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참을 인(忍) 자 세 번만 쓰길]
[윤 대통령은 ‘실패할 자유’ 없다]
[정치로 까먹은 점수, 정책으로 메울 순 없다]
[“대통령님 전광판 좀 봐주세요”]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은 새]
尹 대통령, 참을 인(忍) 자 세 번만 쓰길
[양상훈 칼럼]
與 대변인의 尹 비판이 李 추방 속전속결 불렀나
‘내부 총질’ 문자 노출로 지지율 바닥도 무너져
현 상황 전화위복되려면 매사에 참고 또 참고 뜸 들이는 시간 필수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새 정부가 출범 초에 지지율 폭락이라는 기현상을 겪고 있는 것은 잘만 하면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정권 중반기나 후반기에 오면 대처할 수도 없다. 문제는 전화위복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그 관건 중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시간의 힘’을 믿고 인내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생각한다.
지지율 30% 선마저 무너진 것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가 노출된 때문인 것 같다. 국민은 고금리, 고물가로 힘든데 대통령이 뚜렷한 대책은 없이 내부 싸움이나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바닥을 다지는 듯하던 지지율에 한 번 더 충격을 주는 방아쇠가 되고 말았다.
필자는 이 사태의 시작은 국민의힘 박민영 청년대변인이 내놓은 논평이라고 짐작한다. 윤 대통령은 7월 5일 출근길에 기자들이 ‘몇몇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실 인사, 인사 실패 지적이 있다’고 질문하자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답했다. 이 말에는 감정도 실려 있었다. 바로 그 날 박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썼다.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필자는 정치를 오래 취재했지만 여당 대변인이 자기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 봤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변인은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는 언론인이 아니다. 당의 방패이자 창이다. 더구나 자기 당 대통령의 문제라면 무조건적인 방어 대상이었다. 역대 대변인들도 사석에선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공개적인 대통령 비판은 금기 중의 금기였다.
자기 당 대변인에게 초유의 비판을 당한 윤 대통령 심정이 어떨지 생각해봤다. 분노가 클 것이라고 짐작돼 주위에 물어봤더니 사실이라고 한다. 자기편에게 등을 찔린 기분일 테니 누구든지 격노했을 것이다. 바로 여기가 대통령이 위험해지는 지점이다.
대통령이 분노를 외부로 표출하면 정권 전체가 움직이게 된다. 박 대변인은 이준석 대표가 오디션 방식으로 뽑은 대변인 중 한 사람이다. 그러지 않아도 이 대표를 싫어하는 윤 대통령으로선 박 대변인의 비판 뒤에 이 대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에 대한 당 징계위가 이틀 뒤인 7월 7일로 예정돼 있었다.
이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은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당 징계는 수사기관의 공식 발표를 근거로 해야 한다. 징계를 먼저 했는데 수사 결과 증거가 없다고 나오면 징계 자체가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 대표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나 자체 증거도 없이 ‘품위를 잃었다’며 당대표직 박탈이라는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날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예고된 상태이긴 했지만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직 박탈까지 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경찰 수사 결과는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징계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 지금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의 이 대표 징계는 윤 대통령의 분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이다.
그 후 윤 대통령은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없어지니 당이 잘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때 윤 대통령이 말한 ‘내부 총질’은 대선 때 자신을 계속 비판한 이 대표만이 아니라 박 대변인의 비판까지 포함한 뜻이었을 것이다. 많은 국민은 이 과정 전체를 잘 알지 못했겠지만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를 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느낌을 가졌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를 다 이긴 승리의 당이 불과 두 달여 만에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대통령도 일반인과 같은 희로애락이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희로애락을 가슴에 담고 밖에 꺼내지 말아야 하는 직업이다. 총사령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분노의 로(怒)는 표정과 말투로라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분노하면 정권이 무리를 하고 동티가 난다. 역사에 많은 사례가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는 결국 나오게 돼 있다. 그때 징계해도 늦지 않았다. 세상엔 화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고, 시간이 답을 내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은 문제가 있다. 정치 문제는 대부분 후자 쪽이다. 최소한의 공감대 형성에도 시간이 걸린다. 밥에 뜸을 들이는 시간엔 정치적 의미가 있다. 뜸을 들였으면 박 대변인 비판에 담긴 나름의 충정도 읽혔을 것이다. ‘5세 취학’ 소동도 뜸 들이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뜸을 들이며 분을 삭이고 말을 하기 전에 마음 속으로 참을 인(忍)자 세 번만 쓰기를 권한다. 참고 뜸 들이는 시간은 사람을 해치는 법이 없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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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실패할 자유’ 없다
[김순덕 칼럼]
지지율 20%대… 대통령실장 물러나야.. 국민의힘이 왜 비대위 차려야 하나
여당에 내부총질 자유 허용하되 ‘대통령黨’ 아닌 협력적 당정 관계를
‘대통령이 5일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대통령비서실 인사를 단행했다. 비서실장을 포함해 수석비서관 4명을 바꾸는 예상 밖의 큰 규모였다.’ 2013년 8월 6일자 동아일보 1면 톱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제목은 ‘“성과 없이 신뢰 없다” 청와대 참모 절반 물갈이’.
