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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 주인 품으로 ‘K-양심’]

뚝섬 2023. 5. 22. 10:05

분실물 주인 품으로 ‘K-양심’

 

한국을 찾은 외국인의 분실물이 빠른 시간 안에 제 주인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며칠 전 서울 동대문에서 중국인이 현금 500만원, 신용카드 2장이 든 분홍색 명품 백을 잃어버렸다. 이것을 40대 한국 남성이 주워서 인근 지구대로 넘겼고, 이 가방은 경찰청 유실물 통합 포털인 ‘로스트112′를 통해 주인을 찾았다. 분실 신고가 있은 지 불과 50분 만이었다. 신용카드에 적힌 한자 이름을 보고 중국인으로 짐작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관광객이 공항~호텔 버스에서 현금 300만원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다 되찾았고, 그 앞 달에는 일본 관광객이 현금 800만원, 여권, 비행기표 등을 잃어버렸다 돌려받았다. 그들은 한국인의 품성을 다시 봤을 것이다. 오래전에 한 화장품 업체가 쇼핑백 100개를 지하철에 두고 내리는 실험을 했는데, 이 중 87개가 돌아왔다는 인터넷 글도 있다. 부분적으로 연출된 영상이란 의심을 샀으나 크게 화제가 됐었다. 서울 지하철은 작년 분실물이 지갑, 휴대폰, 가방 순이었는데, 본인 인계율이 63%였다.

 

미국·스위스 연구진이 실험했더니돈이 지갑 없는 지갑보다 돌아올 확률이 높았다고 한다. 현금 유혹이 있을 경우 정직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돈이나 열쇠가 든 지갑은 “습득한 사람의 자존감을 자극하면서 오히려 도둑으로 몰리는 것을 혐오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 실험에서 습득물 반환율로만 따졌을 때 정직성 선두는 스위스·노르웨이였다. 최하위는 상상에 맡기겠다.

 

▶미국에서는 물건에 ‘ID 라벨’을 붙이는 서비스를 제공해서 분실물의 회수율을 75%까지 끌어올린 적도 있다. 라벨에 고유 추적 번호 7자리를 부여하는 방식인데, 핵심은 분실물이 돌아올 경우 사례 금액을 명확히 밝혀 놓는다고 한다. 주변에 어떤 지인도 휴대폰에돌려주시면 30만원 사례함이라는 스티커를 붙여놓은 봤다. “그보다 확실한 호소는 없다”고 했다.

 

▶시골서 자랄 때 ‘서울 가면 눈 뜨고 코 베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택배 물건을 아파트나 단독 주택 앞에 며칠씩 놔두어도 손 타는 일이 드물다. 한국에 온 외국인은 이런 ‘K-양심’에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한국에서 소매치기는거의 사라진 업종이다. 곳곳에 설치된 CCTV, 차량 블랙박스를 피해갈 담 큰 도둑도 없을 것이다. 시민 의식이 크게 높아진 점도 뿌듯하다. 어제 로스트 112에는 ‘K-양심 습득물’ 1200여 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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