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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쾌속질주 속에 움트는 일방적 리더십의 징후] [‘尹사단’ 밖에도 ‘어토니’ 많다]

뚝섬 2022. 6. 11. 05:52

尹, 쾌속질주 속에 움트는 일방적 리더십의 징후

 

[이기홍 칼럼]

“규제개혁, 민간 주도 성장” 외치면서 규제 주역 관료출신들로 도배하는 모순
‘檢 편중’ 우려에도 “민변 도배” 응수.. 선거 끝났으니 오로지 직진만 하겠다는 건가

 

오늘로 취임 한 달.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이전, 한미 정상회담, 지방선거 승리 등등 쾌속질주를 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위험한 조짐들도 엿보인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일방적 리더십의 징후다. 그제 윤 대통령의 “민변 도배” 발언은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뒤 초보 정치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응원하던 국민들로 하여금 “어이구”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실언이었다. 지방선거 직전에 이런 발언이 나왔다면 접전지의 승패가 상당수 뒤집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강경지지층은 사이다라고 시원해할지 모르지만 새 정권의 소명을 망각한 발언이다. 문재인 정권은 반면교사이지 비교 대상이 아니다. 국민은 문 정권 내내 점철된 내로남불, 몰상식을 떨쳐 없애고 상식을 회복하라고 정권을 바꾼 것이다. 상대적으로 덜 비상식적이고 덜 내로남불이면 되는 게 아니다. 물론 좌파 시민단체와 운동권 출신 왕국으로 정권을 변질시킨 문 정권의 인사와 새 정부의 검찰·기재부 중용은 의도와 퀄리티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 정권은 평생 제대로 된 경제활동에 참여해본 경험 조차 없이 낡은 좌파 이념 활동만 해온 이들의 밥그릇을 챙겨주며 이념 실험 멍석을 깔아줘 나라의 기둥을 갉아먹었다. 이에 비해 새 정부가 검찰과 기재부 출신을 대거 기용한 것은 전방위적 위기관리를 제1미션으로 삼아야 하는 첫 내각이 처한 대내외적 상황과 좌파 정권 5년 적폐의 청산, 새로운 부패방지 시스템 구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총무·인사 등에 검찰 식구들을 앉힌 것을 놓고도 비판이 많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선 나름의 논리가 있을 것이다. 최고 권력자 지근거리의 ‘집사’ 역할은 문고리 권력으로 변질·부패하기 쉬운데,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추천한다 해도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의 다층적 면목을 다 알 수 없는 한계가 있으므로 오랜 기간 직접 겪어본 것만큼 확실한 검증은 없다는 논리일 것이다.

검사 출신 금감원장도 서민을 울리는 금융기관의 횡포를 방지할 시스템을 구축해 보겠다는 의도라면 효율적 인선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국정원 기조실장, 법제처장 등등 검사가 아니어도 될 자리에 검찰 출신을 너무 많이 등용한 원죄에 있다. 특히 사적 인연이 있다면 일부러라도 배제했어야 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검찰총장 출신이면 “너무 역차별한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검찰 출신을 덜 쓰는 게 상식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였다.

그런 절제를 소홀히 한 결과 이제는 필요한 자리에 인선하려 해도 엄청난 역풍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인사권자가 어떤 인사 철학을 갖든 그건 자유다. 다만 그 철학은 상식, 전통, 사회적 기대치의 테두리 내에서 자율권을 갖는 것이다. 설령 인선된 인사들이 일을 잘해 결과적으로 성과를 낸다 해도 국민은 대통령이 인재를 찾고 선택하는 과정 전체를 보며 리더십에 대한 신뢰-불신을 결정하므로 인선 기준과 과정 자체에 대한 공감대와 지지를 더 폭넓게 확보했어야 한다.

국민이 특정 집단 편중 인사를 비판하는 것은 기득권 엘리트 집단에 대한 적대감의 차원이 아니다. 사람은 수십 년 해온 직업에서 굳어진 특질을 벗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규제개혁·민간주도 성장을 신앙처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모피아 왕국을 만들어 놓았다. 비서실장 경제수석 국무총리 부총리 금융위원장 국무조정실장 관세청장 통계청장 조달청장 복지부 차관 문체부 차관….

