 “한국 혼천의는 고유한 문화유산”이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은 곧 수그러들었다. 이후 15년간 잠잠했던 사안이 올림픽 개회식에서의 한복 논란이 벌어진 직후에 나타났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텅쉰왕은 태극기도 언급하며 태극 문양과 팔괘가 모두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은 자만심이 큰 나라”라며 “수천 년간 중국 문화의 세례를 받아왔는데도 모든 것을 한국 고유의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억지를 썼다.
15일 또 다른 인터넷 매체 왕이(網易)는 “한글은 한자가 없으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한국인의 신분증에는 한글 이름 옆에 한자가 병기돼 있다. 한자가 없으면 이름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문화를 왜곡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앞서 중국 누리꾼과 유명 배우가 한복, 김치, 갓 등이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억지 주장을 펴면서 이른바 ‘한복 공정’ ‘김치 공정’ 등의 신조어가 탄생됐을 때와 똑같은 풍경이다.
중국이 한국 문화가 대부분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과거 고구려 발해 등이 현재 중국 영토에 속해 있는 데다 경제, 군사적으로 미국에 맞설 만한 강대국으로 성장했다는 자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격화하는 미중 패권 다툼이 중국 특유의 애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장기 집권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 있는 시 주석 또한 외부의 적을 이용해 내부 불만을 무마하겠다는 속내가 뚜렷하다.
중국의 젊은 누리꾼들은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는 꼭 미국 편을 든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불만이 한국을 폄훼하는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포용’이 아니라 ‘지배’가 핵심인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 또한 문화제국주의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장이 세계 스키 발상지”
중국의 왜곡된 행태가 한국 문화 폄훼를 넘어 ‘세계 만물이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아전인수격 주장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영 중국중앙(CC)TV와 환추시보 등 관영 매체는 15일 “겨울올림픽 종목인 스키가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보도했다. 2005년 신장위구르자치구 돈데르브라크 동굴에서 발에 스키를 신은 듯한 사람들이 이동하는 동물 무리를 지켜보는 모양의 암각화가 발견됐고 이것이 스키의 기원이라는 주장이다. CCTV는 “이 그림이 약 1만2000년 전에 그려졌으며 서구에서 발견된 스키 유적보다 4000여 년이나 앞섰다”고 했다. 종이, 화약, 나침반 등과 함께 중국이 세계 최초로 만들었으며 인류 역사를 바꾼 발명품의 반열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중국 매체들은 이 동굴이 신장위구르에 있다는 점도 집중 보도했다. 4일 올림픽 개회식 때 신장위구르 출신의 여성 크로스컨트리 선수 디니거얼 이라무장을 성화 점화자로 내세운 것 또한 스키가 중국에서 유래했고 신장위구르가 중국 영토임을 선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미국 등 서방이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을 이유로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것에 맞서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구 학자들은 이 벽화를 해당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스키를 탔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세계 최초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2015년 중국과 호주 연구진의 공동 조사에서는 벽화가 중국이 주장하는 1만2000년 전이 아닌 4000∼5000년 전에 그려졌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꼬집었다. 인권 탄압의 주무대인 신장위구르를 스키 발상지라고 주장한 것 또한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동아일보(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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