윤석열 대통령도 휴가 뒤 업무에 복귀하면 대통령실 개편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9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무려 60%다(갤럽). 그런데도 취임 첫해 강하게 국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절박감에 참모진을 ‘문책성 경질’했다. 문제는 지나치게 윗분의 뜻을 받드는 비서실장을 인선한 것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20%대로 내려앉은 지지율에 위기의식을 느꼈다면,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는 숱한 언론 제언을 일별했다면, 대통령을 바꿀 순 없으니 대신 대통령비서실장을 경질하는 것밖에는 민심을 돌리기 어렵다고 혼자 걱정했다.
이보다 대통령에게는 여당 장악이 더 중했던 모양이다. 이준석이 내부 총질이나 하는 밉상이긴 해도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 대표다. 그가 한 달 전 당 윤리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자 야권에선 “여당 대표도 피해 갈 수 없는 검찰 캐비닛”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눈엣가시였던 이준석을 팽하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해줬던) 안철수 의원을 당 대표로 앉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마침내 이준석이 사라지자 당정관계가 만족스러워진 때문일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고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칭찬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차려야 하는 당으로 전락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 뜻을 잘 받든’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죄가 있다면 대통령의 이 문자를 들켰다는 거다. 절대 안 한다던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노출시켜 권성동이 대표 직무대행에서 쫓겨난 것까진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 89명 중 88명이 대통령 뜻을 받들어 비대위 설치에 동의한 것은 국민의 대표답지 않다. 왜 대통령실 아닌 여당이 ‘비상’이어야 한다는 건가.
여당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게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만에 하나, 윤 대통령이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내세워 국민의힘을 검찰처럼 상명하복 잘하는, 내부 총질 절대 않는 ‘대통령 당’으로 개조하거나 혹은 창당이라도 할 복안이라면 부디 한국 정당사(史)를 들여다봤으면 한다.
이승만 대통령 때 자유당까지는 안 가도 좋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대통령들은 안정적 국정 운영을 명분으로 줄기차게 새 당을 만들곤 했다. 안타깝게도 끝은 좋지 않았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3당 합당해 만든 민자당은 217석이나 됐으나 1992년 14대 총선에서 득표율 38.5%를 얻었을 뿐이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김영삼 대통령도 1995년 신한국당을 만들었지만 15대 총선에서 139석뿐, 불행한 대통령으로 끝났다.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던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창당한 새천년민주당 역시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133석)에도 못 미치는 115석을 얻었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2004년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일약 152석을 차지했지만 3년 9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 조화와 협력의 당정관계가 중요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서 최고의 시민 결사체는 정당이고, 다수 시민의 지지를 얻은 정당이 통치하는 것이 정당 정부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였고, 윤석열 행정부는 국민의힘 정부인 거다.
윤핵관을 중심으로 선거를 치렀다고 해서 젊은 당 대표의 의견마저 내부 총질로 치부하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국민의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국민이 시퍼렇게 도끼눈을 뜨고 지켜보다 다음 선거에서 냉정하게 심판할지 모른다. “외국군에 의존하지 않아도 자주국방이 가능하다”는 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국방위 질의는 벌써부터 모골이 송연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했다.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했다. 여당 대표뿐 아니라 우리에게는 내부 총질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렵게 정권교체에 성공한 윤 대통령에게는 실패할 자유가 없다. 다행히도 대통령답게 달라질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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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까먹은 점수, 정책으로 메울 순 없다
[오늘과 내일]
보름 새 쏟아진 설익은 정책들
분위기 바꾸려다 정부 신뢰 하락
‘장관들이 국민이 감탄할 정책을 쏟아내 분위기를 확 바꿔줬으면….’ 지난달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스타 장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안 보인다는 말이 나와도 좋다”고 했을 때 속내는 이런 것 아니었을까. 새 정부의 진심이 담긴 정책이 국민 관심사로 떠올라 도어스테핑, 인사 논란, 여당 내홍으로 깎아먹은 점수를 만회하길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을 전후해 벌어진 일들은 그런 바람과 많이 달랐다.