관료는 규제를 만들어 내는 장본인 집단이다. 개인적 유능·도덕성을 떠나 관료 생태계 구축과 유지를 위해 팔이 굽는 DNA를 어쩔 수 없다. 규제개혁, 민간주도 성장을 이끌 책임자들을 관료들로 도배해 버린 건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문경영인, 벤처기업인 등 규모도 방대하고 수준도 초일류급인 우리 사회의 민간인 고급 인력풀을 도외시한 인선은 인선에 관여한 대통령 측근들이 게으르고 무능력했거나, 등잔불 아래서 자기 식구들끼리 요직을 차지하려는 욕심으로 ‘장난질’을 친 결과물일 것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검찰·기재부 편중 인사 조짐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윤 대통령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민변 도배” 발언도 진의와 무관하게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내 뜻대로 간다’는 포고문처럼 들릴 수 있다. 보스는 소신과 용기, 의리만 있으면 되지만, 정치지도자는 민심의 바다에서 노를 저어야 한다. 아무리 유능한 노꾼을 구해도 파도가 거세지면 헤쳐가기 어려워진다.

귀에 말뚝을 박은 것처럼 남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을 ‘말뚝귀’라고 한다. 최악의 리더는 세뇌되듯 어떤 결론이 머리에 주입돼 말뚝귀가 돼버린 상태에서 즉흥적 일방적 결정을 하고 집착하는 지도자다. ‘전환시대의논리 리영희’ 유의 낡은 이념적 사고의 틀 안에 웅크린 상태에서 영화 보고 탈원전을 결정하고 끝까지 집착한 문 전 대통령이 바로 그런 사례였다. 윤 정부는 그런 문 정권의 정반대가 되어야 한다. 닮거나 덜 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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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사단’ 밖에도 ‘어토니’ 많다

 

“선진국 중 미국을 보면 거번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경험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출근길에서 한 말이다. 검찰 시절 함께 일했던 검사들을 잇따라 정부 요직에 중용하면서 인사 편중 논란이 제기되자 작심한 듯 미국 검찰 시스템을 사례로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이 미국 사례를 언급하면서 한국에서 통상적으로 검사를 이르는 ‘프로시큐터(prosecutor·기소 담당자라는 의미)’ 대신 통상적 법률가라는 뜻의 ‘어토니’를 말한 점이 주목된다. 실제 미국에서도 통상 검사를 ‘어토니’라고 부른다. 법무부 이름은 한국처럼 ‘Justice’를 쓰지만, 장관 호칭은 ‘법률가의 장(長)’이라는 뜻의 ‘어토니 제너럴(Attorney General)’이다. 검찰 업무는 수사와 기소에 집중돼 있지 않다. 기업 담합 등 시장경제 위반 행위에 개입해 제재를 가하기도 하고, 인권침해·환경오염 및 각종 사회적 갈등 사건에도 개입해 형사절차뿐 아니라 당사자 간 민사 해결까지 이끌어낸다.

 

미국 검찰의 광범위한 업무 영역을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있었다. 콜로라도주 레이크우드에 있는 문신·피어싱 시술소에 재작년 3월 손님이 찾아와 문신 시술을 요청했지만, 에이즈 감염자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그로부터 2년 3개월이 지난 이달 초 업소와 시술사는 그 손님에게 각각 4400달러(약 553만원)와 500달러(약 62만원)를 배상하기로 했다. 합의를 이끌어낸 주체는 콜로라도 연방지검이다. 검찰은 업소의 시술 거부를 에이즈 감염자를 비롯해 모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장애인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피해자의 소송을 도왔다.

 

소송을 지휘한 콜 파인건(66) 연방지검장은 작년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 지명으로 연방 검사장에 오르기 전까지 덴버시 시장 비서실장 및 시 변호사, 콜로라도 주지사 법률 자문관 등을 거쳐 다국적 로펌 변호사로 일했다. 민·관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뒤 한국 같으면 검찰을 일찌감치 떠났을 나이에 검사장이 됐다. 미국 연방검사장들의 통상적 입직 경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이 걱정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윤석열 정부 요직을 차지하는 인사들이 수많은 ‘어토니’ 중에서도 하필 대통령과 과거에 일했던 ‘프로시큐터’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비판 논점을 흩뜨리기 위해 낯선 외국 시스템을 언급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법률가의 경험과 능력을 국정 전반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럴수록 인재 풀을 넓히는 게 필요하다. 함께 일하지 않아 알지 못했던 유능한 법률가를 발탁할 수도 있다. 법조인 아니어도 각 분야에 뛰어난 인재들이 있다. 이들을 골고루 쓰는 일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능력에 따른 발탁’ 아닐까.

 

-정지섭 기자, 조선일보(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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