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의 추억? 탄핵의 손맛?]
[지지율 압도하는 혐오도... 文의 실패는 尹의 반면교사]
광우병의 추억? 탄핵의 손맛?
[박정훈 칼럼]
윤 대통령이 출근길 육성 대화하는 모습은
청와대에 틀어박혔던 不通의 전임자 시절을 매일 아침 소환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권 교체의 맛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채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초장에 윤석열 정부의 기를 꺾어 놓으려는 민주당 구(舊)권력의 계획은 처음부터 꼬여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한동훈 청문회에서 ‘개그 콘서트’를 펼쳐 밑천을 드러낸 것은 일각에 불과하다. 청와대에 몰려든 인파가 환호하는 모습에 구권력 세력은 낙담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들은 ‘안보 위협’이라는 해괴한 이유까지 끌어 대 청와대 개방을 헐뜯었지만 국민 반응은 달랐다. 사람들은 청와대 경내를 둘러보면서 이 깊은 구중궁궐에 틀어박혀 세상에 귀 막았던 문재인 정권의 불통(不通) 시대를 떠올리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구권력 측의 반대 논리는 초라해질 것이다.
지난 두달, 폭주를 거듭했던 구권력 세력의 행태에서 분명해진 것이 있다. 이들에겐 윤 정부가 무사히 5년을 마치게 해줄 생각이 없다는 사실이다. 자기편 비리를 감추려 방탄 입법을 밀어붙이고, 총리 없는 내각 사태를 만들고, 장관 인사를 훼방 놓은 것은 예고편일 뿐이다. 청와대를 내준 이들은 여의도에 진지를 구축하고 윤석열 국정을 전방위로 흔들려 하고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또 다른 ‘진영 전쟁’이 막을 올렸다.
구권력 그룹 안에선 윤 대통령을 ‘제2의 MB(이명박)’에 견주는 얘기들이 많다. 자유와 실용의 가치관이 MB와 비슷하다는 것, 윤 정권에 MB 때 인물이 다수 포진했다는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자기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MB 정부가 들어섰을 때 벌어진 상황이 떠오른다. 윤 정부는 검찰을 활용한 사정 정국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권력 세력은 자기들이 저질렀던 범죄 행각이 새 정권에 의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니 당하기 전에 선제 공격을 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좌파 진영이 ‘MB 시절’ 운운할 때 그 속에 비수가 감춰져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MB 정권을 반신불수로 만들었던 광우병 사태 말이다. 광우병 촛불 대란은 MB 취임 후 불과 두달 만에 터졌다. 당시 경제부장으로, 쇠고기 이슈의 한복판에 있던 필자는 괴담과 허위가 어떻게 한 나라를 뒤흔들 수 있는지를 생생히 목격했다. 그것은 탈진실의 시대를 알리는 사건이었다. 잘 조작된 가짜가 세상을 뒤집을 수 있음을 광우병 진영이 완벽하게 입증했다.
광우병 대란은 권력을 빼앗긴 좌파가 기획한 진영 전쟁이었다. 그것은 명백한 정치 투쟁이었지만 MB 정권은 ‘진실 게임’으로 대응하는 실수를 범했다. 과학적 사실만 알리면 끝날 것이라 본 것이다. 그러나 괴담의 허구성이 드러나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국민 건강보다 경제 이익을 우선했다는 것, 소통 부족과 일방통행식 국정에 대한 분노라는 것을 MB 정부는 간과했다. 출범 초 얻어맞은 반정부 폭풍으로 MB 정부의 국정 동력은 큰 타격을 입었다. 자신감을 얻은 민주당과 좌파 진영은 9년 뒤 결국 보수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구권력 세력의 의식 세계엔 ‘광우병의 추억’과 ‘탄핵의 손맛’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방식으로 윤석열 정부도 흔들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강행한 5060·남성·지인 위주의 ‘닫힌’ 인사, 자녀 특혜 의혹의 장관 후보자 임명 등은 좋은 핑곗거리를 주었다. 이들은 윤 정부에 가진 자를 대변하는 기득권 정권의 이미지를 씌워 국민과 이간시키려 하고 있다.
구권력 측이 무속(巫俗) 괴담과 김건희 여사 이슈를 집요하게 띄우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때의 ‘굿판·성형’ 프레임을 연상시킨다. 광우병 선동을 학습한 이들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5년 내내 왜곡된 정보,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 내 대중 분노를 자극하려 할 것이다. 윤 정부가 말려들지 않을 유일한 길은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것뿐이다.
구권력 인사들은 “겨우 0.7%로 이긴 주제에...”라며 본심을 숨기지 않는다. 약체 정권이니 쉽게 무너트릴 수 있을 것이라 보는 것이다. 허니문을 건너뛰고 대선 불복에 가까운 적대감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착각한 게 있다. 0.7%포인트 표차는 국민이 ‘오만을 경계하라’고 승자에게 보낸 메시지이지, 패자를 향해 더 싸우라고 독려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권력 측이 국정을 방해하면 할수록 그들은 고립되어 갈 것이다.
