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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는가?] [가장 불행한 세대] ....

뚝섬 2024. 2. 5. 14:13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는가?]

[가장 불행한 세대]

[北이 ‘민족’ 부정해도 우리는 ‘통일’ 주도해야]

 

 

 

북한은 전쟁을 결심했는가?

 

[시론]

김정은의 지금 무기로는 한미의 보복, 감당 못 해..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어.. 물론 안심·환상은 금물..

다가오는 양국 선거에서 자신의 존재감 더욱 드러내려 재래식 도발 더 자주 시도할 것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포조선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김위원장은 이자리에서 "오늘날 나라의 해상주권을 굳건히 보위하고 전쟁 준비를 다그치는데 해군무력 강화가 제일 중차대한 문제로 나선다"고 말했다./노동신문 뉴스1

 

지난 몇 주간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외교를 포기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는 추측이 많이 나왔다. 나는 2024년 북한을 낙관적으로 전망하지는 않지만, 다섯 가지 이유 때문에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이런 평가를 믿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첫째, 전면전까지 가지 않고도 김정은이 할 만한 도발의 단계가 많다. 북한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공통적 견해를 담은 ‘국가정보판단서’가 최근 기밀 해제됐는데, 이를 보면 북한 정권이 다양한 호전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에는 국경 지대나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의 재래식 도발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전쟁의 제1성으로 볼 수는 없다. (급속한 확전을 막으려면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둘째, 김정은이 빠른 속도로 무기를 시험·개발하고 있지만, 한미가 도발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그가 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무기들이 한미의 보복을 억제할 수 있다고는 아직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김정은이 다르게 생각한다면 심각한 망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셋째,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 이후 더 빠르고 다양해진 한·미·일 군사훈련이 보여준 역량과 군사적 대비태세는 김 위원장이 동맹이 전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억지할 수 있다는 오판이나 잘못된 기대를 하지 않도록 보장하기에 충분하다.

 

넷째, 평양의 레토릭에 상응하는 현장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 정권이 선전하는 내용을 주의 깊게 듣고 보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군의 기획자들은 전쟁 목적의 동원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북한이 재래식 전쟁이나 핵전쟁을 수행할 정도의 준비를 한다면, 미국이나 동맹국이 못 볼 리가 없다. 작은 예를 하나 들자면, 만약 김 위원장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도록 수백만 발의 탄약을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섯째,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로 김 위원장이 전쟁을 하지 않으면 죽는(fight or die) 상황을 제시한다. 북한은 현재 그렇게 코너에 몰려 있지 않을 뿐더러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직후보다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노이 회담 실패와 그에 이은 코로나19로 인한 3년간의 봉쇄로 김 위원장은 고립되고 굴욕을 당했다. 그러나 이후 그는 이득이 되는 러시아와의 새로운 관계 그리고 중국과의 풍부한 무역으로 봉쇄에서 벗어났다.

 

이것이 우리가 북한과의 전쟁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인가? 절대 그렇지는 않다. 북한의 호전적 행동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024년은 미국과 한국에 매우 어려운 해가 될 것이다. 지난 두 번의 미국 행정부에 걸쳐 북한의 도발은 추세적으로 증가해 왔다. 최근 CSIS 한국 석좌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부터 바이든 행정부까지 북한의 호전적 행위는 총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처럼 (도발이) 증가한 것은 무기 개발과 세밀한 보완을 위한 시험의 가속화 때문도 있지만 완성된 무기의 작전 연습과도 관련이 있다. 같은 CSIS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의 주요 선거(대통령 선거나 총선)가 있는 해에 항상 군사 도발을 고조시킨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더욱 그랬다. 김정일 집권하의 북한은 미국 선거 기간에 평균 4회 도발했다. 김정은 시대에는 이것이 3배 이상 늘어났다.

