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을 중의 을이다”]
[세종은 어떻게 인의 장막을 극복했나?]
[그래서 이재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대통령은 을 중의 을이다”
기세등등하던 文정권 실패… 새 정부 반면교사 삼아야
5년 정권 한계 알고 국민 앞에 겸손하기를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위령제단에 참배 후 유족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제주도사진기자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저는 국민의 머슴”이란 말을 자주 한다. 선거운동 때만이 아니다. 4일 인수위 회의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이 말을 들으면 5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가 떠오른다. 당시 청와대 요직에 들어간 인사는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에 와보니까, 웬만해선 바보가 되기 어렵겠더라.” 청와대에는 매일 아침 대한민국의 중요 정보가 모인다. 밤사이 북한 특이 동향부터 국제사회 이슈, 여야 정치권 움직임, 각종 국내외 경제 지표와 기업 동향까지 보고된다. 각 기관에서 올리는 보고서는 현안에 시사점, 대응 방안까지 정리돼 있다. 그는 “매일 이렇게 보고를 받다 보면 아무리 머리가 나쁜 사람도 똑똑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상이 손바닥 안에 있다는 듯한 표정과 말투에서 전에 없던 거리감이 느껴졌다.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면 오만의 시작이다. 얼마 후 공공기관 인사가 시작됐다. 이른바 ‘캠코더’ 출신 낙하산이 줄줄이 떨어졌다. 다시 만난 그는 “비판은 감수하겠다”며 “같은 낙하산이라도 우리 쪽이 전 정부에 비해 능력과 도덕성 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모르는 게 없는데 뭐든 할 수 있는 힘까지 갖추면 독선이 시작된다. 5년 정권의 눈으로 세상을 재단(裁斷)하고, 5년 정권이 할 수 없거나 해서는 안 될 일을 건드린다. 문재인 정부는 시장마저 꺾으려 했다.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며 20여 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모두 실패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대계도 흔들었다. 한전의 부실만 남기고 탈원전 실패를 자인했다. 아무도 모르게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들통나고 있다.
어느 정권이든 정보와 권력의 청와대 집중은 피하기 어렵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우리 헌법에선 더 그렇다. 그래서 정보와 권력을 다루는 사람의 태도가 중요하다. 정권의 성패(成敗)를 가르는 지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조각(組閣) 못지않게 대통령 비서실 인선이 중요하다. 새 대통령 참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에게 들었다. 임 전 의원은 “대통령은 전체 국민 중에 을(乙) 중의 을이다. 거기에서 모든 것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들은 ‘수퍼을’이 돼야 한다. 윤 당선인의 ‘머슴론’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다. 보통 사람에게 청와대는 갑 중의 갑이다. 정권 초일수록 더 그렇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도 벌벌 떤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같은 일이 그래서 터진다. 권력을 나누기는 어렵고 자제하기는 더 힘들다. 임 전 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이 상전이 되면 그 짐은 다 을인 대통령에게 돌아간다”며 참모들에게 ‘보이스리스(voiceless)’, ‘페이스리스(faceless)’를 주문했다. 참모가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얼굴을 돋보이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른바 ‘윤핵관’들이 염두에 뒀으면 한다.
윤 당선인이 제주 4·3 추념식에서 유족들에게 90도로 절을 한 장면은 인상적이다. 5년 뒤에도 국민이 이런 장면을 보고 ‘대통령이 진심이다’라고 느낀다면 성공한 정권이다. 윤 당선인은 아예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통령과 그의 비서실을 총칭해 뭐라고 부를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대통령 집무실이 어디든, 뭐라고 부르든 권력의 주적(主敵)은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오만을 이기는 권력을 보고 싶다.
-황대진 기자, 조선일보(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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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은 어떻게 인의 장막을 극복했나?
[박현모의 실록 속으로]
“왜 길가에 구경하는 백성이 한 명도 없는가?”
