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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피디스크 없앤 기시다] [돌고 도는 돈의 역사] ....

뚝섬 2023. 1. 27. 09:11

[플로피디스크 없앤 기시다]

[돌고 도는 돈의 역사]

[중국인의 품격]

 

 

 

플로피디스크 없앤 기시다

 

[특파원 리포트]

 

지난 1월 23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EPA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23일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 “플로피 디스크로 (정부에) 자료를 제출토록 하는 규제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유물(遺物) 같은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일본 사회에서 없애겠다는 얘기였다. 한 장에 약 1.44메가바이트(MB)를 저장하는 3.5인치 플로피디스크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PC에 꽂아 게임도 하고 자료도 보관했던 저장 매체였다. 2000년대 전후 초고속 인터넷 시대의 등장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알고 보니 일본 관료 사회와 시중은행에선 여전히 플로피디스크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현행 법령에는 플로피디스크와 같은 물리적 저장 매체를 사용하라는 강제 조항 2100건이 있다. 도장과 팩스가 없으면 일본이 안 돌아간다는 디지털 후진국에 대한 조롱거리가 하나 늘었다. 플로피 디스크보다 저장 용량이 18만배나 USB 4000원인데 일본에선 10 단종된 소니의 3.5인치 플로피디스크가 3150( 3만원) 팔린다. 클라우드 시대에 일본 은행들이 범죄 수사에 협조한다고 금융 정보를 플로피디스크에 담아 경찰서를 방문해 제출하는 광경은 기이할 따름이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연설 전문(全文) 보고는,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이란 자화자찬으로 넘어갈 없었다. 기시다는 연설에서 GX·DX·오픈이노베이션 같은 전문용어를 쉴 새 없이 언급했다. GX(그린트랜스포메이션)에는 10년간 민관이 150조엔을 투자해 저전력·탈탄소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수소·암모니아 사회 인프라를 까는 대혁명에 도전한다고 했다. 플로피디스크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기시다 총리는 “법령 4만건을 검토해, 내년까지 단숨에 바꾸겠다”고 했다. 5년간 스타트업 투자액을 10배 늘리고 세제를 개편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원한다고도 했다. “올 4월 완전 자동 운전이 가능한 제도를 시행한다”며 “전국 어디서나 자동 운전이 가능한 일본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12156자의 연설에서 3861자가 기술 혁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외교·안보·코로나·물가와 같은 큰 담론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분량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에서 기술 혁신은 두 단락이었고, 그나마도 자랑을 버무린 채 “스타트업 코리아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뿐이었다. 정작 스타트업 투자에 정부가 지원하는 모태펀드 예산은 올해 3100억원에 그쳐, 2년 전(1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때 떠들썩했던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찾아봤더니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고 떴다. 정권이 정권보다 기술 혁신을 홀대하는 같다 도쿄서 만난 창업가의 푸념이 떠올랐고, 기시다의 진심이 무서워졌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조선일보(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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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돈의 역사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미국 돈인 달러화(貨)와 한국 돈인 원화가 원래는 같은 단위였다고 하면 놀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정을 설명하면 이렇다. 미국이 달러화를 자국 화폐 단위로 사용하게 것은 스페인 달러 영향이다. 스페인 달러란 스페인의 중남미 식민지에서 주조한 8레알(real)짜리 은화를 말한다. 독자 화폐가 없었던 미국에서는 독립전쟁 와중에 스페인 달러가 내국 통화처럼 대량 유통되었고, 이 영향으로 독립 후에 달러가 공식 화폐 단위로 채택되었다. 막대한 발행량을 자랑하는 스페인 달러는 17세기 이후 세계 각지에서 통용되었는데, 특히 아시아 무역에서는 ‘trade dollar’(무역은·貿易銀)로 불리며 기축통화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

 

동아시아 3국의 화폐 단위가(··위안)’ 배경에는 홍콩 빅토리아 은화 존재가 있다. 홍콩을 조차한 영국이 1866년 홍콩에서 발행한 이 은화에는 영어 ‘HONG KONG ONE DOLLAR’와 중국어 ‘香港一圓’이 병기되어 있다. 즉 ‘1dollar=1圓’으로 등치시킨 것인데, 남중국에서 스페인 달러를 원전(圓錢)으로 부르던 관습에 착안하여 이러한 단위를 설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1871년 근대식 화폐 제도 도입을 위해 신화조례(新貨條例)를 제정하는데, 이때 홍콩 은화를 모델로 삼으면서 ‘圓(yen)’이 공식 화폐 단위가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圓은 円으로 약자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국에서는 1889년 광동성에서 圓(yuan) 단위의 은화가 최초로 발행되었고, 1903년부터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식 화폐 단위로 공인되었다. 중국에서 圓은 元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한국에선 1901년 화폐조례나 1953년 화폐개혁으로 ‘환(圜)’이 통화 단위로 사용된 적이 있으나,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圓(won)이 화폐 단위로 정착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돌고 돌기에 돈이라는 말이 있듯 돈의 이름에도 돌고 도는 역사가 있다. 새해는 모두에게 돈이 잘 도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조선일보(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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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품격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오래 우러렀다”는 표현을 한자로 적으면 구앙(久仰)이다.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는 말은 ‘제 눈에 문제가 있다’는 뜻의 안졸(眼拙)로 적는다. 때로는 ‘예의를 잃었다’는 뜻의 실경(失敬)으로 “죄송하다”는 표현을 대신한다.

 

중국인들이 자주 썼던 예절과 격식의 용어 흐름이다. 남에게 의견을 구할 때는 ‘가르침을 부탁하다’는 뜻의 청교(請敎)라는 단어를 붙이고, 뭔가를 물을 때도 ‘여쭙다’는 뜻의 청문(請問)이라는 말을 꼭 먼저 올리던 중국인들이다.

 

남의 집이나 사무실을 방문할 때는 ‘엎드려 찾아뵙다’는 의미의 배방(拜訪)을 사용하고, 남이 내 집을 찾아올 적에는 ‘영광스럽게 찾아주시다’는 뜻의 광림(光臨)이라는 말을 썼다. 진심에서 우러났든 아니든, 예절에서만큼은 품격이 있었던 중국인들이다. 요즘은 이런 예절과 격식이 사라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를 받치던 교양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제는중국인의 자질(資質)’ 문제가 지구촌의 화제다. 세계 도처에서 매너 없는 중국인, 소란 피우는 중국인, 생떼 쓰는 중국인이 주목을 받는다.

 

“한국이 중국의 음력설을 훔쳤다”며 영국 박물관을 댓글로 공격했던 중국 누리꾼들이 화제다. 오랜 문화 현상에 거꾸로 국적(國籍)을 매겨 제 것이라고 우기는 중국인들의 행태가 한심하다 못해 가엾기까지 하다.

 

공자(孔子)는 생전에 문질(文質)을 말했다. 앞의 문(文)은 예절이나 문화로 잘 가꿔진 상태, 뒤의 질(質)은 꾸미지 않은 천연의 바탕이나 토대 등을 가리킨다. ‘문화’의 요소로 ‘바탕’을 제대로 다듬지 않으면 공자는 그 상태를 ‘야(野)’라고 했다. 공자가 말한 그 ‘야’는 야비(野鄙)와 천박(淺薄)으로 풀어도 좋다. 품격이 있었던 중국의 문화는 이제 수준으로 타락했다. 제 좋은 요소를 잇고 발전시키지 못한 ‘실패’를 오늘의 중국은 얼마큼 심각하게 받아들일까.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조선일보(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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