 

외교적 상황도 북한의 호전성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30년 동안 북한은 미국과 활발한 외교를 하고 있지 않을 때마다 늘 더 많은 도발과 군사 시위를 했다. 미국과 양자 또는 다자 협상이 진행되면 북한의 호전성이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그러나 남북 외교에는 동일한 상관관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올봄 곧 있을 한미 연례 군사훈련은 북한의 대응을 이끌어낼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모든 요인은 북한의 행동이 매우 나쁜 해가 될 것을 시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외교 채널을 열려고 20여 차례에 걸쳐 진심 어린 노력을 했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이는 바이든 행정부 잘못이 아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워싱턴의 정책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현상 유지를 지향하는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자면 그것이 올바른 전략일 수도 있지만, 김정은은 타협안에 만족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그는 한반도의 세력균형을 변화시키고 미국의 안보 공약을 약화시키려는 수정주의적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의 일방적 양보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대한 굴복이나 다름없게 될 것이다. 이는 또한 바이든이 양자 및 (일본과의) 삼자 동맹 연대 구축, 워싱턴 선언, 미국의 핵 억제 공약을 강화하기 위한 핵 협의체 구축 등에 기울인 모든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한국에 전쟁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2024년이 평온한 해가 될 것이라는 환상은 없어야 한다. 2017년 ‘화염과 분노’의 속편으로서, 김정은은 미국과 한국의 의지를 모두 시험할 것이고, 다가오는 양국 선거에서 자신이 느껴지도록 만들 것이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조선일보(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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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불행한 세대

 

980년·1220년·1580년 태어나
전쟁 겪은 이들이 불행한 세대
北은 ‘정의의 전쟁관’이라고?
누가 불행한 세대 만드는가

 

6·25전쟁 당시 정훈장교로 활동했던 고(故) 한동목 중령이 1950년 8월 촬영한 `영천의 피난민 행렬'사진 /육군 제공

 

주말 방영 중인 KBS 2TV 사극 ‘고려거란전쟁’을 보다가 우리 역사상 가장 불행한 세대를 다시 떠올렸다. 가장 불행한 세대는 1580년 무렵 태어난 이들 아닐까 여기고 여러 해 전 글을 쓴 적 있다. 1580년 세대는 10대 때 임진왜란(1592~1598) 7년 전쟁을 겪고, 40대 때 정묘호란(1627)을 맞고, 50대 때 다시 병자호란(1636) 참화를 치렀다. 우리말의 거센소리·된소리 현상이 이때 일어난 일이라고 하니 언어마저 거칠고 드세질 정도로 참혹한 시대였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불행한 세대는 그때만이 아니었구나 새삼 깨달았다. 조선 시대 넘어 고려 역사까지 시야를 넓혀 보는 눈을 미처 갖지 못했다. 10~11세기 동아시아 최강국 거란(요나라)은 993년, 1010년, 1018년 세 차례 고려를 침략했다. ‘고려거란전쟁’은 거란 40만 대군에 맞선 고려군의 분전을 생생한 전투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980년 전후 태어난 세대는 10대와 30~40대 무렵 대규모 전쟁을 잇달아 겪었다. 2차 침략 때 임금 현종은 수도(개경)를 떠나 나주까지 피신해야 했다. 우리 역사상 군주가 외적 침입으로 몽진한 일은 이때가 처음일 것이다. ‘고려사’ 기록을 찾아보니 “근자에 전쟁으로 말미암아 백성들이 농사를 짓지 못하고 길가에 굶어 죽은 시체가 서로 잇대어 있다”(1012년 2월)고 참혹한 광경을 적었다.

 

1220년 세대는 어떤가. 이 세대는 10대 때인 1231년부터 30대 후반인 1259년까지 몽골의 침략을 아홉 번이나 겪었다. “죽은 자는 백골을 거두지 못하고 산 자는 적의 노복이 되어 부자간에 서로 의지하지 못하고 처자를 보전하지 못하는”(1254년 10월) 전쟁이 28년간 이어졌다. 불행한 세대는 또 있다. 1359년과 1361년 홍건적(훗날 명나라 건국) 침략으로 임금(공민왕)이 안동까지 피신했던 시기 사람들도 고난의 세대였다. 20세기 초 태어나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고 1950년 6·25전쟁을 겪은 분들 역시 불행한 세대였다.

