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여야 회동 불발, 무조건 만나 협치 실타래 풀어야]
[‘발목 잡기’와 지지 하락 법칙]
대통령과 여야 회동 불발, 무조건 만나 협치 실타래 풀어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5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경축 연회에서 참석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박병석 국회의장,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김명수 대법원장, 김부겸 총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시정연설 이후 여야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추진했지만 야당 거부로 무산됐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참석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이 일정이 맞지 않는다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새 정부 출범 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처음 머리를 맞대고 협치 체제를 가동할 수 있는 기회가 불발된 것이다. 이로 인해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 등 국정 정상화가 계속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다른 일정이 있다는 이유를 댔지만 바꾸지 못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날짜를 조정할 수도 있었다. 민주당은 이번 주 회동은 힘들고 일정 재논의도 아직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협치를 위해 내민 손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총리 인준과 추경안을 놓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여권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대선 이후 윤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마다 발목을 잡아왔다. 문 전 대통령은 집무실 용산 이전에 반대하며 예산 승인을 한동안 미뤘다. 민주당이 내각 출범을 막는 바람에 윤 대통령은 총리와 주요 장관 없이 문 정부 장관들을 꾸어다 국무회의를 열어야 했다. 민주당은 추경안에 난색을 표하며 국회가 예산 편성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도 자기들 뜻대로 하려 한다. 문 정부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비리를 막기 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 강행 처리했다. 대선 불복 행태나 다름없었다. 이젠 대통령과의 만남조차 피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여야 회동을 제의해야 하고 야당은 응해야 한다. 윤 대통령 말대로 대중적인 식당에서 고기 구우며 격의 없이 소주 한잔 할 수도 있고, 대통령 집무실로 공식 초청할 수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협치를 위한 의견을 구하는 것도 좋다. 야당이 답을 주지 않는다고 압박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멋진 협치를 하겠다”고 했고, 시정연설에서도 재차 강조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 주변에선 “야당 지도부를 불러 직접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를 대접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었다.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여야가 정치적 계산에 빠져 대립을 계속할수록 피해는 나라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금 우리는 ‘신3고’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전 정부에서 꼬일 대로 꼬인 부동산·에너지·일자리·노동 정책을 다시 짜고 내각 인선도 마무리해야 한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책도 시급하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아무 조건도 달지 말고 일단 만나야 한다. 조속한 회동을 통해 협치 체제를 가동하고 꼬인 국정의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조선일보(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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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잡기’와 지지 하락 법칙
DJP 연대로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2월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당시 다수당이면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5·16 쿠데타 주도 전력과 도덕성 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총리 인준이 6개월이나 표류하는 동안 여야(與野) 지지율은 30% 대 26%에서 37% 대 16%로 차이가 4%포인트에서 21%포인트로 벌어졌다(한국갤럽 자료).
박근혜 정부의 2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완구 전 총리의 인준 처리는 부동산 투기, 병역 문제 등을 이유로 야당이 반대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당시 야당의 문재인 대표는 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놓고 ‘여야 공동 여론조사’를 불쑥 제안했다. 하지만 그 시점 갤럽 조사에서 여야 지지율은 42% 대 24%였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바닥 수준인 야당이 ‘여론조사로 총리 임명을 정하자’는 건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주 KBS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여야 지지율은 43% 대 29%로 차이가 14%포인트에 달했다. 갤럽 조사에서도 45% 대 31%로 일주일 전 40% 대 41%에서 급변했다. 야당 지지율이 일주일 사이에 10%포인트나 폭락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만 보기 어렵다. 거대 야당의 총리 인준 거부와 ‘저질 코미디’란 비난이 쏟아진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의 영향이 컸다.
역대 정부 초반에 치른 선거에서 야당이 항상 패한 이유 중 하나는 ‘발목 잡는 야당 심판론’이었다. 대선에서 패한 야당이 새 정부 견제 수단으로 총리 인준과 장관 청문회를 활용했지만 국민 시각에선 ‘국정 발목 잡기’에 불과했다. 정권 교체기에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국무회의 시간 변경 등 온갖 꼼수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한 것도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한몫했다. 과거에도 거대 정당의 입법 폭주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2020년 8월 임대차 3법 처리가 대표적이다. 당시 민주당 지지율은 갤럽 조사 때 41%에서 33%로 하락했다.
그래도 야당은 여전히 협치(協治)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최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민주당은 173석의 거대 야당”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했다. ‘173석’을 강조한 그의 말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을 이끌며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주당에 다수 의석을 안겨 준 2년 전 총선 결과에 아직도 자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정에 실패한 민주당은 이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에서 잇따라 심판받았다. 민주당이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아무런 반성 없이 계속 의석수로 ‘힘 자랑’을 한다면 ‘발목 잡는 야당 심판론’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겸 데이터저널리즘팀장, 조선일보(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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