1444년(세종 26년) 5월 5일 청주 초수리에서 돌아오는 길에 세종이 한 말이다. 두 달 전 내려갈 때와 달리 관광(觀光)하는 백성이 안 보이는 이유를 승정원에 알아보게 했다. 조사 결과, 인민들의 왕의 수레 앞 하소연을 경기관찰사 이선(李宣)이 금지시켰음이 드러났다. 이 보고를 받은 세종은 “국가에서 사람을 보내 백성들의 이해를 살피려 하면, 수령들이 미리 단속해서 감춘다는 말을 내가 일찍이 들었는데, 이제 비로소 그 실상을 알았다”면서 자기 허물을 덮어 가리려는[欲掩己過·욕엄기과] 경기관찰사를 파직시켰다. 세종까지도 경험한 “옹폐(擁蔽)”, 즉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지도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옹폐라는 말은 조선왕조실록에 333회나 검색된다.

세종은 어떻게 옹폐의 장막에서 벗어났나? 첫째, 세종은 백성들의 실태를 잘 알고 있는 낮은 직급의 관리인 수령을 자주 만났다. 재위 기간 세종이 수령을 친견한 횟수는 무려 392회나 됐다(월 1.03회). 조선 왕조에서 왕이 지방 수령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세종 때부터였다. “수령의 임무는 지극히 무겁다”면서 세종은 “내가 백성의 일을 직접 살필 수 없으므로 그대들을 보내는 것이니, 부디 백성 사랑하는 일을 힘써 행하라”고 당부하곤 했다.
둘째, 세종은 관리들을 돌아가며 만나는 윤대(輪對)라는 제도를 도입해 국사를 보고받고 세세한 내용까지 파악했다. 재위 초반인 1425년(세종 7년) 6월 23일 예문관 대제학 변계량은 왕의 총명을 넓혀서[廣聰明·광총명] 왕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막는 폐단[壅蔽之患·옹폐지환]을 없게 할 뿐 아니라, 신하들의 뛰어나고 그렇지 못한 점[群臣之賢否·군신지현부]까지도 임금이 헤아릴 수 있는[聖鑑·성감]” 윤대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세종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약 4개월 뒤인 1425년 10월 6일 윤대를 시작해서 1437년(재위 19년)까지 거의 12년 동안 윤대를 거행했다. 윤대하는 신하들에게 세종은 “신하에게 자문하고 윤대하는 제도를 마련한 것은 임금의 과실(過失)과 시행하는 정책의 잘잘못[得失·득실]과, 민간의 어려운 사정[疾苦·질고], 그리고 신하들의 사사로움과 정대함[邪正·사정]을 들어보기 위함이며, 아울러 숨어 있는 인재를 뽑아 올리기 위함”이라면서 소속 관청의 작은 문제까지 두루 아뢰라고 지시했다(세종실록 12년 윤12월 8일).
셋째, 옹폐를 벗어나기 위해 세종이 가장 중시한 점은 어전회의의 활성화였다. 즉위 후 첫째로 한 말이 “의논하자”였던 세종은 신하들이 속에 있는 진실된 말을 다 하게 했다. 그는 경연이라는 세미나식 어전회의를 매주 한 번 이상 개최했다. 왕 앞에서 머리를 숙이거나 땅에 엎드리지 말고[無俛伏·무면복] 곧은 자세로 말하게 했다. 그럼에도 자유롭게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종은 “내가 의논하라고 한 것은 서로 논박하면서[互相論駁·호상논박], 각기 마음속에 쌓인 바는 진술하라[各陳所蘊·각진소온]”는 뜻이라면서 속말 꺼내기를 당부하곤 했다. 긴급 사안이 발생하면 관계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會于一處·회우일처) 의논하게 하되, 일의 잘된 것과 잘못된 것을 모두 말하게 했다. 반대 의견이라도 끝까지 경청했으며, 토의가 미흡하면 종일토록 토론하게 했다(세종실록 1년 12월 17일).
인의 장막을 벗어나기 위한 세종의 노력은 재위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재위 7년째인 1425년 7월에 그는 “가뭄이 너무 심하다. 기후가 순조롭지 못하여 이러하니, 장차 벼농사 형편을 나가보리라”하면서 서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금년 벼농사는 꽤 잘 되었다는 주위 관리들의 말과 달리 논들이 말라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본 세종은 “오늘 이곳에 와 보니 실로 눈물이 날 지경이다”라면서 관리들의 거짓 보고를 탄식했다. 이날 행차에 세종은 다만 그날 당번인 호위군관만 거느리고 다니면서, 벼가 잘 되지 못한 곳을 보면 반드시 말을 멈추고 농부에게 까닭을 물었다고 한다[問於農夫·문어농부]. 경호를 최소화하고 단기 필마로 백성들 속으로 들어간 세종은 들판의 농부들에게 무엇이 제일 아쉬우며, 어떤 것을 도와주면 좋을지를 물었다.
