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까지 반대하는 ‘有權無罪法’, 그래도 강행할 건가]
[文-尹 ‘검수완박’ 장외공방, 민망하지 않은가]
국제기구까지 반대하는 ‘有權無罪法’, 그래도 강행할 건가

강성국 법무부 차관 등 참석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소집, '검수완박'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토대로 만들어진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공동취재) 2022.4.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민주당이 26일 국회 법사위원회를 열고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법안(검수완박) 심의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서둘러 이 법안들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뒤 27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고 한다. 의석 수도 부족한 데다 ‘검수완박’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여론의 비판에 밀려 입장을 바꾼 국민의힘으로서는 이 법안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전 대선후보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이 법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도둑이 포졸 없애는 법’이라고 한다. 민주당 핵심 인사가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고 했다는 전언까지 나온 상황이다. 정치인들의 범죄를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해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권력 있으면 무죄고, 권력 없으면 유죄라는 것이다.
법원은 졸속으로 추진되는 이 법안 때문에 재판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행정처 차장은 국회에 나와 “조금이라도 수사에 관여한 검사가 기소나 재판에 도움을 준 경우 피고인 측이 사건 자체를 무효라 주장하면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정권이 자기들 죄를 가리기 위해 만든 법 때문에 사실상 범죄자들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구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도 긴급 설명회를 통해 “검수완박 중재안 법안 통과 시 심각한 수사 공백이 초래되고 진실 규명과 인권 보호가 후퇴돼 국민들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국제기구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작업반은 법무부에 서신을 보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한국 검찰청에서 해외 뇌물 범죄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해왔기에 입법 과정에 주목해왔는데 해당 중재안을 5월 10일 이전에 통과시키려 하는 방향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중재안이 한국의 반부패와 해외 뇌물 범죄의 수사·기소 역량을 약화시키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간 검찰의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는 물론 국민들까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도둑이 포졸을 없애려는 행태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 권한을 갖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도 이 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장으로 남지 말았으면 한다.
-조선일보(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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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검수완박’ 장외공방, 민망하지 않은가

문재인 대통령(사진 왼쪽)이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인천 서구 공항철도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천공약 추진현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인수위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의 합의가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부패 사건을 제외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당장 뺏고, 1년 6개월 뒤 검찰 수사권을 없애는 중재안에 찬성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이날 “검찰총장 사퇴 당시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고 말한 것과 생각에 전혀 변함이 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26일 “중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리라 믿는다”면서 문 대통령을 직접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말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에 대해 줄곧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2월 추진했다가 윤 당선인이 총장직을 내던지면서 중단된 검수완박을 민주당이 대선 패배 직후 갑자기 재추진하자 청와대는 “국회의 시간”이라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18일에는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직접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찬반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검수완박법이 검찰개혁을 위해 꼭 필요했다면 문 대통령은 작년에 정리를 했어야 했다. 논란이 많은 법안을 임기가 끝나갈 시점에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를 문 대통령도 납득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윤핵관’으로 불리는 핵심 측근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민주당과 서명한 합의안을 사흘 만에 뒤집은 윤 당선인의 태도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 움직임에 윤 당선인은 “민생을 회복하는 것에 전념하겠다”며 처음엔 거리를 뒀다. 인수위는 합의 당일 “존중한다”고 했다. “당선인은 원내대표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은 것이지 어떤 개입이나 주문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인수위의 해명은 책임을 떠미는 것 같아 궁색해 보인다. 당선인이 중재안을 구체적으로 보고받지 못했더라도 문제지만, 알고도 방치했다가 나중에 태도를 바꾼 것이라면 더 문제다.
7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올 형사사법 시스템을 현재 권력은 찬성하고, 미래 권력은 반대하는 혼돈 속에서 처리한다면 법적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방치했다는 책임에서, 윤 당선인은 합의안을 번복해 혼란을 부추겼다는 책임에서 각각 자유로울 수 없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제 와서 갈등을 키우는 쪽으로 장외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하지 않은가.
-동아일보(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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