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토킹까지, 점점 극렬해지는 민주당 극성 팬덤]
[민주당, 누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민주당이 진보라는 오래되고 끈질긴 오해]
[민노총도 조국도 갖다 쓴다… 납치당한 '진보']
[“미·일은 차 타고 떠나는데…”]
이제 스토킹까지, 점점 극렬해지는 민주당 극성 팬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극렬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일부가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스토킹하듯 괴롭히고 있다. 이들은 문자 폭탄을 보내는 수준을 넘어 카메라를 들고 지역구 행사나 개인 일정까지 쫓아와 반말과 욕설을 퍼붓는다고 한다. 이런 일은 지난달 27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뒤 빈번해졌다. 이탈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계 의원들을 색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으로 규정해 공격하는 것이다. 개딸들이 집 현관문 앞까지 찾아와 크게 놀랐다는 비명계 의원도 있다.
개딸들의 행태는 폭력적 응원단을 뜻하는 훌리건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이 대표나 친명계 의원들에게 비판적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을 ‘수박’ ‘X파리’ 등으로 비하하며 문자 폭탄과 함께 욕설을 의미하는 ‘18원’ 후원금을 보낸다. 이런 공격을 받은 정치인들은 언행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과거 각목을 들고 폭력을 일삼던 정치 깡패들의 모습을 이제는 극성 팬덤에게서 보고 있다.
이런 악성 팬덤에 의존하는 정치는 합리적 이견 조정이 불가능하다. 지금 민주당의 상태가 그렇다. 개딸들에게 휘둘리며 민심과 상식에서 멀어지고 있다. 대선에서 패하고도 반성은커녕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 처리했다. 선거에 진 지 2개월 만에 이 대표를 국회의원, 5개월 만에 당대표로 만들었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내용의 당헌도 고치려 했다. 여기엔 민주당 의원들이 개딸들의 눈치를 본 영향도 없지 않았다.
민주당은 작년 대선 전까지 5년간 집권당이었고 지금도 원내 제1당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모든 선거에 패하고 있다. 지금은 방탄 논란, 사당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지율은 계속 떨어진다. 민생과 협치는 외면한 채 홍위병 같은 극렬 지지층 눈치만 본 결과 아닌가. 계속 이런 식이면 국민의 반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3-03-11)-
_______________
민주당, 누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김형석 칼럼]
국민보다 정권을, 정당보다 개인 위하는 모습
민주당 앞날 걱정하는 국민 많아지고 있어
참된 진보 지향하며 행복한 사회 만들길 기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신적 뿌리와 기반은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정착되었다. 한국의 자주독립은 평화적 공존을 위한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라는 호소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세계 어디에도 무력침략에 의한 식민지가 존재할 수 없다는 선언과도 일치하는 민족적 선언이었다. 그때 태어난 민족의식과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교육의 열정이 광복과 더불어 성숙된 대한민국을 탄생시켰다.
그 후 40년 동안에 우리는 4·19혁명을 치르면서 독재정치의 큰 강을 넘었고 후진 국가들이 겪었던 군사정권의 기간을 성공적으로 지양(止揚)시켰다.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진입했는가 하면 권력국가를 넘어 법치국가인 민주주의 정치를 유지 성장시켜 왔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 세대에 와서 남북 분단의 역사적 운명에 따르는 새로운 시련과 위기를 자초하게 되었다. 그 책임은 더불어민주당과 그 실권을 담당했던 문재인 정부로부터 비롯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실책을 극복하길 원하는 국민의 시위를 ‘촛불혁명’이라는 정치적 기치를 앞세워 잠재해 있던 친북좌파세력이 민주당과 합세하면서 민주정치의 방향과 정도를 이탈하는 과오를 범했다. 공산정권들 초창기에 발생했던 이념정치의 현상이 그대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문 정권 정치의 이중성이 등단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통합을 호소하면서 적폐청산이라는 정치방법을 감행했다. 그 결과 과거에 찾아볼 수 없던 국론 분열의 결과를 남겼다. 문 정권이 제1과제로 삼았던 친북정책도, 북한 동포를 외면하고 김정은 정권과의 친북으로 변질시켰다. 그 결과 자유세계는 물론이고 유엔의 기대와도 어긋나는 방향을 택했고 세계 인권의 사명을 이탈해 국제적 불신을 초래했다. 국내적으로는 운동권 출신 세력과 합치면서 경제정책과 질서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려 성장의 정체를 자초했다. 문 정부 초창기부터 많은 자영업자가 폐업, 실직했다.