대표적 사안이 지난달 14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채무조정 지원 방안이다. 신용 낮은 청년채무자의 대출이자를 최대 절반까지 깎아주고, 3년간 원금 상환도 미뤄주는 프로그램이 특히 논란이 됐다. 금융위로선 과거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그랬듯 어차피 한 번은 치르고 넘어가야 할 대규모 채무조정이고, 정부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2030세대의 마음을 돌리는 데 도움도 된다는 심산으로 서둘러 이 방안을 내놨을 것이다.
문제는 청년들마저 “빚을 내 주식, 가상화폐에 투자해서 날린 돈을 왜 세금으로 메워 주냐”며 반발한 것이다. ‘공정’에 한없이 민감한 청년들의 정서를 읽지 못해 생긴 실책이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선수들 동의도 없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하다가 청년층의 반발에 부딪쳐 허둥대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금융위, 금융감독원, 검찰이 함께 내놓은 공매도 대책도 뒷말이 많다. 코로나19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매도를 통제한 나라는 한국뿐이고, 앞으로 증시에 더 많은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려면 공매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시장의 일반 상식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도전 중인 이재명 의원이 공매도를 싫어하는 개미투자자를 의식한 듯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옹호한 며칠 뒤 정부 대책이 나왔다. 공매도 전면 금지가 아닌 건 다행이지만 검찰이 불법 공매도를 응징한다는 발표는 ‘검찰 공화국’ 이미지를 더 강화했다.
최근엔 교육부가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가 학부모, 교육계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나흘 만에 발을 빼는 일이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 초기 초등학교 조기 입학 방안을 불쑥 꺼냈다가 물러섰던 일의 판박이다. 대통령실이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국민제안을 모아 정책화하겠다고 했다가 클릭 수 조작 등이 감지됐다는 이유로 취소한 것 역시 어이없는 일이다.
이런 일들이 보름 사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해당 부처들로부터 대통령이 직접 보고받고 관심을 표한 사안들인데 대체로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고, 어느 지점에서 반발이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가 허점을 찔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부 캐비닛에 묵혀 있던 정책을 급히 꺼낸 듯 정책 소비자의 급변하는 정서와 시류를 읽지 못하는 공무원 특유의 ‘정책 감수성’ 부족이 느껴진다.
정부의 ‘정치 성적’과 ‘정책 성적’은 비슷해야 정상이지만 한국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정책 실패에도 40%대 지지율을 끝까지 지킨 문재인 정부가 증거다. 극단으로 갈라진 좌우 진영, 세대 간 의견 차이가 원인일 것이다. 국민들도 ‘밥 먹는 배 따로, 빵 먹는 배 따로’ 식으로 정치와 정책을 별개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 빠르게 가” 식으로 공무원들을 채근하면 ‘정책 사고’가 반복돼 정부의 신뢰만 하락한다. 임기 안에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할 노동 연금 교육 재정 등 큰 개혁의 동력도 약화될 것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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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전광판 좀 봐주세요”
[2030 플라자]
대선후보 때 “선수는 전광판 보지 않는다”고 한 尹 대통령
취임 후 “지지율 0% 나와도 바로잡을 건 바로잡겠다” 공언
반대해도 할 일은 한다는 소신도 좋지만 민심 무시하면 안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경기장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이다. 대선 열기가 한창 고조되던 지난해 12월,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겪어 20대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자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한 말이다. 대선이 10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나온 그 발언이 쪼들리는 마음을 감추기 위한 허장성세였는지, 아니면 흔들리지 않고 갈 길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않고는 이길 수 없는 선거에서 후보가 여론조사에 개의치 않겠다고 하니 쓴웃음이 나온 건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윤 대통령을 보면 전광판을 보지 않겠다는 게 단순히 선거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나온 말실수는 아니었던 듯하다. 취임한 지 석 달도 안 돼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졌지만 그 흔한 입장 표명이나 ‘특단 대책’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가 여론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자기 소신대로 밀어붙이는 걸 위정자의 덕목으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설령 모든 국민이 등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윤 대통령의 그런 시각은 얼마 전 보도된 기사에 단적으로 드러나 있다. 