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비하는 곳에선 재해, ‘설마’하는 곳에선 재앙]
[시리아, 비극의 땅에 다시 비극이 덮쳤다]
[“튀르키예를 돕자”]
대비하는 곳에선 재해, ‘설마’하는 곳에선 재앙

11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일대가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져 폐허로 변해 있다. / 뉴시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희생자 숫자가 3만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실제로는 10만명을 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 예상도 나왔다. 건물 잔해 아래에 갇힌 사람이 최대 2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끔찍한 재앙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전체 희생자가 1만8500명이었지만,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90명에 그쳤다. 대부분은 쓰나미로 인한 익사자였다. 튀르키예 지진은 규모가 7.8, 동일본 대지진은 9.0이었다. 튀르키예 지진의 강도는 동일본 대지진의 60분의 1도 안 됐다. 그런데도 지진 사망자는 튀르키예가 현재 집계로도 200배라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지진 대비 태세가 다른 데서 비롯된다. 일본과 튀르키예는 모두 지각판 충돌 지점에 위치해 지진에 취약한 나라들이다. 그러나 일본은 건물 내진 설계가 철저하다. 경보 시스템 등 대피 인프라도 확실히 갖춘 나라다. 반면 튀르키예는 1939년 3만2000명(규모 7.8 지진), 1999년 1만7000명(규모 7.6) 등 대량 지진 사망자가 나온 나라인데도 대비가 허술했다. 1999년 지진 이후에 지진세를 걷기 시작했고, 2007년부터 건물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긴 했다. 하지만 2007년 이전 건물들은 지진 대비가 안 돼 있고, 신설 건물들도 법규를 무시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튀르키예 정부는 2018년 내진 설계 위반 건물들에 대한 처벌 면제 조치까지 취했다. 그런 허술한 대비가 이번에 ‘팬케이크 붕괴’ 등 재앙을 부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지각판 가운데에 위치해 지진에서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그러나 태풍, 홍수, 화재, 위험물질, 인파 몰림 등의 사고에 취약점을 드러내곤 했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핼러윈 참사 등의 기억이 생생하다. 이것들은 사고가 있을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철근을 충분히 박고, 부실 화물 고박과 불법 개조를 하지 않고,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하고, 인파 분산의 대비책만 실천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재앙이었다. 작년 9월 태풍 힌남노 때 포항 냉천의 범람으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숨지고 포스코 제강 설비가 가동을 멈췄다. 냉천 상류에 홍수 조절용 댐만 지었더라도 달랐을 것이다. 환경 단체가 그걸 반대했다. 정부가 뒤늦게 댐 건설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60~80년대에 댐·교량과 에너지 설비 등 인프라와 중화학 공업단지들이 건설돼 40~60년 지났다. 노후 설비 점검을 소홀히 하다간 상상도 못 할 참극이 빚어질 수 있다. 튀르키예 지진을 계기로 안전 취약 요소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재난 예방에 관한 한 돈이 더 들더라도 계산 결과나 예측치, 그리고 관행보다 한발 더 강화된 안전 조치를 취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조선일보(23-02-13)-
_______________
시리아, 비극의 땅에 다시 비극이 덮쳤다
10년 넘는 내전으로 40만 사망
叛軍 점령지 지진에 5000명 숨져
튀르키예 너머론 관심·지원 급감
국경선으로 차별받는 생명 없어야

지난 6일 지진으로 시리아 이들리브 하렘타운의 건물들이 무너져 내린 가운데 주민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하루에 사망자가 4000~5000명씩 늘어나는 중동 대지진을 다루느라 분주할 때인 9일 저녁이었다. 후배 기자에게 시리아 정부군의 만행과 관련된 보고를 받자마자 나도 모르게 분노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지난 6일 규모 7.8의 강진 발생 후 2시간 만에 시리아 정부군이 진원에서 가까운 반군(叛軍) 장악 도시 마레아를 폭격한 것이 뒤늦게 알려진 것. 시리아 정부군이 쏜 포탄 4~5발이 자유시리아군(FSA)이 점령 중인 도시에 떨어졌다. 영국 하원의 얼리셔 컨스 외교위원장이 적시에 논평했다. “반군이 장악한 도시가 강진 여파와 씨름할 때 공격받았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냉혹하고 극악한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분노했다.