그 결함을 정규직으로 보충하기 위해 국가공무원을 늘리고 국고로 대체하면서 국가재정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더 위험한 것은 사회 건설의 기강을 지탱하고 유지하는 가치관까지 훼손, 파기시켰다. 진실에 따르는 정직은 사라지고 정의의 가치와 질서는 상실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정부 통계까지 조작했는가 하면, 내로남불의 폐습은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로 타락했다. 법의 존재 가치는 정치적 평가에 따라 좌우되고 정치에 뒤따르는 사회질서 파괴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여론을 조작해 성공하면 정의가 되고 투쟁해서 승리하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개념까지 보편화되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지나친 편견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민주당 정부가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 지난 대선 후보 선출 때 친문(親文)이 버림받고 비문(非文)인 이재명이 선출되지 않았는가. 오히려 국민들이 걱정한 것은 야당다운 야당이 없을 뿐 아니라 민주당의 자기반성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 민주당과 문 정부가 원하지 않았던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으로 귀착되었다는 엄연한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문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에게서 버림받았다기보다는 국민을 배신했다는 증거가 되었다.
지금은 정세가 바뀌어 국민의힘이 집권했다. 그 후 1년 가까이 민주당은 누구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가. 국가와 국민의 장래에는 아랑곳없이 정권 재탈환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투쟁만을 계속하고 있다. 문 정부 때는 진보의 정신과 개념을 폐기시켰고, 이재명 당 대표가 되면서는 민주주의 정치가 버림받은 지 오래다. 국민보다는 정권을, 정당보다는 개인을 위한 정책에 열중하고 있다. 자신들은 검찰 정권의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전례 없는 독재정치라고까지 선언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누가 누구를 위한 변명인지 다 알고 있다. 당 대표의 인격과 애국심에 대한 회의를 증대시켰고, 민주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생각 있는 국민들은 민주당의 건전한 재탄생 없이는 대한민국의 장래가 우려스럽다는 걱정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우물 안 개구리들의 싸움은 말릴 사람이 없다. 스스로가 회개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나같이 인생을 다 산 위치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미국과 같은 정신적 영도력을 갖추며 참된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당이, 영국이나 캐나다 같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젊은 세대와 후손들은 그 현실을 성취시켜 줄 것으로 믿는다. 보수와 진보가 협력해서 열린 다원사회를 건설해가는 세계 무대에서 뒤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동아일보(23-03-10)-
_______________
민주당이 진보라는 오래되고 끈질긴 오해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이었다’는 일화가 알려진 적 있다. 윤 대통령은 노무현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며 노무현 영화를 보고 한참 울기도 했다는 얘기였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물리치고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국민의힘당 대선 후보가 상대당의 정신적 지주를 추앙한다고? 이러면 족보가 꼬이잖아, 라는 반응이었다. ‘적진의 장수를 존경한다는 후보를 믿어도 되나?’라며 지지자들은 수군거렸다. 윤석열을 반대하는 사람들, 즉 노무현이 상징하는 가치인 인권과 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노력과 윤석열은 거리가 멀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의아해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3.1.10 /연합뉴스