윤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새로운 관행이 탄생했다. 대통령이 1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즉석 문답을 주고받는 시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출근길 카메라 앞에서 육성으로 말하는 새 대통령의 모습은 매일 아침마다 전임자 시절을 소환하게 될 것이다. 청와대에 틀어 박혀 탁현민 연출 쇼에만 등장하던 전직 대통령을 상기시키며 이것이 ‘정권 교체의 맛’임을 실감케 할 것이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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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압도하는 혐오도... 文의 실패는 尹의 반면교사
[이기홍 칼럼]
文, 역대 최고 퇴임 지지율이라 자랑하지만 부정평가의 强度와 質 역시 가장 심각할 것
강경지지층만 바라본 팬덤 정치의 부메랑인데도 민주당은 학습효과 없이 입법폭주 더 가속
퇴임 시점 지지율이 40%를 웃돌자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국민이 성공한 정권으로 인정해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도는 임기 5년차 1분기 35%, 2분기 39%, 3분기 37%, 4분기 42%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56%→53%→56%→51%였다. 대통령 지지율을 묻는 한국갤럽 조사의 질문은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이다.
그런데 만약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들한테 “얼마나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냐”고 추가로 물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예를 들어 ①기대에 못 미친다 ②실망스럽다 ③아주 잘못하고 있다 ④역대 최악 ⑤증오할 정도 등으로 강도를 묻는다고 가정해보자.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단순히 ‘실망스럽다’ 수준이 아니라 증오, 역대 최악 등 강도 높게 부정적 평가를 하는 이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을 것이다.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퇴임 시점 지지율이 각각 24%, 27%에 불과했지만 부정적 평가라고 해도 ‘실망스럽다’ ‘성과가 나쁘다’ 정도의 수준이 많았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은 강도 높은 혐오도와 동전의 양면이다. 지지자는 ‘사랑해요’ ‘최고 성군(聖君)’ 수준으로 떠받들고, 부정적 평가자는 ‘실망스럽다’ 정도가 아니라 혐오, 증오, ‘역대 최악’ 수준으로 싫어한다. 지지율이 높지만 부정평가의 강도와 질(質) 역시 높은 것이다.
지도자라면 40% 지지율에 도취될 게 아니라 국민을 이렇게 양극단으로 갈라놓은 것을 부끄러워하고 후회해야 한다. 철저한 진영정치, 편 가르기 통치는 그에 상응해 증오도를 상승시켰고, 그 증오는 50% 후반대의 압도적 정권교체 여론이 확고하게 유지된 핵심 에너지가 됐다. 진보 장기집권 호기를 문 전 대통령 스스로 망쳐버린 것이다.
이런 참담한 실패에서도 배운 게 없는 듯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층만을 겨냥한 독주에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입법폭주로 인해 법치주의는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 자기 필요에 따라 법을 뚝딱 만들어 버리니 법은 그저 ‘내 마음대로’를 실현할 도구 신세가 됐다. 이젠 법제사법위원장을 임기 후반기엔 야당 몫으로 하겠다는 약속마저 깨겠다고 한다. 아예 약속이 무의미한 사회로 몰고 가는 것이다. 신뢰와 약속은 인간관계 성립의 기초를 이룬다. 정치 외교 등 공적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는 법적 구속력보다 도덕적·정치적 구속력을 더 중요하고 강한 것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전혀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안 느끼고, 그 행위가 사회에 미칠 영향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 척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당당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인사청문회장에서 “내가 무슨 위장 탈당을 했냐”고 버럭 화를 내는 민형배 의원의 행태가 한 사례다. 민주당이 죄책감과 수오지심을 느끼는 세포를 잃어버린 것은 강경 지지자들의 환호와 응원만을 듣고, 그 속에서 자기만족을 느끼는 ‘선택적 청취’가 5년간 반복되면서 DNA처럼 체질화된 결과다.
강경 지지층에게만 귀를 기울이면 결국은 정권에 대한 증오를 양산해 정권의 기반이 무너지게 됨을 보여준 문 정권의 실패기는 윤석열 정권에는 생생한 학습 자료다. 새 정부 인선 논란도 강경 지지층이 아닌 중도와 온건 보수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좌파진영의 새 정부 흔들기용 발목 잡기와 보수정부의 앞날을 걱정하는 쓴소리가 구분될 것이다.
인선은 인사권자의 원칙과 소신에 따라 하되, 인선 공개 후 미처 몰랐던 문제가 드러나면 주저 말고 반영하면 된다. 인선 변경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철저히 사전 검증을 한다 해도 모든 흠결을 다 걸러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내정할 때 두 자녀의 의대 편입 관련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 해서, 종교다문화비서관을 고를 때 그가 위안부 문제를 ‘밀린 화대’로 표현한 사실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해서 그 자체가 인사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사에 실패한 정권과 성공한 정권의 차이는 문제가 드러난 후의 대응에서 갈린다. 관건은 인사권자가 자기가 고른 사람들에게도 엄정한 저울을 잃지 않는 것이다. “상관없어”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강경 지지자들, 간신들의 목소리를 떨쳐야 한다.
강경 지지층에게만 귀를 연 결과 팬덤에 취해 마지막까지도 자화자찬과 새 정부 트집 잡기에 연연했던 문 전 대통령의 옹색한 뒷모습을 보라. 세상에 이렇게 선명한 반면교사가 또 있겠는가.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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