12일 현재 3만명 넘게 사망한 중동 대지진에서 튀르키예에는 국제적인 구호와 관심이 쏠리지만, 시리아는 그렇지 못한 배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시리아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지만, 아사드 독재 정권은 이를 거부한다고 발표해 논란을 가중하기도 했다.
지진 발생 직후 튀르키예에는 100국이 넘는 나라에서 지원 의사를 밝히거나 필요한 물품을 신속하게 보냈다. 여러 나라에서 구호대를 즉각 파견했다. 100명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도 현지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다. 주한 튀르키예 대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도와주겠다는 한국 국민의 전화가 하도 많이 와서 먹통이 될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약 5000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시리아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100년 만의 최대 지진이 덮친 지역이 묘하게 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는 저항군이 장악한 지역과 겹쳐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하원 국제부장, 조선일보(23-02-13)-
_________________
“튀르키예를 돕자”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인 부산 유엔기념공원 홈페이지는 4개 언어로 서비스된다. 한국어·영어·프랑스어·튀르키예어가 그것이다. 6·25 전쟁 당시 약 1만1000여 유엔군 전몰 장병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가 대부분 본국으로 이장되고 지금은 11국 2320구 유해가 남아 있다. 영국(890명)에 이어 튀르키예 병사(462명)가 둘째로 많이 남아 있다.
▶1950년 10월 17일 튀르키예의 보병 여단 선발대가 부산항에 도착했다. 총 2만1212명을 파병했고 1000여 명의 전사자를 냈다.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넷째로 참전자 숫자가 많다. 1951년 초 유엔군의 반격 작전이었던 용인 김량장전투에 투입돼 치열한 백병전 끝에 전공(戰功)을 세웠다. 6·25 전쟁에 적극 참전한 것은 나토 가입 열망 때문이었다. 1949년 4월 4일 워싱턴 조약으로 미국과 서유럽 12국이 나토를 창설했다. 소련의 팽창에 위협을 느끼던 튀르키예도 나토 가입을 희망했지만 미국과 유럽은 시큰둥했다. 6·25 전쟁이 터지고 유엔이 파병을 결정하자 발 빠르게 동참해 자유 수호에 앞장섰다. 그 공로로 1952년 나토 회원국이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튀르키예는 48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했다. 브라질과 첫 경기에서 한국인 주심이 튀르키예 선수를 퇴장시킨 바람에 브라질에 역전패했다. 반한(反韓) 여론이 커졌는데 한국과 맞붙게 된 월드컵 3·4위전이 이를 뒤바꿔놓았다. 당시 온라인에는 한국과 튀르키예가 ‘형제의 나라’이니 둘 다 응원하자는 여론이 일었다. 3·4위전이 열린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관중이 세계에서 가장 큰 튀르키예 국기를 펼쳐 보였다. 경기가 끝나자 양국 선수들이 유니폼을 바꿔입고 상대방 국기를 든 채 어깨동무를 했다. 그 이후로 튀르키예에 한국 사랑 열풍이 불었다.
▶튀르키예 사람들의 국기(國旗) 사랑은 유별나다. 국경일이 아닌데도 빨간 바탕에 흰 초승달과 별이 그려진 국기가 나라 전역에 휘날린다. 이 국기는 오스만 제국 시절이던 1844년 채택된 것이다. 오스만 제국(1299~1922년)은 623년간 존속하면서 서남아시아, 남유럽, 북아프리카까지 광활한 영토를 거느린 강대국이었다.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에 우리 국민의 구호물품과 온정이 쏟아진다고 한다. ‘형제의 나라’라는 공감대가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튀르키예와 외교적 긴장 관계인 나라들도 지진 참사에는 적극 돕는다고 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난 현장의 아픔에 공감하는 인류애가 세계 시민으로서의 자격일 것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3-02-13)-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탄소중립 위해 화석연료 결별? 해법은 결국 탄소포집 기술.. ”] (0) | 2023.02.13 |
|---|---|
| [국회 밖에선 거리 시위, 국회 안에선 일방 폭주] .... (0) | 2023.02.13 |
| [169석으로 국회 장악한 이들이 弱者 행세하며 거리로.. ] (0) | 2023.02.12 |
| [조국의 강, 이재명의 강] [이재명 대표 ‘기소’와 ‘불기소’.. ] .... (0) | 2023.02.11 |
| [주민 홀리는 北의 선전술] [죽은 빨치산 영정들이 동원된 까닭] (0) | 2023.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