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더불어민주당은 왜 실패했는가]
[해경의 마지막 기회]
[국가의 본분]
문재인 정권, 더불어민주당은 왜 실패했는가
[김형석 칼럼]
文 정부, 이념에 현실을 맞추는 역방향 행보
‘서해 공무원’ ‘北 어부 북송’ 논란도 그 일환
정권 위한 정치는 사회악으로 가는 길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문재인 정권이 퇴진하고 2개월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들도 실패한 정부로 인정한다. 대선과 지선에서 참패했다는 표면적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문 정권의 실패가 그만큼 국민들에게 불행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각이 있는 국민들은 집권 초창기 청와대의 정치 방향과 과정을 보면서 우려와 회의감을 느꼈다. 그 사람들과 그런 방향의 정치는 현대사회의 긍정적 가치를 구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예측이었다.
그 근원은 이념정치의 틀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과 그 때문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정권을 위한 정치로 일관했다는 실책이다. 정치는 역사적 현실에서 국민을 위한 객관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문 정부는 갖고 있는 이념에 현실을 맞추어가려는 역방향을 택했다.
박근혜 정부 때 벌어진 세월호 사건의 정리와 해결도 아직까지 끝내지 못하고 있다. 문 정부가 뜻하는 결론을 찾기 위해 긴 세월을 다 허비했다. 그렇게 엄청난 비극을 겪었음에도 희생된 학생들과 국민을 위한 사회적 개혁이나 변화를 남겨 주지 못했다. 천안함 폭침도 그렇다. 문 대통령의 견해와 과학적이고 객관적 판단을 기대하는 국민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이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의 소행이냐”고 물었을 때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그 부모와 국민은 대통령의 진실과 의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천안함 피격이 북의 공격이 아니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계와 국민의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서해에서 벌어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가 자진해서 월북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었던 국민들까지도 정권의 위상을 지키려는 청와대의 조작이었을 것이라는 의아심을 갖는다. 그렇게 중대한 사건을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든지, 이제 와서 문제 삼을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민주당 지도자들과 사건 당사자들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국민을 그렇게 우습게 보아도 되는지 묻고 싶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그런 나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애국적 의무감에서 호소하는 것이다.
국내보다도 국제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된 2019년의 북한 두 어부 사건은 어떠했는가. 북에서 귀순해온 두 동포를 적절한 심문도 거치지 않고 법적 절차도 없이 5일 만에 다시 북으로 압송했다. 포승줄로 묶고 안대까지 씌워 앞을 못 보게 하면서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인도했다. 세계 어디에서도 인도주의를 신봉하는 법치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반인륜적 처사였다. 유엔이 문제 삼은 것은 물론 인권을 최대 목표로 삼는 선진 국가에서는 대한민국의 처사를 어떻게 보겠는가. 두 어부의 강제북송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북한 동포들에게 인민공화국을 배반하고 대한민국으로 귀순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처벌한다는 암시를 준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은 북한 정권을 위해 동포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과 같았다.
남북통일은 양분된 동포를 위한 동포의 통합이다. 두 정권이 손을 잡거나 하나가 되는 통일은 아니다. 북한 동포를 거부하는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권, 그것도 동포의 생명권을 그렇게 정치의 수단이나 제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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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의 마지막 기회
2014년 봄 진도 팽목항에서 마주한 해양경찰은 죄인 신세였다. 처음엔 구조에 실패했다고 그다음엔 구조 작업이 더디다고,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은 세월호 가족대책본부 천막에 매일같이 불려와 추궁당했다. 그러다 감정이 격해지면 해경은 동네북이 됐다. 때리면 맞고 욕하면 죄송하다고 했다. 팽목항 해경들은 땅만 보고 걸었다. 그때 만난 어느 해경은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겠느냐”고 했다. 해경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해체” 선언과 함께 배신감 비슷한 감정만 남긴 채 잊혔다.
