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 해법 낸 尹 訪日, 이제 한일 관계 전적으로 日 호응에 달려]
[日의 ‘혐한’과 뭐가 다른가]
[고추와 와사비]
[불체포 특권]
징용 해법 낸 尹 訪日, 이제 한일 관계 전적으로 日 호응에 달려

<YONHAP PHOTO-5046> 윤석열 대통령 16∼17일 일본 방문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일본 정부의 초청에 따라 오는 16∼17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고 9일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문 기간 중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김건희 여사는 기시다 유코 여사와 친교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3.9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일부터 1박 2일간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대통령실이 9일 밝혔다. 한국 대통령 방일은 4년 만이다. 정부가 지난 6일 양국 간 최대 현안이었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한국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중단된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에도 한국이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리 변제 방안은 국내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징용 문제에 발목 잡혀 있는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 북핵, 중국 패권주의, 반도체·에너지 문제 대응 등 양국 협력은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EU,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도 환영 의사를 밝혔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기부하겠다고 한다.
지금 두 나라에 모두 반일, 반한 감정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 하지만 국민 교류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올 들어 일본을 찾은 관광객 3명 중 1명이 한국인이다. 한국에선 ‘슬램덩크’ 같은 일본 영화가 인기를 끌고, 일본 가요 차트에선 한국 노래가 상위권이다.
국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쓴 윤 대통령의 방일이 양국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일본의 호응이 필수적이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고만 할 게 아니라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 앞에서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을 밝혀야 한다. 사과는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해야 진짜 사과가 된다. 일본 기업이 징용피해자지원재단에 참여하는 길도 아직 열려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이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제 전적으로 일본에 달렸다.
-조선일보(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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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의 ‘혐한’과 뭐가 다른가
[특파원 리포트]
이달 초 도쿄에서 만난 일본 자민당의 다케이 슌스케(武井俊輔·47) 국회의원(중의원·4선)은 “일본에는 혐한(嫌韓)이 비즈니스인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며 “혐한만 말하면, TV에 출연할 수도 있고, 책도 팔리니 개인적으로 이득이 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왜 한국을 싫어하나’라고 묻자 그는 “한·일 관계가 잘 안되는 게 이득인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인터넷에선 뭔가, 상대방을 내리깔아도 된다는 식이잖아요. 혐한은 곧 ‘일본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식이죠.”
다케이 의원은 시쳇말로 ‘찐’ 국회의원이다. 일본은 세습 의원이 많은 데다, 그들이 총리·대신·부대신 등 요직을 독식하는 풍토가 강하다. 미야자키에서 여행사를 다니던 그는 미야자키현 의회에 진입했고 2012년 현직 야당 의원을 선거에서 이기고 당선됐다. 현재 외무성 2인자인 부(副)대신이다.
우리 정부가 6일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발표한 뒤 일본 소셜미디어(SNS)에는 이른바 넷 우익이 “한국이 제멋대로 문제를 만들어놓고 이번엔 해결했다고 생색낸다”는 글을 쏟아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넷 우익 의견에 동조해 “한국의 징용공(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식 표현) 해결책, 안이한 대응은 문제 불씨를 남긴다”며 “기시다 정권이 한국 정부의 ‘해결 방안’을 받아들였는데, 한국의 부당한 행태에 면죄부를 주는 ‘해결책’에 순응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다”라고 썼다.
넷 우익의 논리에는 ‘나’밖에 없다. 아베 전 총리가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규제한 건 정당하니 한국은 왈가왈부 말고 일본이 정한 대로 따라야 하고, 다케시마(독도를 부르는 일본의 표현)는 일본 땅이니 한국은 실효 지배에서 손을 떼야 하고, 한국의 전후 경제성장도 일본 덕분이니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권국가의 관계에서 이런 논리가 통할 리 만무하지만, 한국 젊은이들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 일본의 비정규직 20~30대는 향긋한 ‘국뽕’의 논리에 취하고 한때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영광을 기억하는 50~60대는 ‘좋아요’를 누른다. 혐한은 그렇게 일본 정치권을 떠도는 ‘유령’이자 강경 우익 정치인을 돕는 실질적 힘으로 존재한다.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군사적 확장을 억지할 이웃 파트너를 비판만 할 뿐, 무엇이 진짜 일본을 위하는 일인지는 상관없다.
반일(反日) 감정은 혐한과 얼마나 다를까. “일본의 전쟁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최악의 외교적 패착이자 국치다. 계묘늑약과 진배없다”는 야당 대표나 “일본에 머리를 조아린 항복 선언”이라는 윤미향 의원의 발언은 과연 ‘나라를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인가. 다케이 의원이 말한 ‘한일 관계가 잘 안되는 게 이득인 사람’에 속해 있는 건 아닌가.
-도쿄=성호철 특파원, 조선일보(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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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와 와사비
❝응징보다 실력이다
와사비는 코를 찌르고 고추는 뇌를 찌른다❞
한국에 춘향전이 있다면, 일본에는 주신구라(忠臣蔵)가 있다. 일본이 유럽 최강 독일보다 큰 나라이며,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 벚꽃이 나라꽃[國花]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겉과 속이 다르다고 알려진 일본이지만, 걸핏하면 친일로 몰아가는 우리 역시 극단적이다. 만성 발화점은 내심을 감추는 일본인과 감성적 한국인과의 기질상 차이다. 우리가 이사를 갈 수도 없는 데다 양국은 자유세계의 최전선을 지키는 공동 운명체다. 오래된 부자이지만 아날로그 재팬은 더 이상 ‘디지털 코리아’의 상대는 아니다. 이젠 관제민족주의로 인한 부화뇌동에서 벗어나 한일 공진화(共進化)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일본은 있다.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조선일보(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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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 특권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헌법상 ‘불체포 특권’을 누리는 국회의원이 회기 중에 체포되려면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체포동의안을 ‘체포허락 청구’라고 한다. 1998년 2월 19일 자민당 소속 아라이 쇼케이(新井將敬) 의원에 대한 체포허락 청구가 중의원 본회의에 회부될 예정이었으나 급거 철회되는 소동이 벌어진다. 철회 사유는 당사자인 아라이 의원의 자살이었다.
아라이 의원은 박경재라는 이름을 가진 재일조선적 귀화 정치인이었다. 동경대를 나와 대장성 관료로 엘리트 가도를 달리던 그는 정계로 진출하여 42살에 첫 당선을 거머쥔 후 내리 4선에 성공한 유력 정치인이었다. 버블 붕괴로 침체에 빠진 일본의 회생을 위해서는 고질적인 정경유착을 일신해야 하며, 부정부패에 연루되면 거물 정치인이라도 가차 없이 정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거침없이 주장하는 개혁 이미지가 그의 최대 정치 자산이었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한 증권사로부터 차명계좌 거래를 통해 부당한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그는 정치 생명에 치명적 위기를 맞게 된다. 본인은 극구 결백을 주장하였지만 중의원 운영위에서 체포허락 청구가 가결되자, 그는 본회의 직전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다. 일본에서는 1947년 헌법 시행 이래 체포허락 청구 사례 20건 중 부결은 단 2건에 불과하다. 그 두 건도 1950년대의 일이다. 아라이 의원도 자신에 대한 체포 청구가 본회의에서 가결될 것이 확실했기에 더욱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측면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운영 주체에 따라서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일본의 불체포 특권 제도는 법 앞의 평등에 예외가 되는 특권의 본래 취지를 최대한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염치와 자정(自淨) 능력이 정치 세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파적 이익이나 동료 의식으로 특권이 악용되고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두드러진다면 그러한 특권은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 할 것이다.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조선일보(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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