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개그로 끝난 ‘정책 투표’]
[국정 비전부터 바로 세워야 정책 혼선 막는다]
[尹은 꼭 무교동 북어국집에 가야 했을까]
[김건희 논문, 국민대의 결론]
허무개그로 끝난 ‘정책 투표’
대통령실이 최근 온라인에서 국민 제안 정책 10건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기는 투표를 진행했으나, 1일 ‘어뷰징(abusing·반복 행위를 통한 클릭 수 조작)이 있었다’는 이유로 당초 계획한 우수 제안 3건을 선정하지 않는 촌극이 발생했다. ‘득표를 많이 한 상위 3개 제안을 실제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나 10개 제안이 모두 56만~57만여 표로 비슷한 득표수를 기록하자 ‘변별력이 없다’며 이를 취소한 것이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TOP 10 투표안내 영상/대통령실
국민제안 정책투표는 현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폐지하고 대체재 성격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특정 이슈가 여론 몰이로 변질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제안을 받는다는 점에서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1만3000여 건에 달하는 정책 제안이 접수될 만큼 반응도 괜찮았다.
하지만 첫 번째 단추인 10개 후보 안건 선정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9900원 K-교통패스 도입’, ’반려견 물림 사고 견주 처벌 강화’, ’휴대폰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 같은 정책은 별다른 논란이 없었으나 ‘최저임금 차등 적용’,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무 폐지’ 등은 이해집단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다. 특히 최저임금은 대다수 기업·근로자,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고용 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해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온갖 진통을 겪는 이유다.
대다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농업·음식업 등 일부 소득이 낮은 업종에서는 좀 더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차등 적용’을 요구한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차등 적용은 무산됐다. 결국 차등 적용은 정부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됐는데, 느닷없이 국민 제안 투표 안건에 오르면서 여러 혼란이 생겼다. 상위 3위 안건에 들지 못하면 정책 추진이 밀리거나 폐기될 수도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투표를 독려하며 ‘차등 적용을 이뤄내자’는 글이 수시로 올라왔고, 반대로 노동계에서도 ‘생존에 직결된 문제를 투표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냐’는 반발이 쏟아졌다.
현 정부가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로 국민통합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이 무색하게 정책 투표는 ‘편 가르기’ 오명만 뒤집어 쓰게 됐다. 토론과 합의를 거쳐 양쪽 이해집단을 끊임없이 설득해도 모자랄 최저임금 문제를 투표에 올리면서 빚어진 결과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1~3위만이 아니라 10건 모두 관련 부서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열흘 동안 투표를 하더니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결론 낸 것이다. 국가 우선 추진 정책을 뽑겠다고 변죽만 울려 놓고는 허무 개그만 한 꼴이다.
-이준우 기자, 조선일보(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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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딸’들 강경 요구로 도배된 野 청원 게시판. 국민을 바라보냐, 팬덤을 바라보냐가 黨 미래를 좌우.
○ ‘검찰의 언론 티타임’ 이어 ‘기소 직후 공소장 공개’도 부활. 무슨 수사들을 하고 있기에 무대부터 만드나.
-팔면봉, 조선일보(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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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비전부터 바로 세워야 정책 혼선 막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에 대해 ‘신속한 공론화’를 교육부에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여러 장점이 있더라도 국민 뜻을 거스를 순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이 “신속히 강구하라”고 했다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박 부총리도 국민들이 반대할 때는 폐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조기에 공평한 교육 기회 부여, 아동기 교육과 돌봄의 통합 중요성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아이들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다” “경쟁만 치열해진다” 등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사전 숙의 과정이 미흡했다. 전국 시도교육감 사이에서도 반대와 우려 목소리가 커졌다. 초등학교 교육 집행기관의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설익은 정책을 던졌다가 수습에 진땀을 빼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 역량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 일은 또 있었다. ‘국민제안’ 혼선이다. 대통령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국민제안 10건을 놓고 온라인 투표를 실시해 우수 국민제안 상위 3건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조회 수나 투표수를 조작하는 ‘어뷰징(중복 전송)’ 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이해당사자들의 집단 투표나 인기투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했는데도 문제점을 미리 차단하지 못한 것이다.