해경을 재평가하게 된 건 2017년 가을,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하면서였다. 해경은 국민안전처로 흡수됐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독립 조직으로 부활했다. 전남 가거도 앞바다 서쪽 약 74㎞ 해상, 3000t급 경비함에서 고속단정을 내려 2~3m 파고를 뚫고 나아간다. 생선 썩은 내가 진동하는 중국 목선 위로 올라가 쇠꼬챙이를 든 선원을 제압한다. 이 모습을 직접 보고는 함부로 해경을 욕할 수 없었다. 거친 바다에서 목숨 걸고 우리 국민의 생계를 지킨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해경의 필요성을 제대로 절감했다.
이런 국가 조직이 ‘해경왕’이라 불리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한 명에게 사정없이 휘둘렸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해경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에 대해 ‘자진 월북’으로 규정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정권이 바뀐 뒤인 지난달 16일 “월북 의도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친문 의원 보좌관 출신 청와대 행정관이 해경에 “자진 월북에 방점을 두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비극적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과 그 세력이 정권을 잡으며 부활한 해경. 결국 그 세력의 압력에 대한민국 공무원까지 ‘월북자’로 몰아간 꼴이 됐다. 2년 만에 뒤집힌 ‘자진 월북’ 발표는 조직의 해체까지 겪었던 해경이 정치적 유불리로 수사를 조작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해경을 두고 작년 ‘해양 경찰의 날’ 축사에서 “우리 정부에서 해경이 부활하고 강인하고 유능한 조직으로 거듭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해경 내부에서는 “그 난리를 겪고도 정신을 못 차리니 차라리 다시 해체하자”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 “월북 발표를 한 것도 뒤집은 것도 해경인데 같은 조직이 맞나 싶다” “우리가 언제부터 정권에 줄 서는 조직이었느냐”는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지난 24일 정봉훈 현 해경청장과 지휘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일괄 사표를 냈다. 책임을 지려면 사표가 아니라 월북 발표와 관련해 누구에게서 어떤 압력과 지시가 있었는지 진상을 밝히는 게 순서다. 이번에도 휘둘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이 “해경 해체하라”고 할 것이다. 해경이 당당하게 고개를 들 마지막 기회다.
-이슬비 여론독자부 기자, 조선일보(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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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본분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945년 패전과 함께 일본 정부는 수백 만에 달하는 재외 일본인을 본국으로 귀환시켜야 하는 난제에 봉착한다. ‘히키아게(引き揚げ)’라 부르는 20년에 걸친 귀환 사업으로 660만명쯤 되는 대상자 중 629만명이 귀환하였으나, 아직도 현지에 남겨진 사람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소식 불명의 미귀환자와, 귀환자들이 귀국 도중에 겪은 시련은 전후 일본 사회의 트라우마로 남았다.
트라우마의 기저에는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깔려 있다. 전쟁 끝 혼란 속에서 귀환 사업이 순조롭지 못했던 것에 더하여 적지에 남겨진 국민의 안위 파악과 송환의 국가 본분을 다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집단 기억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표적 사례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다.
2002년 최초로 방북한 고이즈미 총리는 방북 의의에 대해 “첫째가 납치 문제 해결, 그다음이 일·북 수교 문제”라고 공언한 바 있다. 국민 보호를 최우선 외교 목표로 삼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지금도 일본의 관련 외교 노력은 집요하고 전방위적이다. 일본을 방문하는 미국 대통령은 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나는 일정에 공을 들인다. 납치 문제에 공감을 표하는 것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으로서 미일 관계를 상징하는 시금석의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납치 문제 최우선 외교를 안보 우경화 저의에서 비롯된 외교전으로 폄하하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두고 북한의 엽기적 국가 범죄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한국이 정상 국가인지 의아해하는 시각이 있다. 아무리 남북이 특수 관계라 할지라도, ‘월북이 아니라는 근거를 대라’거나 ‘아무것도 아닌 일’로 정치 공세를 편다는 식의 발언을 보고 있노라면, 국가 본분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였던 세력이 국정을 좌우했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질 따름이다.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조선일보(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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