이제 곧 새 대통령이 대한민국호를 이끌게 된다. 거의 모든 최고 권력자가 놓쳤던 점이 옹폐의 장막이었다. 현장을 찾아가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백성과 더불어 문제를 헤쳐나갔던 세종의 지혜에서 배우길 바란다.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조선일보(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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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재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대선이 끝난 뒤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그래서 이재명은 앞으로 어떻게 되냐”는 거다. 그가 주장하던 ‘정치보복’의 일환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냐부터 ‘문재인 코스’를 밟아 일단 해외로 떠나지 않겠냐는 등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다.
당분간이라도 조용히 지내지 않겠냐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이재명은 선거 직후부터 분주했다. 일명 ‘개딸’을 자처하는 지지자들과 대선 전보다 더 활발히 SNS로 소통하더니 아예 국민 소통용 플랫폼도 만든다고 한다. 여의도와 거리를 두던 그는 대선 직후엔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감사전화를 돌리는 등 국회와의 접점도 늘렸다.
대선 패배 여파로 앞당겨져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도 그의 입김이 적잖이 반영됐다. 신임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선후보’ 시절 첫 비서실장이었다.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계 의원들이 막판에 박홍근 표 다지기 작업을 해줬다”고 했다. 이 밖에 신임 박찬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재명 캠프 수석대변인 출신이고 최근 비상대책위원회가 의결한 당 중앙위원에도 윤종군 전 경기도지사 정무수석 등 경기도 출신이 다수 포진했으니 원내의 이재명 색채는 어느 때보다 짙다.
그는 두 달 남은 지방선거판도 흔들고 있다. 농담 같던 송영길 서울시장 차출설은 이재명이 ‘좋아요’를 누르면서 ‘다큐’가 됐다. 그의 최측근인 정성호 김남국 의원이 지방에 칩거 중이던 송 전 대표를 직접 찾아가 설득한 끝에 그는 1일 서울로 주소를 이전하는 등 본격 출마 준비를 마친 상태다. 사실상 이재명계가 대놓고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독려한 모양새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지방선거까지 연패한 뒤 송 전 대표를 필두로 한 당내 주력계파인 86운동권 그룹을 완전히 밀어내고 이재명이 당권을 쥐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돌았다. 실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안민석 의원은 그에게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부터 된 뒤 2년 후 총선에 출마하라”고 권유했고, 경쟁자인 조정식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도지사 후보가 되면 (내 지역구인) 경기 시흥을에서 (6·1 지방선거일에) 치러질 보궐선거에 나오라”고 했다.
뭐가 됐든 이렇게 되면 이재명은 대선 패배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당의 핵심으로 다시 우뚝 서게 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자기들끼리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정신승리’ 중이지만 현실은 ‘어싸졌’(어쨌든 싸워서 졌다)이다. 이재명이 진정 유권자를 존중한다면 대선 패배 원인부터 복기하면서 반성하고 쇄신하는 게 우선인데 너무 조급해 보인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흔히 ‘대선 재수생’더러 가장 두려울 게 없다고들 한다. 지난 선거에서 네거티브 리스크를 다 털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아니다. 아직 수사 중인 사안만 해도 대장동 의혹부터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줄지어 있다. 그가 정치판에 다시 조기 등판하려는 계획이라면 법적 리스크부터 확실하게 털어내는 게 순서상 옳고, 그래도 늦지 않다. 아니면 자칫 거대 야당부터 장악한 뒤 ‘방탄’ 국회의원 신분이 돼 수사망을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만 살 것이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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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인수위에 “점령군” “구속 수사감”. 내부가 어수선할수록 밖에서 적을 찾는 법.
○ 서울시의회, ‘오세훈 예산’ 다 깎고 지역구 예산 대폭 늘려. 지방선거 앞두고 선심성 예산 잔치 하려는 심산.
-팔면봉, 조선일보(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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