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 대통령 성공의 길]
[尹정부 첫 총리 한덕수 지명, ‘경륜과 협치’ 기대 부응하길]
비호감 대통령 성공의 길
[박제균 칼럼]
권력의 시간 짧고, 진실의 시간 길다
文 주변 꽁꽁 싸맨 靑 자승자박
尹, 제왕적 대통령 사슬 끊는 게 소명
내 안의 ‘제왕적 대통령觀’도 깨야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이 편치 않다. SNS에 떠도는, 화려한 옷차림에 장신구를 두른 ‘유쾌한 정숙 씨’ 편집 사진을 보는 건 더욱 불편하다. 정권교체의 대의(大義)가 실현된 지 25일째, 대한민국을 정상화해야 할 새 정부 출범이 불과 36일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이 이럴 때인가.
그러나 어쩌랴. 이 모든 건 문재인 대통령과 그 주변을 곤룡포로 꽁꽁 싸맨 청와대의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김 여사의 옷값 논란은 물론 ‘버킷리스트’ 외유, 최근 다시 불거진 경남 양산 사저 문제, 딸의 태국 이주와 청와대 거주, 아들의 거액 예술 지원금 수령, 대통령 자신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중 어느 하나 새롭게 제기된 게 없다.
이런 문제가 나올 때마다 문재인 청와대는 구체적인 해명은커녕 ‘감히 알려고 들지 마라’는 식의 제왕적 태도로 일관했다. 때론 대통령 본인이 ‘좀스럽고 민망하다’며 발끈하기도 했고, 청와대 관계자라는 사람들이 거짓 해명을 버무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특별감찰관법상 임명해야 할 대통령 주변의 감시자를 5년 내내 공석으로 두었다. 간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권력의 시간은 짧고, 진실의 시간은 길다. 원하든, 원치 않든 문 대통령 임기 중 털고 갔어야 할 문제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오는 불편한 시간이 찾아왔다. 대통령 주변에 높다란 가림막을 세우는 자들. 임기 중엔 충신일지 몰라도, 길게 보면 대통령의 실패를 부르는 간신이다.
의외였다. 급진 운동권 정권에서 이토록 대통령을 제왕으로 떠받들 줄 몰랐다. 같은 학생들끼리 전대협 한총련 의장을 ‘의장님’으로 부르며 옹위하던, 기이한 운동권 권위주의의 잔재인가. 문 대통령을 성군(聖君)에 비유하는 시대착오는 한마디로 가관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제왕적 대통령의 고질병이 어디 문 대통령만의 문제인가. 박근혜를 비롯해 많은 전직들이 곤룡포를 입고 대통령 실패의 무덤으로 향했다. 누가 대통령을 제왕으로 만드는가. 대통령 주변의 간신들보다 더 큰 문제는 은연중에 ‘대통령=제왕’으로 동일시하는 우리 안의, 내 안의 ‘제왕적 대통령관(觀)’이 아닐까.
자신이 ‘×××대 경기도관찰사’라는 경기지사를, 자기를 판서에 비유하는 장관 출신을 만난 적이 있다. 그렇게라도 격(格)을 올리고 싶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선후보 선대(先代)의 묏자리를 살펴보고, 청와대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터의 풍수를 따지는 우리의 의식이 대통령을 제왕으로 만드는 건 아닌가.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려면 우리의 제왕적 대통령관부터 혁파해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졸속으로 진행된 것 맞지만, 그렇다고 무슨 왕궁이라도 옮긴다는 듯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설사 윤석열 당선인이 통의동 집무실에서 대통령직을 시작한다 해도 건물을 방탄으로 둘러싸야 하나. 대통령과 시민의 거리를 멀게 하는 과도한 경호와 의전은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기대치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낮은 편인 것도 제왕적 대통령관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역대 최저 득표율 차 대선을 치른 지금, 윤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는 그를 자신의 ‘치자(治者)’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팽배해 있다. 심한 경우 윤석열 정부는 실패해야 마땅하고,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는 확증편향에 빠지기도 한다. 역대 최악의 출발선에 설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당선인은 이런 현실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이를 타개할 방법은 하나, 대통령 권위의 문턱을 확 낮추고 소통 또 소통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이 지키지 못한 취임사의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 같은 약속을 윤 대통령이 지키면 된다. 특히 전임자의 ‘편 가르기’ 정치를 반면교사 삼아 야당과 반대자와 적극 소통해야 한다.
출발은 나쁘지 않다. 대통령 당선인이 지시봉을 들고 직접 브리핑을 하거나, 격의 없는 ‘식사 정치’를 하는 건 과거 당선인 중에 못 보던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반작용으로 탄생했다. 대통령들을 실패로 내몬 제왕적 대통령의 사슬을 끊는 것이야말로 윤석열의 소명이자 성공의 길이다.
-박제균 논설주간, 동아일보(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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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첫 총리 한덕수 지명, ‘경륜과 협치’ 기대 부응하길

새정부 초대 총리후보로 지명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낸 한덕수(73) 전 총리를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정파와 무관하게 실력과 전문성으로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고 했다. 한 후보자는 “대한민국을 둘러싼 대내외적 경제와 지정학적 여건이 엄중한 시기에 큰 짐을 지게 돼서 영광스러우면서도 큰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새 정부 첫 총리 자리를 놓고 그간 여러 인사들이 거명됐다. 윤 당선인의 선택은 15년 전 총리를 했던 ‘백전노장’의 정통 관료 출신 인사였다.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데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대사를 지냈다. 좌우 두 정권을 거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진행부터 미국 의회의 비준 과정까지를 책임진 것을 그의 성과로 꼽는 사람이 많다. 국민의 먹고사는 민생 문제와 국가의 생존과 활로가 걸린 외교 문제를 동시에 책임질 역량을 두루 갖췄다는 게 한 후보자 발탁 배경이라고 한다.
윤 당선인은 대선이 0.73%포인트 초박빙으로 승부가 갈린 데다 상대 정당이 172석을 장악하고 있는 국회 의석 구조 속에서 총리의 인준 절차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 후보자가 상대 정권에서 총리를 지냈고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극단적인 반대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을 것이고 실제 그럴 것으로 전망된다.
한 후보자의 선택을 마냥 흡족해하는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정부의 첫 인선인 만큼 윤 당선인이 새 시대를 알리는 신선한 인물을 발탁해주길 바라는 국민의 변화 욕구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사회의 도약을 주도하는 2030세대와 교감하며 정책을 총괄하기엔 시대감각이 맞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 이런 아쉬움과 우려를 해소할 책임은 윤 당선자와 한 후보자의 몫이다. 한 후보자를 선택한 기준으로 삼은 ‘경륜과 통합’을 실제 국정 운영에서 성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지난 5년간 이념 편향 정책으로 상식과 정도를 이탈한 국정 진로를 바로잡아 대한민국을 새로운 번영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런 능력과 안목을 갖춘 참신한 인재들로 새 내각을 꾸려내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일 것이다.
-조선일보(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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