몇몇 여당 의원, 대통령실 및 정부 관계자 등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지지율 0%, 1%가 나와도 바로잡아야 할 건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문제점을 열거하며 “반대 세력의 반발이 있겠지만 그대로 놔두고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렇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때론 여론의 거센 반대에도 맞설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연금 개혁이라든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같은 혐오 시설 설치가 그렇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인기가 없다고 외면하면 나라가 골병든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 몫이다. 지지율 떨어질 법한 일은 쉬쉬하면서 자기편이 열광할 만한 일만 골라서 하는 정치의 폐단을 그동안 숱하게 봐오지 않았나. 아마 윤 대통령이 꿈꾸고 있는 자아상은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 상황을 오독(誤讀)해선 곤란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그런 상황의 문제를 다룬 적이 없다. 원전 정책, 한미 관계 등에서 전 정권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을 뿐 딱히 국민적 반대를 무릅쓴 건 아니었다. 예비 학부모들의 공분을 산 ‘만 5세 초등학교 입학’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인가 생각했을 때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그렇다면 결국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선택적으로 소통하고, 사적 인연으로 대통령실 인사들을 채우고, 뒤에서 당대표를 험담하다가 들통나서 벌어진 일 아닌가.
대통령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한 메시지가 공개되었을 때, 야당은 국민의힘 내부 싸움에 대통령이 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보다 심각한 건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이후 당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하는 대통령의 인식이다. 민심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이 상황에서 진정 당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윤 대통령은 용산 밖의 민심을 전혀 모르고 있거나 대통령 앞에서 그저 아첨만 하는 간신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게 틀림없다.
제아무리 거대한 함선이라 할지라도 바다에선 한낱 점에 불과할 뿐이다. 권력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윤석열호가 난파하지 않고 민심이라는 위대한 항로를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제발 전광판 좀 보시라고, 민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시라고 말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조선일보(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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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은 새
[이한우의 간신열전]
먼저 사마천 ‘사기’ 골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나라 위왕(威王)이 수수께끼를 좋아하고 밤새 술 마시기를 즐겨 나랏일은 돌보지 않고 신하들에게 맡겨버렸다. 이에 문무백관들은 문란해지고 제후들은 서로 제나라를 넘보며 침략하니 나라 존망이 위태롭게 되었다. 주변 신하 가운데 감히 간언하는 자가 없었다. 순우곤(淳于髡)이라는 자가 수수께끼를 핑계로 간언을 했다.
“나라 안에 큰 새가 있는데 대궐 뜰에 있으면서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있습니다. 어떤 새인지 아시겠습니까?”
“그 새가 날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날았다 하면 하늘을 덮고, 울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울었다 하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다음 날 왕은 신하들과 함께 순시하였다. 먼저 즉묵(卽墨) 지역으로 갔다. 논밭이 잘 경작되어 있었으며, 작황도 순조로워 백성들 얼굴이 여유로웠다. 왕은 즉묵의 대부(大夫)를 불러 “이만큼 잘하는데 그대를 비난하는 소리가 높은 것은, 내 측근에게 뇌물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고 1만 호를 봉토로 주었다. 다음에 간 아(阿) 지역은 논밭이 황폐하고 백성들 얼굴 또한 어두웠다. 왕이 이곳의 대부를 꾸짖었다. “이런데도 그대를 칭찬하는 소리가 내 귀가 따갑도록 들리는 것은 내 측근에게 뇌물을 보내고 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돌아온 왕은 전국 72현 현령을 소집하여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시행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여불위 ‘여씨춘추’ 중언(重言)편에도 나온다. 중언이란 임금이 말을 무겁게 하라는 뜻이다. 거의 같은 내용인데 주인공만 초나라 장왕(莊王)으로 나온다. 위왕과 장왕 모두 젊어서 임금에 올라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를 알 수가 없었기에 이런 고육지책을 써서 충간(忠奸)을 가려낸 다음에 신상필벌을 분명하게 했다. 그러고 나서 나라는 잘 다스려졌다.
공사(公私) 구분 불투명과 잦은 말실수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대통령이 마음을 다잡는 데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정리해보았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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