 

지금 86 세대건 97 세대건 MZ 세대건 저마다 살면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이제까지 한 번도 전쟁을 겪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두 행복한 세대다. 우크라이나 침공하고 대만해협 위협하며 미사일 쏘면서 전쟁 의지를 감추지 않는 나라들을 머리에 이고도 대한민국은 지난 70년간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 며칠 전 개봉한 영화 ‘건국전쟁’은 그 까닭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3년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세계 최강국 미국을 붙잡아 군사동맹을 맺었다. 영화는 이승만의 결단으로 맺은 한미 동맹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공산화되고 지금은 미얀마 수준의 나라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북 김정은은 최근 열흘 사이 4차례 미사일 쏘면서 “전쟁 준비”를 언급했다. 놀랍게도 우리 국회 어느 토론회에선 “북한의 전쟁은 정의의 전쟁관” “한반도 전쟁 위기가 실재하는 근원은 북이 아니라 한미 동맹 때문”이란 말이 쏟아졌다. 과연 누가 ‘불행한 세대’를 만드는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가. 사극 속에서 강감찬은 “인간이 살아서 겪는 유일한 지옥이 바로 전쟁”이라며 이를 막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막상 침략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에선 승리보다 더 큰 것은 없다”고 결사 항전한다. 군주 현종은 항복하자는 일부 신하들에게 일갈한다. “우리는 후손들을 대신하여 전쟁을 치르고 있소. 우리는 항복할 권한이 없소.” 그때 굴복했다면? 지금 우리는 남의 나라 말을 쓰고 있을 것이다. 모진 세월 딛고 지금 우리를 있게 한 모든 ‘불행한 세대’에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한수 기자, 조선일보(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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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민족’ 부정해도 우리는 ‘통일’ 주도해야

 

2014년 1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한반도의 위성사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정부가 기존의 ‘민족공동체통일 방안’을 대체할 새로운 통일 방안을 마련 중이다. 명칭에 ‘자유’를 넣어 올해 광복절 무렵 발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고 한다. 북한이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며 ‘통일 불가’ 노선으로 돌아선 것과 무관하게 우리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수립된 현재의 민족공동체통일 방안은 점진적·단계적 통일을 전제로 한다. 첫째, 화해·협력 단계에서 실질적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 공존을 추구하고, 둘째 단계에서 과도적 통일 체제인 ‘남북연합’을 구성해 법과 제도를 체계화한 뒤 마지막 단계로 통일국가를 완성한다는 접근이다. 이후 숱한 정권 교체에도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으로 계승됐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이란 지적도 따라다녔다. 인류 역사상 분단국이 이 같은 합의의 방식으로 평화 통일을 완수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변화한 환경을 반영해 보다 현실적인 통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북한이 한국을 ‘동족 아닌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교류·통일을 위한 조직과 제도를 모두 폐지했다 해서 여기에 장단을 맞출 순 없다. 북에 상응해 우리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거나 동족 개념을 폐기하자고 하는 것은 역사 발전을 거스르는 반시대적 주장이다. 헌법상 영토(제3조)·통일(제4조) 조항을 위배하는 위헌일 뿐 아니라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통일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패착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순간 급변 사태 때 대한민국이 제3국의 시비를 차단하고 북한 안정화에 나설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사라질 수 있다.

 

지금 북한 정권의 행동은 독일 단일민족론을 부정하며 분단 고착화를 시도했던 옛 동독을 연상시킨다. 만약 서독이 여기에 편승해 ‘독일 민족은 하나’라는 원칙을 포기했다면 독일 통일도 없었을 것이다. 김정은의 반통일 선언으로 종북·좌파 세력에겐 통일이 금기어가 됐다. 자유민주 진영이 통일 담론을 주도할 기회이자 적기다. 통일은 김정은 정권의 폭정 아래 노예와 가축으로 전락한 2500만 북한 주민을 구출할 유일한 희망이기도 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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