작년에 개봉한 영화 ‘헌트’에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안기부가 간첩 용의자들을 고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오는 길에 나는 동행한 친구에게 “저런 무지막지한 시절이 지나가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했다. 친구는 “네가 아직 그런 말을 해서 그 또한 다행이다”라고 했다. 아마도 친구는 윤석열에게 투표한 사람인 나는, “고문 좀 하면 어때. 빨갱이들은 무조건 때려잡아야 해”라고 말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들은 모두 과거 군사독재마저 정당화하는 멸공지상주의자들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더불어민주당은 민주화 운동의 적통이고 인권과 복지를 표방하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그 대척점에서 권위주의적이고 인권에 무관심하며 부자와 기득권을 보호한다(그러니 노무현을 좋아할 리 없어!)는 통념은 한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오해다. 적극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야 당연히 그렇게 믿고 있으며, 이쪽도 싫고 저쪽도 싫지만 선거 때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이른바 ‘무당층’ 가운데에도 ‘돈만 아는 국민의힘보다는 약자를 보듬고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당이 더 낫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민주당은 서민과 약자를 위하는 진보 세력이고 국민의힘은 부자와 특권층을 챙기는 집단이라는 고정관념은 왜 이리 요지부동 끈질긴가. 민주당은 특권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불법을 서슴지 않았던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하는 정당이다. 원주민과 성남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토지 개발 이익을 민간업자 7명에게 몰아주었고, 축구단 거액 후원금의 대가로 대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비리 혐의를 받으면서 말로만 달콤한 ‘기본소득’을 읊조린 지자체장을 대표로 선출한 정당이다. 부자와 특권층만 챙긴 집단이 누구인데 왜 여전히 진보와 정의라는 후광을 머리에 얹고 으스대는가. 이들은 언제까지 ‘우리가 올바른 진영이니 우리의 작은 흠집에 태클을 걸지 마라’는 억지를 부릴 것인가. 이 명백한 모순을 외면하는 지지자들의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날로 강화되기만 한다.
이제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더 이상 진보도 좌파도 서민과 약자의 정당도 아니라는 현실을 정확히 봐야 한다. 정확한 인식이 있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온다. 구시대의 유물인 이념에 집착한 정책 실패로 서민의 삶에 고통만 줬던 정당이 진보라는 휘장을 두르고 묻지 마 지지를 계속 누린다면 한국 진보의 앞날은 캄캄하다.
한국 사회는 ‘좌파와 우파의 대립’이라는 80년대식 세계관에서 그만 벗어나야 한다. 운동권 경력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의 진보 행세도 끝나야 한다. 상식과 공정을 기준 삼아 사회 곳곳의 갈등을 해결할 방책을 협의하고 고민하는 정치가 와야 한다. 어제의 세상에 속한 이념 대립이 아니라 내일을 변화시킬 실사구시 정책을 놓고 경쟁하는 정치를 희망한다. 그 안에서 소수자·약자를 보호하는 진정한 진보와 리버럴이 자본주의 경제 그늘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의지할 세력으로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
-오진영 작가·'새엄마 육아일기' 저자, 조선일보(23-01-21)-
_________________
민노총도 조국도 갖다 쓴다… 납치당한 '진보'
[박정훈 칼럼]
세상을 좋게 만든다는 가슴 뛰게 하는 '진보'를
진보와 거리 먼 세력이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 간판 뒤에 숨어 낡은 수구적 실체를 숨기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제주 간첩단을 수사하면서 신청한 영장엔 북한이 '진보' 운운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북이 간첩단에 통신문을 보내 "(6·1 지방선거에서) 진보 운동 단체들을 발동해 진보 진영 후보 지지 운동을 벌이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북이 '진보 단체'로 지목한 곳은 민노총과 산하 노조들, '진보 후보'로 예시한 것은 진보당이었다.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후진적이고 봉건적인 수구 집단이다. 진보와 정반대 대척점에 있는 북한까지 자기편을 진보로 지칭하며 이 말을 제 것인 양 갖다 쓰고 있다. 북에 납치당한 '진보'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진영 전쟁이 치열한 한반도에서 '진보'만큼 오용(誤用)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북한이 지목한 민노총·진보당을 비롯해 온갖 단체와 사회 세력, 수많은 정치인과 운동가가 진보의 정체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진보는 진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세상을 더 낫게 만든다는 뜻의 진보가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엉뚱한 세력에 포획되어 잘못 소비되고 있다. 겉으로만 진보이고 실체는 수구인 무자격 진보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민노총은 진보 단체인가. 공장을 점거하고, 물류를 마비시키고, 공사를 멈춰 세우는 불법·폭력의 대명사가 진보일 리 없다. 민주노총은 심지어 민주적이지도 않다. 조합원들이 탈퇴를 원하는데도 못 하게 막는 조폭 같은 조직에 '민주'는 어울리지 않는다. 민노총은 자본가를 적으로 보는 80년대 운동권식 세계관에 머물러 있는 집단이다. 일자리의 개념 자체가 달라졌는데 21세기 노동관을 따라잡지 못하는 낡은 조직이 어떻게 진보일 수 있나.
