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공포할 마지막 法이 퇴임 후 안전 보장 위한 法이라니]
[뭐가 두려워 ‘검수완박 탈주극’ 벌이나]
[문재인의 초상화]
文이 공포할 마지막 法이 퇴임 후 안전 보장 위한 法이라니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했다. 이날, 김오수 총장은 대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에게) 검찰 구성원들을 대표해서 소위 '검수완박' 법안의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상세하고 충분하게 말씀을 드렸다"며 "검찰 수사의 중립성 공정성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을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공포하기 위해 국무회의 시간까지 조정하는 것을 청와대에 요청한다고 한다. 법률이 효력을 가지려면 공포가 돼야 한다. 당초 국무회의는 3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는데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한 뒤 바로 공포할 수 있도록 오후로 시간을 늦추려는 것이다. 이것이 모양이 좋지 않으니 5월 4~9일 사이 임시 국무회의를 또 열자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민주당의 요구대로 국무회의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법안 하나 때문에 국무회의를 늦추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대응책 논의 때처럼 경제·안보상 긴급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오후에 열렸다. 검수완박이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키지 않으면 우리 국익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시급한 사안인가.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서두르는 유일한 이유는 문재인 정권 임기 내에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5월 10일 윤석열 정권 임기가 시작되면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해도 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박탈 법안 추진을 시작했을 때 적당한 시점에 문 대통령이 이 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제 시키지 않겠냐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나라의 사법 체계를 송두리째 뜯어고치는 이 법에 대해 법조계 전체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검찰 수사권 조정 원칙에 찬성하는 친정권 성향 시민단체들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법안을 처리할 일은 아니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박탈법을 무리하게 강행 처리한다 할지라도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는커녕 민주당이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 온갖 편법을 다 동원한 검수완박 법안 속도전에 국무회의 일정 미루기로 장단을 맞춘다는 것이다. 검수완박 법이 공포되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과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대통령 가족과 연관된 이상직 비리 등 정권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9월부터 모두 중단된다.
모두 문 대통령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범죄들이다. 자기 비리 수사를 막아주는 법안을 스스로 의결하고 공포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공포하는 법이 자신의 퇴임 후 안전 보장을 위한 법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조선일보(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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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두려워 ‘검수완박 탈주극’ 벌이나
[朝鮮칼럼]
수사권조정 공수처 설치땐 정의로운 세상 왔다더니
대선에서 패배하자 검수완박 급발진
노골적 司正방해 의도… 통할지는 두고 봐야

국회의사당 앞에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규탄하며 놓여 있던 화환이 29일 오전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부분 철거되고 하나만이 쓰러진 채 놓여 있다. /2022.04.29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초 임기 중 마지막 국무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公布)할 모양이다. 민주당에선 5월 3일 오전에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고 그날 오후 국무회의를 열어 바로 공포하자는 말도 나온다. 헌법 53조는 국회에서 법률안을 정부로 이송하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게 돼 있다. 보름 여유를 둔 것은 대통령이 관련 부처 의견을 마지막까지 충분히 들어 보라는 뜻일 텐데 반나절 만에 해치우자는 것이다.
이로써 74년간 유지돼 온 형사 사법 체계가 공청회 한번 없이 하루아침에 바뀌게 생겼다. 여당은 ‘검찰 개혁의 완성’이라고 포장하겠지만 “잠재적 피의자가 벌이는 탈주극의 최종판”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2019년과 2020년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을 처리하고 나서 정의로운 세상이 왔다는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공수처와 검경, 세 축으로 작동한 새로운 사정(司正) 시스템은 ‘정의’와는 거리가 있었다.
민주당은 공수처에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한 우선수사권을 쥐여줬다.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3급 이상 공무원 비리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그러나 출범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공수처가 고소·고발 말고 독자적으로 수사한 고위 공직자는 한 명도 없다.
공수처는 작년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고발사주 의혹’으로 고발되자 곧바로 강제 수사에 착수하고 윤 당선인도 피의자라고 밝혔다. 반면,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등장하는 ‘대장동 의혹’은 성남시장 때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피해갔다. ‘대장동 사건’은 ‘김오수 검찰’이 가져가서 민간업자 몇 명을 기소한 뒤 사실상 캐비닛으로 들어갔다.
검찰 역시 추미애 법무장관이 등장해 ‘윤석열’의 수족을 잘라내고 ‘식물 총장’을 만든 뒤로 무력화됐다. 요소에 배치된 친정권 검사들은 여당에 부담되는 고발 사건들을 알아서 뭉갰다. 경찰은 말할 것도 없다.
‘정권 보위’에 최적화된 이 구조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겼다면 그대로 갔을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두고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초선 의원들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고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검수완박’을 급발진시켰다.
법안 내용은 국회 법사위의 소위, 안건조정위, 전체회의, 본회의를 거칠 때마다 달라져 이제 뭐가 뭔지 헷갈릴 지경이다. 민주당 의원 172명 중에서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변호사 단체와 헌법학자, 중도·진보 성향 변호사들이 “적법 절차 위반” “입법 쿠데타” “헌법 정신 훼손”이라며 국민투표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에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상상할 수 있는 꼼수는 다 동원했다. 중재안 합의를 파기했다고 야당 탓을 하는 걸로는 희석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검찰로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를 지키려면 검수완박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여당의 ‘입법 폭주’는 “지은 죄가 얼마나 많길래 저러느냐”라는 의심을 증폭시킨다. ‘처벌을 피하려는 탈주극’이라는 측면이 점점 더 부각되는 국면이다.
윤석열 당선인에게는 전 정권의 뒤를 뒤져 법정에 세우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 주변 참모들도 “이미 드러났는데 ‘정치 검찰’이 덮은 사건, 국민적 공분이 이미 형성된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해 왔다. 그런데 그마저도 못 하게 만들겠다는 ‘검수완박’에 새 정부가 그냥 당하고만 있겠는가.
한쪽의 폭주는 상대의 강력한 맞대응을 부른다.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고위 공직자 직권남용 수사 권한을 박탈한다면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만들고, 특수부를 줄이라고 한다면 검경·국세청·금감원으로 구성된 증권범죄합수부를 부활하는 식이다. 악법(惡法)도 법이라는 점에서 이는 입법부가 만든 ‘검수완박 법’의 법적 안정성과 충돌하는 조치다. 그러나 법조인들은 “그걸 실행에 옮길 명분을 민주당이 매일 쌓아주고 있다”고 했다. 신구 권력의 가파른 대치를 피할 첫 번째 길은 문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그럴 생각은 없어 보인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이란 계산이 앞선 것인가.
-최재혁 사회부 부장대우, 조선일보(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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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초상화
“늘, 항상, 저쪽이 문제”라는 대통령, ‘선거중립 룰’ 부정까지
‘정의의 독점’ 누구도 못해… 평정심으로 ‘나의 초상’ 보시길
‘노무현의 큰 정부’를 줄이는 게 이명박 당선인의 목표였다. 2008년 1월 28일, 퇴임을 28일 앞둔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다. “나는 5년 동안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논리도 없는 반대 때문에 힘들었다. 당선된 정부니 눈감고 무조건 밀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서명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한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결과가 될 것….”

