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바닐라] [정향나무]

뚝섬 2022. 10. 7. 05:37

[바닐라]

[정향나무]

 

 

 

바닐라

 

달콤한 향신료… 인공수분 기술은 흑인 노예 소년이 개발

 

바닐라 난초가 나무를 타고 덩굴로 자라는 모습(왼쪽)과 바닐라 난초의 꽃. /위키피디아

 

아이스크림, 초콜릿, 케이크…. 달콤한 후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향신료가 있어요. 바닐라(vanilla)입니다. 바닐라는 바닐라 난초의 씨앗과, 씨앗을 둘러싼 껍질인 꼬투리에서 추출하는 향신료예요. 이 꼬투리와 씨앗을 가열하고 장기간 숙성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바닐린(Vanillin)이라는 물질이 달콤하고 독특한 향을 풍긴다고 하죠.

바닐라 난초는 멕시코와 중남미가 원산지인 식물입니다. 나무를 타고 덩굴로 자라는 독특한 모양의 난초로, 끝이 다소 뾰족한 계란 모양 잎이 줄기를 따라 하나씩 어긋나는 형태로 자라납니다. 다른 원예용 열대 난초처럼, 바닐라 난초의 잎 또한 두꺼운 가죽 같은 느낌이 있어요. 바닐라 난초는 연노란색 꽃을 피운답니다.

바닐라는 현재 멕시코 베라크루스주에 해당하는 지역에 사는 원주민 톤토낙(Tontonac)인들이 야생 바닐라 난초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향신료로 생산됐는데요. 이들은 바닐라를 식음료에 첨가하는 향신료뿐 아니라, 몸에 차고 다니거나 신전에 비치해 향기를 내게 하는 방향제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1400년대 초반 멕시코 중부 지대에 살던 아즈텍인들이 톤토낙인이 살던 곳을 침략하면서 바닐라를 접하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씁쓸한 코코아 음료에 달콤한 향을 내기 위해 바닐라를 섞어 마시기 시작합니다. 이 음료가 현재 우리가 마시는 뜨거운 초콜릿 음료인 코코아로 발달했다고 해요.

바닐라 난초는 꽃이 피고 나서, 하루 이내에 꽃가루받이가 돼야 열매가 맺히는데요. 꽃향기에 이끌려 찾아오는 특별한 난초벌 한 종류만 바닐라 난초의 꽃을 비집고 들어가 꽃가루를 암술에 옮겨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난초벌은 바닐라 난초가 원래 서식하던 멕시코와 중미 지역에만 있기 때문에, 벌이 살지 않는 다른 지역에서는 사람이 막 피어난 꽃을 찾아 손으로 인공수분을 해줘야 한다고 해요.

바닐라꽃을 인공수분하는 기술은 1841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레위니옹의 노예 소년 에드먼드 알비우스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있어요. 레위니옹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동부 해안에 접한 작은 섬나라인데요. 알비우스가 알아낸 이 인공수분법 덕분에 마다가스카르와 인근 섬들은 전 세계에 공급되는 천연 바닐라 대부분을 생산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이렇게 손으로 일일이 수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천연 바닐라 가격은 무척 비싸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많은 곳에서 바닐라향을 내려고 화학적으로 합성한 향료를 이용합니다. 인공 향료가 발명됐을 당시에는 바닐라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졌지만, 천연 향신료 가치를 인정받아 다시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고 하네요.

 

-김한규 위스콘신대 박사후연구원, 조선일보(2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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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향나무

 

인도네시아 여권에는 정향나무가 등장합니다. 개화를 앞둔 꽃봉오리의 모습인데,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이 나무엔 특별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 나무의 꽃봉오리가 향신료로 쓰이는 데서 비롯된 이야기예요. 15세기 말 서양 각국은 인도에서 나는 향신료인 후추를 확보하려고 인도로 가는 바닷길을 앞다투어 개척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도를 왕래하는 해상 무역로를 만든 서양인들은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인도보다 더 동쪽으로 계속 가면 '정향(clove)'과 '육두구(nutmeg)'와 같이 값진 향신료가 무진장 있는 여러 섬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른바 '향신료 제도(spice islands)'였습니다. 이 향신료들을 유럽으로 가져가기만 하면 수십 배 가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죠. 그 기회를 가장 잘 살린 나라는 네덜란드였습니다.

 

인도네시아 여권 속지에 그려진 정향나무의 꽃봉오리(왼쪽). 오른쪽은 정향나무의 모습입니다. 정향나무는 과거 인도네시아 말루쿠 제도에서 자랐으며, 값비싼 향신료로 취급됐습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네덜란드는 국민적 규모로 자본을 동원하여 회사를 세우고 선단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1602년 탄생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자본력과 효율성 면에서 유럽의 다른 경쟁자들보다 월등했습니다. 자체 군사력에 화폐 주조권까지 가진 이 회사는 차라리 준(準)국가였습니다. 이 회사는 향신료 제도, 즉 현재 인도네시아의 말루쿠 제도(일명 몰루카 제도)에 지배권을 구축하는 데 성공합니다. 정향과 육두구에 관한 한 생산부터 수송, 최종 가격 결정에 이르기까지 독점 체제를 구축했어요. 그들은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올리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향나무 숲을 불사르기도 했고, 일본 사무라이들을 용병으로 데려와 주민들을 학살하기도 했어요경쟁국인 영국과 포르투갈을 상대로 전쟁도 불사했죠이렇게 구축된 네덜란드의 독점 체제는 거의 큰 변화 없이 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유지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은 치열하게 저항했어요. 반(反)네덜란드 운동을 벌이다 체포된 한 소녀가 네덜란드 정부가 주는 밥을 끝내 거절한 채 말루쿠 제도의 반다해에 수장된 이야기는 그 한 사례입니다.

향신료는 후추·고추·생강·참깨·계피·마늘·올스파이스 등 다양해요. 그런데 유독 정향과 육두구는 엄청난 경쟁을 불렀어요그 이유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말루쿠 제도에서만 이 향신료들이 나왔고, 이를 독점하는 것은 천문학적 부로 연결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1600년대 네덜란드의 번영은 향신료 무역에 크게 힘입었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날 정향은 어떤 존재일까요? 정향은 이제 더는 고가의 희귀한 물건이 아닙니다. 마다가스카르, 탄자니아, 스리랑카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많은 향신료 중 하나일 뿐이죠. 마치 향신료를 놓고 싸웠던 시절이 세상에 정말 있었느냐는 듯이 세계는 변했습니다.

-이청훈 출입국관리공무원, 조선일보(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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