진보당은 진보 정당인가. 진보당은 2013년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주사파 NL 계열이 주도하는 이 당은 주한 미군 철수, 한미 동맹 파기 같은 반미 노선을 당론으로 정하고 있다. 외세 배격의 자립 경제와 재벌 해체, 30억원 이상 상속 재산 몰수 등을 주장하며 역사에서 몰락한 사회주의 국가 주도 경제를 표방하기도 한다. 이런 반시장·친북 정당이 어떻게 진보인가.
진보의 핵심은 미래지향성이다. 변화를 통해 사회를 개선하고 역사를 진전시키는 발전의 이데올로기다. 한반도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수많은 정치·사회 세력 중 이 기준에 맞는 곳은 드물다. 북한 인권과 핵 위협에 침묵하는 정당, 중국의 고압 외교에 굴종하는 정치인, 4차 산업혁명 앞에서 계급 투쟁을 고집하는 단체가 무슨 진보인가.
'진보 집권 플랜'을 주창했던 조국 전 법무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진보의 스타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녀 스펙을 조작하며 남의 기회를 새치기하는 위선자였다. '진보 20년 집권론'을 외쳤던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버럭 호통으로 유명한 꼰대 중의 꼰대였다. 이들이 진보주의자인가. 해방 후 80년 다 된 지금까지 '토착 왜구' '죽창가' 운운하는 정치인이 어떻게 진보일 수 있나.
나는 혁신적 기업이야말로 우리 사회 최고의 진보 집단이라 생각한다. 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의 힘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대중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일부 부도덕한 기업도 있지만 대다수 기업은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하면서 세상을 발전시키는 주력 엔진으로 역할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한국에선 기업을 못살게 구는 반(反)기업이 진보로 둔갑했다. 기업에 족쇄 채우며 혁신을 막으려는 사람들이 진보인 양 행세하고 있다.
진보와 거리가 먼 세력이 진보를 스토킹하는 것은 이 말에 담긴 우월적 의미가 탐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을 좋게 만드는 진보의 이념이라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 사람들 가슴을 뛰게 하는 이 용어를 좌파 세력이 가져다 제 것으로 만들었다. 진보를 간판으로 내걸고 그 뒤에 숨어 1987년 민주화 이후 화석화된 수구적 실체를 감추고 있다. 세상을 속이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언론·학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가 별생각 없이 이들의 진보 프레임을 수용하고 있는 점이다. 진보란 말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오·남용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미국이 민주당을, 영국이 노동당을, 일본이 사회당을 진보주의(progressivism)라고 하진 않는다. 특정 정파와 지지 세력을 뭉뚱그려 진보 진영이라 하는 일은 더더욱 없다. 유독 한국에서만 진보가 오용되고 잘못된 진보의 프레임이 폭주하고 있다.