노무현대통령이 2004년 3월 12일 오전, 경남 창원시 (주)로뎀에서 철차공장을 둘러본뒤 국회에서 통과된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선DB
‘아름다운 퇴장’ 같은 건 없다. 원수에게 보물을 내주는 심정일 것이다. 마지막 한 방울 권력까지 짜내 후임자를 골탕 먹이는 경우도 있다. ‘전·현직 대통령 미담 제조국’ 미국에서도 조잡한 일이 많았다. 수십 년 전, 퇴임 직전 대통령이 백악관 화장실을 고쳤다고 한다. 서서 일 보는 소변기를 다 좌변기로 바꿨다. 보행 장애가 있는 후임이 소변 볼 때마다 고생하라는 심보였다.
대통령을 둘러싸고 ‘주사파 운동권의 꼭두각시’라는 말이 나올 때였다. 대통령 지근거리 인사가 했다는 말은 이랬다. “모르는 소리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말로 이길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민정수석, 비서실장 경험을 만만히 보면 안 된다. 교육 문제를 들고 가면 부동산, 세금 문제로 반박하는데 일개 장관이 어떻게 생각을 뒤집나.” 반신반의했다.
25, 26일 방송된 3시간 분량의 문재인 대통령 대담을 보는 데는 인내가 필요했다. 그래도 의미 있었다. 일문일답형 기자회견에서 볼 수 없던 표정, 몸짓 등 여러 시그널이 등장했다. 5년의 궁금함이 많이 풀렸다.

퇴임 12일을 앞두고 방송된 '대담-문재인의 5년' 방송 화면. 대통령의 선거 불개입 원칙을 두고 설전이 오갔다. /jtbc 화면 캡처
지지율 40%대의 문 대통령은 대선 패배 원인이 ‘정권 심판’이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저는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손석희 진행자가 한 번 더 “현직 대통령이 링 위에 오를 수 없는 건 룰”이라고 말하자, 대통령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별로 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의 선거 중립’은 규정이 애매하고, 지키기도 어렵다. 그래도 우리 헌법은 그러라고 한다. 대통령 직무가 63일간 정지됐던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도 총선 개입 발언이 화근이었다. 2월 13일 청와대를 관두고 네팔로 여행 갔던 문재인 전 민정수석은 바로 귀국해 법률대응단을 이끌었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 발언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몸소 겪었다. 그러고도 ‘룰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노무현은 틀리지 않았다’는 고집일 게다.
가장 인상적인 말은 따로 있었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특정 사람들이 독점할 수는 없습니다.” “늘 항상 저쪽이 문젠데, 이쪽이 훨씬 작은데….” ‘정의는 내 거야, 너희는 더러워’ 기자는 이렇게 듣고 말았다.
집권 세력은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마저 독점했다. ‘이쪽’ 정의에 어긋나면, ‘저쪽’은 바로 적폐가 됐다. 정책도, 인사도, 수사도, 방역도 그렇게 했다. 잘못됐다고 지적하면 “너희들은 더했다”고 했다.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계속 떠오른다. 아도니스의 미모를 가진 도리언은 자기 초상화 앞에서 몸 대신 그림이 늙기를 바랐다. 소원대로 ‘영원한 스무 살’ 청년으로 살며 많은 죄를 지었다. 사람 대신 그림이 늙고 추악해졌다. 초상화를 마주한 그는 분노해 그림을 칼로 찢지만, 그의 몸에서 진짜 피가 흘렀다.
젊음, 미모라는 단어 대신 ‘정의’를 넣어본다. 집권 세력은 인생에서 가장 괜찮았을 한 순간을 박제해 초상화로 모셔두고, 현실에서는 다른 삶을 살았다. 추하다고 비판하면, 내 초상화 못 봤냐고 화냈다.
권력을 놓는다는 건, 추해진 자기 초상화를 대면하는 일일 것이다. 어떤 팬덤, 아부꾼, 지지율도 그걸 대신 해주지 못한다. 지금은 대통령 감정이 가장 격한 시간일 것이다. ‘잊히고 싶다’ 같은 과잉의 언어도 필요 없다. 퇴임 후 평상심을 찾은 대통령이 자기 초상을 담담히 대면하시길 바란다.
-박은주 에디터 겸 에버그린콘텐츠부장, 조선일보(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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