취학 연령이나 국민제안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현 정부의 정책 역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서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 52시간제 개편 방침을 놓고 대통령과 엇박자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겪었는데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이는 궁극적으론 취임 3개월이 다가오는데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와 비전, 핵심 국정과제가 여전히 흐릿하다는 데서 기인한다. 정책 조율 컨트롤타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설픈 한건주의 정책을 내놓고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면 슬그머니 거둬들이는 일이 또 반복돼선 곤란하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국정 비전부터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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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은 꼭 무교동 북어국집에 가야 했을까
검찰총장 넘어 대통령다움을 원하는 게 민심
내 의지와 달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국정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월요일(7월 25일)에 참모들과 용산 인근이 아닌 서울 중구 무교동 단골 북어국집에서 번개 점심을 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들렀을 정도로 좋아하는 곳이다. 점심 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등과 식사를 기다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9000원짜리 점심 먹는 대통령의 소탈한 행보를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이 식당은 평일 점심에는 줄을 길게 서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요일 아침에도 줄을 선다. 이 식당을 종종 이용하는 필자는 대통령이 어떻게 평일 점심에 이곳을 이용했을까 궁금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는 줄을 서서 이 식당에 들어갔다. 며칠 뒤 식당에 가 봤다. 카운터 뒤편 한구석에서 대통령 일행이 식사를 했는데, 경호팀이 식당 측에 양해를 구하고 미리 와 자리를 정리했다고 한다. 한 종업원은 웃으면서도 “아휴, 그날 점심 장사는 별로였다”고 했다. 워낙 장사가 잘되는 가게지만 아무래도 평상시보단 북어국을 덜 팔았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필자는 북어국집에서 새삼 30%대가 무너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버랩됐다. 자신과 사람들의 생각과 기대가 다를 수 있음을 인식하는 정치적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검사 시절 부하들과 밥자리를 즐겼던 윤 대통령은 좋아하는 국밥 한 그릇 하러 간 것이겠지만 사람들이 온전히 다 그렇게 생각할까. 일부는 서민 행보라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서민 코스프레로 여길 수도 있다. 민심 탐방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으나, 대통령이 룸 있는 식당 놔두고 왜 무교동 골목까지 와 주변을 번거롭게 하느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국밥 한 그릇 먹은 걸 공감 능력으로까지 연결짓느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이는 한국 보수 정치권의 오래된 취약 포인트다. 보수는 진보 진영에 비해 바닥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유독 약점을 보여왔다. 아무래도 정치 입문 전 직업과 무관치 않다. 판사 검사 장차관 장성…. 갑(甲)의 위치에 있다 보니 상대방 반응에 눈치 볼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다. 정치한다고 체질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데는 한국이 경제 안보적으로 중차대한 도전에 처해 있는데 대통령은 뭐를 하려는지 알 수 없다는 신뢰의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이런 위기에 불안해하는 민심에 공감하면서 검사 티를 벗고 대통령으로서 프로페셔널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지지층 상당수가 대선 때나 지금이나 공정과 상식 회복,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각종 비정상적 조치에 대한 시정을 원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은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지금은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 울트라 스텝 등 생소한 경제 용어가 일상화되며 우리 삶의 근간이 뒤흔들리고 있다. 대선 전 민심은 ‘검찰총장 윤석열’을 뽑았더라도 지금은 대통령다운(presidential) 모습으로 진화하길 기대한다. 2022년 8월 지금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최우선의 소명은 ‘때려잡자 문재인’인가, 아니면 민관 역량을 최대한 결집시켜 경제 안보 위기를 극복해 보수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인가.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민심의 기대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승헌 부국장, 동아일보(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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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논문, 국민대의 결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박사과정 때인 2007년 한 학술지에 실은 논문의 제목은 ‘온라인 운세 콘텐츠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관한 연구’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적당한 영어 번역으로 ‘A Study on user‘s retention or withdrawal of membership by satisfaction or dissatisfaction in online fortune contents’ 등이 제시돼 있다.
▷논문에 나온 영어 제목은 ‘Use satisfaction of users of online fortune and member Yuji by dissatisfaction and a study for withdrawal’이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게 돼 있다. 회원 유지의 유지는 고유명사처럼 Yuji로 번역됐다. 맨 앞에 나와야 하는 study는 중간에 들어가 있다. 유지와 탈퇴, 만족과 불만족은 상관어인데도 서로 관련 없는 말인 듯 떨어져 있다. 지도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인데도 이렇다.
▷김 여사가 같은 해 같은 학술지에 실은 또 다른 논문의 제목은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다. 논문에서 영어 제목은 ‘The Analyze of the affecting factors…’로 시작한다. ‘연구’ 대신 ‘분석’이란 단어를 쓸 수는 있다. 그러나 명사 Analysis로 써야 할 곳에 동사 analyze를 명사형처럼 썼다.
▷국민대는 2008년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를 포함해 이 세 논문은 연구부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그제 결론을 내렸다. 국민대는 당초 검증 시효가 지났다고 재심사를 거부하다가 문재인 정부 교육부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늦게 재심사에 착수했다. 결론은 연구부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때 드는 상투적 이유를 몇 가지 들기는 했으나 그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보다는 검증 시효 5년이 지났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김 여사는 공직에 몸담은 사람이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표절 여부를 정색하고 따지는 게 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의 학술지 논문들은 연구부정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연구자로서의 최소한의 성실성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액면으로도 보여준다. 지도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의 지도마저 엉터리로 한 대학이 학위논문 지도나 심사는 제대로 했겠는가. 국민대가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다 지워지지 않을 오점을 남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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