독재 시절, 우리 사회가 민주화 세력을 진보로 칭한 것은 '빨갱이'로 낙인찍히지 않게 보호하려는 배려였을 것이다. 이제 색깔론의 시대는 끝났고 좌파를 좌파라고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자칭 진보'들이 눙치는 논리에 넘어가지 말고 '좌파 진영' '친북 단체' '반(反)시장주의자' '큰 정부론자'처럼 정확한 실체를 반영하는 명칭으로 부르는 게 옳다. 납치당한 진보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3-01-20)-
__________________
“미·일은 차 타고 떠나는데…”
[특파원 리포트]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 담당 장관 4명이 워싱턴DC에 모여 흔히 ‘2+2 회담’으로 불리는 ‘미·일 안보협의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그 후 발표된 공동성명을 읽으면서 우리 정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외교·국방 정책을 좌우하는 정치권 인사들도 이것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국과 일본 외교·국방장관들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양국 '외교·국방 2+2회담'을 연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공동성명에서 미·일은 중국을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일본 반격 능력(유사시 적 기지 선제공격 능력)의 효과적 운용을 위해 양자 협력을 심화한다’고 합의했다. 중국, 북한, 러시아의 위협을 평가하고 그에 맞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A4 7쪽 분량의 공동성명에 세세히 담았다.
이런 합의 사항이 너무 훌륭해서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공동성명 도출 과정에서 드러난 미·일의 정책 수립 방식에 주목하고 싶다. 이 공동성명을 읽다 보면 미·일이 국제사회의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고, 그 가운데 성취해야 할 ‘목표’는 무엇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그래서 어떤 구체적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지가 명료하게 보인다.
더 인상 깊은 것은 올해 공동성명이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에 걸친 일본 대외 정책의 결과물이란 점이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처음 제시한 것은 2006년의 일이었다. 2012년 아베 내각의 재집권과 함께 이 전략도 부활했다. 동맹을 가볍게 여겼던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일본은 2년에 한 번은 미국과 2+2 회담을 열었고, 2019년 공동성명에 결국 ‘인도·태평양’이란 말을 반영시켰다.
이후 취임한 스가, 기시다 내각도 이를 이어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부터 미·일은 매년 2+2 회담을 열었다. 2021년 3월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안보 정책의 일치를 위한 조율’을 약속했고, 2022년에는 ‘핵심적 국가 안보 전략 문서들을 통해 동맹의 비전과 우선 사항을 일치시킨다’고 합의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반격 능력 보유를 명시한 일본의 안보 관련 3대 문서 개정과 미국의 전폭적 지지로 이어졌다.
그 세월 동안 우리 정치권은 무엇을 했나. 냉철한 정세 판단을 바탕으로 초당적 중·장기 전략을 세우기는커녕, 우리 대외 환경에 대한 기본적 공통 인식조차 형성하지 못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외 정책이 요동쳤다. 2010년부터 2년마다 열기로 했던 한미 2+2 회담은 트럼프 행정부 기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미·일 회담 며칠 후, 20년간 한인 권익 운동을 해서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에 밝은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를 만났다. 그는 “미·중 간 줄서기는 이미 시작됐고 미·일은 차를 타고 떠나가는 느낌”이라며 “한국도 30년 한 세대, 아니면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계획을 세울 때가 됐다”고 말했다. 새겨볼 말이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조선일보(23-01-20)-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비대면 진료 3600만 건에 사고 0, 도입 망설일 이유 없다] .... (0) | 2023.03.13 |
|---|---|
| [미사여구 퇴출시킨 대통령 연설… ] [대통령 스피치라이터] (0) | 2023.03.11 |
| [尹대통령 징용 해법 餘白 일본·미국이 메워야] (0) | 2023.03.11 |
| [이재명 사건의 5번째 비극, “이제 내려놓으라”는 유언] (0) | 2023.03.11 |
| [징용 해법 낸 尹 訪日.. ] [日의 ‘혐한’과 뭐가 다른가] .... (0) | 2023.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